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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광성보 송별파티 -수도원 체험기- 최 화 웅(비오)
성경에 이렇게 기록되어 있습니다. “그분께서는 지혜롭다는 자들을 그들의 꾀로 붙잡으신다.” 또 이렇게 기록되어 있습니다. “주님께서는 지혜롭다는 자들의 생각을 아신다. 그것이 허황됨을 아신다.“ 그러므로 아무도 인간을 두고 자랑해서는 안 됩니다. 사실 모든 것이 다 여러분의 것입니다. 바오로도 아폴로도 케파도, 세상도 생명도 죽음도, 현재도 미래도 다 여러분의 것입니다. 그리고 여러분은 그리스도의 것이고 그리스도는 하느님의 것입니다. (1코린 3.19-23)
내일이면 저는 그동안 정들었던 강화수도원을 떠나 집으로 돌아가게 됩니다. 이제 신부님과 수사님들과 함께 강화들녘 논둑길을 가로지르며 묵주기도를 바치고 기도해온 수도원생활도 오늘이 마지막입니다. 내일이면 세상으로 떠나야 하는 것입니다. 이제 보내고 떠나는 마음을 정리할 때가 다가온 것입니다. 저는 마지막 도보묵주기도를 바치며 지나간 시간을 곰곰이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하느님께 저를 의탁하며 기도했습니다. "내 영혼을 오직 하느님을 위해 말엇이 기다리니 그분에게서 나의 구원이 오기 때문이네. 그분만이 내 바위, 내 구원, 내 성체. 나는 결코 흔들리지 않으리라."(시편 62, 2-3)
매일같이 반복되는 만남과 떠남이 쌓여 우리의 삶이 역사가 됩니다. "내 영혼아, 하느님을 고요히 기다려라." 오늘은 아이스크림을 맛있게 먹었던 그 광성보 슈퍼마켙 옆 가게 칼국수집에서 조촐한 송별파티를 갖는 날입니다. 저녁 7시에 신학원과 피정의집 가족들이 다 함께 자리했습니다. 필리핀 출신으로 어렵사리 귀화하신 이후 병원사목을 맡고 계신 제단일 다니엘 신부님과 지방으로 피정지도를 나가셨던 신현철 다마소 신부님이 얼굴에 맑은 미소를 가득 머금고 돌아와 온몸으로 웃음꽃을 선사했습니다. 온수본당 베네딕도 학사님과 수도원 은인이신 방희자 카타리나 교장선생님, 그리고 흥왕리로 귀농하신 수도원의 은인 김레오 안안나 부부께서도 오셨습니다.
특히 선원면에서 ‘참나리 동시 동화의 나라’를 가꾸고 계시는 구경분 아우구스티나 선생님의 대모님이신 방희자 카타리나 교장선생님께서는 온수리에서 큼직한 케익과 다과를 준비해 오셨습니다. 많은 분들이 자리를 함께 해주셨습니다. 10평 남짓한 홀 중앙에 자리 잡은 테이블 위에 케익을 올려놓고 빙 둘러섰습니다. 케익 위에 불을 밝힌 작은 촛불이 둘러 선 사람들의 얼굴을 비추어 방 안을 온통 동화의 나라로 만들었습니다. 아브라함 부제님의 주례로 진행된 송별파티에서 카타리나 선생님께서 세 개의 촛불이 성부와 성자와 성령을 의미한다고 말씀하시자 참석자들이 탄성을 지르며 약속이나 한 듯 손을 맞잡은 채 3위1체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강화의 어두운 밤하늘에 박힌 별들이 천사의 눈빛으로 빛나기 시작했습니다.
별 문삼석
너를 보면
그리움이 무언지 알 것 같아
너를 보면
기다림이 무언지 알 것 같아
그동안 겪은 수도원 생활과 서로의 마음을 나누는 동안 파전과 동동주가 상 위에 올라 분위기를 한결 무르익게 했습니다. 송별연의 메인메뉴는 강화갯벌에서 잡은 바지락을 넣어서 끓인 국물이 시원해 둘이 먹다 둘 다 죽어도 모르는 강화칼국수였습니다. 저의 수도원 체험이 끝난다는 이야기를 전해 듣고 거룩한 송별연까지 베풀어주신 방희자 카타리나 선생님은 10여 년 전 길상초등학교 교장선생님을 정년퇴직하신 교육자이십니다. 동화작가 참나리 선생님의 영세 대모님이신 카타리나 선생님께서는 6개월 동안 매주 삼십 리 시골길을 오가며 개인방문 교리교사로 봉사하신 분이십니다. 카타리나 선생님께서는 참나리 선생님을 위한 교리교사를 자청하시고 세례까지 뒷받침하는 오랜 기간 얼마나 노심초사하셨겠습니까? 그런 인연으로 귀한 대모대녀의 관계를 맺으신 관계입니다.
