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대를 주름잡던 코메디언 정부미 아저씨처럼 쳐진 눈과 얼굴이 역삼각형이라 별명이 트라이앵글, 게스(Guess 마크가 역삼각형이다)인 나는 참고로 여자다.
생긴 것도 워낙 생긴 거지만.. 허벅지는 말할 것도 없고 발목이 없어 난 일명 "아톰 다리", 또는 "코끼리 다리" 라는 별명을 사춘기 시절 내내 달고 살았다..
게다가 난 머리두 조금 크다. 예쁜 애들 밝히는 동아리 남자애들은 항상 울 동아리에는 머리 큰 애들이 많다고 투덜거리는데..
그 중에서 내가 제일 큰 것 같다..
언젠가 중학교 1학년때 혼자 시장에 엄마 심부름을 가는데
놀이터 앞 날라리 남자애들이 "대가리 공주 간다! 대가리 공주~~ " 라는 말을 들었다.
"대가리"라는 말을 "대간"이라고 잘못 듣고 날 보고 "공주" 라길래
그저 칭찬인줄 알고 쟤 네가 나를 찍었나 보다 하고 생각했다.
다음날 학교에서 애들한테 자랑처럼 말했다.
"야! 일루 모여바바! 내가 어제 놀이터 앞에 지나가는데 애들이 나보고 공주래.. ㅋㅋㅋ
야. 삼한시대에 대간? 이라는 나라가 있었냐? "
하고 물었는데.. 애들이 웃느라고 다들 쓰러져 버려서 그 다음날부터는 절대 시장에 가지 않았다. 이런 내 콤플렉스는 고치고 싶어도 절대 고쳐지지 않았다...
왜냐면.. 그 콤플렉스의 원인은 모두 뼈니까..
그래서 98년. 여름방학을 맞아 난 엄마에게 성형수술을 해달라고 단식투쟁에 돌입했다.
경상도 사투리 절대 안 고쳐지는 신신애를 닮은 우리 엄마는 한마디 했다.
"호강이 만발해서 요강에 똥을 싸그래이~~ 니가 발목을 짜를 끼가, 머리통을 짜를 끼가.... "
그럼 난........ 할말 없다..
내가 남자친구가 생기지 않는 이유는 일단 외모였지만..
엄마 말대로 발목 자르는 수술이나 머리통 쭐이는 수술은
아직 현대 의학이 어쩔 수 없는 것은 맞긴 했다.
그래서 나는 차선책을 골라따.
"그럼 엄마 나 이빨 교정해줘~! 이게 머야! 오징어두 제대루 못씹고..
이 좋은 스무살에.. 엄만 내 이빨 보고도 불쌍하지도 않아? 흐흐흑..."
눈물이 흘러내렸다. 갑자기 인생이 서글퍼졌다. 왜 생긴 걸루 이렇게 괴로워야 하는지...
난 약간 턱이 돌출이다. 맞물림이 잘 안 맞아서..
그래서 인지 이빨이 금새 썩어 금이빨만.. 7개다.. 아래 4개.. 위에.. 3개..
이빨썪는 건 그렇다 치고.. 입을 꽈악..
다물어도 아랫니와 윗니가 안 닿는 이빨들은 모두들..
톱날이빨이다.. 그럼 또 공부해보자.
톱날이빨이란...
말 그대로 나무 자르는 톱의 칼날처럼 (삐죽삐죽 무섭게 삐죽삐죽) 거리는 이빨이다..
개도 아니고, 악어도 아니고.. 여자 이빨이..
이빨마다 톱날이빨이라고 생각해본다면.. 그게 만약 당신들이라면 기분 어떨지...
근데 우리집은 어릴 적부터 가난해서 교정을 할 돈이 없었다. 꾹 참고 그냥 생긴 대로 살아야지..... 그게 부모님께 효도하는 거야.. 하고 생각하지만..
그러면서도 이빨만 보면 자다가도 벌떡벌떡 일어난다. 게다가 고딩때 짝궁이 나에게
"야! 니네 집 부잔가 부다.. 넌 벌써 금니가 일곱 개나 있네.."
하는 말이 가끔 떠오르면 벌떡벌떡 일어나는 것도 모자라 동네를 뱅뱅 돌고 와도 잠이 안온다.
