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리 1
씬 1. 프롤로그/타이틀 백.
블랙.
자막 1992년.
요란한 구령 소리, 발소리.
화면 열린다.
자막 "특수 8군단 개성 지부"
수십 명의 특수대 훈련병들의 집단 구보.
그 속에 앳된 이 방희의 모습도 보인다.
어깨에 붙은 군번 8279.
몹시 지치고 힘든 모습.
이 악물고 달린다.
나란히 달리는 지도 교관 박 무영.
공동묘지.
밤.
무덤 속에서 해골 들고 나오는 이 방희.
묘지 한곳을 향해 달린다.
사색이 되어 울먹울먹.
나란히 열 맞추어 서는 해골 해골들.
어떤 것들은 피가 뚝뚝 흐른다.
훈련1: 8273!
2: 8275!
3: 8276!
이 방희 차례.
군번 못 대고 입만 달막달막.
박 무영: 8279.
이 방희: (간신히) 8279.
박 무영: 8279!
이 방희: 8279!
박 무영: 8279!
이 방희: 8279!
발악하듯 고함치지만 눈에는 눈물.
빗속.
보트 메고 갯벌 달리는 훈련병 속 이 방희.
쓰러졌다 다시 일어선다.
얼굴은 온통 갯벌투성이.
기둥에 매달린 시체.
대검든 이 방희, 질끈 눈감고 찌른다.
시체 뒤의 박 무영.
박 무영: 눈떠! 다시 찔러!
제정신이 아니다.
이성 잃고 다시 찌르는 이 방희.
박 무영: (짧게 반복) 찔러! 찔러! 찔러!
얼굴에 튀는 피.
눈에 초점을 잃고 마구 찌른다.
얼굴.
목.
가슴…….
낭자한 피.
실성한 사람 마냥 닥치는 대로 찔러대는 이 방희.
어느 순간 그녀의 눈빛.
무섭게 변해간다.
개천.
첨벙첨벙!
완전 군장한 훈련병 속의 이 방희, 거침없이 달린다.
격투 훈련.
공중 돌려차기.
꺾기.
급소가격.
이 방희.
순식간에 세 명의 상대를 제압한다.
강물 속.
호흡 확장 훈련.
대부분의 훈련병들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수면위로.
끝까지 버티는 이 방희.
조준사격, 속사.
정확하게 목표물 명중시키는 이 방희.
모의 건물 코너 코너 돌며 구르고 점프하고 돌진.
식사시간.
걸신들린 듯 마구 쑤셔 넣는 이 방희.
마주앉은 박 무영.
자신의 닭고기를 슬쩍 얹어준다.
먹다가 멈칫 박 무영 보는 이 방희.
타이틀 계속 깔린다.
VTR 자료실.
서태지와 아이들의 비디오를 보며 따라 부르는 이 방희.
쉽지 않다.
계속 리와인드하며 흥얼흥얼.
철컥.
철컥.
번개 같은 총기 조립.
이 방희 걸어가며 탕탕 탕탕!
산산이 박살나는 각종 표적들.
특수대 일실.
투명한 비닐 백 내미는 손.
잠시 보는 이 방희.
준비한 머리카락 봉투, 군복, 군번 목걸이, 편지……. 등등.
송달된 개인 소지품 올려놓는다.
챙겨 넣은 박 무영, 자크 채우려는데 이 방희, 그 위로 사진 내민다.
그녀의 가족사진.
<단란했던 한때>
잠시 사진 속 이 방희 보는 박 무영.
표정 없이 박 무영 보는 이 방희.
눈보라치는 저녁 바닷가.
남파될 이 방희와 배웅 나온 박 무영.
동료 대원들.
어둠속에 빛 발하는 눈빛.
이 방희: …….
박 무영: …….
세찬 눈보라.
이 방희: (경례) 조국 통일 만세.
박 무영: (경례) 조국 통일 만세.
이 방희, 안내 조와 함께 대기 중인 침투용 보트에 오른다.
담담하게 보는 박 무영.
부릉!
출발하는 보트.
멀어지는 이 방희.
바라보는 박 무영.
그의 손에 이 방희의 군번줄이 걸려있다.
8279.
세찬 물살.
뱃머리의 이 방희, 표정 없이 망망대해 쪽 보고 있다.
F. O.
타이틀 끝난다.
강렬한 총성.
씬 2. 컴퓨터파일.
탕!
탕!
흑색 화면위로 연이은 두발의 총성.
잠시 후 화면 좌측 와이프 되듯 나타나는 이 방희의 사진.
동시에 은밀하게 뜨는 신상 기밀.
성명/이 방희.
소속/북조선 특수 8군단 비밀 첩보 요원.
1971년 황해도 해주 출생.
1남 2녀 장녀.
특기사항/저격수.
사건 번호/S 12704.
보완 분류/1급 기밀.
담당 O. P/유 중원. 이 장길.
사건내역.
1993. 6월 김 응조 핵물리학박사 저격.
1993. 11월 국방과학 연구소 조 남호 소장 저격.
1994. 7월 서울 성북구 도시 가스관 폭발사고 주도.
1995. 1월 국가안전기획부 대북 전략 수석 여 진철 살해.
1996. 5월 한국형 핵잠수함 개발팀장 김 택주 박사 저격.
<내역 종료>
내역결과/1996. 7월. 담당 O. P 이 방희 추적 성공. 신원 확보. 현재 추적 중.
씬 3. 부산항 국제부두.
자막. 1996. 10월. 부산 00 부두.
부두 따라 빠르게 접근하는 헬기.
역광 받은 바다 물결, 각종 선박…….
송수신 무전음.
정박 중인 화물선 00호.
사다리 따라 이동하는 특경들.
갑판, 복도, 화물, 기관실 곳곳을 총구 앞세우고 파고든다.
긴밀하고 신속한 발, 발들.
각 방문 열리고 들이 닥치는 총구.
기습받고 놀라 손드는 선원들.
영문 모르고 어리둥절 우왕좌왕.
특경 사이 모습 드러내는 유 중원, 이 장길.
일일이 각 선실 확인하며 이동.
이동.
OO호 상공 선회하는 정찰헬기.
문 박차고 들어서는 유 중원, 내부조준.
어둡고 침침한 창고 내부.
부착한 고글 통해 환히 내부 비친다.
각종 드럼통, 박스, 상자…….
뒤따라 들어서는 이 장길, 유 중원과 등 돌리고 반대쪽 살핀다.
한걸음, 한걸음, 조심스럽게 내부 탐색.
이윽고 상자 한곳에 걸음 멈추는 유 중원.
잠시 긴장. 그의 시선 따라 가보면 상자하단 바닥에 고인 피.
유 중원, 손들어 이 장길에게 신호 보낸다.
이 장길.
접근해 오며 사주경계.
상자 뚜껑 열어 젖히는 유 중원.
상자 속.
얼굴 하늘 향한 채 죽어있는 선원.
고글 벗고 재삼 확인하는 유 중원.
