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용산 재개발 참사… 사건 재구성

[깜장고무신]

농성자·특공대 50분 동안 일진일퇴 사투

구치소로 22일 서울 용산 재개발을 반대하며 건물점거 농성에 가담한 세입자가 구속이 결정된 뒤 구치감으로 이송되고 있다.
지차수 선임기자

용산 재개발 농성자 진압 참사와 관련, 22일 검찰이 전국철거민연합(전철련) 회원 3명을 포함한 농성자 5명을 구속한 뒤 공개한 영장 범죄 사실을 보면, 경찰 특공대가 투입된 20일 오전 6시45분부터 화재가 발생한 7시26분까지 약 50여분 동안 농성자들과 경찰 특공대 간 일진일퇴의 치열한 사투가 벌어졌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또 용산4구역 철거민대책위원회 회원들은 지난해 6월부터 점거 농성을 통해 보상금 문제를 해결하기로 결의하고 치밀하게 준비한 것으로 확인됐다. 앞으로 검찰 수사는 농성 건물 옥상에 설치한 4층 망루 안에서의 상황을 재구성하는 한편, 경찰 특공대 투입의 적절성 여부, 농성을 미리 기획한 전철련 간부에 대한 조사 등 세 갈래로 진행될 전망이다.

◆망루 안에서는 어떤 일이?=경찰은 20일 오전 6시45분에 남일당 건물 계단을 통해 최초 진입을 시도했다. 그러나 농성자들의 격렬한 저항으로 건물 진입이 여의치 않자 크레인에 특공대원 13명을 실은 컨테이너를 달아 옥상 진입을 시도했다. 투입된 특공대는 일단 옥상 한쪽 공간을 확보했다. 시위대의 화염병과 염산병 투척을 방패로 막으면서 망루에 접근하고선 망루의 함석판 일부를 절단하고 망루 1층 안으로 진입했다. 당시 망루와 옥상에는 농성자 30여명이 있었던 것으로 검찰은 파악하고 있다.

경찰 특공대가 진입하자 안에 있던 농성자들은 망루 2층과 3층에서 화염병과 염산병을 투척했고, 시너를 뿌리며 격렬하게 저항했다.

특공대원들은 소지했던 소화기를 이용, 계속 화재를 진압하면서 망루 2층과 3층으로 올라갔다. 그러나 특공대원이 망루 1층에서 연행된 시위자들을 건물 밖으로 데리고 나가는 사이 농성자들이 다시 격렬하게 저항, 특공대는 망루 1층으로 다시 내몰렸다.

인원을 보충한 경찰이 또 다시 망루 4층으로 진입하려 할 때 4층에서 떨어진 화염병이 망루 1층 바닥의 시너에 닿아 불길이 번졌고, 이 불은 3층에 모여있던 시너통으로 옮겨 붙으면서 엄청난 폭발음과 함께 참사로 번졌다.

◆보상금 문제 해결은 농성으로=앞서 이모씨 등 용산 4구역 철거민 대책위원회 간부들은 지난해 8월부터 재개발 구역내 건물을 점거해 보상금 문제를 해결하기로 결정하고 치밀하게 준비했다. 세입자 6명이 각각 1000만원씩 갹출해 6000만원을 농성 자금으로 준비했다. 사건 발생 4일 전인 지난 16일부터 점거 농성에 들어간 19일까지 다른 지역 전철련 회원들의 도움을 받아 망루설치를 3차례 연습하고, 함석과 합판도 매입했다.또 화염병 40병과 염산병 50명, 일만여개에 가까운 유리구슬과 골프공 등도 비축했다.

검찰은 이 과정에서 농성 현장에는 없었지만 사실상 농성을 기획하고 주도한 인물이 따로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검찰은 현재 6000만원에 대한 자금 흐름을 추적 중인데 이 인물과의 관련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건물점거 및 화명병 투척 시위=농성자들이 ‘D-데이’로 잡은 것은 지난 18일. 남일당 건물에 진입하려 했으나 크레인의 고장으로 실패하고 다음날인 19일 다시 들어가 옥상에 망루를 설치하는 데 성공했다. 이때 농성자들은 경찰과 철거용역회사 직원들의 진입을 막기 위해 화염병과 염산병을 투척했다. 이 과정에서 옆 건물에 불이 붙어 소방차가 출동해 이를 진화하기도 했다. 검찰이 일반 건조물 방화 혐의와 화염병 사용 등의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를 적용한 것도 이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