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객 세명의 모습을 지켜보기에 지루함도 있었지만 다양한 사람들 성향을 보여주며 카지노에 서서히 맛들여 가는 모습을 보여주는 공식 같았다.
룰렛에 아니 카지노 도박에 발 들여가는 시작을 보여 주었다. A는 얼굴이 마르고 깐깐한 느낌을 가지고 있으며 게임의 질문도 그사람이 모두 했다.
그는 승부욕이 강하고 욕심이 많아 배팅액이 다른 두사람 보다 컷다. 그 때문인지 배팅한 너댓개 중의 숫자가 제법 맞는편이라 칲이 금새 부쩍
늘어났고 아마도 짜릿한 도파민이 강하게 샘솟는 얼굴이다. B는 말수가 없고 배가 많이 나와 술을 즐기는 사람처럼 보였고 매사가 무게있는 모습이었다.
매우 조심하여 사이드 라인에 적은 칲으로 조금씩 배팅하는데 얼마씩이라도 이겨가며 질기게 잘 버티는 모습을 보였다. C는 셋중 가장 준수한
외모이고 예의도 바르며 신중한 모습을 보이는데 배팅을 여러군데 하지만 이상하리 만큼 한번을 맞추지 못하고 아쉬워 하며 올인되면 B가 조금이지만
이기고 있는 칲을 나눠 주기에 다시 도전을 하다가 작은것이 한번씩 맞기도 하면 매우 좋아 하지만 B에게 되돌려 주지는 않는 모습이다. A는 이미
게임에 깊이 젖어서 다른 일행의 배팅에는 관심도 없다. 좀전의 내 가이드 설명에 고맙다고 연신 살가워 했지만 게임이 이겨감에 따라 눈도 마주치는
일이 없어졌고 B는 과묵하기에 말수는 없었지만 이길때 마다 작은 미소를 내게 건네주며 앞선 내 설명을 기억하는 듯 보였고 C는 그런저런 구심점
없이 매판마다 자기 생각을 나와 대화하고는 했다. A는 3천 페소로 시작하여 15,000 까지 올리면서 흥분했지만 세네번 연속 여러개의 배팅이
지더니 결론은 올인이다. C는 운이 참 없어서 그런지 또한 올인이고 B만이 살아 남았으며 얼마 안되는 칲을 가졌음에도 두사람에게 나누어 준다.
A는 다시 올인된 후 돈을 바꾸어 왔고 재차 많은 금액을 이겼다. C의 윈컷 권유로 밥을 먹으러 간다며 내게도 같이 가자고 권했다. 솔직히 배고픈
상황이라 일부러라도 따라 가는게 내 처지이지만 칲을 많이 이긴 A가 나같은것과 눈도 마주치지 않기에 갈수 없었다. B가 다시 말하길 '게임 설명
주셔서 감사한데 같이 가시면 좋은데요.!' 말하기에 '아닙니다. 맛있게 식사들 하시고 이기신 걸로 담배나 하나 사주십시오' 말하니 B는 "아 예 당연히
그래야죠.!" 말하고는 이긴것도 없어 2천페소 정도가 전부인데 천페소 칲을 주려 하기에 "아닙니다. 백페소 짜리 두개면 담배값 됩니다." 말하니
남아있던 백페소 짜리 네개를 내게 주었다. 만약 2만 페소 넘게 이긴 A가 천페소를 주었다면 받았을 것이다. 그러나 A는 먼곳을 쳐다 보았을 뿐이다.
B가 너무 고마워 또 뵙자고 두번 인사하고 헤어졌다. 다행히도 밥먹을 수 있는 돈이 생겼다. 배가 고팠다가 멈췄던 후라 편의점 백페소 짜리 전자렌지
밥을 먹으니 그렇게도 맛이났고 남은 돈으로 버스타고 집에 돌아갈 수도 있었지만 그러자니 그곳에 나온 이유가 없었다. 편의점 뱅킹으로 나머지
삼백페소는 여자 친구에게 보냈다. 삼백페소가 게임하는 사람에게 작을지 모르지만 로컬에서는 계란 한판과 식용유를 한병 살수있는 값진 돈이었다.
