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궐(宮闕)
궁궐(宮闕)은 오늘 날 ‘임금이 거처하는 집’ 을 나타내는 하나의 단어다.
그러나 어원(語源)은 궁(宮)과 궐(闕)-두 단어의 합성어다.
궁(宮)
한자원류자전(漢字源流字典)에 나오는 궁의 옛 글자 형태는 다음과 같다.
왼쪽부터 갑골문, 금문(金文), 전서(篆書)
석명(釋名)(*중국 최초의 사전)에서 궁(宮)의 해석은 다음과 같다.
‘궁(宮)은 궁(穹)이다. 가옥이 담 위로 우뚝 보이는 것이다.’
요약하면 궁(宮)은 ‘울타리로 둘러 싸인 크고 높은 집’ 으로
중국 한(漢)나라 이전에는 일반 가옥에도 썼으나
한대(漢代) 이후부터 임금이 사는 곳만 한정하게 되었다.
오늘 날 민간에서 시신을 넣는 관(棺)을 재궁(梓宮),
무덤 옆에서 제사를 준비하는 집을 재실(齋室) 또는 재궁(齋宮)
이라고 하는 바, 고대에 일반가옥에도 궁(宮)이란 말을 썼던
유습(遺習)이 아닐까 한다.
궐(闕) : que (1성)
아주 옛날 그러니까 원시시대 까지 거슬러 올라가 촌락 입구
양 옆에 방어를 목적으로 한 망루(罔樓)에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중국 한(漢)나라 시대에 왕궁 정문 양 옆에 축대를 높이 쌓고
그 위에 누관(樓觀)을 세워 권위와 장엄함을 더 하였으니,
궐(闕)이란 명칭이 여기서 나왔다..
아래 사진은 언더우드가 1904년에 찍은 경복궁 동십자각이다.
지금은 삼청동 들어가는 길 복판에 외로이 떨어져 있지만
조선 시대에는 경복궁 담과 붙어 있었다. 이 십자각이 바로 아득한
옛날 망루에서 비롯된 궐(闕)의 잔영(殘影)이다.
전당합각재헌루정 (殿堂閤閣齋軒樓亭)
홍순민 씨는 (명지대 교수; 한국사) 저서(著書) ‘우리 궁궐이야기’ 에서
궁 안의 건물을 전당합각재헌루정 (殿堂閤閣齋軒樓亭)으로 구분하고
격의 고하를 위 나열 순 이라고 하였다.
대체로 일리가 있는 이야기로 이제 하나하나 살펴 본다.
전(殿)과 당(堂)
설문해자에 ‘堂 : 殿也’ 즉 당(堂)은 전(殿)이다 라고 하였으니
전(殿)과 당(堂)은 옛날엔 별 구분 없이 쓰인 듯도 하다.
어쨌든 지금은 격(格)의 차이가 있어 전(殿)이 건물이름 중
가장 격(格)이 높아 왕, 왕비(중전(中殿), 대비(자전(慈殿)가
있는 건물에만 붙인다. 세자(世子)만 해도 전(殿)을 붙이지 못하였다.
예로 경복궁에서 동궁(東宮) 건물이름은 자선당(資善堂), 비현각(丕顯閣)이다.
부처님을 모시는 곳은 대웅전(大雄殿) 적광전(寂光殿) 미륵전(彌勒殿)
서원이나 향교에서 공자님 등 옛 성인을 모신 곳은 대성전 (大成殿)
등 전(殿)을 붙이지만, 사람이 있는 곳은 조사당(祖師堂) 명륜당(明倫堂)
하듯이 전(殿)을 붙이지 못하였다.
전(殿) :
다음은 전(殿)의 전서(篆書)형태다. (한자원류자전(漢字源流字典)
자원(字源)을 살피면 글자가 생겨 날 때는 회의(會意)문자로
신후고타성(身後敲打聲) : 몸 뒤에 뭘 두드려 소리 낸다는 뜻이었다.
나중에 변하여 사람들이 활동하는 큰 집 (高大堂屋)이 되고,
다시 더 변하여 신불(神佛)에 공양하는 곳 또는 임금이 정사를
돌보는 곳이 되었다.
궁궐에서는 보통 정전(正殿), 편전(便殿), 침전(寢殿) 세가지로
용도별 분류를 하였다.
그 외 진전(眞殿)은 임금의 어진(御眞-초상화)을 모신 곳 이고
혼전(魂殿), 빈전(殯殿)은 민간의 빈소(殯所) 개념이다.
당(堂) :
전서(篆書)형태는 다음과 같다. (한자원류자전(漢字源流字典)
자원(字源)을 살피면 땅을 높고 판판하게 고른 위에 (高大方形土臺)
높고 큰 집을 짓는 것을 (上建高大的正房) 말한다.
