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한해동안 한국의 호텔 업계 종사자들은 그야말로 전쟁과 같은 한해를 보냈다고 할 수 있다. 연이은 악재가 매출 하락으로 이어지면서 모든 총체적 노력을 동원해 매출 보전에 나서야 했던 것. 하반기에 다소 회복되긴 했지만 88올림픽 이후 IMF시기를 제외하자면 별 어려움없이 70~90%대의 투숙률을 기록했던 국내 호텔 업계는 긴장할 수 밖에 없었다. 따라서 다양한 마케팅, 판촉 전략들이 시도되고 고정 비용을 줄이려는 노력이 뒤따랐다. 올 한해 한국 호텔 산업은 어떠한 변화를 경험했으며 이러한 변화들은 향후 한국 호텔 산업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인지 정리해보고자 한다.
■ 유사 숙박 업체 난립
올해 국내 호텔들, 특히 지방호텔의 경우에는 팬션의 성업으로 인해 국내 여행 고객층을 빼앗긴 점 등이 영업상의 어려움으로 많이 지적됐다. 팬션의 경우 올해 문화관광부에서 관광진흥법을 통해 정식으로 관광숙박업으로 편입시키는 등 정부에서도 장려하는 부문이고 주 이용 고객층이 중상층 이상 가족으로 기존 호텔 이용층과 겹치는 부분이 많아 고심하고 있다.
특급 호텔이 팬션 등의 고급 휴양시설에 고객을 빼앗겼다면 2급 이하의 호텔들은 찜질방 등 24시간 영업하는 목욕업장에 많은 부분 숙박 고객을 잃었다고 할 수 있다. 주로 개별 남성 여행객이 이용했던 사우나가 최근에는 가족과 여성 고객도 이용가능한 찜질방으로 대체됨으로써 이들의 이용이 늘어난 것. 이에 따라 아예 찜질방에 숙박 시설을 갖춰놓고 운영중인 곳도 생겨나고 있다.
서울의 경우에는 서비스 레지던스 및 서비스 아파트먼트라는 이름을 달고 운영중인 장기 체류시설이 작년부터 시작해 올해 급속도로 증가함에 따라 호텔의 영업에 많은 차질을 빚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현재 오크우드와 프레이저 스위트, 그랜드 힐튼 레지던스 등을 제외하고는 숙박업이 아닌 임대업으로 등록되어 있는 이들 업체가 1박 손님도 투숙시키는 등 불법적인 영업 형태를 보이고 있는 것. 특히 강남지역에 집중되어 있는 이들 시설들로 인해 정식 허가를 받고 엄격한 안전 관리를 시행하고 있는 호텔업이 큰 타격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한번쯤은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와 함께 호텔들도 이런 유사 숙박 시설이 증가함에 따라 호텔만의 차별화되는 서비스와 시설 등 고객이 지불한 금액에 걸맞는 만족감을 줄 수 있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 다양한 호텔 형태 등장
그동안 천편일률적이던 한국 호텔들이 올해 들어 다양한 형태의 호텔들이 도입되면서 스펙트럼이 조금 넓어졌다는 점도 올 한해의 변화된 모습 중 하나이다. 지난 10월에 이비스가 오픈하면서 국제적인 스탠다드를 제공하는 이코노미 호텔이 등장하는가 하면 인천 하얏트가 개관해 국내에도 국제적 수준의 공항 트랜짓 호텔이 도입되기도 했다. 또한 김포공항 근처의 메이필드 호텔도 기존의 도심 호텔의 형태를 벗어나 넓은 정원 확보와 독립 건물의 레스토랑, 휘트니스 센터 등을 두고 도심속 리조트 호텔을 표방하고 있다. 이외에도 메리어트 계열의 래가다와 베스트 웨스턴 체인이 중저가 개념의 프랜차이즈를 확장시켜나가고 있는 등 다양한 형태의 호텔들이 도입되고 있다.
