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본 메세지] ---------------------
어제밤 늦게 오랜만에 버스를 타고 집으로 들어오는데,
새삼스럽게 서울의 야경이 눈에 밟힌 건 왜일까요...
차가운 차창에 뺨을 대고 입김을 호호 불며
12월에 접어든 서울 시내를 한참 바라보는데,
갑작스레 <뉴논스톱>이 생각난 건 또 왜일까요....
'자, 지금부터 11월 마지막주 시황을 살펴보겠습니다'로 시작하지 않고
웬 잡다구레한 쉰소리를 늘어놓고 있느냐구요?
네... 실은 어제 집에 들어오자마자 한 일이 바로 그거였어요.
컴퓨터를 켜고, 다음으로 들어와서 시트콤 사랑을 클릭!
대문에 들어서자마자 인성이와 함께 의기양양 V를 그리고 있는,
또한 동구리와 한쌍의 '동남아 커플'을 이루고 있는 캔디 피디님께
푸훗... 웃음으로 인사를 하고 이러쿵저러쿵으로 직행했습니다.
<뉴논스닥>의 지난 한주 시황을 정리하려고
'아래목록'을 끝도 없이 누르고 내려갑니다.
그리고는 한주간 뉴논스톱의 서브타이틀을 주욱 적고는
그 아래에 그날 중심줄기를 이뤘던 에피소드와 주요인물을 적습니다.
그때부터는 거의 눈에서 레이저광선이 나와 모니터를 뚫을 정도로
눈에 쌍심지를 켜야합니다.... 여러분의 글, 하나라도 놓치면 안되거든요.
에피소드에 대한 코멘트는 무조건 읽고, 하나하나 '바를 정'자를 만들어갑니다.
어제도 역시 그 작업을 했더랬죠.
그런데 하다보니 뭔가 이상한 겁니다.
평소같으면 5일분량의 에피소드를 정리하면 50여개의 '바를 정'자를
볼 수 있는데(그러니까 250개 이상의 코멘트가 있는 거죠)
어제는 고작 10개도 못채우더라구요....
그리고, 여러분이 남겨주신 인상적인 코멘트는 인용을 위해
제가 따로 기록을 해두는데... 어제는 그 양도 너무 부족하더군요.
아무리 생각해도, 50개 남짓한 평으로만 한주간을 정리하는 게
무리인 것 같아, 이번주는 간략하게 정리만 하고 넘어가려 합니다.
일단 아래와 같습니다.
-11월 26일(월): 동근이가 왕이로소이다
총 16분이 의견 달아주셨구요... 기대에 미치치 못했다는 의견이
절반이상이었습니다. 물론, PD님의 연기에 대한 극찬도 있었습니다.^^
이날 에피소드에 대한 코멘트가 적었던 건 역시 제2차 정모 때문입니다.
정모에 참석하지 못한 사람들, 속이 새카맣게 타는 걸 아시는 건지 모르시는건지...
다들 넘 재미있는 후기를 올려주시는 바람에 그날 하루,
부러움에 몸을 떨어야했습니다.
-11월 27일(화): 첫눈이 온다구요
이날은 총 9분이 의견을 올려주셨는데요...
아무래도 경림이의 '손배소'건이 모든 게시물의 중심 주제였던 것 같습니다.
압도적인 게시건수였어요...
-11월 28일(수): 내가 꿈꾸는 세상
역시 8분 정도가 코멘트 해주셨구요...
경림이의 '손배소'건은 이날까지 화제가 되더군요.
-11월 29일(목): 착각 왕자 조인성
이날은 극중 경림이의 발언과 관련한 이야기로 게시판이 몹시 시끄러웠어요.
나라에 대한 경림이의 반응과, 동구리에 대한 경림이의 언급이 발단이 됐는데...
이 것과 에피소드에 대한 여러분의 평을 구분짓기가 참 애매하더군요.
난감하기짝이 없는 날이었어요.
