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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는 해외명품브랜드관련 유용한기사라 발췌해서 올렸습니다
명품을 취급하는 카페 일본소호무역상인들에게 도움되기 바랍니다^^
‘It’s so GUCCI’
우리말로 ‘구찌하다’로 해석되는 이 말은 밀레니얼 세대(1980년대 초부터 2000년대 초까지 태어난 이들)에게 ‘멋있다’는 말로 통용되고 있다.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인가 싶은데, 전 세계 인구의 3분의 1(약 25억 명)이나 되는 밀레니얼 세대에게 명품브랜드 ‘구찌’는 꼭 갖고 싶은 쿨(Cool)한 브랜드가 됐다.
커다란 로고가 촌스럽고 고루한 이미지로 전락했던 구찌는 2015년 무명 디자이너였던 알레산드로 미켈레를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발탁한 이후 무섭게 반등한다. 미켈레는 미니멀리즘이 주목받던 시기에 홀로 화려하고 파격적인 맥시멀리즘을 내세웠다.
그의 디자인에 기성세대가 아닌 밀레니얼 세대가 반응했다. 현재 구찌 매출의 55%는 35세 이하의 밀레니얼 세대가 책임지고 있다. 구찌의 상승세에 라이벌인 ‘루이비통(Louis Vuitton)’도 파격적인 전략을 내세웠다. 2017년 패션업계의 충격은 스트리트 패션의 상징인 ‘슈프림(Supreme)’과 루이비통의 협업이었다. 그해 남성복 컬렉션에서 루이비통은 브랜드의 상징인 ‘LV모노그램’대신 슈프림 로고가 가득한 패션을 선보였다. 전 세계 명품의 선두주자와 젊은 세대를 대표하는 브랜드의 만남에 패션피플은 열광했다. 사실 두 브랜드는 2000년에 슈프림이 루이비통의 로고를 무단 도용해 법정 소송까지 갔던 사이였다. 미래를 위한 협업 앞에 과거의 허물은 더 이상 걸림돌이 아니었다. 이 역대급 사건 이후 루이비통은 새로운 고객으로 밀레니얼 세대를 품게 된다.
2025년 명품 고객 45%는 밀레니얼 세대
럭셔리로 대변되는 명품브랜드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바람을 이끄는 주역은 밀레니얼 세대다. 미국의 컨설팅 기업인 베인앤컴퍼니는 2025년이 되면 이들이 전 세계 명품시장 고객의 45%를 차지할 거라고 예상하고 있다. 당연히 럭셔리 브랜드도 밀레니얼 세대의 가치관에 맞게 진화하고 있다. 이들의 가치 변화와 소셜 미디어의 발달은 이미 럭셔리의 개념을 재정립하고 있다. 더 이상 희소한 가치나 일부 계층만의 특권이 아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보편적인 프리미엄이 새롭게 등장했다. 젊어진 명품 브랜드의 달라진 생존전략을 짚었다.
Part Ⅰ
“굶어도 신발·백팩 하나쯤은 명품으로”
럭셔리 시장 큰손 떠오른 밀레니얼 세대
지난해 명품 업계의 관심사는 브랜드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누가 오느냐’였다. 그만큼 누구나 알만한 브랜드의 디자인 수장이 새롭게 바뀌었다. 지난해 1월 프랑스 브랜드 ‘셀린느(CELINE)’는 거물급 디자이너 에디 슬리먼이 새로운 수장이 됐다. 그는 2012년부터 4년간 ‘생로랑(Saint Laurent)’을 이끌며 매출을 4배 이상이나 끌어올린 패션계의 스타다. ‘입생로랑(Yves Saint Laurent)’에서 ‘Yves’라는 이름을 버리고 생로랑 시대를 열어 브랜드를 과감히 정비했다. 에디 슬리먼은 셀린느에 부임하자마자 기존 로고였던 ‘CELINE’의 E를 E로 바꾸고 새롭게 디자인한다. 기존의 브랜드 홈페이지와 SNS 등의 내용도 새롭게 나열했다.
두 달 후인 지난해 3월 영국 패션 브랜드 ‘버버리(Burberry)’에는 크리스토퍼 베일리를 대신해 2005년부터 2017년까지 지방시의 디자이너였던 리카르도 티시가 부임했다. 그가 가장 먼저 한 일도 브랜드의 로고 정비였다. 셀린느가 악상기호만 바꿨다면 리카르도 티시는 아예 유명 디자이너에게 새로운 로고를 의뢰했다. 그리고 이 과정을 버버리의 SNS 계정에 공개하며 변화를 공표한다. 지난해 8월 새롭게 완성된 로고는 기존 로고의 전통적인 느낌이 완전히 지워졌다.
공식처럼 인식되던 말 탄 기사 그림이 사라졌고, 간결하게 ‘BURBERRY’라고만 썼다. 새 로고와 함께 버버리 창립자인 토마스 버버리의 이니셜 ‘TB’를 이용한 모노그램도 만들었다. 버버리는 지난해 9월 서울 청담동에 있는 버버리 플래그십 스토어를 비롯해 런던, 뉴욕, 밀라노 등지의 매장 외벽에 새 모노그램을 씌워 대대적인 홍보를 진행했다. 그 무렵 영국 런던 121 리젠트 스트리트에 자리한 버버리의 런던 플래그십 스토어도 새로운 크리에이티브 총괄 책임자 리카르도 티시의 첫 패션쇼를 앞두고 완전히 달라졌다.