이런 분위기는 내년까지 이어질 전망이어서 현재 쉐라톤워커힐그랜드 호텔 옆에 신축중인 스타일 호텔을 지향하는 ‘W호텔’이 내년 5월중 개관할 예정에 있고 현재 강원도에 켄싱턴스타호텔을 운영하고 있는 ㈜이랜드에서도 내년 3월중으로 서울에 ‘렉싱턴호텔’을 개관할 예정으로 알려져 있어 더욱 다양한 형태의 호텔들을 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새로운 호텔들의 등장으로 호텔시장은 경쟁이 더욱 심화될 것으로 전망되기도 한다.
■ 객실가 할인, 패키지 붐
투숙률의 하락은 결국은 객실가 하락으로 이어진다. 올 상반기 사스와 북핵, 이라크 전쟁 등의 악재로 인바운드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서울 특급 호텔의 경우 단체 요금이 예년의 70%선 이하로 하락했다는 것이 업계의 대체적인 의견. 특급 호텔에서 시작한 객실가 하락은 1급과 2급 등으로 도미노처럼 단계적으로 객실가를 하락시키기도 했다.
또한 수요가 줄다보니 호텔간 무차별적인 가격 경쟁으로 타호텔 예약분을 빼오기도 하는 그야말로 판촉 ‘전쟁’이 벌어지기도 했다고 한다. 기존에도 이런 현상은 종종 찾아볼 수 있었으나 올해는 어느 해보다 가격도 낮게 책정되었고 경쟁도 심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런 객실가 인하는 단기간에 투숙률을 높일 수 있는 판촉 전략으로 많이 사용되고 있긴 하지만 결국 이렇게 호텔 이용객들에게 한번 낮게 인식된 객실가는 다시 정상가를 회복하기 힘들고 결국 이렇게 낮은 객실가는 고정비 중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인건비의 감소로 이어져 호텔의 서비스의 질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는 등의 점에서 바람직하지는 못한 수단이라는 지적도 자체적으로 나오고 있다.
또한 이 기회에 공시가를 실질적인 수준으로 낮춰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호텔의 가격이 마치 그 호텔의 수준인 것처럼 인식되어 가격 거품 현상이 생기는 것이라며 결국 이런 가격 거품이 국내 호텔 산업의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원인이라는 것.
가격인하와 더불어 인바운드 수요가 없자 국내 고객을 대상으로 하는 패키지 상품이 그 어느 해보다 증가하기도 했다. 이제는 한 호텔에서도 다양한 종류의 패키지를 구성하고 가격도 10만원 미만의 패키지부터 디너까지 포함시킨 ‘all inclusive’ 개념의 패키지도 등장하는 등 그 형태도 다양했다.
올해 패키지 구성을 살펴보면 앞서 언급한 화장품 및 선물 증정과 가격 다양화, 석식 포함등의 혜택 외에도 각 호텔 패키지의 브랜드化라는 특성도 찾아볼 수 있다. 조선호텔이 서울과 부산 조선호텔의 패키지에 '서프라이즈'라는 이름을 붙였고 서울프라자를 비롯해 여러 호텔에서도 ‘로맨틱’패키지를 선보이는 등 자사 패키지의 특성을 부각시켜주는 브랜드를 앞다투어 도입했다.
■ 각종 제휴 사업 활발
불황의 그늘이 깊어지면서 ‘혼자서는 살아남을 수 없다’는 위기의식 아래 호텔과 고객층이 겹치는 업체들과의 다양한 제휴 마케팅 활동이 증가했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우선 지난 해부터 조금씩 시행되던 패키지 판매시 유명 브랜드 화장품 제공은 이제는 거의 모든 특급 호텔 패키지에서 찾아볼 수 있는 관행처럼 굳어졌다. 이외에도 수입자동차 업체와 신용카드사, 명품 브랜드, 은행 PB 및 증권사, 백화점 등 고급 수요층을 확보하고 있는 업체들과 연계해 다양한 행사 개최 및 할인 혜택 제공 등으로 이러한 업체들의 고객을 호텔 고객화하려는 움직임을 많이 찾아볼 수 있었다.
