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에 전화도 오고, 김태성군도 벌써 들락날락 하고
친구에게 게으럼이 다 들어나기전에 한번 가야지 가야지
하는데 마침 처가집이 강릉인 석권균군과, 김지완근이
동행을 하였다.
간밤에 눈이 만만치 않게 와서, 중간에 가다가 돌아오는
수가 생길수도 있겠구나, 가다가 돌아오는 한이 있더라도
약속은 지켜야지,그러다 중간에 내려서 산에 다녀올 수도
있지 싶어 등산복차림으로 나섰다. 그러나 한국도로공사의
제설능력은 이런 걱정을 기우로 만들고 말았다.
강원도엔 지난 9월말에 가고 3개월만이다. 강원도에는 오래
가지 않으면 웬지 고개가 돌려지는 곳, 어쩜 옛날 헤어진
여인처럼 불현듯, 떠오르는 곳이 강원도다. 나는 강원도를
우리나라의 가슴이라고 생각하는 많은 사람들중 한사람이다.
강원도에는 1년에 친구들과 더불어 혹은 혼자라도 1년에
두 세번은 오고야 만다. 이도현군이 강릉에 이제 떡 버티고
있으니, 지나며 전화라도 한번하고 지나가야겠다싶어,지난
9월, 어성전,가마소계곡에 다녀올때 전화를 하였더니,이원장
은 즐겨가는 용평에 있더라.
10시반에 서울을 떠나 쉬엄쉬엄 주변을 바라보며, 그동안
친구들과 밀린 이야기, 옛날 공부이야기, 단팟죽이야기,
자식들 이야기, 친구들 근황을 이야기 하면서, 담소의 즐거움
을 만끽하는데 벌써 2시반 강릉이다.
이도현원장이 개업하고 있는 금학동 국민은행 맞은편은 시내
중심가였는데, 강릉에 처가가 있는 석권균군의 이야기로는,
이도현군의 성형외과는 강릉및 인근지역에서 성가가 높은 병원
으로 알려져 있다 하였다. 수술복차림으로 우리를 반갑게 맞은
이도현군은 나이도 들지않은 30대 모습, 젊은이들을 자주 봐서
그런지 모습이 젊어 보여, 그 건강한 젊음이 부러웠다.
풍랑이 심해, 배가 출어를 하지 않아, 좋은 고기가 없겠지만
바다파도 모습을 보자하며, 해변가의 소로를 따라, 주문진까지
가는 도중에 집채같은 파도가 해변을 때리고, 포말이 튀기는
겨울바다의 장관은 우리 육지사람들의 가슴을 뛰게 하였다.
파도여 파도여, 그대의 힘은 어디에서 비롯되는가?
포구의 어장에 가보니, 출어를 하지않아 싱싱한 고기들은 없고,
이도현원장이 자주가는 횟집에 가서 복어튀김과 이원장의 비법
초장(고추장+사이다+설탕2스푼+마늘으깸)과 소주6병을 가볍게
마시면서 젊은 오빠 이원장의 아버님이 교사였다는 사실,의성
에서 대구에 유학와 명덕국민학교 시절 이창동군의 짝꿍으로서
만화를 그려주는 창동군의 창작열 이야기, 경고,경북의대를
거쳐, 서울 메디칼센타 성형외과를 지원했던 운 좋았던 시험
이야기, 그후의 강릉 개업후 16년 이야기를 들으며, 그리고
석권균군의 강릉에서의 공군장교시절, 낚시이야기, 대선이야기
를 나눈다. 세월은 이리도 빠르구나!!!
술을 깨기 위해서 노래방에 가서 노래를 부른뒤에 조금은 말끔
한 모습으로 자리를 이원장의 제실겸, 별장으로 옮긴다. 어여쁜
, 교양이 넘치는 같은 고향에서 자라난 부인이 반갑게 반긴다.
이렇게하여 12시간 짜리, 친구찾아 강릉천리길의 대장정은 제3
라운드가 시작된 것이다. 대선개표의 정당성, 1인1표 선거제의
맹점, 자식과 부모의 바람직한 관계설정,그리고 김태성군과의
만남이라는 소재를 놓고, 노변정담을 나누는데, 배울것도 많고,
시간도 짧더라.김태성군이 갖다 놓았다는 발렌타인과 맥주로
만든 폭탄주가 몇순배를 돌았는지 발랜타인이 이윽고 다 비워
졌을때는 새벽 3시에서 4시, 바깥은 올해 최고로 추운날씨지만
친구들의 자리는 아늑하고 정갈하고 진지하고 맑았다.
친구집에서 자면 서로가 불편한데 그동안 친구라는 끈으로 만난
자리가 아쉽다는 마음으로 이야기가 좋고, 분위기가 좋고,열심히
살아온 친구들의 모습이 아늑하여, 그만 집을 나설수가 없었다.
다음날 목욕탕에 가 숙취를 달래고 두부찌개로 해장을 한뒤,맑은
공기를 가득 들여쉬고, 친구와 작별을 하고, 강릉을 떠난다.
4시까지 마시고 6시간 잔 후지만 그래도 차는 번갈아 몰아야지.
서울에 접근하는 데 원주서부터 조금씩 막히더니 여주에서 많이
정체가 되어 국도로 나와 이천의 곤지암으로 빠진다. 서울도착
4시 10분, 차가운 겨울날씨 속의 강행군이 끝나고, 집에 돌아
온다. 그렇게 피곤하지 않다. 밤을 거의 새웠는데. 분위기가
좋고 공기가 좋고 마음이 편하고, 주인이 편하다보니 객들은
편한 마음으로 다녀왔다. 다음주는 대구 청도식당에서 이태근
고문,황재호군및 3-7반에서 김태성군 환영모임이 있다는데. 또
어떤 해후가 될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