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포와 곰소, 내소사 삼거리에 있는 화신회관)
장유에서 280여km를 달려 볼것 많은 변산반도 내소사(내변산)를 찾아 부지런히 달렸는데도 12시를 지나고 있다. 주린배를 채우고 산행을 해야겠기에 주인장이 부안수협 중매인으로 있다는 화신회관에 들렸는데 맛인심이 유별나다. 게장백반과 졸복매운탕을 각각 2인분씩 시켰는데 연이어 나오는 해산물과 주인내외 분의 인정이 음식량보다는 맛이 훨씬 푸짐하여 여정이 숨가쁘게 여물어진다. 한 잔만 했던 막걸리를 두잔씩 기울이니 다섯시간 가까이 이어질 오늘 산행을 어쩌란 것인지.......
(졸복매운탕과 게장)
맛도 맛이지만 변산반도에는 볼것이 많다. 우선 산에 올라가 보면 멋진 암봉과 암릉이 있는 호쾌한 종주코스가 있고 암곡으로 형성된 깊은 봉래구곡이 있고 높고 우렁찬 폭포(직소폭포)와 소가 있다. 비록 인공호수이긴 하지만 바위산 그림자가 유난히 아름답게 비치는 호수가 있고, 아름답고 이색적인 바닷풍경을 선사하는 채석강의 특별한 경치가 있고, 주위의 점점이 떠있는 섬과 그 사이의 복잡한 수로처럼 틔어진 바다경치가 있고, 넓고 경사가 완만한 변산해수욕, 격포해수욕장, 고사포해수욕장이 있다. 산과 계곡, 바다와 폭포가 한꺼번에 여행자의 눈길을 사로잡는 곳이 변산반도이다.
(내소사 입구 전나무 숲길)
세상에 수런거리는 것들은 / 이곳에 와서 소리를 낮추는구나, 변산 /변방으로 밀려가다 잠적하는 지도들이 / 일몰의 광경 앞에 정처 없는 때 / 눈 내린 오전의 내소사 전나무 숲길은 아름답다. /전부를 드러내지 않고도 풍경이 되고 어느새 / 동행이 되는 길의 지혜 / 작은 꺾임들로 인해 그윽해지고 틀어 앉아 / 더 깊어진 일은 / 안과 밖을 나누지 않고도 길이 된다. / 나무들은 때때로 가지 들어 눈뭉치를 털어 놓는다. / 숲의 한쪽 끝에 가지런히 모여 앉은 장광 같은 부도탑들 / 부드러운 육체들이 햇빛의 소란함을 안치고 있다. (중략)
이 글귀는 김문주 시인의 내소사(來蘇寺 )라는 시의 일부이다. 저마다의 높낮이로 숨을 고르고 몸으로 스며드는 시간을 다 끌어안는 곳이 내소사이다. 온몸을 전율치게 하는 내소사 전나무 숲길을 지나 대웅전에 서 보라. 이 절이 주는 고요함이며 충만함으로 누구든 시인이 되고 누구든 바람이 될 것이다. 지난 여름에 직장 동료들과 이 곳을 찾았다가 폭우로 겨우 내소사만 구경하고 절 입구 음식점에서 비 그치기를 기다리다가 술만 마시고 채석강으로 갔던 기억이 새롭다.
(관음봉을 오르는 능선에서 바라 본 내소사 전경)
전나무 숲길을 지나 관음봉, 직소폭포로 드는 산길을 오른다. 가파르지도 않은 평이한 길인데도 두 사람의 숨소리는 짐을 잔뜩 실은 수레를 끌고 고갯마루를 오르는 늙은 황소의 거친 맥과 같다. 두 달을 쉬어서인지, 술 기운과 포만감이 가시지도 않은 채 산에 올라서인지, 앞서가는 내겐 원성이자 질타처럼 느껴져 뒤를 돌아보니 괜찮다며 가잖다. 두 사람은 이번 이틀 간의 산행을 위해 회사에 휴가까지 내지 않았던가! 멋진 여행이 되도록 길 안내나 잘해야 할텐데.....