■ 주5일 근무제로 인한 주말 개념의 변화
작년 은행권의 주5일 근무제 실시에 이어 올해 초부터 삼성 등 대기업이 대거 주5일 근무를 실시함에 따라 호텔 객실 판매나 F&B업장에서 주말개념이 기존의 토,일에서 금,토,일로 바뀌었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이제는 금요일 오후 시간도 주말에 포함돼 F&B 업장에서는 이를 대비한 다양한 전략을 마련하는 등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일례로 외국 비즈니스 맨들이 빠져나가는 주말 매출을 유지하기 위해 조선호텔에서는 주말에 F&B업장을 이용하는 고객에게 업장별 다양한 할인 및 추가 혜택을 제공하고 있어 고객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고 한다.
■ 영세율 적용 연장
월드컵으로 인해 적용됐던 외국인 숙박객에 대해 10%의 부가가치세를 감면해주는 영세율의 적용이 2002년 12월에서 2003년 6월까지, 올 상반기 호텔 및 관광 산업 부진으로 다시 2003년 12월까지 연장되는 등 영세율 문제도 올 한해 호텔 객실 판촉 담당자들에게 큰 이슈였다. 그러나 이러한 영세율의 적용이 문화관광부와 재정경제부 등 소관 부처간의 이견으로 적용 2-3일 전에 통지되는 등 장기적인 호텔 객실가 정책을 불가능하게 만드는 등의 문제도 지적되고 있다.
특히 올해로 적용이 만료되기 때문에 내년도에는 객실가의 인상이 불가피하게 돼 아시아 최고 수준이라고 평가받는 국내 호텔 요금이 다시 한번 경쟁력을 잃게 돼 이에 대한 영구적인 적용을 주장하는 호텔들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 주고객층 다양화
기존의 호텔 고객이 주로 기업체의 임원이나 간부진, 정부 고위 관료 등 중년의 남성 위주로 이루어졌고 호텔의 인테리어나 시설 등도 이들에 중점을 두고 운영됐다면 최근 몇 년 전부터 시작돼 올해 가장 활발했던 호텔 식음료업장 개보수와 컨셉 변화 등은 호텔의 고객 층이 더 이상 이들에 국한되지 않음을 시사한다.
가장 활발한 분위기 변화를 꾀하고 있는 롯데 호텔은 이미 와인바 바인과 중식당 도림, 뷔페 레스토랑 라세느 등을 모던하고 미니멀한 컨셉으로 개보수 완료했으며 내년에도 계속적으로 식음료 업장에 대한 개보수 및 업종 변환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한다. 웨스틴 조선호텔 역시 올 상반기에 지하에 젊은 컨셉의 베키아 & 누오보라는 이태리 레스토랑을 오픈하기도 했다.
여성고객에 대한 관심도 증가했다. 이미 여름 패키지의 경우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의 여성이 주 고객이긴 하지만 이외에도 파라다이스 부산에서는 여성 전용층을 운영하는가 하면 서울 프라자 호텔은 정기적인 쿠킹 클래스를 운영해 그동안 소외됐던 여성 고객에 대한 관심을 드러냈다.
미래의 고객인 어린이 고객에 대해서도 영어를 사용한 쿠킹 클래스, 테이블 매너 강좌 등을 기획하는 등의 방식으로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인터컨티넨탈 호텔의 경우 기존의 1회성 어린이 테이블 매너 강좌를 정기적인 행사로 정착시키기도 했으며 쉐라톤 워커힐은 영어를 이용한 어린이 캠프를 기획해 큰 호응을 얻고 있다고 한다.