선원 이마에 쓰인 굵은 팬 글씨.
"Good Bye!"
씁쓸하게 시선 마주치는 유 중원, 이 장길.
씬 4. 노상 카페 근처길.
비 오다 잠시 멎은 흐린 날씨.
자전거 페달 밟는 발.
휙휙 스치는 도로변 전경.
노란 레인코트 차림의 이 명현.
어딘지 자전거 모는 솜씨가 서툴다.
뒤에 실린 커다란 어항.
씬 5. 노상 카페.
노변에 설치된 테이블.
깔리고 있는 음악, 머라이어 캐리의 <룩킹 인>.
유 중원과 이 장길.
간단한 식사 마치고 커피 마신다.
유 중원은 블랙, 이 장길은 손가락으로 프림덮게 찔러 따른다.
이 장길: 잠적이 너무 길지 않아요? 벌써 오개월 짼데.
유 중원: 신변 노출 때문에 이미 폐기 됐을지도 모르지.
이 장길: (혼잣말 하듯). 굿바이, 굿바이. 지금쯤 어딨을 까요.
유 중원: …….
무심코 길 쪽 보면 어항 싣고 오는 이 명현.
여전히 비틀비틀 불안하다.
내리막길.
이 장길: 사랑하는 여자도 아마 이 정돈 기다리지 않을 겁니다.
유 중원: 자존심이 다치긴 단단히 다쳤군.
이 장길: 저보다 더한 분도 계시죠.
유 중원: (옅은 미소) …….
중심 잃고 길 가로질러 오는 이 명현.
휘청휘청, 브레이크도 제대로 말 듣지 않는 듯.
기겁한 얼굴.
유 중원: 이 노래 뭔지 알아?
이 장길: 음악 싫어하는 거 알잖아요.
이 명현, 카페 향해 돌진.
유 중원만 보고 있을 뿐 손님들 얘기 하느라 보지 못한다.
유 중원: 인내를 가지고 가살 들어봐. 맞추면 저녁 사지.
이 장길: 알고 물어보는 거죠?
유 중원: 나도 몰라.
정면충돌 기세.
달려오는 자전거.
불쑥 일어나 달려가는 유 중원.
머뭇 보는 이 장길.
밀고 들어오는 이 명현.
아찔, 덮치기 일보직전.
명현 향해 달려간 유 중원, 자전거 번쩍 치켜들고 핸들 꺾인 방향으로 빙그르 돈다.
밀려온 힘에 떠밀려 한 바퀴, 두 바퀴.
두 눈 휘둥그레져 보는 손님, 종업원.
간신히 덮칠 뻔한 위기 모면한다.
반사적으로 안쪽 주머니 <권총>로 손이 갔던 이 장길.
피식, 손 뺀다.
당혹감에 어쩔 줄 모르는 이 명현.
유 중원: 괜찮아요?
이 명현: (머쓱) 고, 고마워요.
잠시 마주 보는 두 사람.
이 명현, 겸연쩍어 피하듯 자전거 끌고 나간다.
그러나 다시 와장창.
끈이 풀렸는디 커다란 어항이 바닥에 박살난다.
이 명현, 낭패감 곤욕감에 안절부절.
물끄러미 지켜보는 유 중원…….
저만치 이 장길.
씬 6. 고층빌딩 일실.
대형 통유리 밖으로 시내 전경이 한 눈에 보인다.
자막 1998. 5월 서울.
추적추적 내리는 비.
우산 쓰고 오가는 사람들.
그 위로 오프 되는 어떤 남자의 통화내용.
소리: 이번 거래는 없었던 일로 합시다. 돈은 그 친구에게 받는 즉시 돌려 드리죠. 그 친구가 돈을 돌려주겠다고 한 이상 나로서도 더 이상 방법이 없어요.
카메라 천천히 역 이동.
통화중인 거구의 남자 <임 봉주>와 번듯한 내부 소개된다.
임 봉주: 액수 문제가 아녜요……. 나 역시 최선을 다했지만 어쩔 수 가 없었어요……. 긴 얘기 하지 맙시다. 이번 일은 내 능력 밖이 예요. 다른 루트를 찾아보세요.
전화 끊는 임 봉주, 불안하고 초조한 기색.
씬 7. 수족관 안.
어항 물속.
관상어들 사이로 얼굴 하나가 잠수하듯 인된다.
눈뜬 채 꿈벅꿈벅.
마치 자신이 물고기라도 된 듯, 유 중원이다.
얼굴 주위.
지나는 물고기들.
유 중원, 고개 돌려가며 이쪽저쪽.
그의 시야로 수족관 밖.
와서 멎는 자전거.
보슬비 오는 날씨.
이 명현, 어항 챙겨들고 안으로 노란 레인코트.
푸우!
어항 밖 얼굴 빼내는 유 중원.
이 명현, 곧장 들어와 진열대위에 어항을 올린다.
수거한 병든 물고기들.
이 명현: 어떻게 오셨어요?
유 중원: 친구들을 만나러 왔죠. 얘기하던 중이었어요.
이 명현: (서랍에서 약품 꺼내며) 무슨 얘기 했어요?
유 중원: 사랑이 뭐냐고 물었죠.
이 명현: 뭐래요?
유 중원: 같이 있는 거래요. 죽는 날 까지 함께 있는 거.
이 명현: (어항 속에 약품 풀며) 그들은 이별의 아픔이 뭔지 알죠.
유 중원: 그렇겠죠. 매일매일 팔려가니까.
이 명현: (약품 젓는다.) 물고기 우는 거 본적 있어요?
유 중원: 어떻게 울죠?
이 명현: 물속에서 울어보면 알게 돼요.
유 중원: 물고기가 어떻게 웃는지 알아요?
이 명현: …….
유 중원, 입술 삐죽 내밀고 우스꽝스러운 표정.
미소 짓는 이 명현.
씬 8. 내실/명현 숙소.
돌아가는 CD.
머라이어 케리의 <룩킹 인>.
창밖 화분 받침대.
덩그러니 놓인 작은 목초 화분.
떨어진 빗방울이 잎 타고 흐른다.
침대 끝에 나란히 턱 괴고 보는 유 중원, 이 명현.
유 중원: 그날도 노란 레인코틀 입었어. 벌써 일 년이야. 공교롭게도 명현이 처음 만나던 날 이 노랠 들었어.
침대 밑에서 투명 비닐 팩 꺼내 중원 앞으로.
속에 든 두 마리 흰색 물고기.
이 명현: 맞춰봐.
유 중원: (골똘히) …….
이 명현: 키.
유 중원: 키. 키…….
긁적.
이 명현: 아직 멀었어. 키싱구라미.
유 중원: (중얼) 키싱구라미.
이 명현: 한 마리가 죽으면 나머지 한 마리도 뒤따라 죽어.
비닐 팩 속의 키싱구라미.
이 명현: 먹지 못해 말라 죽기도 하고 비늘이 벗겨지고 배에 물이 차 죽기도 해.
