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밴쿠버 동계올림픽 개막식에 조금 나이 든 한국의 대중에게도 익숙한 팝송이 울려 퍼졌습니다.
조니 미첼(Joni Mitchell)의 "Both Sides Now"
20세기 미국 팝계에 지대한 영향을 준 캐나다 출신의 포크송 싱어 라이터 조니 미첼
이 곡은 그가 22-23세 무렵에 비행기를 타고 가다가 구름을 내려다 보고 즉흥적으로 쓴 곡입니다. 당시 비행기에서 읽고 있던 소설에서 주인공이 비행기를 타고 가다가 구름을 내려다 보는 장면이 있었는데 그 대목을 읽다가 주인공을 따라해봤는데 그 때 영감이 떠올라 가사를 써내려갔다고 합니다.
미첼은 이 곡이 그렇게 유명해질 것이라고는 전혀 생각지 못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인생에 대한 다소 달관적이고 관조적인 태도를 담은 가사에다가, 멜로디도 비교적 단순하고 간단한 기타 반주로 연주했기 때문입니다 (주디 콜린스가 곡을 받아 처음 불렀고 나중에 미첼 자신이 다시 녹음했습니다).
이후 수많은 가수들이 리메이크를 했고, 미첼 자신도 여러 시기에 걸쳐 몇 번 더 녹음했습니다.
마지막으로 녹음한 것은 50대 후반인 2000년입니다.
이 때 미첼은 이미 전설이 되었기 때문에 방송사에서 주관하여 여러 유명 가수들을 모아 70인조 관현악단 반주에 맞춰 미첼의 곡들을 부르는 무대를 마련했습니다.
20대 초반에 녹음한 곡은 기타 반주에 맞춰 다소 발랄한 톤으로 불렀는데, 50대 후반에 오케스트라 반주에 맞춰 부른 노래는 사뭇 분위기가 다릅니다.
장중한 오케스트라에 맞춰 느릿 느릿 부르는 미첼의 목소리는 세월의 흔적을 그대로 담고 있지만, 그래서 오히려 원곡의 메시지를 더 절실하게 전달하고 있습니다.
미첼이 이 곡을 발표할 때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사실이 있습니다.
미첼은 아이를 낳았습니다. 아이 아빠는 당시 사귀던 남친이었는데 임신 3개월에 그녀를 버리고 떠났습니다.
당시 무명가수였던 미첼은 도저히 아이를 키울 수 없어 입양을 보냈습니다.
그로부터 이 년 쯤 후 이 곡을 썼습니다.
이 곡이 발표되던 시기에는, 그리고 그 후로도 오랫동안 이 사실이 알려지지 않았기에 이 곡에 대한 해설에는 그런 점이 전혀 반영되지 않았습니다.
(딸이 서른 살이 넘었을 때 미첼은 딸과 재회했습니다.)
그 사실을 알고 가사를 보면 내용이 새롭게 다가옵니다.
어릴 때 보던 세상과 어른이 되어 보는 세상
어릴 때 생각하던 사랑과 어른이 되어 보는 사랑
어릴 때 생각하던 인생과 어른이 되어 보는 인생
어릴 때만 볼 수 있는 것이 있고 아이에게는 그것이 진실입니다.
그리고 어른이 되어서야 비로소 보이는 것이 있습니다.
그렇다고 어른이 보는 것이 다 옳고 아이가 보는 것이 다 그른 것은 아닙니다.
어른이라서 보지 못하는 것도 있습니다.
그래서 어린아이의 눈과 어른의 눈 둘 다 가진 사람은 특별한 사람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관점을 융합한다고 해도 보이지 않는 것이 있습니다.
오히려 더 혼란스러울 때도 있습니다.
과연 무엇인 진실인가.
그래서 미첼은 이제는 구름이(세상이) 무엇인지, 사랑이(관계가) 무엇인지, 인생이 무엇인지 무엇인지 모르겠다고 합니다.
어찌 보면 불교의 세계관과 비슷한 차원의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진정한 앎은 내가 모른다는 것을 깨닫는 데서 시작한다는 것.
미첼이 젊은 날 부른 버전과 나이가 든 후 부른 버전을 비교해 듣는 것도 흥미롭습니다.
젊었을 때 라디오에서 이 곡이 제법 자주 나왔습니다.
그 때는 가사를 음미해볼 생각을 해보지 않았는데, 이제 저도 나이가 들어서인지 미첼이 나이 들어 부른 버전이 더 마음에 듭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7m_t3_1vbX8
https://www.youtube.com/watch?v=7cBf0olE9Yc
흩날리는 천사의 머리카락
하늘에 떠 있는 아이스크림 성
그리고 눈 닿는 곳마다 펼쳐진 새털 협곡들
구름을 그렇게 바라봤었지
하지만 이제 구름은 태양을 가릴 뿐
비를 내리고 눈을 내리게 하네
할 수 있던 일이 많았는데
구름이 막아버렸어
이제 구름을 양쪽에서 바라본 셈이지
위에서 아래에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기억 속에 남은 것은 구름이라는 환상 뿐
구름이 무엇인지 나는 정말 모르겠네
달과 6월과 페리스 휠
동화 같은 이야기가 현실이 될 때
빙글빙글 도는 듯한 어지러운 느낌
사랑을 그렇게 바라봤었지
하지만 이제 사랑은 또 하나의 가식일 뿐
내가 떠난 후 사람들은 나를 비웃지
신경이 쓰인다면, 그들에게 알려주지 말아야지
속마음을 드러내지 말아야지
이제 사랑을 양쪽에서 바라본 셈이지
주기도 하고 받기도 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기억 속에 남은 것은 사랑이라는 환상 뿐
사랑이 무엇인지 나는 정말 모르겠네
정말 모르겠네
눈물, 두려움, 자부심
"사랑해" 라고 크게 외치기
꿈과 계획과 서커스의 군중
인생을 그렇게 바라봤었지
하지만 이제 오랜 친구들의 행동이 묘해졌네
고개를 저으며 내가 변했다고 말하네
하루 하루 살아가며
잃은 것도 있지만 얻은 것도 있지
이제 인생을 양쪽에서 바라본 셈이지
승자 편에서도 패자 편에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기억 속에 남은 것은 인생이라는 환상 뿐
인생이 무엇인지 나는 정말 모르겠네
정말 모르겠네
첫댓글 이렇게 의미를 생각하며 들어보니 새롭습니다..
새해에도 좋은글귀, 좋은음악 함께 시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새해 업무 첫날 잘 마무리하셨으리라 생각합니다.
귀에 익은 노래인데 가수와 제목은 몰랐습니다. 젊은 날에 부른 노래가 저는 더 좋은데요. 잘 들었습니다!
젊은 날 부른 버전도 그 나름의 매력이 있죠.
노래는 익숙한데, 내용은 전혀 몰랐다 알게 되네요, 감솨~~~요^^
예전에는 내용에 대해 깊이 생각해보지 않았는데 최근 다시 들으니 행간에 많은 것이 보이더군요.
러브액추얼리에서도 이 노래가 의미있게 나왔죠. 믿었던 남편에게 배신당한 부인이 눈물을 흘릴때 노래 때문에 더 아프게 느껴졌던 기억이 납니다. 새옹지마랑 비슷한 노래가 아닐까 싶습니다. 어떤 일이든 좋은면과 나쁜 면을 다 가지고 있으니까요
맞습니다. 그 때 흐른 곡은 2000년에 부른 버전이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