전(殿)보다 격(格)이 하나 떨어져 민간에서도 쓸 수 있었다.
합(閤) 각(閣) 루(樓)
루(樓) 각(閣) 합(閤)은 마루가 중첩된 즉 2층 이상 건물이다.
규모면에서 루(樓)가 크고 각(閣)은 그 보다 작다는 식으로
구별하기도 하지만, 누각(樓閣)이란 말이 있듯이 혼용하기도 한다.
그러나 용도 별로 볼 때 각(閣) 과 합(閤)은 관청이름 끝에 붙듯이
대체적으로 업무기능, 루(樓)는 놀이 공간이다.
궁궐에서 합(閤)과 각(閣)은 대개 전(殿)이나 당(堂)에 딸려 보위하는
기능을 한다. (독립건물 인 경우도 있다.)
연회는 거의 예외 없이 루(樓)에서 이루어진다.
중국 사신을 대동강 부벽루에서 만났다면 같이 놀았다는 이야기지
업무를 본 것일 수는 없다.
2층 건물일 경우 대개 현판은 이층은 루(樓)
아래 층은 각(閣)으로 붙인다.
사진 : 후원(後苑) 주합루. 한 건물이지만 2층에는 주합루(宙合樓)
1층에는 규장각(奎章閣) 이라는 현판이 붙어 있다.
루(樓)의 자원(字源) scan 은 루정(樓亭) 부분에서 하기로 하고
여기서는 각(閣)의 자원(字源)만 살핀다. 한자원류자전(漢字源流字典)
제자원리는 문 양 옆에 거는 빗장모양의 형성(形聲) 겸 회의(會意)문자다.
나중에 뜻이 변하여 음식물을 올려 놓는 선반이 되다가
큰 방에 딸린 작은 방-협실(夾室)로, 다시 궁에 딸린 도서관이 된다.
규장각(奎章閣)은 왕실 도서관으로 출발했고 최후까지 이 기능을 하였다.
따라서 관청이름 뒤에 붙게 된다. 여자들이 지내는 내실(內室)도
각(閣) 이라고 하였다.
재(齋)와 헌(軒)
재(齋)와 헌(軒)은 즉 조용히 독서하며 사색하며 기거(起居)하는
생활공간으로, 놀이 공간인 루(樓)와 정(亭)에 대비(對比)가 된다.
재(齋)
주의 : 齋는 제가 아니라 재 임.
아래 scan copy 에서 보듯이 제(祭), 제(齊), 재(齋)가 서로 뜻이 통하지만
우리말 표기에서 ‘齋’ 는 ‘재’로 읽고 써야 하나 자주 혼돈하고 있음.
특히 옛 조상들 호(號)에 무슨 재(齋)로 붙은 분들이 많은 데,
호(號)는 제대로 읽어야 할 것임.
자원(字源)을 살피면 위 scan copy 중
왼쪽 갑골문(甲骨文)은 벼나 보리의 이삭이 가지런히 나온 상형문자요,
중간 금문(金文)은 이삭이 땅에서 솟아나는 모습을 더했고,
오른 쪽 전서(篆書)에서 글씨의 꼴을 갖추었다.
따라서 어원은 가지런하다, 바르다 이고 여기서 제사 지내기 전
몸을 바르게 하는 뜻이 나오고 정갈한 방,집으로까지 확장되었다.
따라서 옛날 분들 호(號)에 재(齋)가 붙은 것은 고대광실에서 뻐기는 뜻이
아니오, 조신하게 살고 소박하게 안식한다는 선비 정신의 뜻으로 썼다.
다만 유명한 분들 호에 많이 붙어 있으니 오늘날 사람들이 재가
대단한 줄 여기는 것 뿐이다.
헌(軒) xuan
헌(軒)은 설문해자와 한자원류자전에 나오지 않는데
원 뜻은 수레-비바람막이가 달린 수레를 뜻하다가
“사호맷 마리 관산 북녘에 잇나니 (戎馬關山北)
헌함(軒檻)을 비겨서 눈므를 흘리노라 (憑軒涕泗流) “
두시(杜詩) 등악양루(登岳陽樓) 중에서 (헌함(軒檻)은 수레의 난간)
마루 난간으로 뜻이 확장되고 집으로 까지 전이가 되었다.
헌(軒)은 대청이 강조되었으니 재(齋)보다 상대적으로 공식기능을 띄운다.
루(樓)와 정(亭)
루(樓)와 정(亭)은 생활이 아니라 놀이공간 이다.
루(樓)
설문해자에 樓 重屋也 –루는 집이 겹쳐진 것이다 라고 하였으니
바닥이 지면에서 떠서 공중으로 한길 높이 정도 마루로 된 집이다.