유 중원: …….
이 명현: 혼자 안남 게 잘 키워야 돼.
꺼내준다.
받아드는 유.
이 명현: 먹이는 일주일에 세 번.
유 중원: 물은 5일에 한번. 어두운건 견디지 못해. 항상 수족 등은 켜 둘 것.
이 명현: (미소) …….
다가가 입 맞추는 유 중원.
유 중원: 명현이 없으면 나도 그럴지 몰라. 키싱구라미 처럼.
두 사람 감미로운 키스.
가늘게 울리는 핸드폰 소리.
씬 9. 패스트 푸드점 앞길.
간이 포장마차에 서서 우동 먹고 있는 남자.
이 장길.
잔뜩 멋을 부렸다.
잘 빗어 넘긴 머리.
구김 없는 옷 깃.
비닐 천정에서 떨어지는 물방울이 코트를 적시자 민감하게 털어낸다.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뉴스.
뉴스: 민족의 화합과 통일을 표방한 2002년 월드컵 남북 단일팀 결성식이 오늘 오후 3시 신라 호텔 대연회장에서 열렸습니다. 이번 25일 열리게 될 남북 단일 팀 A, B 조 친선경기는 월드컵 대표선수 선발의 목적을 넘어 남북의 최고 정상이 한자리에 만나는 새로운 역사적 전환점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오늘 결성식에서 김 상원 축구협회장은 이번 경기가 최근 급진전되고 있는 남북 화해 무드의 물결을 타고 우리 민족이 진정하나가 되는 기폭제가 되어야 할 것이라며…….
푸드점 앞 주시하는 이 장길.
누굴 만나기로 한 듯.
지나는 행인들.
시계 본다.
울리는 핸드폰.
이 장길: (은밀한) 여보세요?
씬 10. 패스트 푸드점이 보이는 근처길.
벤츠속의 거구 임 봉주.
힐끗힐끗 사방 살피며.
임 봉주: 장소를 바꿉시다.
저만치 이 장길과 패스트 푸드점 보인다.
임 봉주: 왠지 감이 안 좋아요……. 다음 버스 정류장에서 만납시다.
임, 차에서 내려 정류장 쪽으로 걷는다.
씬 11. 패스트 푸드점 앞.
곧바로 자리 뜨는 이 장길, 잰걸음.
사람 헤치고 가볍게 뛴다.
씬 12. 다음 정류장.
출발하는 버스.
차에서 내린 임 봉주.
주위 의식하며 인도 쪽.
사람들 사이 빠른 걸음으로 다가오는 이 장길.
임.
초조한 듯 간판 밑으로 들어가 담배 핀다.
조금 떨어진 아래쪽, 어항 팩 든 유 중원 서 있다.
황급히 다가오는 이 장길.
저만치 임 발견하고 안도.
속도 늦춘다.
담배 피던 임, 두리 번 살피다 이 장길 발견하고 슬쩍 손을 든다.
가볍게 답하는 이 장길.
태연하게 임 향해 다가간다.
이 장길쪽 보고 있는 임.
어느 한순간 허옇게 질린다.
모른 체 다가오는 이 장길.
바로 뒤에 긴 코트에 선글라스 낀 여자 모습 보인다.
염색한 굵은 퍼머 머리가 인상적이다.
임, 멈칫 차갑게 굳더니 냅다 내빼기 시작한다.
순간 당황하는 이 장길.
정류장 옆 사이골목으로 도망치는 임.
연이어 뒤쫓는 유 중원.
어지럽게 흔들리는 어항 팩.
한발 늦은 이 장길.
뒤따라 달린다.
씬 13. 쫓고 쫓기는 길.
좁은 뒷길.
도망치는 임.
뒤쫓는 유 중원.
척!
손을 내려 뻗자 옷소매 속의 권총이 손에 잡힌다.
권총 빼든 채 달리는 이 장길.
이 장길: (무전) 어떻게 된 거예요?
유 중원: 몰라.
이 장길: 어디예요?
유 중원: 인쇄소 4번째 골목. 돌아서 반대편 대로 차단해.
이 장길: 장애물은요.
유 중원: 확인 안 돼.
골목을 빠져 나와 사이 길로 들어서는 이 장길.
씬 14. 막다른 골목.
죽어라 달리는 임.
정신없이 달리다 결국 막다른 골목.
코너에 몰려 우왕좌왕.
겁에 질려 절망적인 모습.
뒤따라온 유 중원, 안심시키듯 손을 들고 천천히 다가가며.
유 중원: 안심해요. 우린 연락 받고 온 요원이예요. 벽 쪽으로 붙어요.
비 오듯 땀 쏟는 임.
터질 것 같은 호흡.
간신히 벽 쪽으로 몸을 붙인다.
유 중원 다가서며 주변경계.
유 중원: 왜 달아났어요?
임 봉주: (헉) 그 그자가 우릴 봤어요. 우리가 우리가 만나는걸 알고.
유 중원: 그자가 누구예요.
임 봉주: 그 그자는…….
순간 슈우웅!
공기를 가로지르는 예리한 열기.
헉.
짧게 신음 토하는 임.
정확하게 목 중앙 하단에서 피가 솟구친다.
재빨리 몸 숨기며 정조준 자세로 사격 점 찾는 유 중원.
사방 건물.
베란다, 지붕, 창문…….
건너편 상가옥상.
가건물 사이로 모습.
감추는 선글라스 여자.
유 중원. 곧바로 건물 향해 달린다.
달려 들어오다 마주치는 이 장길.
유 중원: (임) 저 친구 좀 맡아.
순식간에 골목 꺾어 도는 유 중원.
씬 15. 상가 건물 앞/안.
유 중원, 총구 앞세우고 상가 안으로 재빠르게 사방 살피며 계단 오른다.
씬 16. 상가 옥상.
비상계단.
단숨에 달려 올라오는 유 중원, 옥상 문 박차고 주변 경계.
거침없이 파고들며 물탱크, 가건물…….
구조물 사이사이 확인한다.
동시에 건물 아래쪽 주변 길목. 난간 주변…….
허나 주변은 아무 일도 없는 듯 평온한 정적.
우뚝 한곳에 멈춰서는 유 중원.
바닥에 떨어져 있는 두 발의 탄피.
그중하나를 집어 드는 유, 가만히 본다.
그 위로 멀리 사이렌 소리.
씬 17. 00 건물.
사람들 왕래가 다소 한산한 거리 한 켠 건물.
벽 간판 "한성 냉장 주식회사"
씬 18. 건물 안.
얼핏 보기에는 일반 회사와 다를 바 없는 내부.
어 성식, 이동 선반 위에 사무실 곳곳에 놓인 어항들을 수거한다.
어 성식: 오늘은 즐거운 수요일. 우리들의 사랑스런 물고기들이 목욕 하는 날입니다.
잔뜩 쌓이는 어항.
어 성식: 오늘은 즐거운…….
