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대전 동방고 옆 예식장에 갔었어. 신부가 배가 많이 부르더라고 다들 진심으로 축하를 했어. 결혼 축하하고 임신도 축하하고. 요즘엔 그보다 좋은 혼수가 없다고 하잖아. 결혼식 참석하고 기차로 올라오는데 갑자기 옛날 일이 떠오르더라고. 그래서 쭉 써 봤어. 소설 쓰고 있네 라고 생각해도 괜찮아 .
고등학교 2학년 여름방학이 끝나갈 무렵 친구한테서 편지가 왔어 임신한 몸이 되어 더 이상 학교에 다닐 수가 없다고. 그 친구가 학교 가까운 동네에서 자취를 했는데 ㅁㅁ 선생 놈은 야밤에 운동화까지 신고 들어와 겁탈하려다가 그냥 나갔고 학0에게는 당해서 임신을 하게 되어 언니집에 있는데 더 이상 학업을 계속할 수 없다고. 난 그때 실장(반장)이었거든 그래서 나한테 그런 사실을 털어놓았나 봐 나는 반 친구들을 다 모아 놓고 교실문을 다 잠그고 그걸 의논했어. 이런 일이 있었다고 하니 우리가 가만 있으면 안 되지 않냐고. 절대 비밀에 부치고 마음을 모아보자고. 그러나 이틀도 지나지 않아 학0 귀에 들어갔어. 칠흑 같은 어두운 밤 산을 넘어 우리 집에 학0가 찾아왔더라고. 00한테서 온 편지 내놓으래. 뭔 편지냐고 했더니 다 알고 왔다고 내놓으래. 자신은 결백하다면서 선생님 말을 믿어야지 공부도 못하는 그 얘 말을 믿냐면서. 난 중학생 때부터 친구였던 00말을 믿지 선생님 말은 믿지 못하고 아무 일도 아니면 여기가 어디라고 누가 볼까 무서워 이 캄캄한 밤에 산 넘어 여기까지 편지 회수하러 오셨냐고. 본인을 믿으라면서 3학년에 올라가면 여학생 회장을 시켜 주겠대. 난 그런 것 저런 것 필요 없고 얼른 나가시라고 언성을 약간 높였어. 그랬더니 니가 그러니까 선생님들이 다 널 싫어한다고 하시더라고. 내가 그랬어 선생들이 학생들 제대로 지도할 생각은 않고 교무실에 모여 앉아 학생을 좋아하니 싫어하니 그런 말들이나 하냐고. 학주는 독실한 그리스천이라고 입버릇처럼 떠벌렸었고 그 시절 남자의 기호식품인 술담배도 하지 않았어. 나는 학0랑 타협하지 않았고 가정선생님과 상담을 했어. 가정선생님이 학0편을 들더라고. 그럴 리 없다고. 이미 다 알고 있었으면서. 그 시절 촌에서 선생은 하늘이었지. 못 배우고 농사만 지을 줄 아는 부모들은 자식들의 바람막이가 될 수가 없었어. 왜 나서서 시끄럽게 하냐고 혼나지 않으면 다행이었으니까 그렇다고 그런 얘기를 부모님께 하지는 않았어. 그 일은 유야무야 되고 학0는 언제 그런 일이 있었냐는 듯 뻔뻔하게 잘만 살더군. 가소롭기 짝이 없어 나만 학교 생활이 힘들었지. 70점 만점 실기 시혐을 1학년 땐 나만 만점을 받았어. 그런데 그 일이 있은 후 38점을 주더라고 성적증명서를 떼면 그대로 나와 있어. 학0가 나를 은근하게 괴롭힌 걸 다 서술하려면 노트 세 권은 필요해. 그 생각을 하니 서글프고 화가 나. 난 힘없는 약자였으니까. 참, 여학생 회장은 딴 애 시켰더라고. 이틀도 지나지 않아 그 이야기를 일러준....아마도. ..........
그때 편지 보냈던 그 친구 연락처를 알게 되어 전화 여러 번 했는데 안 받더라고. 그리고 몇 년 전에 죽었어.
그 친구를 수렁에 빠뜨린 학0는 어느 하늘 아래서 인생의 반성문 한장쯤은 쓰고 있는지 궁금해.
언젠가 친구랑 옛 얘기를 나누다가 친구가 그러더라고 학0 한번 찾아볼까 얼굴에 침 한번 뱉어주게 라고.
요즘 같으면 머그샷을 찍어도 부족할 판인데 그때는 그래도 그냥 넘어갔었고 피해자만 숨어야 했었어. 낱낱이 다 알리고 싶어. 그래도 되면 그러고 싶은데 여기까지만 할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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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사고 내지 않는 기차와 같은 사고의 소유자였어 정시에 출발하고 정시에 도착하는... 하지 말라는 것은 하지 않았고 몸에 않좋다는 것은 입에 대지 않는 그런 학생, 그런 사람이었어. 불이익을 당해도 불의에는 동조하지 않았고 늘 떳떳하게 살고자 한 눈 팔지 않았어. 겉과 속이 다른 모순된 삶은 용납되지 않아 내면의 갈등은 킬링산맥 자체였어. 지금은 그냥 다른 것이라고 치부해. 화내며 살지 않기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