(관음봉 삼거리)
내소사 전나무 숲길을 벗어나 샛길을 오른지 30여 분(1.6km거리)만에 관음봉 삼거리에 도착하니 산 아래와는 달리 거친바람과 진눈개비가 길을 가로 막는다. 순간, 직소폭포로 바로 가야 하나 아니면 관음봉에 올랐다가 되돌아 직소폭포로 가야할지 혼자 갈등하다가 뒤따라 온 일행의 의사를 물으니 이왕에 나선 걸음이고 하니 힘은 들더라라도 제대로 보고 가자고 하기에 관음봉으로 향한다. 이정표 뒤로 난 길을 따르면 관음봉으로 하여 세봉으로 가는 길인데 북사면이라 지금까지의 길과는 완전 딴판이다. 북풍이 달려들때는 얼굴도 가려야 하고 인적없는 눈길이 힘을 배가 시킨다.
(관음봉 북사면)
두 사람이 거친 숨을 몰아쉴 땐 '오늘 산행을 정상적으로 할 수 있을까?' 하고 걱정을 했는데 갈수록 감이 좋아진다. 두어달 산행을 쉬었다고는 하지만 역시 관록이라는 것은 무시할 수 없는가 보다. 내 걸음을 넘보며 따르는 발소리가 점점 굵어질수록 나는 행복해진다. 이만큼 심술을 부렸으면 하마 좋아질법도 한데 가볍고 무거운 마음만큼이나 날씨가 급변한다. 해살을 퍼붓다가도 갑자기 눈이 내리고 봄날 같다가도 입술을 파랗게 멍들이는 골바람이 몸살을 나게 한다. 눈길을 뚫고 관음봉에 올랐지만 심술 많은 날씨는 세상과의 소통을 허락하지 않아 세봉으로 가는 것은 마음에만 담아두고 길을 되돌린다.
(관음봉을 오르며 내려다 본 봉래구곡)
누구든 이 산에 올라가 보면 멋진 암봉과 암릉이 있는 장쾌한 종주코스가 있고 암곡으로 형성된 깊은 계곡 봉래구곡이 있고, 폭포와 소와 비록 인공호수이긴 하지만 바위산 그림자가 유난히 아름답게 비치는 호수가 있고, 아름답고 이색적인 바닷풍경을 선사하는 채석강의 특별한 경치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점점이 떠있는 섬과 그 사이의 복잡한 수로처럼 틔어진 바다경치가 있고 넓고 경사가 완만한 변산해수욕, 격포해수욕장, 고사포해수욕장이 있다. 이렇게 산과 계곡, 바다와 폭포가 눈길을 사로잡는 경이로움으로 충만한 곳이 변산반도이다.
(직소폭포)
봉래구곡은 부안군 사람들의 식수원인 만든 인공저수지(산곡댐)이지만 날 맑은 날엔 그 물빛이 여간 푸른 게 아니며, 주위의 암산과 회화적인 조화를 이루는데 부질없던 마음마저 생기를 불어넣는 매력이 있는 곳이다. 겨울인데도 암봉으로 형성된 깊고 깊은 봉래구곡을 내려다보며 관음봉 삼거리로 되돌아가 우측으로 길을 잡고는 직소폭포로 향한다. 바위능선을 타고 20여분(0.8km)내려서니 재백이 고개이다. 여기서 좌측(1.2km)으로 가면 원암탐방지원센터이고 우측(1.5km)으로 내려서면 직소폭포로 가는 길이다.
