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한낮 / 이은규 한 애니매이터의 이야기입니다 여름 한낮, 달리기하는 아이를 그리는 일을 주제로 한 특강이었지요 그쯤이야 우리도 어느 정도는 그린다고, 다 그릴 줄 안다는 듯 청중은 금방 흥미를 잃어버렸습니다 하품을 하고 시계를 보고 낙서를 하면서요 더 지루해할 수 없을 정도로 지루해했지요 그들을 보고 애니매이터는 가만히 말했습니다 아이들이 똑같은 리듬으로 달릴 리가 없다고, 창밖으로 달려가는 아이들을 한번 봐보라고요 교실 안이 조용해졌고, 하나둘 둥근 선들을 그리기 시작했습니다 달리기가 시작된 것이지요 한낮의 달리기가 ㅡ 웹진 《공정한시인의사회》 2024년 6월호 -------------------------
* 이은규 시인 1978년 서울 출생, 광주대 문예창작과 졸업, 동 대학원 석사 및 한양대 대학원 국어국문과 박사학위 2006년 《국제신문》 신춘문예 당선, 2008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당선. 시집 『다정한 호칭』 『오래 속삭여도 좋을 이야기』 『무해한 복숭아』 김춘수문학상, 현대시학 작품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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