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과 교육,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
필자 한선관 소속 경인교육대학교 컴퓨터교육과 교수
리는 과연 인공지능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가?
세상을 변화시키는 기술의 중심에 인공지능이 있다. 2016년 이세돌과 알파고의 세기의 대결을 시작으로 인공지능이 등장하였다. 아니 인공지능이 부활하였다고 하는 것이 더 정확한 표현이다. 이미테이션 게임(Imitation Game)의 주인공 앨런 튜링(A. Turing)이 1936년 제시한 컴퓨팅 머신은 1956년 다트머스 회의에서 인공지능(AI, Artificial Intelligence)을 탄생시켰고, 이후 짧지만 다난했던 우여곡절의 역사를 딛고 딥러닝으로 우리의 삶에 인공지능이 다가왔다.
기계학습을 바탕으로 산업이 재편되고 직업의 소멸과 탄생 그리고 인간의 역량과 창의성의 개념을 와해시키는 등 우리가 이전에 누리지 못했던 놀라운 인공지능의 경험과 기술이 인간의 삶을 송두리째 바꾸는 듯하다.
인간이 직접 규칙을 작성(프로그래밍)하여 기계를 제어하던 기존의 컴퓨팅 방식에서, 데이터를 입력하여 기계 스스로 규칙을 학습하고 결정하는 기계학습은 정보처리와 컴퓨팅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다가왔다.
기계가 학습하도록 처리하는 방식은 그 계산의 복잡성과 학습 과정의 블랙박스(BlackBox)화로 인간은 이해하기 어려운 상황이 되었다. 이러한 특징은 인공지능을 마법 상자와 같이 여기게 하였고, AI에 대한 놀라움과 고민 그리고 두려움의 대상으로 만들기에 충분하였다. 이것은 AI 개발자뿐만 아니라 일반인에게 인공지능이 무엇인지 제대로 이해하는 데 장애물이 되고 있다. 딥러닝 기술에 대부분을 의존하는 현재의 폭 좁은 인공지능에 대한 인식 또한 AI를 제대로 이해하는 데 어려움을 주고 있다.
과연 우리는 인공지능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을까? 교육을 위해서 AI를 제대로 이해하고 있을까? 학생들에게 AI를 제대로 이해시키려면 무슨 내용을 어떠한 방법으로 안내하면 좋을까? 인공지능의 교육적 접근, 바로 여기서 시작하고자 한다. 공지능의 교육적 방향의 기준은 어떻게 잡아야 는가?
인공지능을 교육의 틀 안으로 끌어들이기 위해서 먼저 AI가 무엇인지 아는 것에서부터 출발해보자. 그러기 위해서는 인공지능 교육에 대한 기준과 목표의 설정 또한 필요하다. 단, 인공지능 교육의 목표는 교육 본연에 충실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AI의 목적이 분명한 정책 기관의 목표에 교육의 목적을 그대로 투영하고 있지는 않은지 깊게 성찰해봐야 할 시기이다.
교육 정책을 추진하는 입장이라면 다음의 4가지 AI교육 관점을 이해하고 현장 교육의 목표에 맞는 접근 방안을 선정하여야 한다.
첫째, AI교육을 실용주의(기술주의) 관점으로 보는 것이다. 인공지능 기술의 내용은 현재 가장 강력하고 쓸모 있는 이론과 기술을 중심으로 교육하는 것이다. 현재 AI에서 가장 이슈가 되는 기계학습 특히 딥러닝의 공학적 기술을 중심으로 교육의 주제를 정하고 그에 따른 수업을 해가는 방식이다. 데이터의 전처리를 바탕으로 하는 자료과학-기계학습-AI서비스의 내용을 중점적으로 하는 교육 내용을 포함한다.
둘째, AI교육을 학문주의(역사주의) 관점으로 보는 것이다. 인공지능을 제대로 이해한다는 것은 인공지능이 발전한 역사의 과정에서 다루었던 개념, 원리, 알고리즘, 방법론과 다양한 개발 사례를 종합적으로 이해하는 것이다. 이것은 기계학습에 국한하기보다 탐색, 지식표현, 추론, 패턴인식, 자연어 처리, 로보틱스 등 인공지능의 서사적 개념을 다루며 과거의 사실과 현재의 기술 동향 그리고 미래의 전망을 모두 포함한다.