■ 스파 사업 진출 활발
호텔업에서 뿐만 아니라 올 한해 전사회적으로 가장 주목받았던 단어중 하나인 ‘웰빙(Well-being)’에 대한 관심이 집중됨에 따라 스파와 마사지 등에 대한 호텔들의 투자도 가시화되었던 한해 였다. 지난 5월 제주하얏트리젠시가 신규 스파 시설을 오픈한데 이어 제주 신라가 프랑스의 겔랑사와 합작으로 호텔내 국내는 물론 아시아 최초로 내년에 겔랑 스파를 오픈하기로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또한 현재 가장 큰 규모의 호텔내 스파인 JW메리어트 호텔의 스파 센터가 호황을 누리기도 했다. 내년 오픈 예정인 W호텔 역시 국내에 ‘real spa’를 도입한다는 포부아래 대규모의 스파 시설을 계획하고 있어 당분간 스파에 대한 열기는 사그러들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 드라마 · 영화 등을 통한 간접 홍보 활발
지난해 초 방영된 SBS드라마 ‘올인’은 제주 지역 관광활성화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 영향으로 호텔이 단순한 장소협찬 차원이 아닌 호텔을 전면으로 내세운드라마들이 증가하고 있는 등 드라마나 영화 등을 통한 간접 홍보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MBC의 ‘1%의 어떤 것’(소피텔)과 ‘귀여운 여인’(쉐라톤워커힐), SBS의 ‘요조숙녀’(메이필드)와 ‘술의 나라’(서울힐튼)의 드라마에서는 주인공이나 주인공의 가족이 호텔이나 업장을 소유하거나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나오는 등 호텔이 전면적으로 드라마 내용에 부각되고 있고 이외에도 SBS의 ‘천년지애’(리츠칼튼), 영화 ‘영어완전정복’(아미가) SBS ‘스크린’(그랜드하얏트)등에도 등장하는 등 ‘호텔리어’ 이후 별다른 호텔 관련 드라마가 없던 기존과는 달리 올해는 유난히 드라마와 영화 등을 통한 간접 홍보 활동이 두드러진 한 해였다.
■ 충성도 높은 고객 관리 집중
한편 호텔들은 신규 고객 창출 못지않게 기존 고객의 충성도 강화가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은 해였다고 볼 수 있다. 이에 따라 개별 고객의 성향 및 선호도 등의 정보를 이용해 마케팅 활동을 펼치는 고객관계마케팅 기법(CRM)을 도입해 고객관리에 들어갔다. 현재 조선호텔과 리츠칼튼, 앰버서더 등이 시행중이다.
이러한 맥락으로 멤버십 제도를 강화하기도 했다. 리츠칼튼 호텔이 올초 ‘리츠칼튼 멤버스’를 런칭해 리워드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으며 앰버서더 그룹 역시 소피텔과 노보텔 두 곳 등 그룹에 속한 호텔에서 공통으로 사용할 수 있는 ‘앰버서더 멤버십’을 20만원대의 저렴한 가격으로 런칭했다. 조선 호텔 역시 기존의 리워드 프로그램을 보강해 가입비를 받는 대신 혜택을 늘려 ‘정말 사용할’사용자를 가려냈다고 한다.
불특정 다수에 대한 홍보보다는 주요 고객에 대한 집중도를 높이는 이러한 전략들은 호텔의 실질적인 수익을 증가시켜줄 것으로 기대돼 앞으로도 계속적으로 각광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 다양한 사업 영역 확대
호텔의 전통적인 객실 판매와 F&B만으로는 수익 창출에 한계를 느낀 호텔들이 사업 영역을 활발히 확대하기도 했다. 기존의 외부 외식사업 외에도 호텔 자체 기획 공연을 올리거나 이벤트를 기획해 수익을 노리기도 했다.
조선 호텔이 가장 활발히 펼치고 있는데 지난 3월에 금난새를 초청한 공연을 기획해 예술의 전당에서 성공리에 마치기도 했다. 또한 지난 11월에는 르 꼬르동 블루와 함께 ‘Once in a life time’이라는 제목의 갈라디너를 개최하기도 했다. 쉐라톤워커힐 역시 이벤트 사업에 적극적인 호텔 중 하나로 1백일간 계속되는 파티 이벤트를 기획해 진행중이다. 이외에도 강습을 이용한 수익 창출에도 열심이었다. 앞서 언급한 어린이 대상의 테이블 매너 강습을 비롯해 쿠킹 클래스 등 호텔의 특징을 이용한 강습으로 호텔의 인지도도 높이고 실질적인 수익을 창출하는 프로그램 개발에 적극적이었다.