-11월 30일(금): 찍고 또 찍고
그나마 평소와 같은 에피소드 관련 평가들이 가장 많았던 날입니다.
총 18분이 다양한 의견을 올려주셨어요...
특히 마지막 부분 '노래방 영상' 패러디에 대한 의견이 많더군요.
제가 기억하기로 <시트콤 사랑>이 시작한 이래로
지난 주처럼 떠들석했던 한주는 없었던 것 같습니다.
경림이는 소송에 과로에... 악재가 겹치고(그 여파는 역시 시트콤사랑까지 이어졌죠)
극중 대사는 새로운 논쟁을 불러일으키고,
이제 뉴논이 재미없다는 의견이 줄을 잇고,
거기에 보태, 동구리가 빠진다느니 하는 악성 루머는
매일같이 게시판을 장식하고....
그러다보니 우리 시트콤 사랑이 달라졌다,
분위기가 전과 같지 않다는 얘기도 심심찮게 올라오고....
휴우.... 우리 모두, 물론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심란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저는 우리들 모두,
항상 서있던 그 자리에 그대로 서있다는 걸 믿어의심치 않아요.
여러분도 그러시죠? ^^
그리고 저는 그런 생각도 했습니다.
올 겨울에 대박이 난들 어떻고 안 난들 어떤가...
나라와 동구리의 얘기가 해피엔딩인들 어떻고 아닌들 어떤가...
(이때 들리는 목소리: 이거 미친거 아냐?)
그렇지만, 이 연사!
다시 한번 힘주어 외치렵니다.
올 겨울에 대박이 안나도 괜찮고, 나라와 동구리가 연결되지 않아도 괜찮다고!
"오호라, 니가 아닌척 하더니 슬슬 본색을 드러내는구나~?"
"그래, 그러고보니 너 SBS 스파이 아냐, KBS 프락치 아냐~?"
절.대.로 아닙니다.
우선 나라-동구리 얘기부터 해보겠습니다.
많은 드라마에서 혹은 시트콤에서 어떤 인물들이 어떤 커플을 이루게 될 것인가는
초미의 관심사를 이루기 마련입니다. 뉴논에서도 재은-동근-은아의 삼각관계를
비롯해서 영준-다빈-인성의 삼각관계, 민우를 둘러싼 또다른 삼각관계,
그리고 이후 무게가 확실히 실리는 인성이의 짝사랑, 그리고 현재 진행중인
나라-동근-태우의 삼각관계에 이르기까지 비슷하지만 서로 다른 사랑이야기가 펼쳐졌습니다.
시트콤의 또하나의 전형을 만들어냈다고 할 수 있는 <프렌즈>도 마찬가지입니다.
사실 이 시트콤은 누가 누구랑 만나고 헤어지고 또 다시 만나고 하는게
전부라고 해도 좋을만큼 수많은 연애담이 8년간 계속되고 있습니다.
소문에 듣자하니 피비랑 조이를 연결시킨다는 얘기도 있더라구요...^^
사실 극중 이야기에 몰입하다보면,
아... 저렇게 둘이 이어졌으면 좋겠다,고 바라게 되는 커플도 생기고 그렇더라구요.
꼭 마담 뚜가 된 것처럼 나름대로 경우의 수를 두고 막 이어보기도 하고 그러죠.
그렇게 경우의 수를 남발하다보면 '효진+원중'의 결합을 바라게 되기도 하구요...^^
그런데 말입니다...
제 생각에는 이건 정말 그냥 상상과 바램으로 끝내야 되는 것 같습니다.
앞으로 펼쳐질 얘기는 순전히 제작진의 몫으로 남겨야 한다고 생각되거든요.
그럼, 제작진 마음대로 커플을 만들었다 엎었다 해도 되는 거냐구요?
아뇨... 제작진은 결코 전지전능할래야 할 수가 없습니다.
캐릭터들은 이미 일관된 성격을 가지고 있고, 나름대로 생명력을 가졌습니다.