내가 이빨 때문에 잠이 안 오게된 사연인 즉..
1. 이빨이 아파서 치과에 갔다.
2. 치과선생님이 신경치료까지 모두 다 해줬다.
3. 금니만 씌우면 됐다.
4. 어느날 갑자기 우리집에 조폭 반지를 낀 아저씨가 의사선생님이라고 앉아있었다.(알고보니 돈 아낄려고 엄마가 데리고 온 야매 이빨 아저씨였다.)
5. 야매넘은 자신이 예전 가수 송대관, 태진아, 설운도 등의 메니져를 하다가 쫄딱 망한 뒤 공부해서 야매를 한다고 말하며 울었다.(사기였다. 근데 울 엄마 진짠 줄 알고 따라 울더라.)
6. 야매넘은 무진장 큰 뺀찌, 드릴 같은 걸루 내 이빨을 갈려고 했다.
7. 나는 있는 힘껏 도망쳤다.
8. 결국 야매넘과 엄마, 아빠에게 붙들려 내 이빨을 맡겨따.
9. 두 달 뒤.. 야매 넘이 갈고, 씌운 이빨들이 모두 잘못 되어 다시 치과를 갔다.
10. 난 일곱 개의 금니로 도배를 했다.
11. 엄마는 두배로 돈 썼다고 펑펑 울었다. (정작 울 사람은 나였다. 이 이빨로 어떻게 세상을 살아갈지.. 그 때 내 나이 열일곱이였다....)
결국 내 몸 어느 구석구석 하나하나마다... 제대로 된 데가 없다.. 뭐 좀 고쳐보고 싶어도 돈두 없지만.. 돈을 떠나서. 손볼데가 하두 많아서 안 된다"
이런 아픔 많은 내가 지금 추한 내 모습까지 들춰내면서 글을 쓰는 이유는......
우연히 본 "클래식"이라는 슬픈 영화를 보고 나서.. 내 연애이야기가 하고 싶어져서 였다...
한 사람을 사랑하는 마음만은 누구보다 열정적이었는데.. 외모가 따라주지 않아 표현도 못하고 끙끙 앓던 내 쉽지 않은 연애 얘기를 말이다...
해를 거슬러 올라.. 99년 8월.... 비오는 날 노원역을 찾은 것은.. 순전히 소개팅 때문이다. 남들은 소개팅? 하면 그게 뭐 별거냐? 하며 웃어넘기겠지만... 이런 몸매를 지닌 내가 첫 사랑에 종지부를 찍고 1년 내내 독수공방 하다가..
애들에게 떡볶에 사다 바치고, 선배들에게 "하나 좀 해줘봐~~ 해줘요~~" 후배들에게 "니들은 충성팅도 모르냐? 선배가 외로우면 충성팅이라두 해져야지~~" 하며 뾰족한 턱으로 찍어가면서 거의 구걸 수준에 이르기까지 쫄라 6개월만에 겨우 만든... 아니..
겨우 건지게 된 소개팅이었다... 결코 늦고 싶지는 않았지만, 비오는데 처음 소개팅에 뽀다구 안 나게 스리 집안에 아빠 우산밖에 없는 것이다.
참고로 아빠우산에 관한 공부다.
내가 말하고 싶은 아빠우산이란.... 양복쟁이 회사원들이 쓰는 아빠우산이 아닌....
길이가 무지 길고.. 지팡이 같이 생긴 것, 하지만 절대 앞에 우산 촉이 플라스틱으로 감싸여진게 아닌..
1. 아빠가 술취해서 우산으로 하수구 짚고 걸었다.
2. 우산 플라스틱이 하수구 구멍에 끼었다.
3. 아빠는 술김에 우산 세게 잡아 당기다가 플라스틱 빠졌다.
4. 우산 꼭지는 굵은 철사가 뾰족했다. 사람 찔러 죽일 것 처럼 보이는 무서운 쇠가 마치 80년대 건물 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안테나처럼 솟아 올라 있었다. ...