■ 고정 비용 감소 노력
한 회사의 매출이 감소추세라면 그 회사는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는 동시에 방어에 돌입하게 된다. 즉, 고정 비용을 감소하는 것이다. 호텔들도 마찬가지로 신규 직원을 뽑지 않고 기존 직원들에게 무급 휴가를 장려하는 등 인건비를 줄이는 동시에 비어있는 객실층을 폐쇄하고 업장 운영 시간을 단축하는 등 고정 비용을 줄이려는 노력을 기울였다. 그러나 호텔 특성상 인적 서비스에 대한 의존도가 높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호텔 직원들은 더 적은 인원으로 더 많은 일을 해야하는 등 업무량이 증가하기도 했다고 한다.
혹독한 수업료를 치루고 얻은 귀중한 자산
이외에도 온라인 마케팅의 강화와 서열과 연공을 파괴한 능력 중심의 인사, 식음업장의 통합화, 해외 호텔 그룹들의 국내 대표 사무소 진출 러시 등이 올 한해의 큰 변화들로 꼽혔다.
올해는 어려웠던 만큼 다양한 생존 전략들이 구사됐던 한해이기도 했다. 때문에 잃은 것도 많았지만 그간의 안일했던 운영에서 벗어날 수 있게 했다는 점에서 혹독한 수업료를 치룬 후 큰 교훈을 얻을 수 있었다는 것이 많은 호텔 업계인들의 공통된 생각일 것이다.
호텔을 포함한 관광 산업의 특성상 아무리 내부적인 전략이 훌륭해도 외부 요인의 영향을 피할 수는 없다. 사스의 출현이 그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긴 하지만 그 피해를 최소화 시키는 것은 각 개별 호텔들과 관광정책을 세우는 정부의 몫인 것이다. 그런 관점에서 본다면 올 한해가 한국 호텔들의 ‘면역력’을 높였던 해로 자리매김 되기를 기대한다.
글/허수정 기자
인 터 뷰
호텔 전문가들은 올 한해 호텔 산업을 어떻게 평가하고 있을까? 이들은 올 한해는 다양한 변수들로 인해 호텔 산업이 어느 때보다 예측 불가능하고 불투명했던 한 해였다고 평가하고 있었다. 특히 지방에 위치한 호텔들의 경우 외국인 인바운드 비즈니스가 거의 없다고 여길 수 있을 만큼 얼어붙어 더욱 힘들었던 것으로 판단된다. 또한 서울에는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은 태풍 등의 기상 문제가 의외로 큰 어려움으로 작용하기도 했으며 급격히 늘어난 대체 숙박 시설들로 골머리를 앓기도 했다.
그러나 내년도 전망에 대해서는 조심스럽긴 하지만 긍정적인 전망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서울을 비롯해 시장에 신규로 진입하는 호텔들이 많아 경쟁이 더욱 가속화 될 것이기는 하지만 내년 4월로 예정된 고속철도 개통 등으로 접근성이 용이해지고 경기 전망도 다소 희망적이기 때문이다.
“2003년은 대처방안과 위기 관리 능력을 배울 수 있었던 뜻깊은 한해”
데이빗 페이시(David Pacey) 하얏트 인천 총지배인
올 1~3분기 사스의 여파로 전반적인 호텔 관광 업계가 모두 어려운 시간을 보냈다. 몇몇 호텔들은 인원감축을 시행하였고, 문을 닫은 중소 여행사들도 속출했다. 그러나 다행히 한국은 다른 국가에 비해 사스의 피해를 덜 받았으며, 하반기로 접어들면서 침제된 소비자들의 관광심리가 되살아 나면서 경기가 나아지고 있다. 2003년은 호텔 관광 업계가 외부의 위험요소나 변수에 대한 대처방안과 위기 관리 능력을 배울 수 있었던 뜻깊은 한해였다고 생각한다.