뉴논 정도 되면 그야말로 현실의 인물과 다름없다고 해도 될겁니다.
하나의 유기체로 그 캐릭터가 성장해가는데,
그 인물의 성격과 전혀 동떨어진 사랑을 하거나, 엉뚱한 짓을 벌일 수는 없거든요.
(자식 농사... 부모 뜻대로 되는 게 있던가요?^^)
당연히 시청자들의 상상의 거미줄을 크게 빗겨나갈 수도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착해진' 동근이는 나라의 상상속에서나 가능한 거죠.
만약, 많은 시청자들이 생각하는 것과 전혀 다른 선택을 했다면
제작진은 그에 대한 설득을 충분히 해야합니다.
이런 과정이 충분하지 않고, 시청자들이 납득하지 못한다면
그건 당연히 제작진의 책임이고 제작진이 비난 받아야 마땅하겠지만,
단순히 자신이 원하는 결합이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제작진에게
깡통이나 짱돌, 혹은 밀가루나 계란을 던질 수는 없다는 얘깁니다.
충분히 설득하는 과정만 있다면, 인성이가 경림이를 버리고 효진이를
사랑하게 되더라도 가슴은 아프지만, 받아들일 수 있다 이거죠.
(물론 설득의 과정은 치밀한 플롯과 그를 받쳐줄 수 있는 에피소드로
은근슬쩍, 구렁이 담넘듯 이루어져야 하는 거겠죠...)
그럼, 이쯤에서 '겨울 대박'에 대해서 얘기해볼까요?
저도 역시 캔디피디님의 말씀대로 지금 현재 여기저기에 산재해 파묻혀 있는
뉴논 대박의 부비트랩들이 일순간 빵!하고 터져서 말그대로 '뉴논 대박'이
이루어지기를 바라는 한 사람입니다.
솔직히 말하자면, 뉴논이 한국 시트콤의 역사를 새로 써주기를
몹시도 기대하고 있는 열혈 시청자입니다.
그런데, 이런 생각이 드는군요.
만약 제가 앞서 말한 과정이 제대로 그려지기만 한다면
"MBC 청춘시트콤 <뉴논스톱> 드디어 <여인천하>와 <태조 왕건> 눌러!"
이런 스포츠 신문의 대문짝만한 헤드라인을 볼 수 있는 날도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솔직히 말하자면...
지금 뉴논이 신경을 써야할 부분은 큰 줄기를 어떻게 잡고 갈 것이냐이기도 하지만,
그 줄기를 튼튼하게 서포트해줄 자잘한 에피소드들이 아닐까하구요...
눈물을 쏙 빼는, 보는 이의 가스을 아릿하게 만드는 사랑 얘기도 좋지만,
그 얘기의 전반을 받쳐줄 수 있는 생활이 보고 싶다구요....
요즘의 뉴논에서는 일상이 보이지 않는 것 같습니다.
매회 특별한 사건, 특별한 이벤트, 하나씩의 껀수...
과장됐지만 굉장히 디테일이 살아있었던 경림이의 아르바이트나
과방이나 기숙사에서의 생활 같은 것들이 이제는 그저 스케치 정도에
그치고 있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드는 건 저뿐일까요...?
최근의 에피소드들이 분명히 재미있었음에도 왠지 심심했던 건 그 때문이 아닐까요...?
얼마전부터 <프렌즈>를 다시 보고 있는데, 문득 그런 생각이 들더라구요.
저는 미국에서 살아본 적도 없고, 더구나 뉴요커도 아니지만
그들의 생활에 대해서는 충분히, 그것도 아주 구체적으로 알 수가 있겠더라구요.
그들의 생활습관이나 먹는 음식들... 블루밍데일로 쇼핑을 가는지 메이시로 가는지...
센트럴 퍼크에서는 어떤 음료들을 마시는지, 디카페인을 먹는지 어떤지...
아마 여섯 명의 주인공이 하나의 처짐없이 앙상블을 이룰 수 있는 것도
바로 이 '일상'의 공간이 충분하기 때문일 겁니다.