참나리 선생님은 강화 선원면에 ‘참나리 동시 동화의 나라’를 세우고 너른 마당에 어릴 적부터 좋아하던 백일홍, 분꽃, 과꽃, 코스모스, 맨드라미, 한련화, 다알리아를 키우며 꿈 많은 소녀같이 살아가고 계십니다. 수도원 체험을 통한 신앙고백이 화제가 되는 사이 널찍한 집필실 여기저기서는 카메라 프렛시가 터졌습니다. 그 번쩍번쩍 빛나는 프렛시의 섬광이 지난 보름 동안 강화수도원에서 체험했던 일들을 되살렸습니다. 강화수도원에서 신앙체험을 하는 동안 놀랍게도 저의 삶이 신앙과 더불어 현재에 맞닿아 있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저의 믿음을 새롭게 발견한 일이야말로 크나큰 은총이고 축복이었습니다.
후덕하기 이를 데 없는 슈퍼마켓 주인아주머니도 아이스크림을 디저트로 내놓으시며 저희들의 자리에 함께 하셨습니다. 정겨운 분위기 속에 광성보의 밤은 깊어갔습니다. 석별의 정을 노래하며 모두의 우정과 헤어지기 아쉬운 마음을 다독였습니다. 저는 수도원 체험을 통해 제 삶과 신앙을 더 넓은 맥락에서 바라볼 수 있었습니다. 삶과 믿음이 새로운 길을 발견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이제 복음적인 시선으로 새로운 세상을 바라보며 살 것입니다. 그것이 곧 인격적인 인간관계와 균형 잡힌 신앙으로 나아가는 길이라고 믿습니다.
이 순간 저는 <죽은 시인의 사회>에서 보고 익힌 라틴어 ‘카르페 디엠(Carpe diem)‘을 다시 마음속으로 새기며 오늘의 삶에 충실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송별파티를 끝내고 광성보로부터 수도원에 이르는 밤길을 걸으면서 영혼을 울리는 개구리의 합창을 반주삼아 성가 62번 ‘주님의 뜻을 이루소서’를 노래했습니다. 고요가 깃든 강화의 들녘에는 감동의 메아리가 끝 간 데 없이 멀리 퍼져나갔습니다.
고요한 중에 기다리니 질그릇 같은 내 모습에 당신의 얼을 채우소서
주님의 뜻을 이루소서 당신 발 앞에 엎디오니 나의 이 마음 비추시어 눈같이 희게 만드소서
주님의 뜻을 이루소서 어둠에 우리 헤매일 때 권능의 손을 펼치시어 진리의 길로 이끄소서
주님의 뜻을 이루소서 언제나 우리 그느르사 주님과 함께 하나임을 만민이 알게 하옵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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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긴시간 동안 오래전 수도원 체험을 되새기며 귀한 경험을 나누어 주시어 감사합니다.
그분위기와 강화의 들녘이 그려지네요.
전 감기 몸살을 호되게 앓고 있어서 초저녁부터 약에 취해 잠들었다가 이제 일어나 카페에 복음 묵상하러 들어 왔답니다.
감기 조심하시고 그동안 좋은 글 나누어 주셔서 감사하고 수고많으셨어요~^^
오드리님! 안녕하셨어요?
수도원 체험기도 어느듯 착복식과 에필로그를 남겨두고 있습니다.
그때의 아쉬움이 지금 또다시 밀려와 마음을 쓸어냅니다.
몸을 사리지 않으시는 봉사가 끝내 몸살을 불러온데다 봄감기까지 겹치셨군요.
잦은 봄비에 나무가지가 벌써 초록빛을 띄고 새움이 돋기 시작했더라구요.
감기몸살 이겨내시고 남모르게 찾아온 봄기운을 맞아보십시오.
오늘은 베토벤의 바이올린 소나타 '스프링'을 보내드립니다.
감사합니다.^^*
마지막판에 참나리를 등장시켜주셨네요.
그런데 제 대모님은 제게 천주교인이 될 것을 말로 권유하신적이 없었답니다. 늘 행동으로 좋은 본을 보여주셨지요.
한동네에서 20여년을 살면서 큰 시련들을 의연히 헤쳐나가며, 배려하는 마음이 하늘같은 그가 믿는 종교가 늘 궁금했습니다.
그래서 제 스스로 '저 분이 믿는 종교를 나도 한 번 믿어봐야겠다. 그러면 나도 저 분의 절반정도 인간은 되지 않을까?' 싶었죠. 그래서 그 마음을 털어놓았더니 그 주일부터 주 1회 우리집을 방문하여 6개월간 책 한 권을 강의해 주셨습니다. 저는 늘 그러한 대모님을 모신 것을 영광으로 알고 있는데 대모님께서는 오히려 이 대녀가 자랑스럽답니다.
선생님! 그런 경우가 찹쌀궁합이라고 하지 않습니까?
천주교인이 받은 특혜 중의 특혜를 들라면 대모대녀, 대부대자 관계가 아닐까요?
험하고 먼 신앙의 길에서 밀고 당기는 이른바 '밀당의 동반자'를 둔 저희들이 얼마나 행복합니까?
원래 믿음을 안내할 때 믿어라고 같이 가자고 권하는 경우와 말없이 행동으로 말하는 경우가 있겠죠.
교양과 품격을 가춘 고단수는 인격적인 관계로 자연스럽게 대자와 대녀를 믿음과 삶을 만나게 해주시죠.