하얏트 리젠시 인천은 인천국제공항 국제업무단지에 처음으로 생긴 특급 호텔이기 때문에 모든 것을 새롭게 시작해야 했다. 남겨진 선례가 없었기 때문에 이 지역의 호텔 설립시 적용되는 법률부터 세부적인 절차에 이르기까지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으며, 한국시장에 대해 이해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도 했다. 텅빈 벌판에서 인천바다를 바라보며 시작된 호텔 공사가 무사히 완공되고, 동북아 지역의 허브공항으로써 인천국제공항의 성장과 국제업무단지에 점차 활력을 불어넣어주는 역할로 발전할 수 있어 더욱 보람이 크다.
우선은 호텔에 대한 인지도를 높이는 것이 가장 큰 목표이며, 동시에 호텔 운영에 있어서도 안정화를 추구하는 것이다. 하얏트라는 세계적인 호텔 브랜드가 인천국제공항 근처에 새롭게 런칭 되었음을 고객에게 알리고, 최첨단 시설을 보유한 대형 연회장과 다양한 미팅룸을 갖춘 하얏트 리젠시 인천이 국제적인 비즈니스 명소로 자리매김 하는 것이 가장 큰 목표이다. 이를 위해 다양한 마켓 전략과 이벤트를 기획하고 있다. 인천이 실질적으로는 서울에서 멀지 않음에도 고객들에게 멀게 느껴지는 심리적인 장벽을 극복하기 위해, 다양한 행사와 이벤트를 합리적인 가격에 공급함으로써 지속적인 이용을 창출하고자 한다.
하얏트 리젠시 인천은 비즈니스를 위한 고객을 주요한 타켓으로 삼고 있다. ‘마이스(MICE, Meeting, Incentive, Convention, Exhibition)’ 비즈니스에 해당되는 잠재고객이 호텔의 주요 타켓층이라고 말할 수 있다. 호텔에서 숙박하면서 회의나 각종 세미나에 참여하고, 동시에 호텔내의 식음료에서도 매출을 올릴수 있는 이러한 ‘마이스(MICE)’ 비즈니스 고객은 가장 이상적인 모델이다. 또한 이른 아침 비행기로 신혼여행을 떠나는 허니문 고객도 주요 고객 중 하나다.
하얏트 인천은 공항에 근접한 호텔이기 때문에 장기 투숙고객보다는 단기적인 고객에 국한될 수 있다는 위험요소가 있다. 그러나 하얏트 리젠시 인천은 지속적인 이용과 충성도 높은 고객을 확보함으로써, 단순한 transit hotel이 아니라 인천국제공항에 위치한 Gateway hotel로서의 청사진을 그려가고 있다. 특히 다양한 혜택을 누릴 수 있는 멤버십 제도와, data에 근거한 CRM, 그리고 타켓 마케팅 강화를 통해 우리 호텔이 가지고 있는 많은 장점을 부각시키고자 한다.
하얏트 리젠시 인천은 서울 남산과 제주에 이어 한국에 3번째로 런칭된 하얏트 브랜드로서. 오픈 초기부터 서로 긴밀한 관계를 통해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다. 참신한 공통 프로모션을 기획하는 등 상호간에 시너지 효과를 발휘할 수 있는 다양한 아이디어를 구상중이다. 무엇보다도 한국을 방문하는 해외 고객에게는 서울과 제주에 이어 인천이라는 하얏트 브랜드가 추가됨으로써 선택의 폭이 더욱 다양해졌다는 잇점이 있다.
한국 호텔 시장은 서울의 다운타운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고, 특히 특급 호텔의 경우는 더욱 그러하다. 이제는 특급호텔들도 서울을 벗어나 다양한 지역으로 진출하여 지역발전에 이바지하는 것이 한국의 산업발전에도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인천에 새로오픈한 하얏트 호텔의 의미와 역할은 매우 크다고 생각한다. 공항 주변이라는 입지조건을 십분 활용, 비즈니스 거점으로 육성할 방침이며 인천지역의 경제자유구역 선정이라는 긍정적인 효과를 십분 활용하여 동북아시아 허브 지역의 대표적인 호텔로서 발전해 가고자 한다.