호텔 로비 쪽에 충전기를 꽂고 있자니 마닐라의 카지노와는 다르게 보안 요원도 없었고 그나마 밥을 먹었더니 나른하여 밀려오는 피곤함에 잠들었다.
얼마나 잤을까 찌부덩 했지만 어쨓든 하루를 살았다. 또다시 머신이나 바카라 테이블을 배회하며 구경했다. 앵벌이란 말뜻처럼 게임하는 사람에게
들이댈 용기가 없는게 아니라 그러지 않았다. 단지 자연스러운 어떤 일이 생기면 좋고 내가 더 힘들어 절실해지면 그 다음에는 방법이 바뀔지도
모를 일이다. 두번째날 화장실 중에서 장애인 칸이 넓은 독방이기에 그곳 문을 잠그고 머리를 감았다. 나는 도박장애가 있으므로 장애인 칸을
쓰는게 잘못된 일은 아니라 생각했다. 또다시 카지노를 배회했다. 꺼부정하고 마른 중국인이 바카라 테이블을 이리저리 널뛰며 3~4만 페소씩
배팅하는데 이미 필리피노 몇명이 그에게 따라 붙어 팁을 받아내는 일에 열정적이다. 5천 페소 배팅한 페어가 맞은 후 앵벌이 필리피노는 다른
테이블 그림을 보는 그에게 큰소리로 가져다 줄테니 걱정 말라고 찜을 한다. 가져다 주는 중에 2천페소를 따로 갈라서 중국인이 서있는 테이블 앞에
내려 놓으며 '나이스 윈, 나이스 윈' 하고 계속 웃음을 보이니 그가 못내 2천페소를 앵벌이에게 건넨다. '굴러 자빠질 지경인데 차라리 저렇게 하는게
맞는것 일까.?' 그렇게는 못하겠다. 게임 하는이가 꼭 주고 싶은 팁만 받고 싶었다. '왜.? 요청해서 받으면 그 다음에 마주치는 반가움은 없는 법이다.'
한참 시간이 지나고 바카라 하던 중국인이 단추 하나에 500페소 배팅으로 값지게 머신을 돌리는데 쫄쫄이가 되었는지 고전의 표정을 짓고 있었다.
중국어를 조금 할줄 알기에 "콰이 싼거 야오 라이"(동전 세개 나오길 바래) 프리스핀 게임을 의미하는 말을했다. 우연하게도 막바로 '쾅쾅쾅'
소리를 내며 프리게임이 걸렸고 6천 남아있던 금액이 5만까지 올라섰다. 다시 일반 화면에서 비싼값의 용이 두마리 나오는 찰나 내가 "롱롱롱"(용용용)
말하니 조커와 함께 정말 용이 두마리 더 나오며 다섯 마리가 맞았고 10배당 곱수가 표시되므로 무려 10만 페소가 추가되었다. 나는 "헌 피오리앙"
(매우 아름답다.) 축하했다. 그도 '피오리앙' 이라고 응했다. 만족한 값을 얻었는지 캐쉬 티켓을 아웃하고 가면서 '개평을 줘야 하나.? 왜 달라고 안하지.?'
하는 듯한 눈빛으로 나를 여러번 쳐나 보았지만 나는 외면하고 돌아섰다. 이런 일이 두번 이상 겹치면 요청하지 않아도 일부러 불러서라도 주는
경우가 제법있다. 그리고 그런 개평의 금액은 적지 않다. 저녁때가 다 될때까지 아무런 소득이 없었다. 배가 무척 고팠고 결국 지친 후 바깥 바람을
쐬고 싶어 앉을 곳이라도 있는 카지노와 별반인 타 호텔의 수영장이 있기에 그리로 걸어갔다. 한국인 중년 몇명이 풀장에 수영을 즐기다가 그 중
한사람이 나와 눈이 마주치더니 먼저 '안녕하세요' 하고 인사를 했다. 나 또한 엉겹결에 '안녕하세요' 하고 답했다. 아무런 이유 없이 그는 예의 좋은
사람이었고 같은 한국인이라 인사를 건넨것 같았다. 물속에서 나오는 또다른 일행에게 '안녕하세요' 하고 인사하니 '누군데 인사를 하지' 하는 표정이며
억지로 받아 주었다. 마침 그때 주문 했던것으로 보이는 캔맥주를 웨이터가 쟁반에 들고왔다. 맥주값을 청구하는데 그들에게는 필리핀 페소가 없고
전화기에 꽂아 둔 100달러 지폐 뿐이었다. 웨이터가 '이걸 어떻게 받죠.?' 말하는것으로 들렸다. '아까 호텔서 가지고 내려 온다는게 깜빡했어.!'
