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카 복음 12장 39-48절
“많이 주신 사람에게는 많이 요구하시고… 그만큼 더 청구하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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깜짝 청구서
전기요금 고지서를 받아 든 경리 수사님의 얼굴에 근심이 가득합니다. 지난달 요금과 비교해보고 작년 청구서와도 비교하면서 비용이 급증한 이유를 찾는 데에 주력합니다. 한참을 들여다본 후에야 공동체에 늘어난 인원, 제습기를 비롯한 가전제품 사용 시간에서 원인을 분석해냅니다. 그리고는 무거워진 고지서를 들고 은행으로 향합니다. 청구서란 언제나 이렇게 이미 지나버린 사건에 대한 정직한 결과로만 뒤늦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야 참 좋겠지만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늘 인식이 주어진 현재의 성찰뿐입니다. 뜻하지 않은 시간에 주인이 돌아온다는 복음 속 이야기 설정은 예수 그리스도 재림의 때를 예고하고 있습니다. 그 시간은 아무도 알 수 없으며 ‘아직은 아니’라고 생각할 때 ‘아니 벌써’라며, ‘지금 바로 여기’에서 우리 안에 발견되는 하느님의 때입니다. 사람을 당신 뜻대로 이 세상에 내신 하느님께서는 그 앞에 서게 될 우리 모두에게 예외 없이 이렇게 물으실 것입니다. “‘우리와 비슷하게 우리 모습으로’ 만들어진 사람아! 너 어디 있느냐?”(창세 1,26; 3,9 참조) 주님의 시간에 이르러 그분을 마주하게 될 때에 ‘너는 나를 쏙 빼어 닮았구나!’ 하는 하느님의 음성을 들을 수 있도록 딱 오늘 하루만 살아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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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지인 야고보 신부(한국순교복자성직수도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