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맞이꽃-밤에 피는 꽃
유쾌한 약재 산책
출근길에 옛 울산초등학교 터를 지난다. 최근에 달맞이꽃이 한참 예쁘다. 아침이라 꽃이 살포시 오므라든 것이 수줍은 소녀 같다. 활짝 핀 꽃을 보려면 밤이 되길 기다려야 한다. 그래서인지 꽃말이 ‘기다림’이다. 낮에 꽃이 피지 않는다면 벌과 나비 없이 어떻게 수정하지? 자연은 다른 대비책을 갖고 있다. 달맞이꽃의 중매쟁이는 밤 나비인 나방과 박각시 등이다.
달맞이꽃은 월견초라 하여 뿌리를 약재로 쓴다. 쓴맛이 나고 약성이 서늘해 염증을 제거하는 효과가 좋다. 특히 인후에 생긴 염증을 다스리는 데 효과가 있다. 실제로 한약으로는 거의 쓰이지 않고 민간요법으로 주로 쓰이는데 효과가 좋다고 알려졌다.
가장 많이 약으로 쓰이는 것이 씨앗인 월견자다. 아주 작은 씨앗에서 기름을 추출해 ‘달맞이꽃 종자유’로 많이 유통되고 있다. 주요 효능으로는 감마리놀렌산이 많아 고지혈증에 효과가 좋다고 알려져 있다. 시중에 떠도는 오해 중의 하나는 감마리놀렌산은 인체에서 합성이 안 되므로 반드시 먹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감마리놀렌산은 ‘리놀렌산’을 섭취하면 합성된다. 육류나 각종 기름을 많이 섭취하는 현대인은 리놀렌산 양이 충분하다. 다만 당뇨병이 있거나 술, 카페인, 트랜스 지방 등을 많이 섭취할 경우 합성이 잘 이뤄지지 않는다. 무엇을 먹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무엇을 먹지 않아야 할 것인지가 중요한 문제다.
이맘때쯤 내 고향 들판에도 달맞이꽃이 흐드러진다. 어머니는 꽃을 따서 그늘에 말려 꽃차를 만든다. 휴가로 잠시 들른 고향에서 어머니는 2021년 달맞이꽃차를 실어주신다. 달맞이꽃차의 시간이 왔다. 어머니의 손길을 실어 은은하게 피어오르는 꽃차 향이 그 자체로 휴식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