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사랑은
송수권
저 산마을 산수유꽃도 지라고 해라
저 아랫뜸 강마을 매화꽃도 지라고 해라
살구꽃도 복사꽃도 앵두꽃도 지라고 해라
하구 쪽 배밭의 배꽃들도 다 지라고 해라
강물 따라가다 이런 꽃들 만나기로소니
하나도 서러울 리 없는 봄날
정작 이 봄은 뺨 부비고 싶은 것이 따로 있는 때문
저 양지쪽 감나무밭 감잎 움에 햇살 들치는 것
이 봄에는 정작 믿는 것이 있는 때문
연초록 움들처럼 차오르면서, 햇빛에도 부끄러우면서
지금 내 사랑도 이렇게 가슴 두근거리며 크는 것이 아니랴
감잎 움에 햇살 들치며 숨 가쁘게 숨 가쁘게
그와 같이 뺨 부비는 것, 소곤거리는 것,
내 사랑 저만큼의 기쁨은 되지 않으랴.
(손진은 시인)
서정주는 '신록'에서 푸르게 올라오는 잎사귀를 "신라가시내의 숨결"이라고 묘사했지요. 송수권 역시 신수유,매화, 복사꽃, 앵두꽃 같은 것 다 지라고 해라 하네요. "정작 이 뺨부비고 싶은 것이 따로 있는 때문"이라 합니다. 그래요 감나무 옴에 햇살 돋는 것, 연초록 움들처럼 차오르고 햇빛에 부끄럽고, 내 사랑도 가슴 두근거리며 크는 것이라 하네요. 내 사랑도 감잎 움에 햇살 들어차며 숨가쁘게 뺨 부비는 것이라 하네요. 서정주의 영향을 많이도 받은 송수권에게서 우리는 꽃이 아닌 신록에서 사랑을 발견하는 눈을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