루(樓)-자원(字源) 스캔-한자원류자전(漢字源流字典)
왼쪽 갑골문(甲骨文)은 여자가 머리에 뭘 이고 두 손으로 붙잡는 모양의
회의(會意)문자다. 중간 금문(金文)은 그림이 발전해서 머리 위의 물건이
죽루(竹樓-대나무로 지은 누각)의 모양이 되었고 오른 쪽 전서(篆書)는
그림에서 글씨의 모양으로 정리되었다.
원 뜻은 허공에 떠 있는 것이고 여기서 중첩된 건물이 파생되었다.
정(亭) ting
놀기 위하여 산수가 좋은 곳에 지은 집.
설문해자에 정(亭) 해설은 다음과 같다.
본의 위(本意 爲) 본뜻은
고대설재도방 (古代設在道傍) 옛날 길 옆에 세워 놓고
공행인정류숙식적처소(供行人停留宿食的處所) 행인에게 휴식과 숙식을 제공하던 곳.
자형(字形) 변화 모습 scan 을 본다.
왼쪽의 고(古) 문자는 대(臺)위에 루(樓)를 세운 모습이고
오른 쪽 전서(篆書)는 그림을 다듬어 글씨가 되게끔 하였다.
원(園) 원(苑) 원(院)
셋이 우리발음이 원으로 같고 중국음도 yuan 이지만 뜻이 다르다
원(園)과 원(苑)을 구별 하면
원(園)은 설문해자에 소이수과야(所以樹果也) 했으니
과일나무를 심은 곳이고,
원(苑)은 소이양금수야(所以養禽獸也) 짐승을 키우는 곳
또는 원 유원야 (苑有垣也) 원에는 담장이 있다 하였으니
일제 때 창경궁을 헐어 동물들 가져다 놓고 원(苑) 이라 했으니
뜻에 부합되기는 하였다.
원(園)의 옛날 글자를 보면
울타리 안에 과목(果木)을 심은 형성(形聲)문자다.
원(苑) 의 자형(字形) 변화는
회의(會意)문자로 왼쪽 갑골문(甲骨文)에서는 울타리 안에 초목(草木)과
짐승을 기르며 통치자가 감상하는 뜻이요
중간 금문( 金文)은 가운데 소리를 나타내는 요소가 들어가고
오른 쪽 전서(篆書)에서는 글자 꼴이 나게 모양을 다듬었다.
이로 보아 원림(園林) 원림(苑林) 이 다 Garden 이나
임금님의 정원은 원(苑)이고 민간은 원(園) 정도가 아닐까 한다.
이에 비하여 원(院)은 확연히 다르다.
원(院)
원(院)은 ‘담을 두른 집’ (宅也館有垣(택야관유원-垣;담 원)을 뜻한다.
조선 전기 까지 원(院)은 관영 여관이었다.
조선 후기에 와서 제도가 무너지자 민간 주막촌으로 바뀌는 데
그 흔적이 아직도 지명(地名)에 남아 있다.
청계산 입구에 원터골( 院趾洞) 이나 인덕원, 광혜원 하는 이름이
다 옛날 관영여관 흔적이다.
재미 있는 것은 이 원(院)들과 주막거리가 현대에 와서도
대강 먹자골목으로 변해 있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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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원류자전(漢字源流字典) 과 설문해자(說文解字) 의
해당 항목 full Scan 은 필자의 블로그에 올려 놓았고
아래에 링크를 걸었으니 참고바람.
궁 (宮) : http://blog.daum.net/robustus/9859146
전(殿)과 당(堂) : http://blog.daum.net/robustus/9860375
각(閣) ; http://blog.daum.net/robustus/9871358
재(齋) : http://blog.daum.net/robustus/9872404
루(樓) 정(亭) : http://blog.daum.net/robustus/9874168
원(園),원(苑),원(院) : http://blog.daum.net/robustus/98748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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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서적 :
우리 궁궐이야기 (저자: 홍순민-명지대 교수, 출판사; 청년사)
한국건축답사수첩 (한국건축역사학회편, 출판사: 동녘)
한자원류자전(漢字源流字典) 곡연규(谷衍奎)편, 화하(華夏)출판사
설문해자(說文解字): 간본(簡本), 상해교육출판사.
설문해자 인터넷 사이트도 있으나 검색하기가 좀 불편함.
( http://www.gg-art.com/imgbook/index.php?bookid=5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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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우리생활에 뿌리깊은 한자 문화가 중요함을 다시한번 인식하는 계기가 된거 같습니다 그런데 한자를 외면하니 아이들이 말은 하되 뜻은 다르게 각자 해석하게 되니 걱정이 되기도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