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가) 뉴턴은 물체의 위치 및 속도는 관찰자의 운동 상태에 따라 상대적이지만, 시간, 길이는 관찰자와 무관하게 일정하다고 보았다. 이로 인해 우주 어딘가에 공간적으로 완전히 정지한 좌표인 절대 공간과, 우주 어디에서나 같은 빠르기로 흐르는 절대 시간이 오랫동안 당연시되었다. 하지만 아인슈타인은 광속은 어떤 상황에서도 항상 일정한 값을 가진다는 가정에 기초를 둔 특수 상대성 이론을 바탕으로 시간과 공간은 관찰자에 따라 상대적이라고 주장하였다. 관찰자와 무관하게 광속이 같다면 광속이 빨라지거나 느려 보이는 것은 변하지 않는 광속에 대해 관찰자의 시간과 공간이 변화한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그는 시간 간격은 측정하는 기준틀*에 따라 달라진다고 보았다. 움직이는 기준틀의 시간은 정지한 관찰자가 측정한 시간인 고유 시간보다 천천히 가는데, 이를 시간 지연이라고 한다. 따라서 광속에 가까운 속도로 등속 비행하는 우주선 안에서 과녁을 향해 빛을 쏘고 달 표면에서도 같은 장치로 같은 거리만큼 떨어진 다른 과녁에 빛을 쏘면 달에서 정지해 있는 관찰자가 보기에 움직이는 우주선 안에 있는 장치에서 쏜 빛이 과녁에 늦게 도착하는 것으로 보인다. 길이도 관측자에 따라 달라지는데, 정지한 관측자에게는 등속 운동하는 물체가 정지해 있는 물체보다 짧게 보인다. 예를 들어 정지한 달에서 보면 같은 우주선이라도 움직이는 우주선의 길이가 달 표면에 정지해 있는 우주선보다 더 짧은 것으로 보인다.
모순된 것처럼 보이는 이러한 현상을 설명한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은 절대주의를 부정함으로써 오히려 세계의 본질에 관한 실재성을 확보하였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상대성 이론의 영향을 받은 과학사회학의 연구도 과학에 대한 절대적인 정의를 부정함으로써 진정한 의미의 실재성을 얻으려 한 작업으로 볼 수 있다. 과학에 대한 사회적 상대주의를 주장하는 과학 사회학자들은 과학적 지식은 사회적 요인의 영향을 받아 결정된다고 보았다.
*기준틀: 물체의 운동을 나타내기 위하여 설정하는 관성 틀.
(나) 20세기에 절대주의에 대한 비판이 대두되면서 진리의 절대성을 부인하고 모든 것이 상대적이라고 주장하는 상대주의가 대안으로 떠올랐다. 하지만 상대주의를 받아들이면 지식이나 진리의 정당성이 확보되지 못하는 문제가 발생하였다. 이러한 상황에서 로티는 자문화를 중심으로 진리를 판단함으로써 이를 해결하려 하였다. 그는 진리를 언어적 공동체가 합의에 이른 것일 뿐이라고 여겼다. 그에게 철학이란 필연적, 보편적인 것에 대한 탐구가 아니라, 같은 공동체에 속한 동료들 간의 연대를 고취하는 대화를 의미하는 것이었다. 그는 ‘객관성’을 중시하는 플라톤의 사상에 오염된 서양 철학을 재건하기 위해서는‘유대성’을 중시하는 작업을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철학의 목적은 사람들이 잠깐의 합치에 의문을 제기하고 새로운 방향으로 대화하도록 유도하는 데 있다고 말하였다. 특권적 진리에 대해 끊임없이 의심하는 동시에 대화를 통한 자아 창조의 욕구를 버리지 않는 인물이 로티가 생각하는 새 시대의 인간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