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딩 컨설팅 무엇이 문제인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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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웨딩컨설팅, 낮은 가격의 비밀 = 흔히 결혼을 인륜지대사라고 한다. 요즘은 챙겨야 할 것들이 많아 적어도 5,6개월 전부터 결혼 준비를 시작한 다고 한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결혼 준비의 1순위는 예식장을 정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웨딩컨설팅’을 정하는 것이 1순위가 되었다. 낯설고 힘든 결혼 준비를 도와주는 웨딩컨설팅. 예비부부들에게 컨설팅이 인기를 끌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얼마 후면 결혼 시즌인 봄. 본격적인 결혼철을 앞두고 웨딩시장은 벌써부터 분주하다. 지난 12월부터 1월까지 두 달 사이에 열린 웨딩박람회만도 10건이 넘는다. 가는 곳마다 결혼을 준비하거나 정보를 얻으려는 예비부부들로 박람회장은 열기가 뜨겁다. 우리가 찾은 박람회장에서도 예비부부들의 마음을 잡기 위해 사은품 행사를 하거나 다양한 이벤트 등을 하고 있었다. 또 워낙 웨딩 업체들이 많다보니 먼저 손님을 끌기 위한 호객행위에도 경쟁이 치열하다. 그런데 박람회에서도 최고의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이 있다. 바로 웨딩컨설팅. 상담을 받고 있는 사람들로 가득 차 있고, 심지어 줄을 서서 상담을 받을 정도이다. 웨딩컨설팅은 결혼에 필요한 상품과 서비스를 묶어주는 역할을 하는 곳이다. 사진 촬영을 해주는 스튜디오와 결혼식과 스튜디오 촬영 때 입을 드레스와 턱시도, 그날 받는 화장을 하나의 상품으로 묶어준다. 그렇다면 웨딩컨설팅이 이토록 인기를 끌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리도 박람회장에 나와 있는 몇 개의 웨딩컨설팅에서 상담을 받아봤다. 상담을 해준 웨딩플래너들의 말에 따르면 컨설팅을 통해 결혼을 준비했을 때 훨씬 저렴한 가격으로 할 수 있다고 한다. 과연 그럴까? 우리는 서울의 한 웨딩컨설팅 업체에서 상품을 구성하고 견적을 받아봤다. 우리가 원하는 A스튜디오와 B드레스, C메이크업을 모두 합쳐 총 325만원의 견적을 받았다. 그렇다면 각각의 업체에 개인적으로 가서 따로 따로 견적을 받으면 가격은 어떨까?
A스튜디오 업체“저희 워킹으로 오시면 가격이 150만원입니다.” B드레스 업체“드레스만 따로 하시게 되면 200만원 까지는 가능한데 그 밑으로는 안 돼요.” C메이크업 업체“따로 따로 하시면 리허설이랑 본식이랑 해서 120만원이거든요.”
개별적으로 방문했을 때의 가격은 스튜디오와 드레스, 메이크업을 모두 합쳐 총 470만원. 컨설팅을 통해 진행했을 때보다 무려 145만원이나 비싸다. 게다가 컨설팅은 웨딩 상품과 서비스에 대한 정보를 제공해주고 함께 다니며 조언도 해주기 때문에 혼자서 준비하는 것보다 훨씬 편리하다는 장점까지 있다. 우리가 만난 김석현, 천은영씨 부부. 올 7월에 결혼을 하는 이 예비부부도 컨설팅을 통해 결혼을 준비할 계획이다. 바쁜 직장 생활로 결혼을 준비할 시간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 예비부부와 함께 컨설팅 업체를 찾아 상담을 받아보기로 했다. 같은 날 상담을 받은 곳은 모두 2곳. 웨딩플래너들에게 상품과 서비스에 대한 정보는 많이 들었지만 석연치 않은 부분이 있었다고 한다. 똑같은 스튜디오와 드레스, 메이크업을 선택해 상품을 구성했는데도 컨설팅 업체마다 제시한 가격이 달랐다는 것이다. 김석현씨는 컨설팅 업체에서 상담을 받고 난 후 오히려 혼란스러워졌다고 한다.