(직소폭포)
재백이 고개에서 내려서니 개울물 소리가 넘쳐나고 세상의 생명줄이 이곳에서 발원하는 듯 하다. 얕은 물이지만 얼마나 말고 부드러운지 겨울인데도 소나무 숲길은 평화롭다. 내 사랑하는 여인과 함께 이 길을 길었더라면 가장 순하고 깨끗한 말로 고백을 했을법도 하다. 시골장에서 맘씨 고운 아지메를 만나 덤을 얻는 것처럼 행복하고 부담없는, 소원했던 이웃을 되돌아 볼 수 있는, 그래서 생기를 띠고 멋을 부리지 않아도 전나무 숲길에 비길 수 있는 곳이다. 직소폭포는 선인봉(仙人峰)의 동쪽 산자락에 형성된 계류폭포로, 높이 20m 이상을 비류(飛流)하여 옥수담(玉水潭)에 떨어진다. 그 밑에 제2 ·제3의 폭포가 또 있다. 직소폭포의 계류는 다시 한 번 멋을 부려 옥녀담을 만들고 그 아래에 막내인 선녀담을 낳았다.
(내소사 앞 벗나무 길)
벗꽃이 피는 3월엔 벗나무와 꽃이 하늘을 가리고 사람이 땅을 가린다. 그래서 사시사철 바람 같은 사람들이 피고지는 내소사엔 비상하지 않는 꿈들이 모여들고 대장금이 낙엽이 붉게 떨어지던 이 곳 연못에서 아픔을 달랬는지도 모를 일이다. 내 이 곳에 와서 한 번도 만선의 꿈을 이루지는 못했어도 해 지는 하루가 그래서 아쉽지도 싫지도 않았던가 보다.
(내소사와 관음봉을 배경으로)
17시, 산행을 끝내고 내소사로 들어가니 눈보라치며 길을 막던 능가산이 눈짓으로 먼저 반긴다. 오늘도 할말은 많은데...... 내변산의 높이는 508m이고, 최고봉은 의상봉이다. 능가산, 영주산, 봉래산이라 하였으며 호남의 5대 명산 중 하나다. 변산반도 내부의 남서부 산악지를 내변산(內邊山), 그 바깥쪽 바다를 끼고 도는 지역을 외변산이라고 할 정도로 안과 밖이 매우 다른 것이 이 산이 지닌 매력이자 특징이다.
(내소사와 관음봉을 배경으로)
비록 최고봉의 높이는 낮으나, 쌍선봉·옥녀봉·관음봉·선인봉 등 400m 높이의 봉우리들이 계속 이어지고 골도 깊고 산세도 우람하고 육감이 좋다. 울창한 산과 계곡, 모래해안과 암석해안 및 사찰 등이 어우러지면서 뛰어난 경관을 이루고 있어 일찍이 한국 8경의 하나로 꼽혀왔으며, 산이면서 바다와 직접 닿아 있는 것이 특징이다.
(내소사 대웅보전)
임진왜란 때 대부분 소실된 것을 인조때 중건 하였다 한다. 법당 안의 후불벽화와 백의 관음보살좌상은 국내 최고인데 그 눈을 마주보고 소원을 빌면 소원이 이루어진다고 한다. 천년의 미소와 불심을 간직한 내소사 대웅보전은 보는 이로 하여금 숙연켄 한다. 보물로 지정되어 있으면서도 멋을 부리지 않고 누구에게나 자비를 베풀고 활짝 웃어 줄 것만 같다.
(대웅보전)
대웅보전의 섬세한 꽃문양을 한 문살은 한국적 아름다움을 가장 잘 표현하고 있어 우리나라 장식 무늬의 최고로 평가 받고 있다. 꽃무늬 하나하나가 살아 움직이는 듯 하다. 꽃문살엔 선명하게 '손으로 만지지 마시오'라는 표기가 있는데도 강한 호기심이 작용하는가 보다. 대웅보전은 아예 단청을 하지 않아 맨 얼굴을 드러내고 있는데, 멀리서 보면 낡고 허름해 보여 실망하지만 다가가 서면 왜 그리도 정겹고 따뜻한 피가 흐르는지 모를 일이다. 홍조를 띠는 예쁜 소녀와 같이 부끄럼 많고 꿈이 많은 사찰이지만 나는 보면 볼수록 정이 간다.