이 두 브랜드가 전통적인 로고와 모노그램을 바꾼 이유는 무엇일까. 국내 명품업계 관계자는 “신임 디자이너로서 브랜드에 자신의 스타일을 입히는 방법이기도 하지만 브랜드의 상징을 바꾼다는 건 전통 대신 미래에 방점을 찍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며 “브랜드의 기초부터 마케팅 전략까지 새롭게 시작하겠다는 다짐과 같다”고 분석했다. 여기에 최근 명품업계에 불고 있는 밀레니얼 세대의 감성도 한몫했다. 새로운 소비자에게 쉽게 다가서고 어필하려면 로고도 젊어져야 한다는 당연한 논리다.
▶명품의 변신을 주도한 구찌
명품 브랜드의 변신은 ‘구찌’의 변신이 기폭제였다. 앞서 소개한 구찌의 부활은 2015년 이후 명품 업계의 최고 뉴스였다. 한때 매출 감소로 위기를 겪기도 했던 구찌는 밀레니얼 세대를 성공적으로 공략하며 2017년 루이비통에 이어 매출 기준 세계 2위의 명품 브랜드가 됐다.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알레산드로 미켈레의 파격적인 디자인과 SNS 마케팅, 스트리트 패션과 유명 아티스트와의 협업이 한물 간 브랜드를 10대가 선망하는 젊은 브랜드로 탈바꿈시켜놨다면, 눈에 보이지 않는 경영 혁신도 브랜드의 변신을 든든히 뒷받침했다.
프랑스 명품기업 ‘케어링(Kering) 그룹’의 대표 브랜드인 구찌에는 2015년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와 함께 최고경영자(CEO)도 새롭게 부임했다. 앙리 피노 그룹 회장이 임명한 새로운 CEO는 ‘스텔라 매카트니’ ‘보테가 베네타’에서 실력을 인정받은 마르코 비자리. 그는 부임 초기부터 기업 내 리버스 멘토링을 활용했다. 쉽게 말해 후배가 선배의 멘토가 되는 역멘토링이다. 임원회의가 끝나면 30세 이하 직원들로 구성된 위원회를 열어 임원회의에서 논의된 주제를 다시 토론했다. 여기서 아이디어를 얻어 구찌는 더 이상 모피제품을 생산하지 않겠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밀레니얼 세대를 위한 여행 어플리케이션 ‘구찌플레이스’도 바로 이 위원회에서 출발했다. 결과는 실적으로 증명됐다. 국내시장에서의 반응도 눈에 띄게 좋아졌다. 구찌는 꽃, 동물 등 화려한 문양과 금속, 가죽, 천 등 다양한 소재를 섞어 배치(Mix Match)한 가방, 의류가 모두 히트하며 국내 4대 백화점에서 가장 뜬 브랜드로 지목됐다. 업계에 따르면 2017년 구찌의 핸드백 신장률만 595%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Part Ⅱ
구찌를 재건한 40대 디자이너
알렉산드로 미켈레의 파격
김창규 패션 칼럼니스트
명품 브랜드는 1990년대부터 대중화됐다. 우리가 아는 대부분의 명품 브랜드는 이전에도 존재했지만, 보통사람들은 듣지도 보지도 못한 상류 사회의 전유물이었다. 하지만 1990년대부터는 한국의 중상류층들도 ‘아르마니’ 수트를 걸쳤고, ‘베르사체’ 티셔츠를 입었으며, 구찌 구두를 신었다. 2000년대에 들어와서는 더 많은 브랜드가 한국에 소개됐다. 그 덕에 선택의 폭은 넓어졌으며, ‘샤넬’과 ‘루이비통’ 핸드백, ‘페라가모’ 슈즈, ‘돌체앤가바나’ 데님, ‘프라다’ 셔츠 등이 클래식 반열에 올랐다. 이러한 럭셔리 브랜드의 아이템은 누구나 손쉽게 구입할 수 있는 중저가 브랜드의 것들과 디자인이 판이하게 달랐다. 그래서 ‘명품=개성’인 것처럼 보였다.
2000년대 말이 되자 남성 럭셔리 패션에 새로운 조류가 등장했다. 그건 바로 클래식 무드. ‘브리오니’, ‘에르메네질도 제냐’ 같은 브랜드를 중심으로 ‘체사레 아톨리니’, ‘키톤’ 같은 브랜드도 소개됐다. 여성 시장에서도 ‘클로에’, ‘버버리 프로섬’, ‘발렌티노’처럼 유럽의 보수적인 상류사회 일원들이 선호하는 무드가 각광받았다. 모두가 더 우아해지길 바랐다. 우아함이 개성이 된 시대였기 때문이다. 2010년대 초반에는 보다 더 헤리티지적인 룩이 주목받았다. 남성들은 ‘RRL’이나 일본발 ‘아메카지(아메리칸 헤리티지)’, 오리지널 빈티지 아이템 등에 열광했고, 여성들도 ‘막스마라’의 코트, ‘에르메스’의 리조트 룩 등 ‘브랜드 로고가 보이지 않는 아이템’으로 눈길을 돌렸다. 이때 처음으로 여성 럭셔리 시장에서 ‘잇백’의 존재감이 미미해졌다. 오히려 ‘잇백’이 ‘몰개성의 상징’처럼 여겨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2010년대 중반부터 패션계에는 ‘지각 변동’이라고 할 만한 사건들이 연이어 발생했다. 힙합 스타 카니예 웨스트의 최측근 중 한 명인 버질 아블로가 ‘파이렉스’(‘폴로’에서 체크 셔츠를 사다가 파이렉스 로고를 크게 나염 프린트한 것이 파이렉스의 히트 상품이었다.)라는 브랜드를 크게 흥행시켰다. 카니예 웨스트는 ‘나이키’와의 협업을 종료하고, ‘아디다스’와 함께 개발한 자신의 스니커즈 컬렉션 ‘이지 부스트’를 에어 조던 시리즈에 버금갈 만큼 성공시켰다. 이지 부스트는 원래 비싼 신발이 아니었지만, 제한적인 발매 수량과 리셀러들의 폭리 때문에 애프터 마켓에서 럭셔리 브랜드의 그것들과 동일한 가격으로 팔려나갔다. ‘슈프림’과 ‘루이비통’의 협업 컬렉션 역시 애프터 마켓에서 기염을 토하며, 기존 루이비통의 아이템보다 훨씬 비싼 가격으로 거래되기에 이르렀다.
