만나고 헤어지는 우리들

[장미엔젤]

사랑방  '복음말씀의 향기' 란에서 매일 만나는 사제님들의 복음이야기.

방종우 신부님께서 신학교로 임지를 옮기시게 되어 아마 당분간은 이 사랑방에서

복음이야기를 들을 수가 없을 모양입니다. ㅠㅠ

저도 매일 읽었고 묵상을 하였습니다.

이슬님의 아드님이시라는 것도 알게 되었고

사진방에 있는 방신부님의 사제서품 사진을 보고는 아기 신부님이신 줄로만 알고 있었는데...

이제는 신학교로 가셔서 후배들을 양성하신다니 기쁜 소식이면서도 섭섭한 마음도 큽니다.

처음 막 부임하신 아기 신부님이 본당에서 유혹과 위험해 지실까 걱정이 되신 어느 할머님께서

자꾸만  "가야 돼" 하고 한 숨을 쉬시면서 말씀을 하셨다고 합니다.

      "본당에 있으면 여러 가지 유혹도 많고 위험하니 빨리 신학교로 가셔야 돼,

       거기가 본당보다 훨씬 안전해!”

       이제 떠나시는 신부님께 또 다른 학부모님이 하시는 말씀

     “신부님! 신부님이 다른 본당에 가서 새로운 아이들을 만나고 사랑하게 된다면 배가 아팠을 텐데,

      신학교에 가셔서 참 다행이에요. 신학교에 계속 계셨으면 좋겠어요.”

      한 마디로, 앞으로 본당에 나오지 말고 시커먼 신학생들이나 잘 교육시키면서

      청담동 성당을 평생 그리워하라는 말씀이었습니다.

마지막 강론으로 올리신 이 글을 읽다가 이 대목에서 예전 제 모습이 떠올라 웃음이 나왔습니다.

저희 부부에게 예비자 교리를 해 주신 수녀님도  애기 수녀님? 이셨습니다.

왜 애기라 생각하느냐면  지원하고 4년,  첫 서약 후 5 년이 지나야만 종신 서약을 할 수 있다는데

그때까지 종신 서약도 못하시고 이 미국으로 파견되어 나오셨기 때문이었습니다.

영세후 주중에는 성당 사무실 한쪽에서 온갖 성당의 잔무들을 처리하시는 수녀님을 자주 

도와드리게 되었습니다.

미국 성당에서 사무실 한 쪽에 자리를 마련해 주었는데  왠만한 영어는 잘 하시지만 ...

그런데 가끔씩 신자들을 방문하셔야 하는 일이 잦았습니다.

저는 자영업을 하는 남편 덕으로 따로 직장을 다니지 않았기에 낮에는 시간이 많았습니다.

수녀님의 분원은 LA에 있는데 저희 성당은 고속도로로 30분 이상을 운전하고 오셔야 했습니다.

초보 운전자는 상상도 못할 상황인데 수녀님은 매일이 기적! 이라면서 출퇴근을 하셨습니다.

더구나 미국으로 오시기 전에  바로 운전을 배우고 오셨으니...  

자연스럽게 제가 옆에서 도와드리면서

성당에서 이루어지는 모든 전례에 필요한 준비 과정을 지켜보게 되었고

예수님만 향한 수도자의 모습을 옆에서 보면서

때로는 세상을 너무 모르시는 순수함에 안타까운 마음이 들기도 했습니다.

한 번은 이곳 태양이 너무 강하기 때문에 수녀님 얼굴에 트러블이 생기기 시작하셨습니다.

시장에서 파는 로션을 바르신다고 하길래 

제가 백화점에서 파는 썬 스크린이 들어있는 에스티 로더 로션을 사드렸더니 병을 보시더니

어디서 파는 것이냐고 물으시길래 솔직하게 백화점에서 샀다고 했습니다.

물론 절대 사양!