셋째, AI교육을 구성주의(인지주의) 관점으로 보는 것이다. 인공지능을 인간과 비슷하게 만들어가는 공학적 관점보다는 지능이 무엇이고 인간의 행동과 판단, 계획 등의 특징을 기계 지능으로 파악하여 이해하는 방법이다. 세상으로부터 데이터를 입력받으면 이것을 통해 학습하고 추론하여 무엇인지 인식한 후에 소통과 상호작용의 과정을 통해 문제를 해결해 가는 인지주의적 접근 방식으로 인공지능을 알아가도록 교육하는 내용이 포함된다.
넷째, AI교육을 활용주의(융합주의) 관점으로 보는 것이다. 인공지능을 하나의 모듈(엔진화)로 구성한 뒤 다양한 분야의 문제를 해결하는데 활용하는 방식으로 이해하는 관점이다. 다양한 산업에 인공지능 모듈을 적용하거나 타교과의 수업 목표를 위해 활용하며, 서로 다른 학문분야와 융합하여 다양한 문제를 해결하고 인간의 삶을 개선하는 방식을 포함한다. 인공지능의 세부 내용과 원리를 알기보다는 활용을 잘하는 데 중점을 둔다.
4가지의 관점을 제시하였는데 어떤 것이 교육 현장에 옳은지에 대한 정답은 없다. 어떤 것이 효과적이며 교육에 적합한지에 대한 판단은 교육의 가치와 목표에 있다. 이것을 결정하는 것은 교육정책자의 몫이다. 물론 교육실천가, 연구자, 교사 등과 많은 논의와 합의의 과정이 상호 보완되어야 할 것이다. AI교육이 이루어지기 전에 적절한 교육적 관점을 결정하여 인공지능의 교육 목표와 인재 양성의 방향을 설계하고 인공지능 교육의 내용을 체계적으로 구성하는 순서가 이루어져야 한다.
교육은 어떻게 정의해야 하는가?
인공지능 교육에 대해 정의하기 위해 먼저 인공지능 교육의 유형에 대해 고찰해볼 필요가 있다. 유형의 분류에 의해 인공지능 교육의 특징과 개념을 정의하는 기준이 되기 때문이다. 인공지능교육은 크게 이해교육, 활용교육, 가치교육으로 나뉜다.
AI 이해교육은 AI 내용학에 관련된 내용으로 AI의 용어, 지식, 개념, 원리, 법칙, 알고리즘 등의 이론과 실습을 통해 AI의 지식과 기능을 갖추는 데 중점을 둔다.
AI 활용교육은 자신 또는 생활에서 주어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AI를 활용하는 내용과 방법을 다룬다. 이론적 지식의 형성보다는 산업융합, 교과융합, 교육정책활용 등 AI활용 능력과 AI기술의 개발, 융합적 서비스와 창의적 아이디어 산출 등의 기능적이고 실용적인 내용을 중점적으로 다룬다.
AI 가치교육은 AI에 의해 나타나는 사회적 영향과 윤리적 이슈를 다룬다. 개인의 삶과 직업, 사회적인 변화와 윤리적 영향 그리고 인류가 처하게 될 이슈를 태도와 실천의 관점을 중점으로 다룬다.
위의 3가지 교육의 유형에 대한 인식을 통해 각 유형의 교육들이 독립적이기보다는 상호보완적으로, 통합적으로 구성되어 적용되어야 효과적임을 교육자라면 누구나 쉽게 수긍할 수 있을 것이다.
각 AI교육 유형에 따른 내용을 따로 학습하기보다는 이해교육의 과정에서 활용하고 그에 따른 사회적 영향과 윤리적 이슈에 대한 부분을 연계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활용 교육에서 자연스레 이해교육으로 연계되며 윤리교육에서 이해교육의 필요성을 이끌어 내는 과정을 통해 AI교육의 목표와 내용 그리고 방법을 찾게 될 것이다.