원래 트렌드라는 것은 대조적인 성향이 교차되며 이어지지만, 이처럼 가장 우아했던 트렌드가 가장 키치적인 이미지로 급변한 시기에는 극명한 단차가 느껴지기에 많은 사람들이 충격을 받았다. 나 역시 럭셔리 브랜드의 근본 가치라고 생각했던 우아함이 지나치게 파괴되었다고 생각해서 ‘그렇다면 럭셔리 브랜드의 존재 이유는 무엇인가?’라는 근본적인 의문까지 갖게 됐다.
▶1000만원을 들여 입는 스트리트 패션
칼날보다 예리한 재단으로 완성한 룩을 선보이던 ‘발렌시아가’는 지금 투박하고 못생긴 스니커즈 열풍을 이끄는 핵심 브랜드가 됐고, 귀족적인 드레스를 선보이던 ‘발렌티노’는 모든 아이템에 펑크족처럼 스터드를 박아 넣고 있다.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럭셔리 브랜드인 루이비통은 슈프림과의 협업 컬렉션으로 대박을 터트린 다음 디렉터 자리에 길거리 출신이나 다름없는 버질 아블로를 앉혔으며, 킴 존스는 ‘디올 맨’의 최신 컬렉션을 사이버 펑크적인 키치함으로 구성했다.
언급한 모든 브랜드가 선보이는 최근의 키 룩들은 ‘귀족적인 우아함’보다 ‘스트리트 패션의 개성’으로 다가온다. 하지만 그러한 키 아이템으로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차려입으면 1000만원 가량의 돈이 든다. 더군다나 ‘훌륭한 가문에서 고등 교육을 받고 자란 유력 인사’처럼 보이는 게 아니라 ‘<쇼미더머니> 우승 상금으로 지난 주말에 쇼핑한 래퍼’처럼 보인다.
이러한 패션이 주목받는 가장 큰 이유를 ‘거액을 들여 비싸지 않아 보이는 옷을 입는 행위’가 개성이 됐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사고방식은 1970년대 ‘비비안 웨스트우드’로부터 시작된 펑크룩, 1990년대 너바나와 펄잼으로부터 유행한 그런지룩 등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1970년대에는 집에서 손으로 찢고, 정신없는 옷이 ‘펑크=DIY’라는 슬로건 아래 유행했고, 1990년대에는 낡은 스웨터를 즐겨 입었던 커트 코베인처럼 보이고 싶어 100만원짜리 빈티지 아이템을 걸쳤다. 모두 기성세대까지 포함한 ‘전 세대적인 유행’은 아니었지만, 젊은이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으며 트렌드의 중심으로 작용했다. 그 중심에는 사회에 불만이 많은 젊은이들이 있었다.
▶무명의 디렉터 알레산드로 미켈레가 재건한 구찌
‘럭셔리 브랜드의 스트리트 패션화’가 요즘 럭셔리 업계의 화두라면, 주인공은 구찌의 디렉터인 알레산드로 미켈레다. 이 사람의 성공 신화는 최근 패션계에서 전례를 찾아볼 수 없을 만큼 독특하다. 왜냐하면 전임 디렉터인 프리다 지아니니 밑에서 수석 디자이너로 일하다가 승진된 케이스이기 때문이다. 조금 규모가 작은 브랜드였다면 승진은 당연한 일이겠지만, 구찌 같은 공룡급 브랜드는 항상 엄청나게 유명한 다른 브랜드의 디렉터를 빼앗아 오는 게 일반적이기 때문에 이러한 인사 발령은 당시 파격적으로 받아들여졌다. 그는 갑작스럽게 이뤄진 첫 번째 컬렉션에서부터 박찬욱 감독 영화의 벽지에서 볼 법한 기하학적인 패턴과 다채로운 컬러에 백인 노동 계급의 팔뚝에서 볼 법한 올드 스쿨 타투 디자인을 자수로 더해 만든 수트를 등장시켰다. 기존 구찌의 GG 로고 자카드 패턴도 다양한 장식들로 뒤덮였다. 원래 구찌의 액세서리 부문을 총괄하고 있던 그는 100만원이 넘는 시계를 알록달록한 플라스틱으로 만들기도 했으며, 자신들을 패러디한 스트리트 브랜드의 티셔츠 프린팅을 다시 패러디하기까지 했다. 블로퍼(백리스 로퍼의 줄임말로 슬리퍼처럼 뒤축이 없는 구두)를 유행시켰고, 벨벳 재킷을 부활시켰다. 권위 있는 시상식에서 뱀과 호랑이 자수가 가득한 옷을 입지 않으면 ‘잘 나가는 연예인’처럼 보이지 않을 정도로 반응은 뜨거웠다.