저희 한인 공동체는 조용한 공동체라고 소문이 날 정도로 아주 조용한 성당이었습니다.

연세가 많으신 신부님을 모시는 우리 공동체는 완전히 노신부님을 닮아 있었습니다.

그런 성당에 아기 수녀님이 오시니 전례시기마다 성당의 분위기를 바꾸어 놓으시고,

수녀님이 안 계시던 성당에 수녀님 한 분이 오시니까

방문을 원하시는 환자들과  노인분들도 많아지시고,

교우들의 영어로 된 교적부도 따로 한글로 정리를 하시고...

점심은 아침과 저녁사이에 점을 찍는 것이 점심이라며 쨈을 바른 빵을 한 조각 싸오십니다.

점심을 사드리고 싶어도 외식은 절대 사양이셨습니다.

그리고 그 빵을 싸온 비닐봉지를 다시 접어 다음 날 다시 사용을 하신다고.

저는 초신자라 몰랐지만 수녀님을 모시고 노인 분이나 환자 분들을 방문하면

많은 분들은 봉투를 주시려고 하십니다.

절대로 받지 않으십니다. 

그래서 많은 실랑이가 있었습니다.

그런 수녀님이 딱 2 년을 계시더니 종신서원을 하셔야 하기에 본원으로 들어가셔야 한답니다.

그런데 수녀님의 인사이동은 조용해야 한다는 이유로 떠나시는 날까지 비밀이어야만 한답니다.

저만 알고 입을 다물고 있어야 하니 참 힘이 들었습니다.

마지막 미사에 인사 한마디 하시고 가셨습니다.

그때 바로 제 마음이 바로 저 할머님과 학부모님의 마음이었습니다. 

다른 성당에 나가셔서 신자들에게 시달리지 마시고 아니... 정 주지 마시고...

제발 본원에만 계속 머물러 계시라고 빌었습니다.

초신자인 저의 기도를 들어주셨는지...

정말로 종신서약을 마치신 수녀님은 본원에 수련장이 되시어 수련자들을 맡으셨습니다.

이제 본당을 떠나 신학교에서 후배 양성에 온 마음을 쓰시게 될

방 야고보 신부님,  같은 본당의 후배 신부님에게 쓰신 글을 옮겨 왔습니다.

다들 읽으셨겠지만 ...

이제 신부님은 한 집안을 이끄는 가장이 되셨습니다.

부모가 다 자란 자식에게 많은 것을 기대하는 것처럼

이제 새로운 부임지로 가시게 되면 신부님께서는 사랑 가득한 눈 보다는

기대에 가득 찬 신자분들의 눈을 바라보게 될 것입니다.

사람들은 기쁜 일보다는 슬프고 절망적인 일들을 들고 신부님을 찾아올 것입니다.

여러 가지 문제들을 중재해야 할 것이며 그 와중에 오해와 갈등도 있을 것입니다.

 예를 들어 지나가다 어떤 여성과 이야기를 나누면

신부님은 저 여자만 좋아한다 이야기 할 것입니다.

마치, 며느리를 시샘하는 어머니의 마음으로 말입니다.

신부님은 하느님을 향한 마음으로 결혼을 포기하고 독신의 길을 선택하셨습니다.

자녀가 없는 삶이란 어떠한 측면에서 봤을 때

약간의 자유를 허용하는 것 같지만, 

축하드립니다.

신부님께서는 이제 수백명의 어린이들과 청소년들을 자녀로 두게 되었습니다.

이제 신부님은 100여명이 되는 아이들과 미사를 하고 강론을 해야 합니다.

아이들이 신부님의 이야기에 집중하지 않는다에 부족한 제 전 재산을 겁니다.

나아가 어떤 청소년들은 무신론자의 표정으로 신부님의 미사에 참석할 것입니다.

이 아이들이 신앙을 잃어버리지 않고 하느님께 나아가게 하는 것.

이것은 이들의 아버지인 신부님의 전적인 책임입니다.