우리는 취재를 통해 이렇게 컨설팅업체에 따라 가격이 달라지는 이유를 알았다. 그 이유는 바로 납품가 때문. 납품가는 업체가 제휴를 맺은 컨설팅 회사에 상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하고 받는 가격이다. 이런 납품가는 계약 건수가 많은 컨설팅 회사일수록 낮아진다고 한다. 하지만 우리가 찾은 많은 컨설팅 업체에서는 대부분 납품가 공개를 꺼려했다. 우리는 전직 웨딩플래너를 만나 납품가에 대한 이야기를 어렵게 들을 수 있었다. 한 웨딩 업체에서 컨설팅 업체 10곳과 거래를 했을 때 컨설팅 업체마다 납품가가 다 다른 경우도 많다고 한다. 더 많은 예비부부를 보내주는 컨설팅업체에 납품가를 낮춰준다는 것이다. 우리는 취재 중 업체들의 납품가가 적힌 중요한 문서도 입수했다. 그런데 문서를 보면 컨설팅회사로부터 업체가 받는 돈은 의외로 많지 않다. 스튜디오의 경우 45만원에서 55만 원 선이고, 드레스와 메이크업도 개인이 업체를 방문해 받은 견적보다 훨씬 낮다. 우리가 만난 전직 웨딩플래너도 납품가가 스튜디오의 경우 보통 40만원~80만원, 메이크업의 경우 20만원~40만원, 드레스의 경우 45만원~100만 원 정도로 형성이 되어있다고 말한다. 우리가 구성했던 300만 원짜리의 웨딩상품을 살펴보자.
우리가 구성했던 상품의 경우 컨설팅 이윤이 절반가량이나 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전직웨딩플래너와 스튜디오 업체 사장도 소비자가 컨설팅업체에 내는 25% ~ 30%, 계약건수가 많을 경우 50%정도를 웨딩컨설팅업체 측에서 챙겨간다고 말한다. 문제는, 이렇게 납품가가 낮다보니 웨딩 상품 관련업체에서 이윤이 많이 남지 않는 컨설팅 손님에게는 질이 떨어지는 상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것이다. 한 드레스 업체에서는 컨설팅 손님에게는 만든 지 오래됐거나 질이 떨어지는 드레스를 주로 제공하고 신상품이나 원단이 좋은 드레스는 직접 방문한 개인손님에게만 제공한다고 고백한다. 컨설팅업체에서 30만원~40만원, 많이 주는 곳이 50만원밖에 결제해주지 않기 때문에 수지타산이 맞지 않아 컨설팅 손님에게는 신상품이나 질이 좋은 드레스를 입힐 수 없다는 것이다.