정말 훌륭한 분을 만나셨군요. 다시 한번 축하드립니다.
송별파티를 하던 그날밤 인자히신 카타리나 선생님의 기억이 새롭습니다.
봄이 무르익어 강화에 고구마를 심을 때 올라가서 뵙고 싶습니다.^^*
국장님 사진 속에 지금은 뵐 수 없는 제다니엘 신부님도 계시네요. 세상으로 선교사로 파견 나오심을 환영합니다. 그 동안 체험기 읽는 재미가 솔솔 했는데 섭섭합니다. 감사합니다. 건강하십시요.
제다니엘 신부님은 옛날 저희 광안본당 보좌신부로 계셨답니다.
수도원 체험 이후 선종하셔서 마음이 서운합니다.
이제 수도원 체험기는 착복식과 에필로그 두 차례 남았습니다.
끝까지 응원해주십시오.^^*
긴 날 동안 수도원체험기를 넘~넘 감상 잘하고
기다림의 맛도,강화,수도원의 모습도 그리움님의글, 사진을 통해서 보고 많은것을 느끼고 배웠습니다.
간접수도원 체험도한것 같은 맘주심 감사드립니다.
그 체험을 통해서 한층 신앙의 크고, 높고 ,깊음을
지니셔서 많은 분들께 도움 주셨으리라 믿어요.
앞으로도 다른 무엇을 기대해도 괜찮겠죠?
주님 안에 언제나두분 건강,행복하시고계속 앞으로
나아가시길 기도속에 기억하겠습니다. ~홧팅^*^~
수고 많으셨습니다.-♥떠남은 또다른 만남의 예표?
God with you !!
네, 선생님! 수도원 체험기가 끝나도 저는 영원히 카페에 남겠습니다.
지난 6년 전의 체험을 통해 저는 자신의 삶과 신앙이 만날 수 있었습니다.
그것은 곧 싱앙과 삶의 지혜로운 화해였습니다.
선생님의 바람대로 넘어지지 않고 주님께 다가서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선생님! 수도원 체험기 끝나면 또 무엇이 있으신지요?
요즈음 제 마음이 많이 아프고 힘들었는데 선생님의 수도원 체험기가 많은 위안이 되었답니다.
저희가 무언가 읽고 묵상할 수 있도록 계속 글을 써 주셨으면 합니다.
저는 오늘 일년 농사의 가장 큰 대목날이었습니다. 새학년 새학기가 시작되는 날!
새로 맡은 아이들과 설레임 속에 눈맞춤과 인사를 나누고 우리 장애우들이 성장하는데
제가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라며 열과 성의를 다하는 교사가 되게 해 달라고 기도드렸습니다.
감사드리며 독감 조심 하세요~~~
네, 무엇보다 선생님의 꿈을 이루시길 바랍니다.
성모님께서도 선생님의 열의를 함께 지켜주시리라 굳게 믿습니다.
저도 대학에서 강의를 했습니다만 선생님의길을 두 편의 영화에서 공감할 수 있습니다.
우리네 현실과 동떨어졌다고 하겠지만 그 영화는 <선생님에게 애정을 보내면서(To sir with love)>요
다른 영화는 <죽은 시인의 사회(Dead Peots Society)>입니다.
비록 픽션의 영화에서지만 선생님과 학생의 관계를 다시 생각하게 했습니다.
저는 장애우를 가르치시는 우리 청초이 선생님의 열성이 드높다고 믿습니다.
힘내십시오. 저희들 뒤에서는 성령께서 버티고 계십니다.
화이팅!!
주님의 뜻을 이루시기 위해 선생님을 수도원으로 부르신 하느님께서는 저희들까지도 그분께로 가까이 갈 수
있도록 하셨습니다. 이 모두가 그분만이 하실 수 있는 작업이고 그저 감사할 뿐입니다. 늘 저희를 주님과 이어주실
다리가 되어 주십시오. 환절기 건강하세요~^^*
선생님의 말씀을 깊이 묵상합니다. 감사합니다.
저의 신앙과 삶이 맞닿은 수도원 체험에 공감해주셔서 더욱 감사합니다.
들녘에는 새봄을 준비하는 몸짓이 분주합니다.
선생님께서도 사순시기를 위한 거룩한 재의 수요일 맞으십시오.
아파트단지에는 매화 뒤에 산수유가 꽃망울을 터트립니다.
쌀쌀한 봄기운에 건강 조심하십시오.^^*
지나간 좋은 추억을 차곡차곡 모아서 비타민 같은 활력재로 현재를 사시는 그리움님!
올 한해도 에너지 넘치는 삶이시길 기원합니다. 화이티~~~ㅇ
레오 형제님! 안녕하셨습니까?
마니산 자락 흥왕리의 봄소식이 궁금합니다.
동막리에서 조개구이 먹으며 낙조를 즐기던 때가 새롭습니다.
지난번에는 밤늦게 후다닥 들려서 저녁만 얻어먹고 내려왔지요.
내내 건강하십시오. 안나 자매님께도 인사 전해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