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월춘 시인, 시집 <기억은 볼수 없어서 슬프다>(작가마을) 발간
이월춘 시집 '기억은 볼 수 없어서 슬프다' 표지
◉출판사 서평
경남문학관 관장으로 재직 중인 이월춘 시인이 시집 『기억은 볼 수 없어서 슬프다』(작가마을)를 ‘사이펀현대시인선’ 20번으로 발간했다. 이월춘 시인은 무크지 전성 시기인 1986년 《지평》으로 활동을 시작했으며 중등학교 교장으로 퇴임한 문단의 중진이다. 이번 시집 『기억은 볼 수 없어서 슬프다』는 시인이 줄곧 추구해온 서정적 자아 완성의 한 단계로 생활 속 사유의 깊이를 단단한 연륜의 내면화로 보여준다. 무엇보다 이번 시집의 주제는 ‘추억’이다. 아니 ‘회억’이 더 맞을 것 같다. 지나간 모든 것에 대한 그리움을 반추한다. 그리움이 깊다는 것은 달리 보면 나이가 들어간다는 것이다. 시인이 회억하는 공간에는 가장 먼저 자신의 지난날을 돌아보는 ‘자화상’이 있으며 교사 시절의 ‘사우디 박’이 있으며 대학시험에 떨어진 ‘스무살 시절’과 ‘질풍노도의 30대’의 화자, 고향 진해의 문화일번지였던 ‘진해극장’과 ‘흑백다방’ 등이 주마등처럼 등장한다. 그렇게 시인은 세상 모두가 사라져 더 이상 볼 수 없는 존재들을 열거하면서 어머니를 그리워한다. 하여 ‘기억은 볼 수 없어서 슬프다’고 회억한다. 이러한 이월춘 시인의 시적 환경은 50대 이상의 우리 시대 모든 이들이 지니고 있는 그리움의 저장소이기도 하다.
박대현 평론가는 “노년의 시학”으로 평하고 현재 무소유의 시인에게는 “시에 대한 욕심만 가득 하다.”고 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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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서평
무욕을 지향해왔던 시인에게 남아있는 유일한 욕망은 시의 욕망이다. 시인은 그것마저도 버리고자 한다. “갈 때 보았던 이슬이/ 올 때는 흔적도 없다/ 다 내려놓고 맑게 걷기로 한다/ 시의 목적은 무엇일까/ 왜 시를 쓰는 걸까/ 하도 미심쩍은 세상이라/ 나의 지적 게으름과/ 문학적 비겁함의 변명으로 일관된/ 몇 줄의 묘사와 서술에/ 어찌 인생을 건단 말인가”(「시가 시시해졌다」) 시에 대한 욕망마저 내려놓을 줄 아는 것이 시인에게 진정한 무욕의 삶이라는 깨달음이다. 시마저 시시해져 버리고 시로부터 자유로워진 마음이란 어떤 것일까. 시인은 “둘레길 걸으며 입을 닫고 귀를 열며/ 마음의 공복空腹을 나는 새가 된다”(「유둣날」)는 문장을 남기고 있다. 시인의 언어가 시의 욕망마저 버리고 도달한 풍경이 아닐 수 없다. 그 아름다운 시인의 내면 풍경에 경의를 표한다.
-박대현(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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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약력
시인 이월춘은 1957년 경남 창원에서 태어나 1986년 무크 《지평》과 시집 『칠판지우개를 들고』로 등단했다. 경남문인협회, 경남작가회의, 경남시인협회 부회장, 진해남중학교 교장을 역임했으며 현재는 경남문학관 관장으로 있다. 대한민국홍조근정훈장, 경상남도문화상, 경남문학상, 산해원문화상, 김달진창원문학상 등을 수상하였으며 시집으로 『칠판지우개를 들고』 『동짓달 미나리』 『추억의 본질』 『그늘의 힘』 『산과 물의 발자국』 『감나무 맹자』 『간절함의 가지 끝에 명자꽃이 핀다』 시선집 『물굽이에 차를 세우고』, 문학에세이 『모산만필』 , 산문집 『모산만필 2』가 있다. 또한 편저로는 『서양화가 유택렬과 흑백다방』, 『벚꽃 피는 마을』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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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 속의 시
자화상
재색명리(財色名利)를 좇은 적 없지만
재다신약(財多身弱)이 부자(富者)의 팔자라는데
돈도 없고 몸도 약하니
하늘이 내게 또 다른 심난함을 주었구나
동백꿀을 빠는 동박새 날개 아래
통영 장사도, 거제 지심도, 여수 오동도, 강진 백련사, 고창 선운사
동백꽃들은 망초처럼 얼굴을 쳐들지 않고 아래로 다소곳이 벙글어
필 때 이미 질 것을 알고 열매를 위해 한 몸 기꺼이 던질 줄 안다
꽃 질 때 더 아름다운 저 생멸의 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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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은 볼 수 없어서 슬프다
곧 사라질 존재들은
아무르표범, 검은코뿔소, 보르네오오랑우탄, 크로스강고릴라, 매부리바다거북, 말레이호랑이 등등이고
다시는 볼 수 없는 존재들은
백두산호랑이, 도도, 나그네비둘기, 황금두꺼비, 흰코뿔소, 양쯔강돌고래, 태즈메이니아늑대 등등이다
그리고
내 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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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은지
저녁 밥상에 김장 김치가 올라왔다
갓 버무린 저 날것의 풋내
저건 요리가 아니라 반찬일 뿐
누구와도 어울리는 친화력의 너른 품도 아니고
밥 한술에 소주 한잔을 부르지도 않는다
메마른 그 눈썹에 시방 지리산은 눈 첩첩이겠다
묵은지 김치찌개의 곰삭은 정 나눔은 언감생심이라
고등어나 갈치조림의 새콤, 짭짤, 얼큰에 이르러
다진 마늘에 대파 썰어 넣고 한소끔 끓인다면
묵직하고 진한 식구들의 하루도 그저 따뜻할 터
묵어야만 빛이 나는 게 김치뿐이랴
고향 뒷산의 소나무도 그렇고
내가 오늘 만나고 온 그도 마찬가지라
문밖에 찬 바람 처마를 훑고 가도
뻘건 국물의 힘에 이마를 훔치면
너와 나는 얼마나 부드럽고 은은한 사람인가
그리하여 우리는 얼마나 글썽이는 사람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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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 박과 이 선생
내가 대학에 입학할 때
정유생 닭띠 동갑내기인
박 서방은 사우디로 날아갔다
모래사장 밀주 막걸리를 마시며
삼 년을 지진 그는 작은 공장 사장이 되었고
칠 년을 버틴 나는 시골 중학교 선생이 되었다
너나 가라 중동(中東)!
너나 가라 사대(師大)!
거룩한 말일수록 실천된 세상은 없었고
숭고한 사상일수록 사람 세상과 멀었다
밤이나 도토리처럼 우리도 보늬가 있을까
아무리 베이비부머라 천대해도
이 선생과 사우디 박
새가 양 날개로 날 듯
우리는 그렇게 살았고 살 것이다
첫댓글 이월춘 경남문학관장님~!
시집 <기억은 볼수 없어서 슬프다>
발간을 축하드립니다
긴세월의 시향에 문운을 빌어마지 않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형님 시집 출간 축하드립니다.
곧 따뜻한 소주 한 잔 올리겠습니다.
제목이 예사롭지 않습니다.
축하드립니다.
시집 발간을 축하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