일반 회사로 위장된 국가 최고의 일급비밀 첩보기관.
<O. P: OCEAN PARK>
내부 이 장길 섹션.
유 중원과 이 장길이 임의 신상 파일보고 있다.
컴퓨터 화상.
임의 사진과 힘께 갖가지 신상 기록들.
성명.
주소.
주민번호.
전과기록……. 등등.
이 장길: 본명은 임 봉주. 카빈이라는 무기밀거래 조직의 실질적인 보습니다. 그동안 전혀 노출 되지 않은 비밀 점조직 입니다.
유 중원: 처음 연락 받은 게 언제였어.
이 장길: 선배님 연락하기 바로 직전이었죠.
일어나 M. D 레코딩 기기 쪽으로.
유 중원: 상대는 우리와 거의 같은 시간대에 움직였어. 굳이 약속 장소까지 와서 저격한걸 보면 미행당한 건 아냐.
이 장길: (레코딩 버튼 누르며) 미행당했더라면 집선 전에 제거했겠죠.
유 중원: …….
돌아가는 DAT.
곧이어 임의 통화 내용.
임 봉주: (은밀하고 긴장된) 내가 전화 드리게 된 건 내 신변에 위협을 느끼고 있기 때문입니다. 자세한 내용은 만나서 얘기하겠지만, 내가 거래하고 있는 고객과 관련된 내용입니다.
이 장길, 습관적으로 탁자 위의 비스킷 입속으로. 그 중 하나 어항 속으로 던진다.
임 봉주: (소리) 다시 한 번 얘기하지만 내 신변과 비밀 보장이 지켜지지 않으면.
이 장길: (소리) 염려하지 마십시오. 약속은 반드시 지킵니다.
임 봉주: (소리) 오후 두시 을지4가 미림 상가 패스트푸드점 앞에서 만납시다. 난…….
버튼 눌러 끄는 이 장길.
이 장길: 임 봉주는 무기 거래 과정에서 지속적으로 누군가로부터 심각한 신변 위협을 받고 있었어요.
유 중원: 우리는 통화 직후 곧바로 약속장소로 갔어. 문제는 우리와 이 친구가 접선하는 사실을 상대가 어떻게 알았느냐는 거지.
이 장길: (와작와작) !
이때 인터폰.
(소리): 부검 결과 나왔습니다.
자리 뜨는 유 중원.
이 장길도 뒤따라 나간다.
가로막듯 안으로 들어서는 어 성식.
이 장길: 무슨 일이야?
어 성식: 수용일이잖아요.
이 장길: (툭 치고 나가며) 청소 잘해. 어항에서 냄새나.
어 성식: (못 마땅) 비스켓 넣으니까 그렇죠.
이 장길: 물고기라고 밥만 먹고 사냐?
얼떨떨 보는 어 성식.
씬 19. O. P내 부검실.
부검 끝난 임의 시신.
곳곳에 칼자국.
부위별 표시. 전문 부호.
부검의 시신과 X레이를 번갈아 가리켜며.
부검의: (목뼈) 경추 1번에서 7번 중에서 4번까지가 가격 시 즉사할 수 있는 지점인데 정확히 2번가 3번 경추에 두 발의 총격이 있었어요. 한발은 2번 경추에 나머지 한발은 3번과 4번 사이 탈골을 일으키고 관통했어요.
임의 시신 주위 맴돌며 듣는 유 중원.
힐끗 목 주위 들춰본다.
부검의: 부검하면서 이런 솜씨는 처음 이예요.
유 중원: (이미 알아채고) 전임 부검의는 이미 여러 번 경험 했었죠.
이 장길: 김 응조, 조 남호, 김 택주 박사 저격 때도 같은 식이었어요. (유 중원 보며) 다시 활동을 시작한 것 같은데요.
유 중원: (의미 있는) …….
씬 20. 해변.
자막.
북조선 00해안.
<이 방희가 남파됐던> 짙푸른 어둠속에 몰려오는 한 무리의 군인들. 그들 중심에 얼핏 얼핏 보이는 어깨 견장의 별 셋.
건너편 침투용 쾌속정 앞.
대기 중인 박 무영과 대원들.
일제히 경례한다.
답례하는 별 셋.
드센 바닷바람.
대원들 눈빛 번뜩인다.
잠시 그들 보던 별 셋.
입을 연다.
별 셋: 이 땅의 썩은 위정자들은 가라. 오욕과 굴욕의 분단 오십년 더러운 세월도 가라. 조선의 새 역사는 이제 우리가 쓴다.
비감하게 듣는 박 무영, 이 원두, 박 용상, 배 원두, 안 현철.
별 셋: 바로 그 새 역사의 시작이 대원들 손에 달렸다. 통일 조국의 하늘 아래 다시 만나자. 건투를 빈다.
뻥긋 입술 떼는 박 무영.
박 무영: 조국 통일 만세.
별 셋: 조국 통일 만세.
대원들 입에서 입으로.
이 원두: 조국 통일 만세!
박 용상: 조국 통일 만세!
배 원석: 조국 통일 만세!
안 현철: 조국 통일 만세!
급기야 쩌렁쩌렁 울리는 대원들의 비장한 외침.
"조국 통일 만세! 조국 통일 만세!"
씬 21. 임의 비밀 무기창고 앞.
출입문 앞.
대기 중인 무장특공들.
설치<폭파장치>끝낸 유 중원, 이 장길 벽 쪽으로 몸 붙힌다.
유 중원 끄덕.
이 장길 핸드폰 꺼내 비밀번호 입력.
곧바로 SEND.
순간 콰쾅!
요란한 폭발음과 함께 떨어져 나가는 철문.
씬 22. 창고 안.
유 중원, 이 장길, 특공들의 급습.
동시에 다른 특공들 로프타고 창고 내부로.
무기들 궤짝에 담으며 짐 꾸리던 임조직 일당들 우왕좌왕.
소리 지르며 내부 곳곳 치고 들어가는 특공들.
순식간에 일당 장악한다.
채 반항도 못해 보고 제압당하고 마는 일당들.
번적 두 손 치켜든 채 얼떨떨.
곧장 안쪽 사무실 향하는 유 중원, 이 장길.
사무실 옆 칸막이 사이.
불쑥 모습 내미는 일당1.
유와 이 향해 총구 겨눈다.
그러나 한발 앞서 유 중원의 총격. 탕!
나가떨어지는 일당1.
이 장길 짧게 안도. 유향해 찡긋 안으로 들어선 유 중원, 이 장길.
책상위에서 임 봉주 액자 사진 확인.
케비넷, 진열장, 서랍, 책상…….
속속들이 내용물들을 들춰내 바닥 한 곳에 쏟아 붓는다.
와르르 쏟아지는 각종 서류철, 디스켓, 메모판, 각종 카탈로그<총기>…….
씬 23 O. P내 고 국장 섹션.
얘기중인 고 국장, 유 중원, 이 장길.