하며 어쩔줄 모르고 그 일행 모두 난감해 했다. 웨이터에게 바꿔 올수 있냐고 질문하는데 서로들 대화가 잘 안되었다. 그때 내가 끼어들어 말했다.
"저쪽 큰호텔에 가면 환전이 가능하니 제가 바꿔다 드릴께요 가이드일 하고 있습니다. 대신 초면이니 가방을 놓고 다녀 올께요 웨이터에게 맡기기에는
큰 돈입니다. 이친구 월급이 만페소가 안되거든요" 100달러는 5천페소 남짓이니 현지인 월급에 준하면 큰돈이다. "아 죄송하지만 그래 주시겠습니까.?"
하고 허락했다. 5,500페소와 교환하여 되돌아 오니 다른 일행들이 합류해 있었는데 이미 그일을 대화 나누었던지 새로 합류한 한사람이 내게 말했다.
"왜이리 늦게 왔어요 도망친 줄 알았내" 내가 느끼기에 그가 농담톤에다 진담을 담아 말했다. "천불이면 도망갈 수도 있었으려나 모르겠네요
백불이라서 좀.!" 말하고 웃어 보였다. 그도 '껄껄껄' 웃었다. 돈을 건네 받은 백달러의 주인이 연신 고맙다며 페소 개념이 없었던지 오천페소
지폐중에서 두장인 2천페소를 내게 주면서 감사해요 '수고비 드리고 싶어요' 말하기에 차마 받을 수 없었다. "맥주값이 300페소 정도인데 2천 페소를
받을수는 없습니다. 담배 한갑 사주신다고 생각하고 200페소 주시면 감사합니다." 배고픈 입장이지만 나도 모르게 그리 답했다. 200페소 딱
밥먹을 수 있을 만큼의 돈이었다. 잠시 앉으라며 '맥주 시켜드릴까요.?' 하기에 사양하고 달러 교환과 심부름 값 사양에 신뢰를 가졌던지 자연스런
질문과 대화가 이어졌다. 그들은 40여명이 함께 관광과 더불어 골프치러 온 경기도의 건설협회의 모임이라고 했다. 가이드라 말한것에 명함을 달라
했지만 나는 명함 없는 앵버리 였으므로 '카지노 가이드는 명함 돌리면 바로 쫒겨납니다.' 하며 둘러대고 카톡을 교환했다. 그들 중 여럿은 바카라
또한 즐긴다고 했다. 심부름값 받은 200페소로 호텔 증축 공사중인 뒷편에 가니 함바집이 여럿있었고 100페소 만으로도 배부르게 먹을 수 있었다.
카지노를 배회하면 들이대지 않더라도 이상하리 만큼 우연한 일로 굶어 죽지 않게끔 살려는 준다. 카지노에 귀신이 있다는 말이 맞는 듯하다.
또다시 쇼파에 잠들었지만 클락은 마카오나 마닐라처럼 제제하지 않아 호텔측에 감사한 마음까지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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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개박
[개박] 116. 앵벌이 삼박사일 B
GEBA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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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2.02 0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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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리얼한글 잘읽었습니다 참으로 어렵고 처참하리만큼 힘든 카지노 앵벌이의 리얼한 삶의 현장을 생생하게 묘사해주셔서 잘 읽었습니다.자존심을 버리지않고 받을만큼만 받으시는 그런 자세도 존경스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