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보장해준다던 보험사 암보험. 이 암보험들이 높은 손해율을 이유로 사라진 지 10년 만에 확 바뀐 모습으로 돌아왔다. 보장 내용은 다양해지고 세분화됐다. 꼼꼼히 살피지 않고 덜컥 가입했다간 낭패를 보기 쉽다.
암은 더 이상 죽음의 병이 아니다. 생존율은 높아졌고 암 종류도 많아졌다. 암환자 수 역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그런 암전용 보험(이하 암보험)이 2000년대 들어 사라지기 시작했다. 암 발병률이 높아지면서 보험사의 손해율이 증가했고, 결국 이를 감당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자 암보험 판매가 속속 중단된 것이다.
그랬던 보험계가 최근 들어 변하고 있다. 의료기술 발전으로 치료 후 생존율이 상승함에 따라 치료비 부담도 높아졌기 때문. 암보험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면서 사라졌던 암보험이 돌아오고 있다.
보험업계 1위인 삼성생명이 2005년 판매중지했던 암전용 보험을 7년 만에 다시 내놓았고 한화생명, LIG손해보험, 흥국생명 등 굴지의 회사들도 최근 몇 년 사이 암보험을 소비자에게 선보이고 있다. 특약 형태로 암보험을 들어왔던 소비자들에게 희소식이다.
달라진 암보험, 어떤 변화가 있나
돌아온 암보험에서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차등지급’이다. 2000년대 암보험이 암의 종류나 진행 단계와 무관하게 일정 금액을 지급했다면, 새로운 암보험은 암의 종류와 진행 정도에 따라 보험금을 차등화했다. 백혈병, 골수암 같은 고액암은 최대 1억 원까지 지급하지만, 일반암은 5천만 원, 소액암은 1천만 원으로 지급 금액에 차이가 있다.
암 종류뿐 아니라 진행 정도에 따라 차등 지급하는 경우도 있다. 흥국생명의 ‘더드림 Stage암보험’은 간암, 폐암, 백혈병, 뇌암, 골수암 진단을 받거나 암 종류에 상관없이 4기 진단을 받은 경우 1억 원을 지급한다. 반면 앞서 서술한 특정암을 제외한 암의 1~3기로 진단을 받은 경우 5천만 원을 보장받는다.
보장횟수도 달라졌다. 기존 암보험 상품들이 최대 2회 보험금을 지급하면 계약이 소멸됐지만, 최근 출시되는 보험 상품은 암 진단 후 계약이 소멸되지 않고 새롭게 암을 진단받으면 보험금을 반복해 지급한다. 다만 첫 번째 암 진단 후 일정 기간이 지나야 가입이 가능한 경우가 많고 보장횟수는 암의 발생 부위에 따라 다르다.
평균 연령이 늘어나는 현실을 감안해 가입 연령 기간과 보장 기간은 늘어났다. 기존 암보험은 가입 연령을 60세로 제한했지만 신규 상품은 75세까지 가입 가능 연령을 높였고 보장 기간은 100세 혹은 사망 때까지 가능하게 설정했다. 고령층을 대상으로 하는 전문 보험상품도 등장했다. 평생 보장이라는 말이 현실화되는 것이다.
복잡해진 암보험, 어떻게 골라야 하나
새롭게 출시한 암보험들은 소비자의 선택에 따라 보장금액, 횟수 등이 달라진다. 회사별, 상품별로 보장내역의 차이가 상이하니 약관을 꼼꼼히 살피고 선택하자.
차등화 상품 기준 살피자 가장 주의 깊게 살펴야 할 것은 암 종류에 따른 차등화 상품이다. 고액암, 일반암, 소액암으로 구분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구분 기준은 상품별로 큰 차이가 있다. 유방암, 자궁암, 전립선암을 소액암으로 분류하는 상품이 있는 반면, 일반암으로 분류해 최대 5천만 원까지 지급하는 경우도 있다.
금융감독원 보험상품감독국 유사보험팀 박종각 팀장은 “보험회사는 상품경쟁력 확보 차원에서 발병률이 높은 유방암, 전립선, 대장암 등에 대해 일반암보다 적은 보험료를 책정하는 경우가 많다. 보험금 수준도 회사별로 다르기 때문에 상품을 고를 때 유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가족력이 있거나 발생확률이 높은 암은 충분한 보장이 설정돼 있는 상품을 고르는 것이 좋다. 특히 여성의 경우에는 발병률이 높은 유방암, 자궁암, 갑상샘암의 보장금액을 꼼꼼히 살펴야 한다. 유방암의 경우 보험사의 기준에 따라 보험금이 1천5백만 원부터 최고 7천만 원까지 가장 많은 차이를 보이고 있는 암이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고액암과 일반암 중 어떤 암의 보장금액이 큰지 고려해야 한다. 고액암보다는 일반암의 발병률이 훨씬 높은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고액암 보장금액은 높지만 일반암에 비해 낮은 금액을 보장하는 보험상품에 가입하면 실제 암 발병 후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다.