우리는 다른 드레스업체들에서는 어떤지도 알아보았다. 먼저 웨딩플래너와 함께 한 드레스업체를 찾았다. 이날 우리는 스튜디오 촬영 때 입을 드레스를 추천받았다. 우리가 입어본 드레스는 모두 2006년도 제품. 스튜디오 촬영 때 입는 드레스는 본식 드레스와 구분되어 있어 메인 신상품 드레스는 입어볼 수 없다고 한다. 그렇다면 직접 방문한 개인 손님에게는 어떠할까? 우리는 똑같은 드레스업체에 개인적으로 다시 방문했다. 그러자 상담원의 이야기가 달라졌다. 본식드레스와 스튜디오 촬영 때 입는 드레스는 구분되어 있지만 개인자격으로 온 손님에게는 신상품인 본식드레스를 스튜디오 촬영 때도 입을 수 있게 해준다고 한다. 당연히 컨설팅 손님에게는 안 되는 조건이다. 드레스업체에서는 소비자들이 컨설팅업체에 많은 돈을 내긴 하지만 납품가가 낮기 때문에 질이 좋은 옷이나 고가의 옷은 줄 수 없다고 한다. 컨설팅 업체를 통해 온 손님은 제대로 된 서비스를 받을 수 없다는 것이다. 상황은 스튜디오도 마찬가지. 납품가가 낮아 스튜디오 임대료와 인테리어비, 사진작가의 인건비를 충당하기도 어렵다고 한다. 조금이라도 이윤을 남기기 위에서는 많은 팀을 촬영해야 하고, 그러다보면 한 팀에 많은 시간을 제공할 수 없게 된다고 한다. 소비자에게 제작해주는 앨범의 원가도 낮춰야 한다. 우리는 웨딩 앨범을 제작한다는 한 공장을 찾았다. 앨범공장에서는 스튜디오에서 받은 결혼사진을 코팅하고 앨범으로 만드는 작업을 한다. 보통 30페이지 앨범 1권 당 가격은 3만원. 이렇게 단가가 낮다보니 앨범 제작비용을 낮출 수밖에 없다. 앨범을 붙일 때는 본드 칠을 해야 튼튼하지만 대부분 절반 정도 저렴한 고무풀을 사용할 수밖에 없다. 처음에는 차이가 없어 보이지만 고무풀로 칠한 앨범은 시간이 지나면서 접착력이 떨어져 장기간 보존할 수 없다. 앨범의 수명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코팅작업에서도 차이가 난다. 장당 5천 원 하는 코팅지는 사용할 엄두도 못 내고 장당 500원 하는 UV 코팅지나 일반 코팅지를 사용한다. 아예 코팅을 하지 않고 사진에 앰보싱 처리만 하는 경우도 있다. 이렇게 해도 앨범공장이 남기는 돈은 권당 3천원 밖에 되지 않는다고 한다.
이렇게 납품가가 낮다보니 일부 웨딩 관련 업체에서도 컨설팅업체처럼 저렴한 가격에 웨딩 상품들을 묶어주겠다고 한다. 게다가 컨설팅 업체에서 뺏긴 손님을 되찾기 위해 서비스를 추가해준다. 드레스 업체의 경우 신상품을 주고 촬영 때 입을 드레스도 한 벌 추가해 준다. 스튜디오에서도 패키지를 꾸리면 고급 액자를 주거나 사진 인화비를 면제해준다.
업체에서는 이렇게 가격을 낮추고 서비스를 제공해도 컨설팅 손님이 온 것보다 훨씬 이윤이 많이 남는다고까지 한다. 하지만 이렇게 업체에서 패키지를 꾸려도 문제점은 여전히 존재한다. 서비스만 추가될 뿐, 컨설팅업체와 마찬가지로 정해진 가격이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해결 방법은 없을까? 우선 웨딩 산업 전반에 걸쳐서 상품과 서비스에 대한 적정한 가격을 책정하는 것이 시급하다. 가격 정찰제를 도입해 각각의 품질별로 정당한 대가를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납품가로 이윤을 남기는 방식은 컨설팅 업체에도 어려움을 가져다준다. 최근 컨설팅 업체들이 우후죽순 생겨나 제 살 깎아먹기 식 가격 경쟁이 불가피해졌다는 것이다. 또 계약건수에 따른 수당을 받는 웨딩플래너들은 많은 계약 건수를 올리기 위해 예비부부들에게 웨딩 상품을 중개해주는 역할에 그치거나, 납품가가 낮아 컨설팅 업체의 이윤을 많이 남길 수 있는 스튜디오와 드레스 업체, 메이크업 업체를 무조건 추천해주는 경우도 생길 수 있다. 앞으로 웨딩 관련 업체에서는 상품과 서비스에 대한 개별 가격을 공개하고, 컨설팅 업체에서는 보다 전문적인 서비스를 제공한 후, 이에 대한 적절한 비용을 소비자에게 받아야 한다.
취재 I 오은일 PD(http://office.kbs.co.kr/oeiieo) 글 I 김솔지 작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