키치적인 양식의 거대한 성공에 보수적인 저널리스트들은 우려를 표했지만, 대다수의 에디터와 소비자들은 엄청난 환호와 매출로 화답했다. 세상에 존재하는 온갖 상징적 이미지를 덕지덕지 바른 그의 컬렉션은 구찌 역사상 최악의 디렉터로 패션 에디터들 사이에서 회자되던 전임 디렉터의 실패를 딛고, 톰 포드만큼이나 구찌에 생명력을 불어 넣은 ‘위대한 컬렉션’으로 기록됐다.
알레산드로 미켈레는 이렇게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구찌가 지닌 모든 권위와 공식을 파괴했다. 덕분에 예전의 뻔한 구찌가 어땠는지 지금은 기억조차 희미하다. 매음굴에서 자란 예수 그리스도처럼 보이는 그의 카리스마적인 스타일링 역시 종잡을 수가 없다. 어떤 날에는 직접 디자인한 구찌 스모킹 재킷을 입지만, 뉴욕 양키즈 로고가 새겨진 구찌 볼 캡도 애용한다. 흰 색 크루넥 티셔츠를 입은 날도 있고, 프레피처럼 단정한 청바지에 클래식한 태슬 로퍼를 매치할 때도 있다. 10년 전 마크 제이콥스가 통통했던 시절, 컬렉션을 마치고 인사를 하러 나왔을 때 펑퍼짐한 셔츠에 후줄근한 바지를 입고, 스니커즈까지 신고 나와 ‘지나치게 격이 없다’는 핀잔을 들었는데, 지금 와서 돌이켜보면 알레산드로 미켈레에 비해 ‘추구하는 바와 양식이 있다’고 느껴질 정도다. 이처럼 알레산드로 미켈레는 모든 문화적인 코드를 차용해 무규칙적으로 버무린다. 뉴욕 양키즈 로고가 붙은 아이템을 야구에 관심 없는 사람들도 애용하는 것처럼, 더 이상 호스빗 로퍼가 명문 학교 출신임을 상징하지 않게 된 것처럼, 지난 날 생산된 패션의 유산들은 알레산드로 미켈레의 지휘아래 빈티지 군용 재킷에 달린 훈장들처럼 장식적인 의미만 남겨졌을 뿐이다. 기존 체계와 관습을 허무로 부정하며, 새로운 시각을 전달함과 동시에 초현실주의를 지향한다는 점에서 다다이즘과의 연관성까지 느껴진다.
종교적인 색채도 지녔다. 크루즈 컬렉션 캠페인에서 노아의 방주를 패러디했고, 가톨릭을 주제로 열린 ‘2018 멧 갈라’ 이벤트에서 구찌를 입은 사람들은 제사장이나 신화적인 인물들처럼 보였다. 해리 스타일스의 테일러링 캠페인에서는 롤링 스톤즈가 떠올랐다. 또 다른 캠페인에서는 웨스 앤더슨의 영화에서 튀어 나온 것 같은 모델들이 등장했다. 수술실처럼 꾸며진 런웨이에 모델들이 자신의 잘린 머리(물론 모형)를 들고 걷게 하기도 했고, 고대 로마의 공동묘지 유적지에 카펫 대신 화염으로 길을 내고 캣 워크를 연출한 적도 있다.
알레산드로 미켈레가 보여주고 싶은 스타일을 한 마디로 규정한다면 ‘명품 과자점에서 추억의 불량식품을 오마주해 출시한 종합 선물 세트의 느낌’이랄까? 사람들의 예상을 깨는 새로운 조합이 힙스터들도 하여금 구찌를 가장 진보적인 패션으로 여기게 만든 셈이다. 하지만 한 사람이 새로움을 무한히 창조할 수 없기에, 그의 맥시멀리즘으로 붙인 화려한 불길도 언젠가 사그라들고 말 것이다. 이미 구찌에서 알레산드로 미켈레는 자신의 역량을 100% 발휘했고, 이 이상의 성과를 거둘 신인 디렉터는 다시없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난 그의 다음 컬렉션보다 ‘알레산드로 미켈레 이후에 구찌가 어떻게 변할 것인가?’가 훨씬 궁금하다.
Part Ⅲ‘엄마와 딸이 함께 쓰는 핸드백’ 고집 버린 명품
매달 신상 출시에 온라인 대량 판매도
명품 브랜드가 앞다퉈 온라인 전략을 강화하기 시작했다. 일부 업계 관계자들은 “희소성보다 밀레니얼 세대와의 소통과 성장 가능성이 높은 온라인 시장을 택한 것”이라며 “보편화한 프리미엄 시장에서 고압적이고 독선적인 태도는 이제 영리한 전략이 될 수 없다”고 설명한다.