“민관 협력 대규모 위락단지 개발 및 대형 컨벤션 센터를 위한 투자가 필요”
신동식 대전 스파피아 대표이사
사스(SARS)라는 괴질의 출현으로 여행객들의 격감으로 인해 1997년 IMF보다 어려운 시기를 경험했다. 서울지역 특1급 호텔들의 경영실적이 올 9월까지 전년대비 -13%를 기록했듯이 전국적으로 어느 지역을 막론하고 모두 역신장을 기록한 해였다.
현재 한국 호텔 산업에 있어서 노동력 운영의 유연성 결여가 아쉬운 점으로 생각된다. 즉, 비수기와 성수기가 뚜렷이 구분되는 호텔운영의 특성을 고려해 비수기때에 소요되는 인력을 정규인력으로, 성수기때 추가로 소요되는 인력은 비정규 인력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인력 수급의 탄력성을 부과해야 한다. 또한 영어 등 외국어 능력이 필요한 부분에 저임금의 외국인을 도입할 수 있는 제도도 필요하다.
또한 외국 관광객 또는 비즈니스 트레블러들의 유입을 위해 민관 협력해 대규모 위락단지 개발 및 대형 컨벤션 센터를 위한 투자가 필요하다.
주5일 근무제의 도입 확산으로 인해 주말 비즈니스가 점증했다. 주말의 개념이 기존의 토요일, 일요일에서 금요일까지 포함하게 변경됐다. 이에 따라 지방 관광지역 호텔들은 주5일 근무제를 맞아 주말 비즈니스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최근에는 찜질방, 황토방 등 온천, 목욕 유사 업종의 출현으로 온천지역 호텔로서의 온천탕 매출이 감소했다. 또한 펜션 비즈니스가 점차 확산돼 이들과의 경쟁력 우위를 점하기 위해 스파피아에서는 호텔내 온천사우나 시설 업그레이드 및 판촉과 서비스를 개발하고 있다.
내년도 대전 호텔 산업에는 여러 가지 환경변화가 있을 것이라 전망된다. 즉, 주5일근무제 확산 및 고속철도 개통(대전의 경우 2004년 4월)에 따라 수도권 주말 수요가 증가하리라고 예상됨에 따라 주말 상품 확대개발 및 서울지역 판촉을 극대화할 것이다. 또한 신행정수도의 충청권 이전 계획 관련 세미나 등의 비즈니스 증가가 예상돼 이에 대한 대비도 준비하고 있다.
스파피아는 특급호텔로서의 수준에 걸맞는 이미지 제고를 통한 중부권의 리딩 호텔이라는 이미지를 유지하고 이를 위해 외국인 장기 투숙객의 적극유치, 상품판매의 효율성을 위한 일드 매니지먼트(Yield Management)의 최적구사, 신규 시장 개발을 위한 외식산업 진출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외식산업 진출에 있어서는 호텔에 주어진 function공간만으로 매출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outside catering business를 적극 추진해 매출 증진 및 경영 개선에 일익을 담당한다는 판단 아래 추진중이다.
“국내 레저 시장에 좀더 중점을 둘 계획”
기고데(Guy Godet) 부산 메리어트 총지배인
작년 월드컵의 영향으로 비교적 긍정적인 분위기로 시작한 올해는 그러나 사스와 이라크 전쟁, 경기침체 등으로 상반기에 매우 고전을 면치 못했다. 부산 지역 전체적으로 투숙률이 20%이상 하락하기도 했다. 부산의 경우에는 특히 ‘매미’라는 태풍의 여파와 비가 많은 기후로 인해 여름 성수기 기간에도 매우 어려웠다. 그러나 9월부터는 여행 수요가 서서히 회복되어서 10월은 꽤 괜찮은 비즈니스를 한 것으로 판단된다.