(이거는 리얼리티와는 전혀 다른 얘기입니다. 드라마적인 리얼리티와
우리가 일반적으로 얘기하는 리얼리티는 전혀 다른 의미니까요...)
이런 일상의 여백과 뒷통수치는 에피소드가 적절히 섞이면 더 좋지 않을까요?
예전에는 이런 공간들이 충분히 보였다고 생각되거든요.
그런데, 최근에는 강약의 조절 없이 시청자를 약간 재촉하는 느낌이 없지는 않더군요.
여러분 이 정도에서 웃어주세요... 우리가 이렇게 하는데도 안웃을 겁니까?
이렇게 척박한 방송환경에서 매주 다섯편의 시트콤을 제작한다는 게 얼마나 힘든건지...
시청자인 우리는 아무리 이해를 하려해도 알 수가 없을 겁니다.
imdb에 가서 <프렌즈>의 작가진들을 살펴봤습니다.
총 44명이더군요... 물론 그 작가들이 한 시즌이 다같이 투입되는 건 아니겠지만,
24편의 한 시즌을 제작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작가들이 머리를 짜내는지는 짐작이 갑니다.
그리고 이렇게 크레딧에 오르지 않는 작가는 또 얼마나 많겠어요?
그들이 1년에 소화할 양을 한국 일일시트콤 제작진은 5주에 소화를 해야합니다.
정말이지 소화불량, 위산과다, 위궤양에 안걸릴 수 없는 양이지요.
그런 측면에서보면 몇명의 연출자와 열명 남짓한 작가들이
온 힘을 다하는 한국 시트콤은 정말 대단한 거죠.
그런 줄 알면서도 이렇게 길게 투덜대는 이유는 뭐냐구요?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이 변명 밖에 댈 수가 없군요.
그리고, 고백하자면... 이것은 제 스스로를 향한 반성이기도 합니다.
그동안 마치 자식을 무조건적으로 사랑하는 부모처럼(부모도 아니면서...^^)
뉴논이 내 입맛에 맞게 흘러가기를 내심 바랬었거든요.
그래서 이것저것 요구사항도 많아지고, 이렇게 됐으면.. 저렇게 됐으면 욕심도 냈구요.
그렇지만 지금은 그렇네요... 뉴논을 뉴논일 수 있게 내버려두라...
정말 쓸데없는 얘기로 장황하게 떠벌렸지만, 결국 제가 바라는 건 하나인 것 같습니다.
뉴논 제작진의 지문과 손길이 고스란히 묻어있는 뉴논을 보고 싶다는 것...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항상 자기분열하면서
보다 나은 방향으로 진화해가는 뉴논을 보고 싶다는 것....
더욱 많은 시청자를 저녁 7시 MBC TV 앞으로 당겨 앉힐 수 있는 건,
바로 그것이 꾸준하게 계속될 때 가능한 것 아닐까요...
시트콤 사랑 식구들이 한눈에 알아봤던 것이 바로 그것이었으니까요....
그리고, 겨울에 대박이 나건 말건 시트콤 사랑 식구들은
눈 하나 깜빡 안하고 지금 이 자리에 그대로 서있을 겁니다.
그러니, 앞으로의 이야기나 겨울 대박... 그 모든 것은 뉴논의 몫입니다.
지난 번에도 말씀 드렸지만, 시트콤 사랑 식구들이 할 수 있는 건
뉴논이 더욱 힘찬 날개짓을 할 수 있도록 힘을 실어주는 것,
그리고 그 발에 족쇄를 채우지 않고 더욱 멀리,
더욱 많은 사람을 향해 날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 그 정도겠죠.
그런 의미에서 시조 한수 띄우겠습니다.
"대박이 난들 어떠하리 아니 난들 어떠하리
뉴논 러브라인이 어떻게 얽혀진들 어떠하리
우리는 이대로 뉴논에 얽혀 백년 같이 누리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