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손한 손/고영민-
추운 겨울 어느날
점심을 먹으러 식당에 들어갔다
사람들이 앉아
밥을 기다리고 있었다
밥이 나오자
누가 먼저랄 것 없이
밥뚜껑 위에 한결같이
공손히
손부터 올려놓았다
<감상>
손으로 만들어낼 수 있는 모양과 의미는 참 다양합니다. 먼저 엄지를 제외한 네 손가락 마디를 굽힌 다음 양손을 맞닿게 하면 하트의
형상이 됩니다. 요즘에는 주먹을 쥐고 엄지와 검지를 살짝 비트는 것으로 하트를 만들어내기도 합니다. 그런가 하면 손가락을 곧고 가
지런히 펼친 상태에서 바닥을 내보이는 것은 선언 혹은 선서입니다. 이 상태에서 중지와 약지를 접으면 평화를 뜻하는 모양이 되고
요. 반가울 때는 먼저 앞으로 나아가고 간절할 때는 공손하게 포개어집니다. 물론 손의 모양을 이용해 타인의 기분을 해칠 수도 있고 권
총인 듯 쏘아댈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 손으로는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박 준(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