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형과 통화를 했다.
영일만에 석유가 정말 나올까요?
만나본 적은 없지만 Geo-Act의 사장 빅터는 해저 석유탐사의 전문가로 학계와 석유산업계에서 명망 있는 인물이라고 휴스턴에 사는 형이 말했다.
산호초로 지형역사를 추적하는 연구를 했던 형도 휴스턴에 있다는 그 회사와 사람이 궁금해서 찾아보았다고 했다.
실패확률이 높은 20%가 아니고, 시추공 5개 뚫어 그중 하나에서 유전이 나올 수 있는 확률, 석유 시추에 있어서는 대단히 성공 가능성이 높은 확률이라고도 했다.
나라 빚이 1000조가 넘었고, 각종 연금 고갈은 코 앞인데... 점점 인구수가 줄어드는 후대에 넘겨줄 짐을 생각하면 미안하기 짝이 없구만, 어쩌면 우리 세대가 약간의 체면이라도 차릴 수 있을 영일만 유전은 시추 시도도 해보기 전에 정치판의 도마에 올려져 난도질당하는 중인 것 같아 안타깝다.
형과 통화가 끝나고, 총기가 남달랐던 형과의 추억 하나가 떠올랐다.
"익아, 니 당구 아나?"
"내가 당구를 우에 아노. 듣니 처음이다."
형은 중3이었고, 난 초6이었다. 그때가.
형 학교 앞 만화방에 미니 당구대가 들어왔는데 학생들로 붐빈다도 했다.
그땐 어른 당구장에 미성년자들은 들어갈 수가 없었는데, 누군가 미니당구대를 만들어 한창 호기심 많은 중고등학교 앞에 공급했던 모양이었다.
집으로 오는 길에 곰곰이 생각하던 형이 뭔가 아이디어를 떠올렸던 모양이었다.
나를 다정하게 부른 걸 보면.
"우리 미니당구대 만들어서 놀자."
"히야, 그걸 우에 만든다 말이고? 정말 만들 수 있겠나?"
"누부야 자수틀 있제. 직사각형으로 된 거 제일 큰 거부터 찾아 온나."
형의 총기가 발동이 걸렸고 난 탈탈 거리며 발품을 팔았다.
준비물은,
자수틀 하나
아기 기저귀용 노란 고무줄
고무줄 고정용 압정
못쓰는 군용 담요 약간
왕구슬 네 개
음악시간에 섰던 작은북 채
분필. 끝.
자수틀 밑에 담요를 두 겹으로 깔아 고정하고
자수틀 안쪽에 노란 고무줄을 빙 둘러 압핀으로 고정,
작은 북채 끝을 맨들하게 만들고,
분필을 으깨서 병뚜껑에 담았다.
미니 당구대 완성~!
왕구슬 네 개를 자수틀 안에 넣고, 분필가루를 북채 끝에 묻혀 구슬을 치니, 벽에 붙은 노란 고무줄 쿠션을 받아 구슬은 빙글빙글 잘도 굴렀다.
그날부터 틈만 나면 형과 나는 미니당구를 쳤다.
빗겨치기, 당겨치기, 밀어치기, 구멍넣기...
기술은 많았고, 입시를 앞둔 형보다 시간이 많았던 나는 죽자 사자 연습을 해서 형과 호각지세를 이루었다.
그때 미리 익혀두어서 그랬는지, 커서 당구를 곧잘 쳤었다.
추억을 되짚을 때마다 드는 생각이 있다.
큰형과 작은형, 큰누나와 작은누나.
난 참 좋은 남매 인연을 만났구나...
살면서 겪은 아픔과 질곡들을 다 덮고도 남을 만큼
내가 남매복이 많았었구나...
추억방에 글을 쓰고 읽으면서 그런 생각들은 더욱 짙어졌다.
영일만 석유... 꼭 시추해서 가스와 석유가 펑펑 터졌으면 좋겠다.
첫댓글
하이튼 재주고 많고
새실도 좋고 ㅎㅎ
ㅎㅎ 내가 복이 많았더라고.
@맘자리(김규익)
복있게도 생깃어ㆍ넌 ㅎㅎ
아고....그러게말야.
바람대로 석유와 가스가 펑펑 나와 우리 후대가
잘 살았으면 참 좋겠다는 생각인데
꼭 그랬으면 좋겠다.
작은형이 머리가 참 좋으시네정말.
글 읽으면서 그대로 그리니까 정말 멋진
미니당구대가 완성이되고
멋진폼으로 작은형과 치는모습을 상상하니
그렇게 행복해보일수가 없네.....
형제간에 우애가 돈독하니 너무 아름답다.
난, 오빠도...남동생도 없어서
그런건 꿈에도 모르고 자라왔고
규익이 형제들 이야기할때마다 정말 많이 부럽더라....
그래도 멀지않은곳에 작은형께서 계시니
덜 외로울거 같아.
저 시추선은 꼭 뭐 같이 생겼네. ㅋㅋㅋ
아... 그렇구나.
든든한 오빠 하나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석유펌프 별명이 메뚜기라 하네. ㅎ
ㅎㅎㅎ
자수대로 당구대
구슬로늠 당구알
대박이다
아이디어가
진짜 규익이늠 형제 복은 타고 난듯 이렇게 틈틈히 추악거 리도 많으니~~
석유는 문제가 많은듯
석유는 매장되있는거 확실한데
호주 석유사 우드사이드에서 15년 동안 시추 결과 생산성이 떨어진다고 기부업하고 철수했는데 5천억이나 들여뭔 시추를 하겠다는건지 ~~~에휴
작은형 덕을 내가 많이 봤지. ㅎㅎ
요즘 탐사와 시추 기술이 더 많이
발전했으니 꿈이라도 품어 봐야지.
규익이 작은형의 비상한 아이디어로
미니당구대가 탄생하고...
형제가 당구치는 모습도 상상해봤어.
게임을 하면서
형제간의 우애가 더욱더 돈독해졌을거 같아 ㅎㅎ
석유는 시추하려면 문제점도 많아서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인거지
그땐 형을 이기도 싶어 안달했는데
지나고 보니 다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았네.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