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길을 갈까!
어떤 곳을 가는데 익숙한 길을 택해서 가지만 다른 길도 있다. 대개 사람들은 낯선 길의 모험을 싫어하기에 늘 다니던 길을 오간다. 어떤 물건을 선택할 때 가성비를 고려한다. 가격에 비해 만족도가 높은 것을 고르듯 인생길도 시간의 효용성을 고려하여 일을 선택한다. 우리가 행하는 일이 인생의 시간이기 때문이다.
나는 매일 아침 운동을 위해 자전거를 타고 목적지까지 5km의 길을 오간다. 그곳까지 가는 길은 여러 길이다. 첫 번째의 길은 남천과 욱수천을 따라가니 25분이 걸렸다. 다른 길을 모색했다. 대로를 따라가니 20분이 걸려 한동안 그 길로 오갔다. 또 다른 길도 있지 않을까 찾았다. 그 길은 거의 지름길로 15분이면 갈 수 있어 지금은 그 길로 오간다.
우리의 인생길은 꽃길만 있는 것이 아니라 여러 형태의 길이다. 인생은 일의 시간을 쌓아 자아실현을 이루는 것이다. 일을 바라보는 시선과 대하는 태도에 따라 같은 시간이라도 밀도가 달라진다. 어떤 일을 하던 주인의식을 가지라고 한다. 이는 주인이 되라는 것이 아니라 일의 주인이 되라는 것이다. 내 안에 쌓은 일의 시간이 나와 함께 하기 때문이다.
길을 가다 보면 장애물도 만난다. 멈추거나 돌아서며 포기해서는 안 된다. 어떻게 가야 할지 방법을 찾아야 한다. 오로지 뚫고 갈지 아니면 우회하여 갈지를 생각해야 한다. 인생길도 그러하다. 살다 보면 기쁜 일도 있지만, 고통과 험한 일도 생기기 마련이다. 그 고통을 극복하면 그 너머에는 순탄하고 좋은 길이 나타남을 기대하면서 묵묵히 간다.
그러나 지름길이 항상 좋은 것만은 아니리라. 언젠가 일행들과 설악산 대청봉에 올랐다. 소청봉에서 일박하고 백담사로 내려가는 길이었다. 그러나 나는 공룡능선의 험하고 둘러서 가는 힘든 길을 택했다. 그 길은 힘들고 어려웠지만, 그 뒤에 맛보는 성취의 쾌감은 형언할 수 없는 기쁨이었다. 그 추억을 기억할 때마다 반추되는 감정은 나를 나답게 한다.
어떤 길을 만나 부딪히고 상처받는 길이라면 구태여 그 길로 가지 말고 돌아가라고 한다. 예수께서도 갈릴래아에서 예루살렘으로 올라갈 때는 사마리아를 거쳐 가는 지름길도 있지만, 먼 길을 둘러서 오갔다. 당시에 유다인들은 이방인 사마리아인과는 상종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같은 시간에 가야 할 여러 길이 있다면 어떤 길을 가야 할까? 그 길을 바라보는 시선과 태도에 따라 달라진다. 일전에 내가 속한 법인 단체에 중고교생 ‘여기애인상’ 독후감 수상자 시상식이 있었다. 참여하여야 할 사람이 다른 일로 바빠서 많이 오지 않았다. 물론 그럴 수도 있겠지만, 어느 길을 우선해서 갈지를 판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