갱신주기 체크하자 갱신주기도 면밀히 살펴야 한다. 통상 3년부터 15년까지 다양한 갱신주기의 상품이 존재한다. 갱신주기가 길수록 해당 기간 동안 보험료 인상은 없지만 갱신 시점에서 보험료가 큰 폭으로 상승할 수 있다. 15년 만기, 100세 만기 등 비갱신형 상품이 소비자에게는 훨씬 유리하다. 그러나 보험사의 부담이 큰 상품이기 때문에 시장 상황에 따라 다시 사라질 수도 있다. 비갱신형 보험이 남아 있을 때 가입해두는 것이 유리하다.
지급대상 여부 확인하자 반복 지급 상품이나 암 유경험자 대상 상품은 모든 암, 모든 유경험자가 지급 대상이 아니라는 점을 알아둬야 한다. 박종각 팀장은 “소액암 및 전립선암은 최초 진단 때에만 보험금이 지급되는 대표적인 암이다. 또 재진단암의 경우 최초 진단암보다 낮은 수준의 보험금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유경험자 대상 상품은 최초 암 진단으로부터 2년(소액암은 1년)이 경과하지 않은 사람은 가입할 수 없고 같은 신체부위에 5년 이내 재발한 암에 대해서는 진단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는다”며 “또 암 발생률이 높은 유경험자를 대상으로 하는 상품인 만큼 보험료가 일반 암보험에 비해 3~4배 수준으로 높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암보험 상품이 세분화되고 다양해지는 흐름에 따라 가장 중요한 것은 각 회사별 상품을 비교해 나에게 딱 맞는 상품을 고르는 것이다. 최근에는 암보험 상품을 비교할 수 있는 사이트들이 늘어나고 있다. 인터넷 전문 사이트에서는 단순히 암보험 상품을 나열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국내 주요 인기 암보험 상품별 보장 내용과 특약 정보를 제공하며, 간과하기 쉬운 주의사항과 세부 내용을 분석할 수 있도록 정리하고 있다. 생명보험협회 홈페이지(www.klia.or.kr)와 손해보험협회 홈페이지(www.knia.or.kr)에서도 상품을 비교할 수 있다. 손해보험협회는 암보험만을 별도로 모아둔 화면은 없지만, 질병보험 또는 기타보험 항목에서 암보험 상품의 보장 내용과 보험료를 확인할 수 있다.
Best Choice ☆☆
흥국생명
‘더드림 Stage암보험’
암 진행에 따라 총 1억 원까지 암 진단 급여금이 보장되는 ‘더드림 Stage암보험’은 독창성을 인정받아 3개월간 배타적 사용권을 획득했다. 대부분의 암보험이 특정 암만 고액을 보장하는 반면 ‘더드림 Stage암보험’은 위암, 대장암 등 발병 비율이 높은 암도 4기라면 1억 원을 지급하는 것이 큰 장점. 특정 암을 제외한 암의 경우, 1~3기 암으로 진단받은 경우 5천만 원을 암 진단급여금으로 지급하며 진단 이후 4기로 진행되었거나 암으로 인해 사망할 경우에도 추가 5천만 원을 지급한다.
현대해상
‘계속 받는 암보험’
업계 최초로 횟수를 제한하지 않고 암 진단을 받을 때마다 보험금을 주는 상품이다. 진단을 받으면 최대 2천만 원을 보장하고 만기된 기존 암 관련 상품 가입자가 재가입하면 해당 담보의 면책 기간(90일), 보험금 감액 지급 기간(1년)을 적용하지 않아 공백 기간이 생기지 않는다는 것도 장점이다.
LIG손해보험
‘LIG 110 메디케어 건강보험’
암 종류에 따라 진단비를 최대 다섯 번까지, 최고 1억2천3백만 원을 지급한다. 치료비가 많이 드는 고액암은 4천만 원까지 보장하고 일반암도 4천만 원의 진단비가 나온다. 특정 소액암은 2천만 원, 유사암은 진단비가 3백만 원이다. 재발할 경우 두 번째 암에 대해서도 최대 2천만 원의 암 진단비를 주며 다섯 번까지 받을 수 있다. 생존기간이 ‘6개월 이내’라는 전문의 진단이 있으면 사망보험금의 50%를 미리 받아 사후 정리자금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것도 특징이다.
신한생명
‘든든한 노후 암보험’
61~75세 고령자들을 대상으로 한 보험이다. 10년마다 재계약이 가능하고 100세까지 암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특약을 통해 고령층에서 자주 발생하는 위암, 간암, 폐암, 백혈병, 뇌암, 골수암 등 고액암 진단 때 1천만 원을 추가로 지급받을 수 있다. 당뇨, 고혈압 등 고령자들에게 흔한 질병을 앓고 있어도 간편심사제도를 통해 가입할 수 있다.
/ 여성조선 (http://woman.chosun.com/)
취재 황유영 | 사진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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