특히 사스로 인해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일본인 관광객이 큰 폭으로 감소했기 때문에 타격이 있었다.
그러나 내년도에는 고속철도가 개통되기 때문에 수도권으로부터 많은 관광객이 올 것으로 기대돼 국내 레저 시장에 좀더 중점을 둘 계획을 가지고 있다. 또한 시설에 대한 개보수를 추진해 하드웨어를 좀더 보강할 것이다.
내년도 전망에 관해서는 몇몇 긍정적인 Sign들이 관찰되긴 하지만 올해의 사스처럼 갑작스러운 변수들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확신을 할 수는 없고 다만 좋아지길 희망할 뿐이다.
부산 메리어트는 전세계 메리어트에서 공동으로 실시하고 있는 가격 일원화 정책을 실시해 고객이 어느 채널을 통해 예약하든지 같은 가격으로 호텔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물론 단체 요금은 계약과 협상에 따라 달라지긴 하지만 개별적으로 예약하는 고객들은 모두 같은 가격으로 투숙하게 돼있어 고객들이 신뢰를 가질 수 있는 제도다.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중점”
박상원 제주 롯데 판촉과장
제주의 경우 서울과는 달리 사스로 인해 오히려 반사이익을 봐 상반기까지는 괜찮은 편이었다. 그러나 성수기인 여름시즌에는 제주도내 특급 호텔 모두 손님이 그다지 많질 않았다. 9월달부터는 조금씩 회복되고 있어서 10월에는 80%를 상회하는 투숙률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올해는 예년보다 안좋은 경기로 인해 기업들이 위축돼 각종 행사가 취소되거나 내륙에서 개최되는 식으로 축소되고 제주도의 경우 올들어 갑자기 펜션이나 골프텔 등이 대거 등장해 고객이 많이 분산됐다. 예전에는 기업등에서 주최하는 큰 행사의 경우 대규모로 객실 판매가 가능했으나 최근들어서는 펜션 등에서 이들을 흡수하고 있는 상황. 그러나 펜션은 외국인 관광객을 서비스하기 힘든 점 등이 있기 때문에 서비스 퀄리티에 더욱 신경써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
내년도에는 제주도에 아시아 개발 은행(ADB, Asia Development Bank)과 아시아태평양 관광기구(PATA, Pacific-Asia Tourism Association)의 연차총회 등 대규모 행사가 4,5월경에 개최될 예정이기 때문에 조금 긍정적인 전망을 할 수 있다. 그러나 한해 전체를 놓고 봤을때는 전망이 그다지 밝지만은 않다. 일본관광객이 사스 이후로 거의 움직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항공 노선이 한정돼 있다. 유일한 국제선인 제주-일본간 노선의 가격이 높고 좌석이 한정되어있기 때문에 접근성이 용이하지 않은 점이 있다.
때문에 제주도에서는 도차원에서 얼마전 호주와 싱가폴, 대만 등지의 기자와 여행사 관계자들을 초청하는 행사를 가지기도 했다. 싱가폴, 대만의 언론인들은 드라마 ‘올인’의 흥행으로 제주도에 상당한 관심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롯데 제주도 이런 행사에 함께 참가해 호텔을 알리는 기회로 삼고 있다. 또한 도에서는 철인 3종 경기 등의 테마성 행사를 유치해 제주도 관광활성화를 꾀하고 있는 등 2010년까지 1천만 관광객을 목표로 하고 있다.
중국 시장은 중국이 최근 비자 면제됐고 중국인들에게 제주도가 진시황제가 불로초를 구하려 보낸 곳이라는 이미지가 있어 앞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싱가폴이나 홍콩 위주로 판촉이 이루어지고 있다.
롯데 제주는 내년을 비롯해 향후 전략으로 특급 호텔만이 제공할 수 있는 최고의 서비스를 무기로 세미나 고객과 양질의 FIT들에게 판촉의 중점을 두어 실속 있는 운영을 하도록 할 계획이다.
첫댓글 이 기사 출처가 어딘가요? 궁금해서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