지난해 9월, 리카르도 티시의 버버리 데뷔 컬렉션이 열린 영국 사우스런던 메일센터에선 런웨이를 수놓은 새로운 디자인뿐만 아니라 새로운 유통방식에 시선이 몰렸다. 일반적으로 명품 브랜드는 봄·가을에 컬렉션 무대를 진행하고 6개월 여 후에 매장에 컬렉션 신상품을 진열한다. 하지만 ‘버버리’는 컬렉션이 끝난 후 온라인을 통해 일부 컬렉션 상품을 판매했다. 한 패션 전문가는 “버버리는 더 이상 패션 브랜드 수준이 아닌, IT기업에 버금갈 만큼 디지털화됐다”고 말했다. 2006년 취임한 앤절라 아렌츠 전 최고경영자(CEO)가 이끈 버버리의 디지털 전략은 현재 인공지능과 빅데이터를 활용하는 수준으로 업그레이드됐다. 사실 2006년 버버리는 경쟁 브랜드와 비교해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일례로 당시 ‘루이비통’이 10% 이상 매출성장을 기록한 반면 버버리의 성장률은 고작 1%를 넘긴 수준이었다. 아렌츠 CEO는 새로운 소비자로 밀레니얼 세대를 지목하고 그들을 잡기 위해 디지털 전략을 새롭게 정비했다. 브랜드 정체성도 ‘디지털 미디어 컴퍼니’로 정의했다.
현재 버버리는 수많은 보상 프로그램을 통해 소비자가 자발적으로 데이터를 공유하고 있다. 이렇게 수집된 데이터는 고객지원 서비스로 활용된다. 고객이 매장에 들어서면 직원이 태블릿 PC로 구매이력을 파악하고 제품을 제안한다. 전 세계 500여 개 버버리 매장에 있는 제품에는 모두 RFID(무선주파스인식장치)가 붙어 있어 소비자가 제품을 고른 후 스마트폰으로 생산과정을 확인할 수 있다. 고른 옷은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가상공간에서 입어 볼 수 있다. 애플의 기술을 활용한 증강현실(AR) 서비스를 활용했다.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브랜드 전략은 실적으로 이어졌다. 2007년 8억5000만파운드였던 매출은 10년이 지난 2017년 27억3300만파운드로 훌쩍 성장했다.
LVMH그룹도 2016년 6월부터 럭셔리 제품을 판매하는 온라인 쇼핑몰 ‘24세브르닷컴’을 개설했다. LVMH그룹 소유의 백화점 르봉마르셰의 온라인 사이트로 루이비통·디올·펜디 등 20여 개 자체 브랜드와 총 150개가 넘는 명품 브랜드 제품이 판매되고 있다. 디올은 2016년 8월 럭셔리업계 최초로 중국 최대 모바일 메신저 ‘위챗’에서 레이디 백 스몰을 한정판으로 판매하기도 했다. 당시 2만8000위안(약 462만원)이었던 이 가방은 판매 하루 만에 완판됐다.
그동안 톱다운 방식이었던 명품 브랜드의 홍보 전략도 달라지고 있다. 고객들이 뭘 원하는지 파악하고 브랜드와 개인적인 친분이 있는 듯한 느낌을 전달해 충성고객 확대에 나서고 있다. 이를 위해 호텔과 은행 등에서 주로 쓰이는 고객관리 전략도 활용한다. 프랑스 패션 브랜드 ‘지방시’는 최근 ‘글로벌 고객경험 디렉터’를 새롭게 영입했다. 랄프 로렌과 프랑스의 5성급 호텔에서 같은 업무를 담당했던 인물로, VVIP 고객들의 브랜드 경험을 돕는 역할을 하고 있다. 프랑스 주얼리 브랜드 ‘부쉐론’도 ‘반클리프 앤 아펠’에서 주얼리 매니저를 지낸 니콜라스 살라를 ‘옴니 채널 및 고객경험’ 담당 디렉터로 새롭게 임명했다. 그는 매장 직원들이 고객과 특별한 유대관계를 형성할 수 있도록 돕는 일을 한다. 또 오프라인과 온라인 판매 채널을 통합관리해 고객이 두 개 채널에서 모두 맞춤형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관리하고 있다. 구찌도 미국 뉴욕 소호 매장에 고객경험 전문 인력을 투입했다. ‘까르띠에’도 서울 청담동 플래그십 스토어 ‘메종 청담’에 고객경험 관리를 담당하는 새로운 직책을 만들며 관련 팀을 신설했다.
▶패스트 패션 뺨치는 신상 출시
그런가하면 한 땀 한 땀 장인의 손길로 완성되던 명품 브랜드의 상징적인 생산방식에 중저가 패스트 패션에서나 볼 수 있었던 ‘매달 출시’ 방식이 등장해 화제다. 버버리가 지난해 10월 17일 발표한 ‘B시리즈’ 라인은 매달 17일 새로운 상품을 선보인다. 디자인을 총괄하는 리카르도 티시가 직접 디자인한 상품을 버버리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과 위챗, 카카오 플러스 친구의 버버리 계정, 라인 플랫폼을 통해 판매한다. 버버리의 이 같은 행보는 상품 출시 주기를 단축하는 패션계의 흐름을 반영하고 있다. 어쩌면 자라, H&M 등 이른바 SPA브랜드의 등장으로 줄어든 매출을 끌어올리기 위한 절박한 시도일 수도 있다. 초고가 패딩으로 유명한 ‘몽클레르’도 이 같은 판매 방식에 합류했다. 몽클레르는 지난해 3월 매월 상품이 리뉴얼되는 ‘지니어스’ 라인을 선보였다. 1년에 두 번 열리는 SS(봄·여름)와 FW(가을·겨울) 패션위크 만으로는 젊은 소비자의 욕구를 만족시키기 어렵다는 판단이다. 몽클레르는 이 방식을 모든 라인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영국 잡화 브랜드 ‘멀버리’는 ‘SEE NOW, BUY NOW’ 정책을 도입했다. 패션쇼에서 제품을 소개하면 동시에 매장에서도 같은 상품을 판매하는 방식이다. 보통 가을에 SS컬렉션이 열린 후 이듬해 3월에야 매장에 전시되는 기존 명품 브랜드의 주기가 6개월이나 단축된 셈이다.
