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질문입니다. 아침에 답변을 검토하다가 제 실수를 깨달았네요.
요즘에 학교 애들과 매일 이것저것으로 메일을 주고받다보니, 메일 주고받는 김에, 카페도 확인해서 잘못 설명한 부분을 금방 발견하고 정정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희한하더군요. 제가 가르치는 학교 애들은 저하고 메일로 소통해요. 그런데 카톡을 대신해서 메일로실시간으로 대화를 합니다.ㅋㅋㅋㅋㅋㅋㅋㅋ
우리 학교 문법은 형태를 중시합니다.
그러니까, 조사의 정의, 체언에 결합하여 문법적 관계를 나타내는 문장 성분. 이 정의는 조사 중에서 격조사의 정의를 나타냅니다.
그렇다면 목적어라는 문장 성분을 나타내는 것은 체언에 결합된 목적격조사 ‘을/를’입니다.
고민하고 말고 할 필요가 없습니다.
체언에 ‘을/를’이 결합되면 목적어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질문한 예문 같은 경우이죠.
먼저 교육과정과 학교 문법에서에서의 입장을 먼저 살펴봐야죠.
제7차 교육과정 이후 학교 문법은 ‘품사의 통용’을 전폭적으로 지지하고 있습니다.
전성은 ‘A→B’처럼 품사가 바뀌는 것을 말하고,
통용은 ‘A→A, A→B’처럼 ‘A’라는 품사가 A의 기능을 담당하거나 B의 기능을 담당하는 것처럼, 하나의 품사가 다른 품사의 역할까지 담당합니다.
학교 문법은 품사 통용을 수용하여 ‘맘껏을 마셔라’라는 예의 경우, 체언에 결합하는 목적격조사가 ‘부사’에 결합하고 있다는 점에서 ‘을/를’이 목적격조사의 역할을 하지 않고, 부사에 결합하여 ‘강조’의 역할을 한다고 바라봤습니다. 품사는 분명히 ‘목적격조사’이지만, 이 목적격조사가 보조사의 역할을 대신하고 있다고 바라보는 게 품사의 통용 입장의 설명입니다. 그리고 이렇게 품사의 통용, 즉 목적격조사의 보조사적 역할은 학교 문법의 관점입니다.
그러나 표준국어대사전(소소한 이야기의 표준국어대사전의 문제점을 읽어보시기 바랍니다)에서는 학교 문법과 달리, ‘을/를’을 목적격조사로서의 기능뿐만 아니라, 학교 문법에서 보조사적 용법으로 설명하고 있는 것을 보조사로 아예 규정해 버림으로써 기존 학교 문법이 바라보는 관점과 차이를 보입니다. 물론 이런 문제는 생각보다 많습니다. .
그런데 표준국어대사전이 국가 공인 시험 출제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에 대해서 먼저 알 필요가 있습니다.
수능이나 교원임용고사의 문제는 출제자가 근거가 되는 개론서 등을 바탕으로 출제를 하고 표준국어대사전을 통해 검토를 하고, 검토진 또한 표준국어대사전을 고려하여 검토를 합니다. 당연히 표준국어대사전이 생긴 이후에 생긴 현상이죠. 모든 국가 시험에서 '갑'의 위치에 있는 게 표준국어대사전입니다. 이 표준국어대사전이 학자들의 주장과 상당한 '차이'가 있다는 게 문제이죠. 표준국어대사전의 집필자들이 학계에서 여러 가지로 나누어져 있는 주장을, 자신들의 관점으로 규격화시킴으로써 많은 비판을 받은 이야기를 했었죠.
이제 '갑'인 표준국어대사전의 입장을 살펴 보죠.
(1) ‘맘껏을 마셔라
(2) 너는 어쩌자고 혼자 시장에를 갔니?
(3) 아무리 해도 흥분이 가라앉지를 않는다.
표준국어대사전은 체언에 결합한 경우가 아니면 모두 보조사로 보고 있습니다.
당연히 이를 비판하는 학자들은 적지 않습니다. 아니, 무척 많습니다. 어쨌든 표준국어대사전의 관점은 학교 문법의 '품사 통용'을 지지하는 것과 일치하지 않는 관점입니다
이렇게 여러분들이 보는 문법 개론서와 표준국어대사전이 품사를 다르게 보는 경우는 예상 외로 많습니다.
저 또한 학교 문법에서 바라보는 관점은 자세하게 알고 있지만, 표준국어대사전에서 바라보는 경우와 다를 때 혼란을 겪기도 합니다. 그래서 설명의 내용을 수정하게 된 거죠. 특히 품사는 개론서에서 설명하고 있는 것으로는 한계가 있을 수 있습니다.
표준국어대사전이 나오기 전에는 '늦-'을 용언의 어간으로 보고 출제했습니다. 그러나 교원임용고사에서 '늦-'이 사전이 출간된 이후 출제될 때, 출제자는 사전에서 '늦-'을 접두사로 제시하고 있는걸 놓쳤습니다. 이후에 검토 과정에서 발견됨으로써 '늦-'을 용언의 어간과 접두사 모두를 인정하게 됐습니다. 한마디로 '늦잠'을 비통사적 합성어로도 인정하고, 파생어로도 인정하면서 복수 정답을 인정했다는 말입니다.