(개암사 대웅전)
곰소 앞바다가 해를 머금는 시각, 내소사를 나와 20분 거리에 있는 개암사로 향한다. 부안의 개암사는 울금산성의 끝부분에 우뚝 서 있는 울금바위 아래 자리잡은 아늑한 사찰이다. 개암사의 대웅전이 울금바위를 정면으로 등지고 있어, 마치 울금바위가 대웅전의 작은 병풍처럼 느껴진다. 옛 백제의 숨결은 대웅보전에서만 느낄 수 있고 대부분 새로 중수되는 건물들이라 역사를 눈으로 가슴으로 느끼기엔 아쉬움을 준다. 개암사는 선운사의 말사로 백제때 창건하고 삼국통일 이후 원효대사와 의상대사가 중수하였다 한다.
(개암사 대웅전과 울금바위)
개암사 대웅보전도 보물로 지정되어 있다. 아늑한 분위기가 살아 있고, 사람으로 붐비는 내소사에 비해 훨씬 한적한 사찰이어서 조용히 사찰을 찾는 사람들에게 어울리는 곳이다. 우리가 도착했을 때는 저녁공양이 끝난 시간이라 그런지 대웅전 문은 닫혀 있고 백구가 끝을 물고 짖어댄다.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에서 느낀 바에 비하면 공사중이라 아쉬움을 주지만 개암사를 내려다보는 울금바위의 엷은 미소가 누구에게나 편안함을 준다.
(신안 뻘낙지 집)
여행에 맛이 더해져야 금상첨화이기에 아는 맛집도 모르면서 서해안 고속도로를 타고 무작정 목포로 갔다. 입구에 차를 세우고 지나는 길손에 '삼합' 잘 하는 집을 물으니 '금메달 식당' 으로 가란다. 네비 안내를 받아 찾아가니 집은 허름한데 유명인사들은 다 왔다갔다는 글귀가 벽을 장식하고 있다. 3~4인분이 13만원인데 양은 넉넉하지 않았지만 수육은 덤으로 더 주는데 홍어 맛은 강하지 않지만 색이 곱고 깔끔하다. 삼합으로 허기를 다 채울 수는 없지 않은가! 남도의 끝자락까지 왔으니 어찌 뻘낙지 맛을 고사하랴 싶어 삼합집 주인이 안내해 주는 '신안 뻘낙지' 식당으로 가니 방마다 사람들로 가득한데 불경기를 비웃는 듯 하다. 쫄깃하고 매콤한 낙지볶음비빔밥으로 마지막 입맛을 돋우고 내일 두륜산 산행을 위해 대불단지를 지나 해남 대흥사 아래 유선관으로 향한다.
여행 내내 디카 충전이 제대로 안 되어 적재적소에 필요한 선경을 다 담지 못해서 아쉬움을 남긴다.내일이 더 걱정이지만......
첫댓글 저 먹을수있는 먹거리만 한상이네요. 그래서 연포탕은 드셨나요.어쩌면 올해 마지막 설산을 보고 오셨네요.
남도 여행 중 해산물만 먹었으니 싱아님이 다 좋아하는 것이네요. 이번 주중에 금수산 산행을 할 예정이니 그 때가 아마 마지막 눈 산행이 되겠지요.
저는 산보다는 먹을것에 더 눈이 휘둥그레 집니다 ㅎㅎㅎ
고향이 바닷가라 그런가요?
한폭의 그림이 환상적입니다. 군침도는건 빼고 싶어집니다. 넘 샘나요........
두륜산은 더 멋진걸요.
여기엔 세가지가 눈에 확~ 들어오네요. 1. 클릭하자마자 사람 깜짝놀라게하며 펼쳐진 회관' - 푸짐한 상 2. 그간 못뵙든 멋진3인방이 있고...3. 낙지 (잉잉잉 묵고잡다~)
변화무쌍한 날씨가 그려지고 맛난 음식도 그려지고, 폭포까지 예쁩니다. 가고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