이 장길: 생각보다 치밀한 친구예요 무기거래 내역정도는 남길만 한 데 말이죠.
고 국장: 그 친구들 특징이지. 단서가 될 만한 것들은 아예 처음부터 남기지 않으니까.
이 장길: 임 봉주 쪽에서 이 방희 고리를 찾는 건 어려울 거 같애요.
유 중원: 통화내역하고 계좌추적 결과를 봐야지.
고 국장: 임 봉주 주변 인물들은.
유 중원: 거래 선과 자금관리는 임이 직접 해 왔기 때문에 측근들은 전혀 모르고 있어요.
이 장길: 이 방희는 일 년 넘게 잠적해 있었어요. 그 첫 상대가 무기 거래상 임 봉주라는 사실이 아무래도 걸려요. 이 방희 치곤 너무 시시 하단 말이죠.
유 중원: …….
이 장길: 이 방희를 흉내 낸 조직 간의 암투 정도를 우리가 너무 과민반응하고 있는 건 아닐까요?
유 중원: 이 방희를 흉내 낼 수 있는 건 이 방희뿐이야.
고 국장: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이 방희가 임에게 접근한 이유. 그 과정에서 임이 우리와 접근을 시도하려 했던 점. 다시 말해 이 방희는 임에게 무엇을 부탁했고 임이 우리에게 주려고 했던 정보가 무엇일까 하는 거지.
일어서서 테이블 사이 오간다.
유 중원: 다행히 임에게 부탁한 물건을 아직 확보 못한 상태라면 다른 거래 선을 통해 재접근을 시도 하겠죠.
고 국장: 보통 신변이 노출되면 폐기처리 하는 우리 관례로 볼 때 저 쪽에서 상당한 부담을 안고 이 방희를 재가동 시킨 점에 예의 주시할 필요가 있어.
유, 이: …….
고 국장: 두 사람은 O. P 최고의 요원이야 이번 기회에 이 방희란 이름이 두 번 다시 거명되지 않길 바래.
유, 이: …….
고 국장 어항 앞에서.
고 국장: 이 관상어 이름이 뭐였지?
이 장길: 아나바습니다.
고 국장: 파트너라 다르군.
유, 이 가볍게 미소.
고 국장: 관상어들 덕분에 분위기가 좋아졌어. 인어아가씬 언제 보여줄 거야.
유 중원: (머쓱) …….
이 장길: 오늘 같이 저녁식사 할 건데 시간되시면 같이 하시죠.
고 국장: 허락은 유 실장한테 받아야 하는 거 아냐?
이 장길: 오늘은 제가 호스트죠.
유 중원: (싱긋) 괜찮으시면 같이 하시죠.
고 국장: 미안. 오늘은 선약이 있어. 다음에 내가 호스트 할 테니까. 그때 불러줘.
씬 24. 몽타주.
시내거리.
바쁘게 오가는 발들.
카메라, 그중 서류 가방 든 발 쫓아간다.
코너를 돌아 횡단보도 앞.
신호 기다린다.
말쑥한 이 원두.
침투 때와는 전혀 딴판이다.
다른 거리.
인파 속에 섞여 어디론가 가고 있는 박 용상.
크게 붐비지 않는 전동차 내부.
어느 구간에서 멈춘다.
신문 접고 일어서는 배 원석.
화장실 양변기의 물 덮개를 연다.
그 속에서 키 하나를 찾아내는 안 현철.
지하상가 한켠 물품 보관한<코인 라커>.
안현철 다가와 키 꼽고 돌린다.
서류가방.
곧바로 꺼내 들고는 쾅 닫는다.
여관 후론트.
숙박계 쓰는 박 무영.
키 받아 들고는 복도 쪽으로.
00 호실 안.
서류 가방에서 노트북<컴퓨터><꺼내 연결선 꼽는다.
씬 25. 야외 한식당.
난간 따라 설치된 야외 조명들이 환하게 주위 밝히고 있다.
한쪽 테이블.
비교적 말쑥하게 차려입은 유 중원과 이 장길.
시끌벅적 사람들로 붐빈다.
이 장길: 이 방희와 임 봉주 관계를 어떻게 보세요.
유 중원: 이 방희가 임에게 접근한 이유가 뭐겠어?
이 장길: 뭔가 필요했을 테고 부탁을 했겠죠.
유 중원: 문제는 거기 있어. 이 방희가 의뢰한 바로 그 물건.
이 장길: ?
유 중원: 그녀의 활동재개와 결정적인 관련이 있는 게 분명해. 무엇보다 그게 뭔지 밝혀야 돼.
이 장길: …….
이때 옆으로 다가서는 종업원.
종업원: 주문하시겠습니까?
이 장길: 아직 일행이 안 왔어요.
종업원 돌아가고 유 중원 시계 본다.
이 장길: 아직 시간 멀었어요.
유 중원: 이러날 가족들 생각 안나?
이 장길; 대신 선배님이 있잖아요.
유 중원: 통화는.
이 장길: 할 얘기가 없어요. 거짓말만 해야 하니까.
유 중원: 다시 미국 들어갈 생각 없어?
이 장길: 내가 그만 두고 들어가길 바래요?
유 중원: …….
이 장길: 무슨 뜻인지 알아요. 우리 일이란 게……. 평생 가면 쓰고 사는 거 쉽지 않죠. 한성냉장 셀러리 맨 이 장길. 훌날 내 자식들까지 아빠가 뭘하는 사람인지, 어떻게 살다가 갔는지 모를테니까……. 물론 사랑하는 내 아내까지……. 가끔 스스로 견딜 수 있을지 두렵죠.
유 중원: 아직 선택의 기횐 있어.
이 장길: 세상엔 보이지 않는 것이 많다. 맑은 공기, 아름다운 향기, 따뜻한 마음씨, 그것은 보이는 그 어떤 것 보다 소중하다. 우리는 보이자 않는 곳에서 보이지 않는 것을 지킨다. 3년 전 선배님 처음 만났을 때 내게 한 얘기예요.
유 중원: (본다.) …….
이 장길: 설마 그 얘길 취소하고 싶은 건 아니시겠죠.
유 중원 싱긋.
이때 힐끗 바로 옆보는 이 장길.
흰색 투피스 차림의 이 명현.
환한 미소.
두 사람 빤히 보고 서있다.씬 26. 야간 놀이 공원.
놀이 기구들을 밝힌 현란한 불빛들.
그중 가파르게 오르내리는 바이킹.
유 중원, 이 장길, 이 명현 세 사람만이 타고 있다.
명현의 무릎위에 간신히 올려진 촛불 케이크.
깍깍 소리치는 와중에 이 장길 촛불 불어 끈다.
메아리치듯 울리는 소리.
“생일 축하해. 생일 축하해요!”
청룡열차, 회전목마 번갈아 타는 세 사람.
애들처럼 마냥 즐거워한다.
이 장길 특유의 장난끼. 거꾸로 앉아타고 매달리고 예고 없이 사진 찍고 <중원, 명현> 손 뒤집어 자신도 찍는다.
