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섬에서 한달만 살자 그리움이 없어질 때까지 뜬눈으로...
인천 신도-시도-모도 여행 10.9.19
신도(信島),시도(矢島), 모도(茅島)는 인천항에서 북서방향 18km, 강화도에서 남쪽 5km 해상에 위치한 세개의 섬군이다. 영종도 백운산 정상에 오르면 이들 섬이 마치 병풍처럼 바다를 막고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인천광역시 옹진군 북도면에 속해 있으며 영종도 삼목선착장에서 배로 10분 거리에 위치해 있다.
북도면은 신도, 시도, 모도 및 장봉도 등 4개의 유인도와 10개의 무인도로 이루어진 도서지역으로 신석기 시대부터 사람이 살기 시작하여 고려시대에는 강화도호부에 속해 있었다. 행정구역은 1995년 3월 경기도에서 인천광역시로 편입되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 신도, 시도, 모도는 특히 세개 섬이 연도교로 이어져 있어 배없이 자유롭게 왕래할 수 있으며, 인천국제공항에서 3km 인접거리에 있어 수도권에서 쉽게 찾아갈 수 있는 종합관광휴양지이다.
이들 세개 섬에 가려면 영종도 삼목선착장에서 배를 타고 건너야 한다. 삼목선착장에서는 아침 7:10분부터 매시간 10분에 신도로 출발하며 10분이면 건널 수 있다. 여객선 중 세종7호가 제일 큰 규모로 승선가능인원은 228명이다. 대형버스 등 모든 차량승선이 가능하다. 요금은 왕복 3,600원인데 출항시 내지않고 신도에서 돌아올 때 왕복요금을 받는 것이 특이하다. 자동차를 가지고 갈 경우에는 일반 승용차 20,000원, 12인승 이하 승합차 28,000원이다. 신도에서 삼목항으로 돌아오는 여객선은 아침 07:00부터 오후 6시까지 매시 30분에 출발한다. 북도면 소속의 장봉도 역시 삼목선착장에서 출발하는데 신도, 시도, 모도와는 달리 연도교가 없으며 신도선착장을 경유한다.
신도 섬은 처음 가보는 곳이라 안내산악회를 이용했다. 1일 비용이 15,000원, 비용이 쌀 뿐 아니라 안내자가 함께 가기 때문에 처음 가는 사람들에게는 안내산악회나 안내여행사를 이용하는 것도 좋다. 신사역 5번 출구에서 7시 30분에 출발한다. 일기예보를 들으니 전국적으로 비가 온다고 하는데 먼 섬이 아니라서 계획대로 신사역으로 나갔다. 신사역에서 불과 1시간 만에 삼목선착장 도착, 인천공항 도로를 이용하니 이처럼 편리하고 빠르다.
삼목항에는 마치 극장영화 광고판을 연상시키듯 드라마세트장 광고판이 터미널 건물벽에 가득하다. 시도에는 ‘풀하우스’, ‘슬픈 연가’ 드라마세트장이 있고 장봉도에도 ‘홍콩익스프레스’세트장 등이 있기 때문이다.
여객선을 타니 비가 조금씩 내리기 시작한다. 갈매기 떼가 우리 일행을 반긴다. 삼목선착장 앞 바다건너에는 신도가 보인다. 신도선착장 뒤로 구봉산이 누워있다. 해발 178m밖에 안되는 아담한 산이다.
신도, 시도, 모도 간에는 공용버스가 운행하는데 신도선착장에서 매시 30분에 출발한다. 신도선착장에서 모도기점까지 20분 소요. 운행방향에 따라 2개로선이 운행된다. 각 노선별로는 두시간 마다 시간을 달리하여 출발한다.
도보여행으로 세개 섬을 돌아보는 방법은 신도선착장에서 신도 구봉산-신시도연도교-시도 뚝방길-시도 슬픈연가 세트장-시도 풀하우스 세트장-시모도연도교-모도 조각공원까지 간 후 매시간 운행되는 버스로 신도선착장으로 돌아오는 방법과, 반대로 모도 조각공원으로 먼저 가서 조각공원을 둘러본 후 시모도연도교-시도 풀하우스 세트장-시도 슬픈연가 세트장-시도 뚝방길-신시도연도교-신도 구봉산-구봉정-신도선착장으로 원점회귀하는 방법이 있다. 우리 일행은 후자의 방법으로 모도에서 시도를 거쳐 신도 구봉산을 넘어오는 원점회귀방법을 택했다. 어느 방법을 택하든 소요시간은 점심시간 포함 천천히 걸어서 3시간 반-4시간 정도 걸린다.
배미꾸미 조각공원 입구에는 송학수련원이 있다. 수련원 마당에 텐트를 치고 캠핑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여유로워 보인다. 이곳에서는 누구나 사전예약만 하면 캠핑을 할 수 있다. 요금은 1박, 텐트 1개에 25,000원. 시간 있을 때 이곳에서 캠핑을 하면서 섬생활의 여유를 즐겨보고 싶다.