Part ⅣInterview | 박정근 한양대 럭셔리 연구소장
“소비자 대세는 2030… 명품도 트렌드 따라가”
명품 브랜드의 변화에 대해 박정근 한양대 경영학과 교수(한양대 럭셔리 연구소장)는 “새로운 소비자를 공략하기 위한 필연적인 선택”이라고 강조했다. 박 교수는 “이제 톱다운 방식으로 명품 브랜드가 소비자의 트렌드를 이끌던 시대는 지났다”며 “밀레니얼과 Z세대를 겨냥해 디지털 전략을 지향하고 있지만 플랫폼 확장은 신중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박 교수와의 인터뷰는 서면으로 진행됐다. 그는 현재 싱가포르 연수 중이다.
▶명품 브랜드 변신의 주요 원인은 무엇입니까.
▷아무래도 소비자의 변화가 럭셔리 브랜드의 전략 변화를 이끌었다고 생각합니다. 디지털 마케팅 전략을 가장 활발하게 펼치고 있다고 평가받는 ‘버버리’는 아예 밀레니얼 세대를 타깃으로 마케팅을 펼쳐왔어요. 밀레니얼 세대는 2007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사회생활을 시작해 기성세대보다 물질적으로 덜 여유롭고, 소유보다는 공유나 임대로 재산을 활용하는 경향이 강해서 소비여력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아왔는데, 자신의 개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제품에는 오히려 지갑을 활짝 여는 ‘개인적 소비’ 주체들입니다. 기성세대보다 정보가 많아서 브랜드에 대한 인식과 열망도 획일적이거나 집단적이지 않고 훨씬 주관적인 양상으로 나타납니다. 이들은 과거처럼 폐쇄적인 방식으로 ‘그들만의 리그’를 벌이는 전통적인 명품 브랜드와 소통하기 힘들어합니다. 소비자와 소통이 어렵다는 건 브랜드에게 독이 되겠죠. 이들과 소통하기 위해 이들이 사는 또 하나의 세계, 디지털에 신경 쓸 수밖에 없었던 것이고, 또한 이들의 럭셔리를 소비하는 방식, 희소성 등 기존 럭셔리의 핵심 가치에 대한 인식 변화 등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겁니다.
▶밀레니얼 세대 이후의 Z세대도 조명 받고 있는데요.
▷최근 유구한 역사를 가진 브랜드 ‘발렌시아가’가 갑자기 ‘핵인싸’ 브랜드로 거듭나 화제가 된 적이 있었는데, 이 브랜드가 출시한 스니커즈 때문이었습니다. 이처럼 명품 브랜드가 전통적으로 다루지 않던 아이템이 밀레니얼 세대를 타깃 삼아 만들어지고 있어요. 심지어 밀레니얼 세대에 이어 등장한 Z세대는 ‘네이티브 크리에이터’잖아요. 온라인을 통해 유통되는 콘텐츠를 소비하는 데 그치지 않고 새롭게 편집하고 생산하는 주체들이죠. 극강의 개성을 가졌고 실시간 소통되지 않으면 단절감을 느끼는 이들에게 과거 명품 브랜드들처럼 ‘내가 법이고, 내가 트렌드이니 나를 따르라’고 하는 제왕적 리더십이 소구할 수 있을까요.
▶최근 ‘보편적인 프리미엄’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명품 브랜드 입장에선 당장 매출상승의 장점도 있지만 그동안 유지해온 희소성 등 가치 면에선 단점이란 지적도 있는데요.
▷대중화란 의미에는 실제 구매 가능하다(Affordable)는 의미와 관련 정보에 대한 접근 가능성(Accessible)이 있다는 의미가 혼재돼 있다고 봅니다. 최근 럭셔리 시장의 동향을 보면 ‘Affordable’보다는 ‘Accessible’에 대한 대중화가 빠르게 진행됐다고 할 수 있습니다. 온라인 쇼핑, 온·오프믹스 마케팅, SNS 등으로 명품이나 명품 서비스에 대한 정보가 크게 늘었지만 모두가 구매할 수 있게 됐다는 건 아닙니다. 여전히 명품 브랜드는 가격 접근성 측면에서 장벽이 있기 때문이죠. 즉 예전에는 소수에게만 공유됐던 관련 정보가 대중적으로 확산되면서 명품에 대한 열망이 대중화된 겁니다. 이런 정보의 대중화가 럭셔리 구매에 대한 열망지수를 오히려 높였는데, 궁극적으로 명품의 가치를 후퇴시키진 않았다고 봅니다. 물론 럭셔리를 구성하는 요소 중 하나인 ‘희소성’이 일부 훼손됐다고 볼 순 있지만 정보의 공유 시대, 역사의 거대한 흐름을 명품 업계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고, 또 젊은 세대가 럭셔리를 소비하는 방식이나 시선 자체가 달라졌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동경심은 유지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21세기에는 명품의 조건이 달라져야 하는 것 아닙니까.