처음 하는 소개팅이라 우산을 사고 싶었지만... 우산을 사기엔 내 주머니엔 아버지가 삼일전에 주신 만원이 전부였다. 그 만원은 보통 만원이 아니었다. 하루 용돈 3천원인 전부였던 대학 2년생.. 나.. 소개팅이 있는 오늘을 위해 4일동안 점심까지 쫄쫄 굶어가며 혹시라도 소개팅에서 남자애가 내 얼굴보고 나가버릴까봐.. 차 값 이라두 낼려구 가지고 있던 돈인디.....
그래서 스타일 구김에두 불구하고, 아버지 우산을 들고 나갔다. 지금 생각하면 그때 당시 유행하던 스타일이 정말 싫었다.
98년 여름이다. 그 소개팅이 있던 날은....
그러니까..엄정화의 포이즌이 유행하고, 김현정이 그녀와의 이별이..
유행하던 때... 딱 달라붙는 정장 바지가 여성들에겐 히트를 치고 있던 여름이다.
난 첫 소개팅에 꼭 성공하고 싶어 언니가 새로산 타이트한 검정 바지를 입었다.
머리는.. 머릿결이 안 좋은 관계로 풀수가 없어 어쩔수 없이 틀어 올렸다. 머릿결에 대해 말하자면 또 끝도 없다.
난 드라이를 안 하면 80년대 일명 "자존심 머리"가 된다.
가수 이상은이 "담다디" 할 때 자주 하던 앞머리 말이다.
앞 가르마일 때는 숫자 3 자 엎어 놓은 것처럼 되고, 옆가르마 일 때는 영어 스펠링 E 의 필기체처럼 된다...
좋다! 머릿결에 관한 에피소드 하나를 큰 맘 먹고 밝히겠다.
1. 중 1때.. 난 공부 잘하는 모범생이었다.
2. 아침에 일어나 등교시간 늦어서 뛰어갔는데 교문에서 왕 꼽실머리 생활부가 잡았다.
3. 생활부 왈 "야! 너 머리 파마했지?"
4. 나 왈 "아냐! 야! 나 파마 안 했어! 정말이야(착하게)"
5. 생활부 왈 "야! 그럼 너 머리 무쓰 발라써? (다리 떨며.. 아주 교만한 태도로 내 앞머리 만지며) 야! 근데 앞머리가 왜 이렇게 섰어?"
6. 나 왈 "야! 아니라니까..."
7. 생활부 왈 "아니긴 뭐가 아니냐?"
8. (너무 열받은 상태에서) 나 왈 "야! 너 되게 웃긴다. 우끼고 자빠졌네! 내가 파마 했으면 니두 파마 했네! 니는 나보다 더 심하잖아!"
9. (당황한) 생활부 (울면서 학생부 선생님께 달려가) "선생님.. 흐흑.. 저 애가 저한테 막 뭐라고 해요.. 제가 머리에 뭐 발랐다고 했더니.. 저보고 남으래요....흑.. 흑.. 저.. 무서워 죽겠어요.."
10. 학생부로 끌려가 엉덩이 다섯 대 맞고, 이름 적히고 1교시두 못 들어간 채 한시간 동안 손들고 있었다.
과거 이런 머릿결이기에 앞머리는 무스로 좀 가라 앉히고, 틀어올렸는데....
쉽게 말하자면.. 엄정화가 "배반의 장미" 할 때 머리라고 생각하면 된다.
하지만 내 얼굴은 절대 엄정화가 아니다...
배반의 장미 머리를 하고, 포이즌할 때 입는 스타일의 바지를 입고, 구청 벼룩시장에서 500원 주고 할머니에게 산 옛날 정장가방을 메고, 아버지 우산을 들고..
지하철을 탄 나는.. 울 뻔 했다...
엉덩이가 자꾸 바지를 먹었다.. 그래두 난 검은색이니까 괜찮을 줄 알고 입었는데.....
내 엉덩이는 소도 때려잡을 만큼 힘이 쎈, 경남 하동군 북천면에 지금도 살아계시는 친할머니를 쏙 빼닮아서 펑퍼짐하고, 허벅지 근육이 아주 제대로다..
지하철을 탄 사람들은 이상한 우산 들고 바지 먹힌.. "배반의 장미" 엄정화 머리를 한 나를 보며 자꾸 킥킥 댔다.... 처음하는 소개팅 날인데... 내 이상형의 그 사람이 나오는 줄도 모른 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