송학수련원을 지나 막다른 길에서 우측 비탈길을 넘으면 바로 조각공원이다. 배미꾸미해변에 위치한 이 조각공원은 조각가 이일호씨가 개인 작업실 겸 건물을 짓고 앞마당과 해변가에 작품을 전시해 놓은 것으로 모든 조각품들이 남녀 성(性)과 관련된 작품인 점이 특이하다. 이른 바 '에로티시즘' 조각의 집합공원이다. 이들 작품들은 특히 해변가에 위치해 있어 바다와 절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다. 작품도 매우 다양하다 '잠자는 누드공주' 조각도 있고 남녀포옹이나 성행위 장면을 조각한 작품들도 보인다.
조각공원에서 약 50분 정도 구경하고 해변가 카페에서 휴식도 취한 후 시모도연도교로 되돌아온다. 시도-신도로 가는 본격적인 도보여행은 이곳 연도교를 건너서부터다.
배낭을 챙긴 후 잠시 바다를 바라본다. 오전 물빠진 바다는 주인 떠난 폐가처럼 초라하다. 연도교 아래 회색빛 갯벌에는 낡은 배 한척만 낮잠을 자고 있다. 발가벗긴 채 숨죽이고 있는 저 바다밑 세계. 그 속에는 여전히 수많은 생명체가 숨어 있겠지. 그리고 곧 다가올 밀물의 함성을 기다리고 있겠지.
연도교를 건너면 바로 좌측에 노르메기 버스정류장이 보이고 조금 더 가면 좌측으로 산책로가 나타난다.
산책로를 따라 조금 오르면 우측으로 바다 전경이 펼쳐지고 들머리에서 약 8분 정도 완만한 길을 오르면 좌측에 개인 집이 보인다. 개인 집에서부터는 내리막 길로 마을로 이어진다. 마을 길을 따라가면 좌측에 한국전력 북도주재소가 보인다.
한국전력을 지나 좌측 길로 따라가면 그 다음부터는 계속 시멘트길이다. 좌우에는 포도밭, 고구마밭도 보이고 멀리 전면에는 황금빛 들판이 나타난다. '영화속펜션'이라는 이름의 펜션을 지나 '풀하우스'와 '슬픈연가' 드라마촬영장 이정표를 따라 계속 가면 갈림길이 나온다. 좌측은 풀하우스세트장, 직진하면 슬픈연가 세트장 방향이다.
풀하우스 세트장과 슬픈연가 세트장은 모두 수기해변가에 위치해 있다. 갈림길에서 좌측으로 비스듬한 고개를 넘으면 풀하우스 세트장과 수기해변이 보인다. 2004년 7월부터 9월까지 KBS에서 방영된 '풀하우스'는 인터넷소설가인 한지은(송혜교)이 이영재(비)와 이곳 풀하우스에서 아기자기한 사랑이야기를 펼친다.
풀하우스 세트장에서 우측 해변을 따라 언덕을 오르거나 갈림길로 되돌아와 직진하면 하얀 집이 보이는 데 이곳이 슬픈연가 세트장이다. 2005년 초 MBC 드라마로 극중 이건우(연정훈)의 별장으로 등장하여 준영(권상우)과 혜인(김희선)이 찾아와 아름다운 사랑을 나눈 장소이다.
슬픈연가 세트장을 둘러본 후 다시 신도로 건너가는 길이 애매하다. 일단 풀하우스 세트장으로 가는 갈림길까지 되돌아 나와 우측 뚝방길로 들어서야 한다. 갈림길삼거리에서 정면으로 보이는 건물 우측으로 '버스진입 금지', '진입 50m'라고 표시된 조그만 팻말이 보인다. 그길로 따라가면 우측으로 긴 뚝방길이 보인다. 뚝방길 좌측은 신도와 시도 사이의 바다갯벌이고 우측은 염전이다.
뚝방길을 10여분 정도 걸으면 신시도연도교에 이른다. 신도와 시도를 이어주는 다리이다. 연도교 끝에는 준공비가 세워져 있다. 2005년 12월 20일에 준공된 것으로 쓰여져 있다. 이곳 연도교에서 우리 일행이 다녀온 모도 조각공원까지는 큰 길로 가면 3km 거리이다.
신시도연도교를 건너 신도에 들어선다. 우측으로 큰 길을 따라가면 2km 거리에 신도선착장이 있다. 우리 일행은 구봉산 등산을 위해 우측 큰 길로 가지않고 신도3리 방향으로 직진했다. 연도교에서 직진하여 조금 가면 '메르메종펜션' 이정표가 보이고 그 옆에 '구봉산'이라고 표시된 이정표도 세워져 있다.
이정표 방향을 따라가면 길끝에 삼거리가 나타난다. 삼거리에서 좌측으로 가다 중간에 우측 숲길로 들어서야 한다. 이곳에는 특별한 이정표가 없기 때문에 좌측 큰길로 계속 잘못가기가 쉽다.
구봉산은 178m밖에 안되는 나지막한 산으로 흙산이다. 비가 계속 쏟아지니 등산로가 완전히 진흙길이다.