그때 표준국어대사전에서 접두사로 제시한 걸 발견하지 못했다면, 국가 시험에서 오답이 나올 뻔했습니다.
저 또한 문제를 낼 때 학교 문법의 관점에서 출제를 하지만, 검토를 할 때에는 무조건 표준국어대사전을 찾아봅니다. 학교 문법의 관점을 설명하는 것은 '누워서 떡 먹기'보다 쉽지만, 표준국어대사전에서 다르게 바라보는 경우가 있다는 게 문제죠. 따라서 '을'인 제 입장에서는 '갑'을 의식하지 않으면, 오답을 만들어 낼 가능성이 높아지는 겁니다.
대한민국의 모든 시험에서 개론서의 학자들이 주장하는 논리적인 주장보다, 표준국어대사전이 불친절한 설명 하나가 '갑'인 상태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여러분들도 문법의 논리적인 이해뿐만 아니라, 꼭 사전을 확인하셔야 할 겁니다.
정리를 하면, '을/를'은 학교 문법에서는 '품사의 통용'의 입장을 취해서 목적격조사가 보조사의 역할을 대신한다고 바라보고 있고,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그냥 '보조사'로 보고 있다는 거죠.
따라서 학교 문법의 입장에서 문제를 내고 그 입장에서 답안을 요구한다면, 구체적인 '조건'을 내서 유도할 수밖에는 없다고 봅니다. 그렇지 않다면 '갑'의 보조사가 무조건 요구되는 답이 되죠.
그리고 이런 경우 학자들은 논문 등을 통해 사전에서 제기하고 있는 관점을 비판하는 비판적 주장을 하거나, 아니면 개론서 등에서는 사전의 입장을 수용할 수 밖에는 없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교육과정이 바뀌고 그에 따라 학교 문법이 바뀌면, 똑같은 언어 현상을 바라보는 관점이 바뀌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는 교육과정이 바뀔 때마다 학교 문법의 관점을 다시 재점검할 필요가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표준국어대사전에서 어떻게 바라보는가를 확인해야 한다는 겁니다.
일어나자마자 다시 대답을 검토하다가 오류를 발견하고 수정하게 되었네요.
공부하다가 막히는 게 있으면, 그때그때 질문을 하세요.
다른 사람들보다는 더 정확하게 학교 문법의 관점에서 막힌 걸 뚫어줄 수 있을 겁니다.
수업이 끝나면 바로 집에 오면 되는데, 제 선생님 또는 남학생들과 막걸리 한 잔 마시다가, 막걸리가 소주로, 소주가 맥주로 바뀌어지더군요. 무조건 어떤 경우도 예외가 없이 집에 오면 책상에 붙어 있어요. 습관인가 보죠. 눈은 떠지지 않는데, 이것저것 확인하고 다음날 뭘 해야하는가 계획해 놓은 걸 뽑아놓고, 카페에 질문이 있으면 바로 달거나, 잊지 않으려고 질문을 프린트해 놓죠. 술 마시고 헤롱거릴 때에는 바로 달지 않으려고 하는데...........헤롱거리면서 답변을 달다보면 꼭 실수를 하더라구요.ㅋㅋㅋㅋㅋ.
아침에 그날그날 계획한, 해야 할 일을 점검합니다.
10월 14일, 오늘은 중간고사 문제를 출제하고 중간고사 이후 학교 수업 준비를 미리 하고, 교원임용고사 '읽기[독서]' 문제를 끙끙거리면서 만들 거고, 그럴 일이 없겠지만 혹시 남는 시간이 있다면 제가 끌고 가는 '문법 세미나' 팀 나눠줄 '월인석보' 자료를 다듬어야겠네요.
오늘도 무척 힘들고 부담스러운 날이 될 것 같습니다. 여러분들도 아까운 시간, 후회하지 않게 쓰는 날이 되세요.
첫댓글 정말 정말 감사합니다. 진심으로요. 두시간을 사전 찾아보고 개론서 찾아봐도 답은 커녕 더 혼란만 생기더라고요.. 바쁘시고 지치실텐데 정성스럽고, 시원한 답 감사합니다. 이런걸 사이다라고 하더라구요. 요즘은. ㅎㅎㅎ 복받으실 거예요.
'사이다?' 반 년 전 아프리카에서 돌아와서 한국 남자들의 성매매를 비난하는 글을 카스토리에 썼더니, 일산 선생이 '사이다'라고 썼더군요. 한참 고민했죠. '사이다'가 뭔 말이냐면서ㅋㅋㅋㅋㅋㅋ11월에 쓸 모의고사 문제 초안도 거의 완성되어 가서 정신적으로 여유도 조금 생기고, 학교를 옮겨서 조금 긴장했던 것도 많이 풀려가네요. 아주 조금은 심리적으로 여유로운 상태니까, 공부하다가 끙끙거리지 말고, 궁금한 게 있으면 어떤 영역에 상관하지 말고 질문하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