간이주점.
건배하는 세 사람.
생일축가 부르는 통기타 가수.
명현, 해삼 안주 집으려는 서툰 젓가락질.
순간 휙, 젓가락 하나 손에서 이탈하며 날아가는 해삼.
척!
이 장길의 콧잔등에 정통으로 날아가 붙는다.
이 장길 일순 스탑.
미안해 어쩔 줄 모르는 명현.
킥킥 웃음 터트리는 유 중원.
야외풀장.
샴페인 흔들어 뿜으며 쫓아오는 이 장길.
피해 달아나는 유 중원, 이 명현.
피하다 풍덩 풀 속으로.
뒤따라 몸 날리는 이 장길.
합세하여 이 장길 물 먹이는 유 중원, 이 명현.
물 튀기며 물장구 물장난…….
소년 소녀가 된다.
씬 27. 돌아오는 길.
양옆으로 나란히 달리는 유와 이 장길의 차.
갈라지는 길.
유 중원, 이 장길 서로 손들어 작별인사.
아직 옷이 흠뻑 젖었다.
유 중원: 감기 조심해.
이 장길: (말 끝나기도 전에) 에-취!
웃는다.
유 옆의 명현 고개 내밀고.
이 명현: 가다가 약국 들려요!
서로 보이지 않을 때 까지 손 흔든다.
밤길 달리는 유의 차.
이 명현, 유의 어깨에 푹 파뭇히듯 기댄다.
흔날리는 머리칼.
씬 28. 수족관 앞 벤치.
수족관 앞에 멈추는 유의 차.
이 명현, 쪼르르 달려 나오더니 털썩 벤치 위에 올라앉는다.
뒤따라 걸터앉는 유 중원.
이 명현 먼저 상의 벗어 던지자 유도 벗는다.
힐 벗어 공중으로.
유도 구두 벗어 힘껏 머리위로.
스타킹, 양말 마구 벗어 던진다.
씬 29. 수족관 안.
슬로우 각종 관상어들 사이 인되는 중원의 얼굴.
같이 인되는 명현의 얼굴 서로 마주 본다.
주위 맴도는 열대어.
유…….
“들려? 얘네들이 뭐래는지?”
이…….
“들려……. 질투하고 있어”
환한 미소.
천천히 접근하는 유.
입맞춤…….
씬 30. 여관 일실.
이른 아침.
창틀에 손거울 걸쳐 놓고 면도중인 이 원두.
스윽!
볼타고 내리는 면도날.
삑, 삑…….
울리는 접속 신호음.
이 원두, 서둘러 컴퓨터 앞으로 노트북 모니터.
자판 두드리며 클릭…….
연이어 메시지 뜬다.
"발신 박 무영. 수신 응답 요망"
거의 동시에 수신자 응답 뜬다.
"수신1. 박 용상 대기 완료"
응답하는 이 원두.
"수신2. 이 원두 대기 완료"
그 뒤로 계속.
"수신3, 배 원석……."
"수신4 안 현철……."
짧은 공백 후.
1단계 작전 개시.
이 방희로 부터 최종CTX이송 계획 입수…….
씬 31. 몽타주.
원룸 렌탈 하우스.
복도 양옆 촘촘히 박힌 방.
문 열리며 나서는 박 용상.
폐쇄 공장.
배 원석, 창문 통해 건물 밖으로.
덜컹!
열리는 코인 라커<사물함>두 곳.
큼지막한 가방 빼내가는 안 현철.
건물 지하 주차장.
어둠속 빠져나오는 승합차.
박 무영, 출구 향해 빠르게 꺾어 돈다.
씬 32. O. P내 유 중원 섹션.
유 중원, 임의 통화 내역들을 확인하고 있다.
"한우리 송 마담 이예요. 요즘 바쁘신 가 봐요. 한린 투자신탁 정본부장입니다……."
서치, 서치…….
이때 이 장길, 길다란 팩스 용지 너풀대며 안으로 들어선다.
이 장길: (계좌 내역보이며) 임의 지난 달 내역 중에 17일 오천만원이 빠졌는데 곧바로 김 동석의 계좌로 입금됐어요.
유 중원: 김 동석?
이 장길: 입출금 리스트 중에 가장 구미가 당기는 친구예요.
유 중원: 신원은?
이 장길: 국방과학 연구소 개발 1팀 수석 연구원입니다.
유 중원: …….
씬 33. 국방 과학 연구소.
자막.
국방 과학 연구소 개발 1팀.
도서관을 방불케 하는 각종 자료, 서적, 중간 중간에 무기 샘플, 실험기기, 테스트 장비들 …….
인터폰.
수화기 드는 연구원.
연구원: 김 동석입니다.
(휠터): 코리아 저널 이 원호기자, 별관 휴게실에서 기다리고 있습니다.
김 동석: 알았어요.
가운 벗고 양복상의 걸친다.
씬 34. 연구소 복도.
걸어오는 김 동석.
맞은편, 청소 이동차 밀고 오는 청소부 여직원.
김 동석, 곧장 걸어 이동차 옆으로 가볍게 스쳐 지난다.
모서리 코너 도는 여청소부의 뒷모습.
반듯이 복도 걷던 김 동석, 느닷없이 푹 꼬꾸라진다.
예비조짐도 없이 눈뜬 채 급사.
목에 꽂힌 예리한 독침.
씬 35. 대로변 한곳.
달려와 멈춰서는 승합차.
차문 열고 오르는 안 현철.
이 원두, 박 용상, 배 원석은 이미 합류한 상태.
곧바로 문 닫히고 승합차 출발한다.
씬 36. 국방 과학 연구소 복도.
반듯이 쓰러져 죽어 있는 김 동석연구원.
독침 부위<목> 확인하는 유 중원.
이 방희 직감하고 허탈한 표정.
이 장길과 시선 마주친다.
웅성웅성.
현장 조사하는 형사, 접근 막는 경찰…….
씬 37. 00 방산 업체.
자막 00 방위산업 군산공장 일제히 불을 켜고 막 정문 통과하는 특수 이송차량.
선두와 후미에 두 대의 무장 호송 찦.
빠르게 대로 향해 이동한다.
씬 38. 국방과학 연구소 개발 1팀장실.
커피 따르는 팀장.
팀장: 우리 팀은 작년부터 신무기 개발 계획의 일환으로 CTX연구에 착수했어요.
듣고 잇는 유 중원, 이 장길.
이 장길은 모형무기들 요리조리 살피며 들었다 놨다.
팀장: 만약 무기 밀매 쪽과 김 동석 연구원이 모종의 거래가 있었다면 CTX와 연관 가능성이 높다고 봐야겠죠.
유 중원: CTX에 대해 얘기 좀 해주시죠.
