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승엽의 얼굴에 웃음꽃이 폈다. 김은동 감독이 "숙소에서 실없이 웃고다니는 것은 승엽이 뿐"이라고 말 할 정도다. 그도 그럴것이 프로리그 연패기록을 하루하루 경신하고 있는 마당에 웃음 날 일이 별반 없는 것이다.
한승엽은 이를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 자신감이 생겼기 때문이다. 경기는 이길 수도 있고 질 수도 있다. 그러나 '이 상대는 너무 어렵다', '이 경기를 이기지 못하면 어쩌나' 하는 생각으로 경기에 임하면 필패다. 반드시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지고 경기에 임하는 것, 이제 한승엽은 승리에 가장 가까운 방법을 알았다. 팀의 프로리그 연패 역시 곧 끊을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다.
◆에이스? 그게 누구야?
STX SouL의 에이스가 누구인가 하는 질문에 e스포츠에 관심이 있는 팬들이라면 십중팔구 한승엽을 지목할 것이다. 하지만 정작 한승엽은 스스로를 팀의 에이스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다.
변은종의 이적 이후 자신이 성적을 내야 한다는 책임감은 생겼지만 에이스라는 위치를 의식하지는 않았다. 그래서 한 때의 슬럼프 중 '에이스 자리를 내 놓아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반응에도 크게 신경쓰지 않았다.
"제가 아직까지 팀의 에이스라고 불릴 만 한 성적을 내지 못했잖아요. 그래서 지금은 에이스 호칭에 크게 연연하고 있지 않습니다. 이번 프링글스 MSL에서 스스로 만족할 만 한 성적을 낸 후에 그런 이야기를 듣고싶어요."
◆스폰서의 이름이 준 선물, 책임감
"예전에는 책임감이라는 것이 그렇게 크지 않았어요. 경기에서 패해도 그저 개인 차원에서의 아쉬움이었고, 승리해도 마찬가지고요."
그러나 이제는 다르다. 스폰서인 STX의 이름을 커다랗게 가슴에 새기고 출전하는 경기에서 적어도 어이없는 패배는 당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한승엽을 단단하게 만들었다. 자신의 승리가 곧 회사와 팀의 승리라는 생각이 확실하게 머릿속에 박혔다.
"스폰서가 생기고 유니폼이 바뀌니 마인드도 바뀌었어요. 책임감이 더욱 커졌고, 그 책임감이 부담스럽기보다는 즐겁습니다. 제게는 큰 플러스 요인이 된 것 같아요."
◆팬들의 시선이 달라졌다
프링글스 MSL을 거치며 한승엽은 팬들의 시선이 달라지는 것을 느끼고 있다. 현장을 찾는 팬도 하나 둘 씩 늘어났고 각종 스타크래프트 커뮤니티의 반응도 예전과는 사뭇 다르다.
"한 커뮤니티에서 저를 변덕스러운 능력치가 적용되는 게임 캐릭터에 비유한 글을 본 적이 있어요. 기복이 심해서 왜 이럴까 싶은 경기를 하다가도 능력치가 발동되면 최고의 경기력을 보인다는 뜻이었는데, 이상하게 그 이야기가 기분이 좋았어요. 일단 팬들의 기대를 모을 수 있잖아요."
팬들에게 기대감을 심어주는 선수가 되고 싶단다. 한결같은 실력으로 사랑받는 것도 좋지만 가끔 발동되는 '무적모드'가 기대되는 선수가 되는 쪽이 더 매력적이라고.
"아직까지는 제가 믿음직스러운 경기를 많이 보여드리지 못해서 팬들이 쉽게 기대하시지 못하지만 '한승엽의 경기는 언제나 기대된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 까지 계속 노력할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