신부님은 독신의 길을 선택하셨으므로 당연히 배우자가 없을 것입니다.

그리하여 신부님을 낳아주신 부모님께만 잘 하면

자녀로써의 도리를 다 한 것이라 생각할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축하드립니다.

신부님께서는 이제 수 천명의 시어머니를 모시게 되었습니다.

첫 부임지에 가면 신부님의 목소리, 옷차림, 강론, 나아가 표정까지

많은 분들의 집중 관심 대상이 될 것입니다.

동네 어디를 가도 신자분들의 시선이 신부님을 따라다닐 것이고

사소한 농담이 이곳저곳에서 회자될 수도 있습니다.

이미, 첫 부임지의 정보가 밝은 신자분들은 신부님의 인적 사항을

이미 모두 파악해 놓았을 것입니다.

지금까지의 저의 말들을 요약하자면,

신부님께서는 950명의 형님들을 모시는 막내인데 한 집안을 이끌어나가야 할 가장이기도하며,

수백 명의 어린이들과 사춘기 청소년들을 자녀로 둔,

그런데 시어머니는 수천명을 모시게 된 운명에 처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러한 운명에 처한 신부님을 두고 어찌 제 마음이 저리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그러나 신부님, 이제부터가 저의 진심입니다.

아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신부님 위에 있는 950명의 선배들은 신부님과 함께 걸어가는 형제들입니다.

우리 사제단은 신부님에 앞서 걸어가는 사람들이 아닌 신부님과 함께 걸어가는 이들입니다.

사제단을 대표해서 저는 신부님이 가시는 길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될 수 있다면

무슨 일이든 최선을 다해 도와줄 것입니다.

한 집안의 가장이되어 주변에 수많은 시어머니들이 있을 것이라 이야기했지만

이 또한 걱정하지 마십시오.

이 시어머니들은 신부님의 존재 이유이며 신부님의 생이 끝나는 순간까지

기도와 응원을 보내주실 분들입니다.

이들의 기대가 크다는 것은 기도 또한 클 것임을 의미합니다.

이 기도는 마치 공기처럼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신부님의 삶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하루하루를 지탱해주는 힘이 될 것입니다.

사제의 길을 걸어가는 동안 기쁜 일보다는 슬픈 일이 더 많을 것이고

삶의 밝은 면보다는 어두운 면을 더 자주 보게 될 것입니다.

그러나 그 때에 보이지 않는 곳에서 기도하고 응원하는 시어머니들을 기억하십시오.

신부님의 상본을 두고 습관처럼 묵주기도를 하고 계실 신자분들을 기억하십시오.

아이들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아이들은 때로 부담스럽고 힘든 존재이지만 아이들과 청소년들은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맡겨주신 소중한 선물입니다.

하느님께서는 우리에게 언제나 좋은 것을 선사하시는 분이십니다.

이 선물을 절대 소홀히 하지 마시고 소중히 생각해 주시길 감히 부탁드립니다.

마음처럼 되지 않더라도 이들에게 정성을 다할 때

그들은 존재만으로도 신부님의 성소를 아름답게 밝혀줄 것입니다.

방 야고보 신부님께 축복을 ...

[댕리글라라]

감사합니다

[장미엔젤]

많이 서운하시지요?
늘 보시고 계셨는데...

[NICOLE]

생각이 납니다. 신부님 이 되실때 우리 카사방 님 들과 함께 다녀왔는데 벌써 시간이 이렇듯 흘렀습니다. 잘생긴 신부님 이어서 더 많이 기도했던 기억까지 이제는 과거가 되어 성숙한 신부님 이 되어 계시니 감사할뿐입다. 저 또한 즐겨 읽고 있습니다.

[장미엔젤]

니콜님도 방신부님 서품식에 함께 하셨군요.
우리는 비록 멀리 살고 있지만 이렇게 마음은 모아드릴 수 있습니다.
기도 많이 하시는 니콜님이시니 큰 힘이 되어 드리실테지요.