팀장: (커피 건네주며) 원래 CTX는 한국 에너지 개발 연구소가 독자 개발한 최첨단 차세대 대체 에너집니다. 우리 연구소에서 무기 전환을 목표로 작년부터 연구를 시작했었죠. 까다로운 폭발조건 때문에 다소 시행착오가 있긴 했지만 이미 지난달 자체 성능 시험을 모두 마친 상탭니다. 물론 이 얘긴 그쪽 방산 팀에서 다 알고 있는 내용입니다.
유 중원: …….
팀장: 예상컨대 앞으로 군의 무기체계 나 시장에 엄청난 판도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보고 있어요.
이 장길: 일반 다른 폭탄 둘과는 어떻게 다르죠?
팀장: 외국 영화에서도 종종 소개 됐었죠. 액체 폭탄입니다. CTX가 한 단계 진일보한 것은 평상시엔 무색무취로 물과 전혀 구별이 되지 않고 현재까지 개발된 어떠한 감지 장비로도 색출이나 탐지가 전혀 불가능하다는 겁니다. 반면에 그 폭발력은 기존의 상용 푹탄에 비해 최소 수배에서 수십 배에 달하는 엄청난 위력을 갖고 있어요.
유 중원: 밀매조직과 거래가 확인된 이상 그쪽으로 CTX가 건네 갔을 가능성이 큰데 어떻게 보십니까?
팀장: CTX와 관련된 정보유출은 몰라도 CTX외부 반출은 나를 포함한 3중 4중의 보안 책임자의 서명과 동행이 필요하기 때문에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만약 CTX 양도 조건으로 돈을 받았다면 약속 이행을 하지 못했거나 되돌려 줬을 겁니다.
유 중원: (잠시생각)……. CTX 생산 관리는 어디서 하고 있죠?
팀장: 기밀사항이라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 대신 분명히 말씀 드릴 수 있는 건 적어도 오늘 정오 까진 CTX 외부 유출은 없었습니다.
이 장길: 그렇게 확신할 만한 근거가 있어요?
팀장: CTX가 외부 유출 될 때마다 보안요원 입회하에 3단계 잔량검사를 실시하죠. 오늘 있었는데 전혀 문제가 없었어요.
유 중원: 오늘, 외부 유출이 있었나 보죠?
팀장: 내일 있을 군단사령부 화력 시험에 참가하기 위해섭니다. 현재 사령부로 이송 중입니다.
유 중원: …….
넌지시 이 장길 본다.
씬 36. 국도1.
나란히 열 지어 달리는 특수 이송차량.
쉬이잉!
무섭게 바람소리 내며 쾌속 질주 중이다.
선두 찦.
무전 교신소리.
소리: SM 하나……. SM 하나 현재위치 보고 하라.
운전병: (무전) 서울 기전 남단. 80Km 3번국도……. 남단 80Km 지점 동아 타이어…….
트레일러 짐칸 내부.
중앙에 세팅된 다량의 CTX.
투명한 플라스틱 관을 비롯해 여러 형태의 폭탄 모양.
모두 CTX 마크 찍혀있다.
그 주위로 4명의 무장병력.
씬 40. 국도 2.
서울 이정표를 등진 채 달리는 승합차.
내부.
고성능 도청 안테나.
이송차량의 무전내용 듣고 있다.
“동아 타이어, 3번 12번국도 분기점. 3번 12번…….”
주욱 열리는 가방지퍼.
각종 총기들.
손에서 손으로 전달.
철컥 철컥!
탄창 삽입.
장전 확인.
앞좌석 안 현철.
박 무영도 전달 받는다.
침묵 속 번뜩이는 눈빛들.
씬 41. 상공.
산사이 국도 상공을 빠르게 비행중인 헬기.
두 명의 조종사, 유 중원, 이 장길.
부조종사: (무전) 천안 22번 신 국도.
동산 휴게소…….
동산휴게소.
정차, 대기하라…….
대기하라…….
무전: SM하나, 동산 휴게소……. 곧 도착 한다.
뒤편.
이 장길: 이 방희가 나타날까요?
유 중원: 그녀가 원하는 건 CTX야 지금 같은 호기를 놓칠 리가 없지.
씬 42. 국도 2.
달리는 이송차량 행렬.
이송 책임자로 보이는 소령.
소령: (투덜) 갑자기 왜 서라 마라 귀찮게 구는 거야.
앞좌석 부관.
부관: 기관 요원인 것 같은데 두 사람을 동승시킬 모양입니다.
소령: (불쾌한) 기관원? 걔들은 왜?
씬 43. 국도3.
도로 위.
신속하게 움직이는 워커 발, 이중으로 바리케이드 친다.
씬 44. 암벽 커브길/국도 3.
질주하는 바퀴.
이송차량.
거대한 암벽 따라 커브길 돈다.
바리케이드 앞.
국군 복 차림으로 위장한 박 무영.
도로 중앙에 멈춰 선다.
달려오는 이송행렬 차안 시야 저만치 지시봉으로 정지 신호 보내는 박 무영과 대원(군인)들 보인다.
소령: 저건 또 뭐야?
가까워지는 바리케이드.
박 무영, 반복해서 정지 신호 보낸다.
아랑곳 않고 달려오는 이송차량 박 무영과 대원들 순간 긴장.
이송차량, 마치 그들 덮칠 듯 달려온다.
일제히 사격태세.
끼이이익!
급정거.
가까스로 바리
케이트 바로 앞에 멈춰 선다.
지시봉 든 박 무영의 바로 코앞.
노려보는 박 무영.
거만하게 쏘아보는 소령.
박 무영: (경례) 검문중입니다. 협조해 주기 바랍니다.
소령: 보고 받은 일 없어. 무슨 일이야?
박 무영: 무장병력들의 CTX탈취 정봅니다. 이송 허가증과 신분증 제시해 주시죠.
소령: CTX는 잘 있으니까 염려 할 거 없다 어서 길이나 비켜.
씬 45 상공.
산 능선 타고 넘는 헬기…….
“SM하나, SM하나…….”
씬 46. 국도3.
선두 찦차, 수신되는 무전.
“SM하나, 여기는 H3…….”
소령: 내말 안 들려?
박 무영: 허가증과 신분증을 제시하라고 했을 텐데요.
동시에 헬기와 교신하는 운전병.
운전병: 여기는 SM하나 현재 검문중이다.
소령: (노려보며) 명령 하는 거냐?
박 무영: 그럴지도 모르죠.
소령: (기막힌) 그럴지도 몰라? 너 지금 제정신이야?
박 무영: 검문에 응해 주시죠.
소령: 검문은 내가 해야겠어. 당장 부대 책임자 연결해!
박 무영: 책임잔 나야.
소령: (기막힌) 뭐, 이 자식 이거 미친 놈 아냐?
차문 열고 박 무영 앞으로.
소령: 야 너 소속 부대가 어디야!
지휘봉 들고 삿대질.
박 무영: 북조선 인민 공화국.
순식간에 소령의 지휘봉 잡아채 목젖 내리 찍는다.
퍽!
튀는 피.
동시에 타탕!
