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완종 리스트’를 통해 박근혜 대통령의 핵심 측근들이 성 전 회장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받았음이 드러나고 있다. 성 전 회장의 메모에 따르면 이완구 국무총리와 홍준표 경남지사뿐 아니라 지난 대선 때 선대위에서 조직총괄본부장을 했던 홍문종 의원이 2억원을 받았다. 금액을 적시하진 않았지만 직능총괄본부장을 맡았던 유정복 인천시장, 당무조정본부장으로 조직과 자금관리 전반을 총괄한 서병수 부산시장도 포함돼 있다. 또한 허태열 전 비서실장에게는 2007년 한나라당 대선 경선자금으로 7억원을 준 것으로 나와 있다.
앞으로 검찰 수사를 통해 의혹이 밝혀져야겠지만, 성 전 회장의 이와 같은 메모가 의미하는 바는 한마디로 ‘차떼기당’이 부활했다는 것이다. 2003년 검찰의 대선 자금 수사에서 드러났듯이, 한나라당은 2002년 대선을 앞두고 삼성과 LG, SK 등 재벌기업으로부터 수백억 원의 불법정치자금을 2.5톤 트럭 따위로 받았다. 성 전 회장의 메모와 인터뷰대로라면, 불법 자금을 받지 않겠다고 다짐한 한나라당이 그 뒤 치러진 두 차례 대선에서 기업으로부터 또다시 검은 돈을 받은 것이다.
이런 사실은 박근혜 대통령이 지금의 자리에 오른 과정이 과연 정당한 것이었는지까지 되돌아보게 만들고 있다. ‘차떼기’로 불법 자금을 받은 일이 드러나 한나라당이 사면초가의 위기에 몰렸을 때 등장한 인물이 바로 박근혜 대통령이다. 당시 당 대표를 맡은 박 대통령은 108배와 회개예배, 고해성사를 올리며 대국민사과를 했다. 속죄 차원에서 620억원짜리 천안연수원을 국가에 헌납했고, 당사에 들어가는 대신 천막당사를 차리고 그리로 출근했다.
박 대통령이 이 같은 행동으로 2004년 총선에서 참패가 확실시됐던 한나라당이 121석을 확보하며 기사회생하는 데 결정적으로 공헌했음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그 뒤 박 대통령은 ‘선거의 여왕’이란 별칭이 붙었고, 이를 발판으로 2012년 대선에서 마침내 대통령으로 당선됐다.
‘성완종 리스트’의 등장은, 박 대통령의 이러한 행동은 새누리당의 위선을 가리는 ‘정치 쇼’에 불과했을 뿐, 실제로 변한 건 전혀 없음을 뜻한다. 박근혜 대통령이 부정부패 근절을 다짐하고 ‘천막당사’를 트레이드 마크 삼아 국민적 지지를 얻었지만, 이러한 정치 이력이 원천적으로 무효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박근혜 정권은 국정원 댓글 사건에 이어 ‘성완종 리스트’를 통해 자신의 정통성과 정치적 정당성에 대한 근본적 질문과 또다시 마주하게 됐다. 이 물음에 답해야 할 사람은 박근혜 대통령 자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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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그래선지 며칠전 검찰의 수사 보고는 검찰이 권력 핵심부에는 강아지처럼 꼬리를 내리고 수사도 제대로 안 했다는 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