▷몇 해 전 한 리서치 기관(마크로밀 엠브레인, 2016년)이 실시한 한국인의 명품 소비 관련 인식조사에 흥미로운 결과가 하나 있었습니다. 디지털 생태계에 익숙한 밀레니얼 세대이면서 패션제품에 대한 관심과 선호도가 전 성별, 세대를 통틀어 가장 높다고 평가받는 20대 여성 응답자들이 명품에 대해 ‘나만 가질 수 있는 희소한 제품’이라고 보는 비중이 가장 낮았던 거예요. 이건 인스타그램 같은 시각 위주의 SNS를 통해서 남들이 럭셔리 제품을 착용한 모습을 전 세계 실시간으로 공유 받고 있는 이들에게 더 이상 명품이 ‘나만의 독점 제품’ ‘특별한 제품’이라는 인식을 주지 못하기 때문이죠. 온라인 채널의 특성을 정보의 ‘민주화’로 해석한다면, 이들은 소비에 대한 배타성이 적은 편입니다. 그렇다고 이들이 명품을 동경하지 않는 건 아닙니다. 이들은 보통 과시 목적으로 ‘내가 산 명품을 SNS나 메신저 프로필 사진으로 올려 자랑한 적이 있다’(26%)고 답했는데, 이 응답 비율 또한 전 연령대와 성별을 통틀어 가장 높습니다. 정보의 대중성이 희소성을 어느 정도 낮추긴 했지만 명품을 소비하는 목적 중 하나인 과시성이 사라진 건 아니라는 걸 입증하는 자료죠. 패션 명품 대중화 관련 설문에서 전체 응답자의 74.6%는 ‘명품은 이제 더 이상 희소한 제품이 아니다’라고 답했고, 특히 여성의 80.2%가 희소성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비쳐 남성(69.0%)과 대비됐습니다. 그런데 희소성을 가만히 살펴보면 대중성과 반대되는 의미는 아닙니다.
▶희소성과 대중성이 같은 의미다?
▷예컨대 ‘에르메스 켈리백’이 한정 생산돼서 손에 넣기 힘들다(희소성)는 사실이 널리 알려져야 (대중성) 켈리백의 가치가 더 높아지기 때문이죠. 이전부터 명품 마케터들은 소비자들에게 노출을 너무 자제하면 오히려 희소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아이러니함을 알고 있었어요. 그래서 ‘적정한’ 수준으로 저울질해왔습니다. 민주화된 채널 발달이 이를 촉진시켰기 때문에 희소성에 대한 관점도 관대해지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결론적으로 럭셔리의 숨은 조건 중 하나인 과시성은 달라지지 않았거나 오히려 강화되고 있고, 희소성은 그 자체로 보면 중요도가 조금 떨어지고 있습니다.
▶명품 브랜드의 협업이 트렌드 중 하나인데, 어떻게 보십니까.
▷최근 ‘루이뷔통’과 ‘슈프림’, ‘펜디’와 ‘휠라’의 사례처럼 럭셔리 브랜드가 젊은 감성의 스트리트 브랜드와 협업하더라도 타깃 소비자인 젊은 층이 ‘여전히 럭셔리해 보인다’고 느끼는 이유는 이질적 요소를 과감하게 매칭한, 브랜드의 ‘몸값’이 아니라 공통의 ‘감성’을 결합한 고도의 창의성 때문인데, 명품의 주요 속성 중 하나가 복제 불가능한 고유의 창의성이잖아요. 이러한 창의성이 반영된 제품이나 서비스의 질인데, 자신의 것만 자랑하면 됐던 과거와 비교해 좀 더 전략적으로 접근해야 할 것 같습니다.
▶디지털 전략이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밀레니얼 세대는 이른바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예요. 이들을 공략하기 위해 디지털은 명품 브랜드에게 피할 수 없는 선택이었습니다. 사실 10여 년 전만 해도 럭셔리와 디지털은 상극처럼 여겨졌지만, 이제 거의 모든 명품 브랜드들이 디지털을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생각하고 있어요. ‘샤넬코리아’가 ‘블랙핑크’의 ‘제니’라는 아이돌 스타를 뮤즈로 활용하듯, 명품 브랜드도 다른 브랜드들과 마찬가지로 스타마케팅을 활용하고, 이를 파급성과 전파성이 큰 디지털 마케팅의 핵심 축으로 삼고 있습니다. 하지만 명품 브랜드는 셀러브리티에 지나치게 의존하면 안 됩니다. 명품은 그 자체로 소비자에게 ‘욕망의 오브제’이고 그래야만 하기 때문에 스타에 너무 기댈 경우 강한 이미지 2개가 충돌할 수 있습니다. 명품 브랜드는 디지털 속에서만 일어나는 마케팅보다 기존에 강력한 존재감을 발휘했던 오프라인에서 압도적인 이벤트나 협업을 펼치고 이를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확산시키는 전략을 구사해야 합니다. ‘버버리코리아’가 ‘아트 오브 트렌치’라는 디지털 플랫폼을 론칭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많은 셀러브리티를 참여시켜 매장에서 이들이 사진을 찍고 직접 그 사진을 플랫폼에 올리는 모습을 보여주는 이벤트를 연 게 대표적인 사례죠. 또 디지털을 절대 염가판매 채널로 활용해선 안 됩니다. 오히려 온라인 채널을 통해 구입할 수 있는 고가 라인이나 한정판을 선보여 온라인 채널을 럭셔리에 대한 선망의 이미지를 높일 수 있는 수단으로 활용해야 합니다.