개시되는 총격 박 용상 총격 받고 일시에 쓰러지는 선두 찦의 부관, 운전병.
씬 47. 상공.
헬기 무전 타고 들리는 요란한 총성.
아차 싶은 유 중원, 이 장길.
부조종사: (다급한) SM하나! SM하나! 응답하라! 응답하라!
씬 48. 국도 3.
본격적인 접전.
이 원두, 박 용상, 배 원석의 무차별 진격.
이송차량과 호위 찦 향해 사방으로 접근.
불 뿜는 총구, 총구!
은, 엄폐물 없이 달리며 과감한 조준사격.
피 뿜고 나가떨어지는 무장 호송병.
박살나는 차창, 문짝.
호송병들 응사해 보지만 오차 없는 깁스에 꼼짝없이 당한다.
하나 둘 셋…….
자로 잰 듯 정확하게 나가떨어진다.
하나 사력 다해 반격하는 호송병.
탕!
탕!
곳곳에 튀는 파편, 낭자한 피.
이송차량에서도 뒷문 열리며 반격.
박 무영, 미리 대기하고 있다가 무자비 난사.
벌집 되어 널브러지는 호송병.
한편 트레일러 지붕.
박 용상, 안 현철, 로프잡고 민첩하게 뒷걸음질.
아래.
혼미한 연기.
거핌 없는 총구, 곳곳에 널브러진 시체…….
탕…….
순식간, 외부 호송병 완전 제압된다.
끝까지 반격하는 트레일러 내부.
총격 끝낸 박 무영, 손짓하자 이 원두, 배 원석 사격 멈추고 트레일러로 이동.
내부 호송병 발악하듯 허공 향해 총격.
여유 있게 트레일러 기대 기다리는 박 무영, 이 원두, 배 원석.
순간 휙 로프타고 몸 날리는 박 용상, 안 현철.
안으로 날라 들어가며 기습.
타타타탕!
반격하던 내부 호송병.
단방에 제압.
퍼벅!
피 뿌리며 안쪽 모서리에 쳐 박힌다.
일순 정적.
로프 풀며 내부 살피는 박 용상, 안 현철.
자욱한 연기.
호송병 사살 확인.
문 쪽으로 다가서는 박 무영, 이 원두, 배 원석, 박 용상과 안 현철.
CTX확인하고 끄덕 싸인 보낸다.
박 무영: (끄덕)
고정 클립 제거하는 박 용상, 안 현철.
여러 개의 투명 관으로 연결된 CTX몸체를 조심스레 빼낸다.
이때 주위 진동하는 헬기 소리.
박 무영과 대원들.
순간 긴장.
깎아지른 암벽 뒤로 모습 드러내는 헬기.
손에서 손으로 빠르게 전달되는 CTX.
대원들, 헬기 발견하고 재빨리 승합차로 이동한다.
헬기에서 본.
널브러진 시체들.
교전 끝난 현장.
박 무영과 대원들, 승합차로 오르는 모습 보인다.
권총 뽑는 유 중원, 이 장길.
이 장길: 사태가 만만히 않은데요.
유 중원: 예상 보다 숫자가 많아졌어.
끼리리익!
급출발하는 승합차.
전속력으로 질주한다.
고도 낮추며 달리는 차 쪽으로 급선회하는 헬기.
씬 49. 국도 4/강변도로.
일직선 강변도로.
달리는 승합차 바로 뒤.
나란히 뒤쫓는 헬기.
탕!
차문 밖으로 몸 내민 박 용상, 안 현철,
헬기 향해 사격한다.
헬기, 전혀 개의치 않고 돌진.
곧바로 유 중원, 이 장길의 응사.
서로 한 치 양보 없는 총격.
앞서거니 뒤서거니.
간박한 레이싱.
유리창 곳곳이 박살나고 문짝이 떨어져 뒹군다.
탕!
탕!
숨 쉴 틈 없는 공방.
튀는 파편.
지그재그 어지럽게 차선 넘나든다.
유 중원, 이 장길의 집요한 총격.
더욱 드센 반격.
서로 한치 앞도 예상할 수 없는 상황이다.
도로를 따라 계속되는 쫓고 쫓기는 접전.
어느 한순간 헉!
어깨 총격 입고 주춤하는 박 용상.
나가떨어지는 총.
아스팔트 위로 미끄러지며 불꽃 튄다.
더욱 바싹 꼬리 무는 헬기.
다시 반격하는 안 현철, 이 원두.
헬기 몸통 뚫고 지나는 총탄.
아랑곳 않고 더욱 바싹 밀어 붙이는 헬기.
유 중원, 이 장길, 아예 몸 드러 내놓고 정조준.
탕!
탕!
아슬아슬 비켜간다.
헬기, 위치 틀어 승합차 옆쪽으로 서로 얼굴을 확인할 정도로 가까운 거리.
다시 총격, 작살나는 차창, 몸체.
비로소 유 중원의 얼굴 확인한 박 무영.
박 무영: 유 중원이야.
대원들 순간 짧게.
대원들: …….
박 무영: (순간 판단) 차 세워.
운전 중인 배 원석.
도로 중간에 급정거시킨다.
끼이익!
떠밀리듯 미끄러지며 멈추는 승합차.
저만치 앞서가는 헬기.
유 중원, 이 장길, 되돌아보면 멈춰 서 있는 승합차.
헬기 급선회.
강 쪽으로 방향 돌려 되돌아온다.
아무런 대응 없이 가만있는 승합차.
유 중원, 이 장길 다소 이상한 느낌.
빠른 속돌 가까워지는 승합차.
다가오는 헬기.
숨죽인 승합차.
접근하는 헬기.
순간 불쑥 차 밖으로 나오는 박 무영,
헬기 향해 정조준.
타타탕!
중심 잃는 헬기.
밖으로 떨어질 뻔 하는 유 중원, 이 장길.
조종사, 조종간 안고 죽어 있다.
정확하게 두 조종사의 얼굴 관통. 급속돌 곤두박질치는 헬기.
아찔!
강 절벽 향해 돌진.
박 무영 차에 오르자 여유 있는 출발.
방향상실, 심하게 흔들리는 동체 수습할 틈도 없이 절벽중앙, 부딪히기 일보직전.
가까스로 강물 향해 몸 날리는 유 중원, 이 장길.
거의 동시에 꽈꽝!
절벽에 부딪혀 폭발하는 헬기.
거대한 폭음과 함께 불기둥 치솟는다.
사방 흩어지는 파편.
수면 위.
솟구쳐 오르는 유 중원, 이 장길.
푸우…….
동시에 강변국도 쪽 본다.
승합차, 이미 자취 감추고 없다
허탈감에 깊게 한숨 내쉬는 두 사람.
씬 50. 노트북 모니터.
화면 중앙, 와이프 되는 자막.
박 무영 "CTX 확보완료"
이 방희 "축하한다"
박 무영 "접선요망"
이 방희 "……. 접선 접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