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W의 최근 행보는 자동차업계의 주목을 끌기에 충분하다. 고급차로는 파격적인 디자인을 지닌 뉴 7시리즈를 2001년 선보인 데 이어 지난해에는 Z4 로드스터를, 올 봄에는 뉴 5시리즈를 차례로 내놓았다.
또 지난 6월에는 X5 아랫급 모델 X3을 발표하면서 새차 개발에 남다른 의욕을 과시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 중형 스포츠 쿠페 분야에서는 벤츠나 포르쉐에 대적할 만한 모델이 없었다. 올 가을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 데뷔할 6시리즈 쿠페가 바로 이런 갈증을 해결할 주역이다.
6시리즈는 지난 77년에 처음 등장, 직렬 6기통 3.0X(176마력, 286마력) 엔진을 얹고 BMW의 스포티한 이미지를 완성한 모델이다. 89년 단종 때까지 86만여 대가 팔린 6시리즈는 한 급 위의 8시리즈(850i)에 바통을 물려주고 퇴역했으나 언젠가 부활한다는 소문이 끊이지 않았다.
쥬지아로 디자인 차체에 V12 5.0X 엔진을 얹은 850i가 고급 스포츠카의 수요가 줄어들면서 10년 만에 사라졌기 때문. BMW는 99년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 컨셉트카 Z9를 공개하면서 8시리즈 후속모델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Z9의 혁신적인 디자인은 이후 BMW가 선보이는 모델에 큰 영향을 미쳤다. 뉴 7시리즈는 Z9의 독특한 앞모습과 트렁크 리드, 새로운 기어조작방식 등을 받아들여 21세기의 신기술 경쟁에서 앞서갔다. 신형 6시리즈는 리어 스포일러처럼 디자인된 트렁크 리드로 Z9의 컨셉트를 살려냈고, 7시리즈와 Z4의 헤드램프를 새롭게 다듬어 썼다.
Z9 바탕으로 구형 6시리즈 이미지 더해
여유 있는 2+2인승 실내 세련되게 단장
신형 6시리즈 쿠페는 과거 명성을 날렸던 6시리즈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모습이다. 그러나 오리지널 6시리즈가 그랬던 것처럼 아직은 낯설다. 전체적인 스타일은 원조 모델처럼 길고 낮고 넓게 설계되었다.
차 전체에 살아있는 슬릭 에지 디자인에는 다이내믹함과 우아한 분위기가 절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다.
신형 6시리즈의 길이×너비×높이는 4천820×1천854×1천374mm이고, 2+2인승치고는 상당히 넓은 실내를 지녔다. 첨단 감각의 실내는 뉴 5시리즈를 떠올리게 한다. 클러스터와 센터페시아에 마련된 모니터는 뉴 5시리즈를 닮았지만 i-드라이브 컨트롤러는 센터 콘솔을 중심으로 약간 조수석 쪽에 치우쳐 있다. 감촉 좋은 3스포크 스티어링 휠에는 다기능 버튼이 내장되어 있다.
6시리즈는 우선 V8 4.4ℓ 325마력 엔진을 얹은 645Ci부터 선보인다. 밸브트로닉 컨트롤로 효율을 높인 BMW 645Ci는 최대토크 45.6kg·m/3천600rpm, 최고시속 250km(속도제한장치)이고 0→시속 97km 가속을 6초 이내에 끝낸다. 기어는 모두 6단이고, 수동과 자동 스텝트로닉, 그리고 F1 경주차처럼 스티어링 휠 옆에 달린 패들로 변속하는 시퀀셜 수동 기어(SMG) 등 모두 3가지다.
기본장비인 드라이빙 다이내믹 컨트롤(DDC)은 Z4 로드스터에서 처음 선보인 것으로, 버튼을 누르면 전동식 파워의 어시스트 비율이 낮아져 노면을 좀더 직접적으로 느낄 수 있고 전자식 드로틀 밸브의 반응이 높아져 가속성능도 좋아진다.
알루미늄과 강철의 복합구조로 이루어낸 차체 경량화는 편안한 승차감과 민첩한 핸들링을 만드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여기에 복합소재의 트렁크 리드와 알루미늄 보네트·도어, 열가소성 수지로 만든 앞 펜더 등으로 차체 무게 1천600kg(유럽형 모델 기준)과 앞뒤 50: 50의 완벽한 무게배분을 실현했다. 차 무게의 감소는 민첩한 핸들링뿐 아니라 연비까지 개선하는 효과를 낸다.
구형에 비해 핸들링과 응답성도 좋아졌다. 경량화된 알루미늄 서스펜션이 하체 부담을 덜어주고, 주행안정장치(DSC), 다이내믹 트랙션 컨트롤(DTC), 액티브 롤 스태빌라이저가 차체 쏠림을 줄인다. 스포츠 패키지에 포함된 액티브 프론트 스티어링은 앞바퀴의 각도변화를 전자식으로 감지해 스티어링에 전달한다.
이 장비는 마른 노면에서 중저속으로 달릴 때 스티어링 휠의 각도보다 바퀴의 각도를 더 꺾어 시내주행이나 주차 또는 커브길에서 차를 잘 컨트롤할 수 있도록 해주고, 고속에서는 스티어링 기어비를 낮춰 묵직하고 안정감 있는 핸들링을 보여준다.
주행안정장치(DSC)는 차체의 기울어짐인 요(yaw) 모멘트를 계산해 그에 맞게 스티어링 각도를 조절한다. 6시리즈 쿠페에 달린 런플랫 타이어는 공기가 완전히 바닥날 때까지 달릴 수 있다. 옵션으로 마련된 어댑티브 헤드램프는 차가 돌아가는 방향에 따라 빛의 폭과 강도를 바꾸므로 시야가 훨씬 넓어진다.
기본품목인 글라스 파노라마 루프는 구형의 문루프보다 사이즈가 커 실내를 밝고 넓게 보이도록 해준다. 뉴 5시리즈에서 처음 선보인 헤드업 디스플레이는 옵션으로 마련된다. 이 장비를 달면 도로를 보면서 윈드실드에 비치는 정보를 얻을 수 있기 때문에 안전운행에 큰 도움이 된다. 차간거리를 자동으로 유지하는 액티브 크루즈 컨트롤(ACC) 역시 뉴 5시리즈에서 선보인 장비다.
BMW는 645Ci에 이어 직렬 6기통 3.0X DOHC 225마력의 630Ci와 V10 5.5X DOHC 500마력 엔진을 얹은 M6도 개발중이다. 독일 딩골핑 공장에서 생산되는 6시리즈 쿠페는 유럽에서는 가을부터, 미국에서는 내년 봄부터 시판될 예정이다. 6시리즈로는 처음으로 2+2인승 컨버터블 모델도 내놓을 예정. 벤츠 CLK와 포르쉐 복스터에 맞설 마땅한 모델이 없던 BMW는 신형 6시리즈 쿠페의 등장으로 이제 강력한 대항마를 갖추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