▶디지털 전략과 함께 마케팅 전략도 수정되고 있습니다.
▷‘루이뷔통’같은 전통적인 명품 브랜드가 2017년 ‘카카오 프렌즈’와 함께 협업한 사례처럼 과거에 매우 이질적으로 느껴졌던 럭셔리vs대중 브랜드 간의 협업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습니다. 사실 앞에서 거론한 설문조사에서도 패션 명품 구입 시 정보 탐색 경로로 인터넷이 55.5%로 1위에 올랐는데, 럭셔리 또한 인터넷에 대한 고민 없이 제품을 판매, 마케팅하기 어렵다는 방증이죠. 그래서 더더욱 럭셔리 브랜드의 디지털 마케팅은 당위성이 높아질 수밖에 없는데, 특히 역사가 깊어 고루한 이미지가 있는 브랜드들이 온라인에서의 인기를 기반으로 한 기타 브랜드와 협업해 디지털 전략을 펼쳐 나름 브랜드의 ‘회춘’ 효과를 낳고 있습니다.
▶최근엔 홈쇼핑이나 온라인쇼핑에서도 쉽게 명품 브랜드를 찾아볼 수 있습니다.
▷플랫폼 확장은 신중해야 합니다. 예컨대 ssg에서 소비자들이 백화점몰과 일반몰을 다르게 인식하고 구매하듯 같은 온라인이라도 사이트별 특성을 고려해서 입점 여부를 결정해야 합니다. 홈쇼핑도 한국에서는 할인, 최저가가 메인 전략인 만큼 명품 브랜드 입장에선 장기적으로 독이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같은 홈쇼핑 채널이라 하더라도 할인·최저가 전략이 아닌, 좋은 브랜드를 소개하는 채널이라면 득이 될 수 있겠죠.
▶명품 브랜드가 지속 성장하기 위해 필요한 전략이라면.
▷재무적 가치에 도움이 되지만 브랜드가치가 훼손되는 단기 전략과 실행을 삼가야 합니다. 기본적으로 럭셔리 마케팅은 감성적으로 ‘꿈을 파는 것’이 본질인데 재무적으로만 도움이 되는 단기적인 전략을 실시하면 소비자의 이성의 영역을 심각하게 자극하게 됩니다. 명품이 ‘가성비’ ‘가격’ 등의 키워드로 엮이면 매력도는 떨어질 수밖에 없죠. 매출 측면에서 전 세계 1위를 차지하고 있는 ‘루이뷔통’은 지금도 ‘No Discount’ ‘No Outlet’ 정책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다른 명품에 비해 가격대가 높지 않고, 곳곳에 매장이 있어 희소성이 흔들리는 상황에서 브랜드 가치를 지키는 방법으로 가격 정책을 활용하는 셈입니다. 밀레니얼 세대나 Z세대처럼 다양한 소비자의 소비 심리 분석 등에도 늘 귀를 기울여야 합니다. 이들은 메이저 명품 브랜드들이 희귀한 동물 가죽 또는 광물로 제품을 만들고 큰돈을 버는 데 부정적인 인식을 갖고 있어요. 이들 세대의 가치 변화에 주목해 사회공헌 활동이나 ‘착한 마케팅’에도 신경써야 합니다.
▶가장 미래가치가 돋보이는 명품 브랜드라면.
▷아이러니하게도 최근 불확실하게 돌아가는 세계 경제 상황을 고려해 볼 때 전통적인 명품인 ‘에르메스’가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습니다. 한국처럼 소비의 초양극화가 진행 중인 시장에선 에르메스처럼 브랜드 가치가 확고하고, 제품을 한정적으로 공급해 소비자의 열망지수를 높이는 전략을 구사하는 게 매력적이죠. 최근 LVMH 그룹에 인수된 가방전문 브랜드 ‘리모와’도 늘어나는 여행객과 디지털 테크놀로지의 결합 가능성 등 다양한 잠재력으로 미래가치가 높이 평가받고 있습니다.
▶국내 명품시장의 특징은 무엇입니까.
▷한국 시장은 소비자의 트렌드가 가장 빠르게 변하는 곳입니다. 그래서 여전히 테스트 마켓으로의 역할이 크다고 보여집니다.
특히 면세사업 분야에 대형 유통 기업들이 뛰어들었고, 면세점 업계의 가장 큰 손인 중국이 지척이라는 점 등을 감안하면 면세사업을 중심으로 명품의 주요 거점국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정작 국내에 명품 브랜드가 없는 원인이라면.
▷명품브랜드를 인수해 운영해본 경험이 없어요. 성주 인터내셔널의 MCM정도가 유일합니다. 국내 소비자의 트렌드가 빠르게 변화하기 때문에 단기적이고 자극적인 마케팅과 브랜딩에만 몰두하게 되는 경향 때문일 수 있습니다. 장인정신과 장기적 계획을 갖고 수백년간 한 브랜드를 육성하겠다는 ‘큰 그림’이 부족한 탓이에요. 재무적 성과를 내야 하는 대기업 위주의 산업구조도 한몫하고 있고, 장기적인 계획을 그릴 전문가가 부족한 것도 사실입니다.
출처:매일경제 안재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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