[산들바람]

어떤 신부님이
첫 주임신부가 되어서
새끼신부가 왔습니다 하시며
신부새끼가 되지않게 도와달라고 하셨대요

어렵게 사제가 됐는데
옷 벗는 분 보면 안타까워요
모든 사제와 수도자 위해 기도합니다

[장미엔젤]

그 신부님 참 유머가 많으신 분이시네요.
맞아요.
신자들이 하기에 달렸지요.
우리는 기도로 힘을 실어드리는 길밖에 없습니다.

[저요]

사제를 위한 기도 잘 안해 송구합니다.앞으로 다시....♥♥♥.

[장미엔젤]

그래도 계속하면 되지요. 우리들은
코로나 백신 잘 맞으시고요...
건강 꼭 챙기시구요.

[가족사랑]

방신부님께서 인물도 훤하시죠. 또한 강론말씀엔 온신경을 집중시킬수 있는 재주도 가지셨죠. ~!!
그냥 본당에 나두시면 안되시는줄 아시는 우리 주님께서. 신학생들 틈속에 감추시는 능력을 발휘하신듯 합니다
본당에 계실때도 신학생들 강의를 맡으셨으니 아마도 신부교수님으로 계시지 않으실까도. ~~
신부님 항상 건강하시고. 신부님께서 가지고계신 지혜를. 나누는곳이 되시기를 기도합니다
가사방님들 기도소리와. 제기도안에 함께 하겠습니다

[장미엔젤]

많은 분들이 기도로 응원을 보내드리니 힘이 나시겠습니다. 신부님.

[모카]

더 크신 제목으로 쓰시려고 예수님께서 신부님을 신학교로 보내셨으니 우리는 기도로서 신부님께 힘을 실어드려야겠지요ㅎ
신부님들은 본당에 계실때가 제일 행복하시다 하시던데요 아쉬우시겠어요ㅠ
건강하시길 기도드리며 신학교에서 하시는일마다 평탄하시길 기도드립니다

[장미엔젤]

어디에 계시든지 분명 행복하실겁니다.
젊은 후배 신학생들과 어울리시는 모습이 상상됩니다.
우리는 그저 기도로...

[孝在마리아]

교수신부님으로 가시는 방신부님께 큰 축하드리오며..
신학대학에서 건강한 몸과 마음으로 주님의 뜻을 잘 펼쳐내시길 기도하옵니다
그렇지만 정든 본당을 떠나시려니 얼마나 섭하실까...옆에서도 마음이 애잔해지네요..
부디 새 임지에서도 보람과 행복 누리시길 비옵니다

방종우 신부님을 위해 글 올려 주셔서 엔젤님께 감사드립니다
언제나 많은 묵상꺼리들을 펼쳐주셔서 그 또한 감사드리네요
늘 건강하시고 주님 은총으로 충만한 사순절 보내시길 응원할께요
고맙습니다, 장미엔젤님~~^^*

[장미엔젤]

고맙습니다. 마리아님.
누구보다도 신부님을 아끼시는 자매님이실텐데요.
만나고 헤어짐은 정말 마음이 아리지요.

그래도 가끔씩은 묵상글을 이곳에서 볼 수 있기를 바래봅니다.
마리아님도 은총의 사순시기를 보내시라고 ...

[오드리]

어느 곳에 계시든 어느 자리에서든
하느님의 사람, 교회의 사람으로서의
사제의 덕목을 잘 실천하시기를 기도드립니다.

[장미엔젤]

좋은 스승님 되시라고 저도 같이 기도드립니다.

[대지(글라라)]

엔젤님의 글을 읽고 방신부님 들을 읽어봤는데 정말로 자랑하실만 하네요
이슬님 행복하시겠어요 저도 기도 보태드립니다 영육간에 건강하시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