들머리에서 10분 정도 숲길을 오르면 차가 다닐 수 있는 임도가 나타난다. 이정표를 보니 신시도연도교에서 420m 올라온 거리이다. 좌측 90m 거리에 성지약수터가 있다.
성지약수터를 지나 130m 정도 계속 오르면 다시 이정표가 나타난다. 직진하면 600m 앞에 구봉정이 있고 우측은 구봉산 오르는 길이다. 이곳에서 구봉산 정상까지는 230m 거리. 정상쪽으로 방향을 잡는다.
구봉산은 얕은 산인데도 숲이 꽤 울창하다. 마치 깊은 원시림에 들어선 기분이다. 섬산이라 사람의 발길이 많지않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갈림길에서 10분 정도 오르면 구봉산 정상이다. 정상에는 표지석이 없고 산불감시초소 같은 누각만 서 있을 뿐이다. 깊은 숲속이라 전망도 없다.
구봉산 정상에서 좌측으로 제법 가파른 길을 550m, 10여분 내려가면 넓은 공터에 육각정이 보인다. 이 정자가 구봉정이다. 비가 계속 내려 시야가 좋지않다. 정자에 앉아 커피 한잔 들면서 잠시 여유를 찾는다. 구봉정은 지나온 구봉산 갈림길에서 직진해도 되고 구봉산 정상을 오른 후 좌측으로 내려가도 만난다.
구봉정은 비록 정상은 아니지만 이곳에서 내려다 보는 주위 전경이 절경이다. 우측으로는 바다와 섬이 그림같이 펼쳐져 있고, 좌측으로는 멀리 산 아래 마을과 황금빛 들판이 보인다.
구봉정에서부터는 계속 완만한 내리막길이다. 차량이 다닐 수 있는 임도를 약 20분 정도 내려가면 신도1리와 신도2리 갈림길이 나온다. 이정표를 보니 신도1리는 우측으로 350m, 신도2리는 좌측으로 400m 거리로 표시되어 있다.
직진 방향으로는 이정표가 없지만 이길이 가장 빠른 하산길이다. 산악회에서 걸어놓은 붉은 리본을 보고 따라간다. 능선을 따라 5분 정도 직진하면 좌측으로 묘지로 가는 내리막길이 나타난다.
묘지를 지나면 시야가 트이면서 들판과 함께 바다가 보이기 시작한다. 멀리 우측 큰길에는 ‘선착장가는 길’이라고 쓰여진 도로 위 이정표도 보인다.
드디어 구봉산 날머리이다. 큰 길 옆에 구봉산이라고 쓰여진 조그만 이정표가 세워져 있다. 시모도연도교 산책길 들머리에서 이곳 신도날머리까지 점심시간 포함 여유있게 약 3시간 반 걸렸다. 요즘 산이나 섬에서 둘레길이 유행인데 이곳 신도-시도-모도 트레일도 산책로로 상당히 매력있는 코스이다. 둘레길이라기 보다는 구봉산을 넘는 종주산책길이다.
도로 위 신도선착장 이정표를 보면서 큰길로 15분 정도 걸어가면 신도선착장이다. 좌측에는 마을 뒤로 우리일행이 넘어온 구봉산 능선이 한눈에 들어온다.
비가 계속 세차게 쏟아진다. 가을비를 맞으며 걷는 느낌도 괜찮다. 선착장에 도착하여 배표를 산 후 광장옆 포장마차에서 소주 한잔에 배시간을 기다린다. 소라 한 그릇에 15,000원, 양이 제법 많다. 소라 속살을 빼먹는 재미가 쏠쏠하다. 맛도 있고 바다를 바라보며 술잔을 기울이는 낭만도 있다.
언제와도 역시 섬은 좋다. 그리움이 출렁이는 곳. 섬은 마음의 고향이다. 섬에서는 잠시나마 세상사를 잊게 해주고 마음을 비워준다.
우리나라의 대표적 원로시인이며 우리나라 섬 중 1,000개 이상을 방문해 ‘섬시인’으로 불리워지는 이생진 시인은 왜 그렇게 섬을 좋아하느냐는 질문에 ‘저 산 너머 또 너머 저 멀리 모두들 행복이 있다 말하기에...'라는 독일의 시인 칼 붓세의 시를 들려주곤 한다. 이 시를 필자 나름대로 ‘저 바다 건너 또 건너 저 멀리 외딴 섬에 모두들 행복이 있다 말하기에...’로 바꿔 읊어본다.
이생진 시인은 섬을 낙원이라고 말한다. 또 자신은 '물위에 뜬 섬'으로 표현하기도 한다. 과연 섬은 낙원일까? 저 바다 건너에 우리가 꿈꾸는 행복이 기다리고 있을까?
저 섬에서
한 달만 살자
저 섬에서
한 달만
뜬눈으로 살자
저 섬에서
한달만
그리운 것이
없어질 때까지
뜬눈으로 살자
이생진 시인은 그의 시 '무명도'에서 이렇게 노래했다.(글,사진/임윤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