소프트웨어)교육의 기초 없이 인공지능 교육이 가능한가?
언어의 바탕 없이 수학교육이 가능할까? 수학 없이 과학 교육이 가능할까? 과학 없이 기술교육이 가능할까?
모든 학문에는 모학문이 존재하며 그 근간에는 기초 학문이 기저를 이룬다. AI교육은 코딩을 통하여 기계에 지능적인 알고리즘을 구현한 것으로 SW교육이 선행되어야 하며 SW를 이루기 위해 하드웨어와 데이터 그리고 사용자에 대한 컴퓨터 과학이 모학문으로 뒷받침되어야 한다. 컴퓨터과학은 용어에서 나타나듯 수학과 과학 그리고 프로그래밍을 위한 언어의 기초학문이 기저가 된다는 사실을 잊지 않아야 한다.
따라서 AI교육을 논할 때 기본적으로 컴퓨터과학을 가르치는 정보교육과 SW교육을 분리시켜 이해하거나 수업해서는 안 된다. AI교육은 SW&AI교육임을 자연스럽게 상기하고 접근해야 한다. 이에 AI교육을 위해 교수자와 학습자들이 SW교육을 제대로 준비하여 코딩교육과 함께 연계수업이 진행되어야 하며 컴퓨터과학의 기본적인 이론과 알고리즘에 관한 지식을 갖추어야 제대로 된 AI학습이 가능해진다. 능 교육을 통해 기존 교육을 어떻게 재정의할 것인가?
인공지능 교육을 하나의 이슈화된 국가정책의 도구로 사용한다면 기존에 해왔던 교육 정보화 사업과 다를 바 없어진다. 컴퓨터교육-ICT활용교육-이러닝유러닝-스마트러닝-SW교육-AI교육으로 이어지는 동일선 상에 두고 적용한다면 교육에서 AI교육은 어떻게 진행될지 쉽게 예측 가능하다.
국가 정책에 따라 급작스레 등장하는 교육이 아니라 100년을 내다보는 정책이 필요하고 기존의 교육과 연계하여 꾸준하게 학습할 수 있도록 기반 연구와 정책적 아이디어가 마련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새로운 교육이 현장교육에 적용되면 뒤따르는 여러 가지 문제점이 발생한다. 수업시수 부족, 교수자 역량 요구, 학습자 수준 차이, 교육과정과 내용의 미비, 교구의 비용과 유지, 실습환경 구축 등 다양한 걸림돌이 있지만 AI교육이 갈 방향을 제대로 결정한다면 교육 적용의 시행착오를 줄이고 적합한 교수학습 환경이 마련될 것이다.
현장교육에 AI교육이 제대로 정착되고 확산되기 위해 정규교과로 독립하여 운영되는 것이 확실한 방법이겠지만 현실적으로 어려우며 미래 교육의 방향에도 맞지 않는다. 개별교과보다는 융합교육의 관점에서 SW와 AI가 핵심 역할을 할 가능성이 크다. 미래교육의 시작점으로 SW와 AI가 그 중심에 있다고 볼 때, 우리가 기대하는 혁신교육, 변화교육의 가치를 찾을 수 있다. 우리의 미래를 여는 너머교육(Beyond Education)으로서 소프트웨어교육과 인공지능교육이 그 역할을 다하며 이제 다시 교육이 재정의되어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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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고는 집필자의 전문적 시각으로 작성된 것으로
교육정책네트워크 및 한국교육개발원의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한선관 교수는 2002년부터 경인교육대학교 컴퓨터교육과에 재직 중이며 현재 인공지능융합교육 전공 주임교수이다. 2019년 말에 (사)한국인공지능교육학회를 설립하여 학회장을 역임하고 있으며, 미래인재연구소와 인공지능교육연구소의 소장을 맡아 우리나라의 SW교육과 AI교육의 발전을 위해 헌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
필자 한선관 소속경인교육대학교 컴퓨터교육과 교수 발행일2020.07.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