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테러’ 방치할 수 없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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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립학교들이 신입생 배정을 거부하는 실력 행사 직전까지 간 것은 사학재단들의 ‘위세’와 ‘공포’를 동시에 드러낸 사건이었다. 올해 전국 중학교 입학 대상 가운데 사립에 배정될 학생은 20.8%이고, 고교는 53.4%에 이른다. 대학은 사립 비율이 80%를 넘는다. 사립학교들이 실제로 신입생을 받지 않으면 공교육은 곧 무너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처럼 막강한 교육권력을 쥔 사학재단들이 극단적 행동까지 서슴지 않는 것은 개정된 사학법에서 느끼는 권력 붕괴의 두려움이 우리의 상상을 넘어서고 있음을 보여준다.
산업혁명 이후 정착된 근대 학교제도는 줄곧 공교육의 근간이 되어 왔으며, 우리도 서구의 학교모델을 도입한 지 100년을 넘어서고 있다. 학교는 국가의 국민교육을 위한, 또 개인의 성장과 사회적 진출을 위한 가장 효율적인 시스템으로 인정받고 있다. 학교는 공공의 가치를 전수하고, 미래지향적 가치를 구현하는 곳이다. 그래서 국가가 최종 관리 감독을 하고 막대한 재정을 투여한다. 사립학교 역시 그 공공의 가치와 사회적 기대를 실현하는 곳이다. 단지, 설립과 운영을 민간에서 한다는 것뿐이다.
이런 근대 학교 역사에서 학교가 학생을 거부하는 움직임을 보인 것은 초유의 일이다. 국내뿐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없다.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일이 한국 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은 그동안의 교육 상황과 구조가 얼마나 비정상적이었는지를 역설적으로 보여 주는 것이기도 하다. 그동안 사학재단은 자신들이 설립한 사립학교를 하나의 소왕국으로 만들어 왔다. 폐쇄적이고 독단적인 학교 운영으로 비리와 부패를 양산했다. 가장 최근에 드러난 아시아대와 대불대의 비리만 해도 부적격 교원을 채용하면서 돈을 받는가 하면 서류 조작, 공사비 과다 계상, 교직원 급여 체불, 교비 불법 지출을 통한 부동산 투기 등 그야말로 비리의 백화점을 연상시키는 일로 가득하다.
사기업도 그런 사기업은 없고, 또 그렇게 할 수 없도록 제도적 장치도 마련되어 있다. 백보를 양보해서 모든 사학재단이 다 비리재단이 아니니까 사학법을 개정해서는 안 된다는 논리라면 사기업을 규제할 장치도 있어서는 안 된다. 공익 이사가 일부 들어가고, 회계와 이사회 회의록을 공개하는 것이 학생을 거부하고 교육을 포기할 만한 사안이라면, 같은 논리로 이 나라에서 사업장을 폐쇄하지 않을 기업이 어디 있겠는가.
이쯤 되면, 문제는 좀더 분명해진다. 사학재단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어두운 그늘이 사라지는 것이다. 육영이라는 간판을 걸고, 하고 싶은 모든 것을 해 왔는데, 내 친족이 아닌 이사가 들어오고, 의사결정 과정을 공개하라고 하니, 사학재단의 처지에서는 밤에 활동한 박쥐에게 낮에 살라는 말로 들리는 것이다. 차라리 학생을 거부하고 학교를 폐쇄하는 게 낫지 투명한 곳에서는 살 수 없는 것이다.
정부가 뒤늦게 사학비리에 대해 전면 조사를 선언했다. 엄포용이 아니길 바란다. 너무 오랫동안 비리와 부패, 폐쇄와 독선이 지속하여 왔기에 사학법인 스스로도 뭘 잘못했는지 모르고 있을 것이다. 엄정하고 전면적인 조사를 해야 한다. 그래야 사학법 개정의 당위성이 더욱 분명해지고, 거부하는 쪽에서도 개정의 이유를 이해할 가능성이 있다. 정부의 책임이 크다. 용두사미 격으로 끝나지 않아야 한다. 이번 기회에 건강한 사학이 발전할 수 있도록, 부패의 공장을 과감하게 일소해야 한다. 학교와 학생을 인질로 삼는 교육 테러, 더는 방치해서는 안 된다. 윤영소/전남 담양 한빛고 교사 |
첫댓글 아리아리~ 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