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밑에 의료민영화와 관련된 글이 있길래, 저의 경험을 바탕으로 자세하게 몇 자 적습니다.
먼저 의료보험제도를 비교해 보면, 우리나라는 전국민 의료보험제도가 정착되어 있어서 직장 가입자와 지역 가입자로 나뉘어 가입하지만, 미국은 전국민 의료보험제도가 없는 관계로 의료보험에는 대부분 직장인들만 가입하고 있죠... 즉 미국의 의료보험은 재산과는 상관없이 오직 소득에 비례해서 부과하는 제도입니다.
미국 캘리포니아의 경우, 대부분의 직장은 직원들의 의료보험료를 100% 모두 회사에서 내 줍니다... 의료보험료는 가입자의 연령과 건강수준, 보험 커버 범위와 병원에서 진료받을 때마다 내는 co-pay 비용에 따라 천차만별인데, 개인당 최소 350-900불 정도 합니다... 저 처럼 담배 안피우고 비만하지 않은 40대 아시안 남성의 경우에는 월 550불 정도 하죠.
미국 의료제도의 좋은 점은 딱 한가지, 비싼 의료보험료를 낸 만큼 서비스도 좋다는 것 뿐이죠... 한국에서는 대학병원에서 1시간 기다려 3분 진료라는데, 미국에서는 상상할 수도 없는 얘기죠... 저는 건강한 편이라 6개월 마다 치과가고, 2년에 한 번씩 안과 가는데 전부인데, 의사와 간호사들의 서비스 수준이 만점 이상입니다... 예약 한 의사에게 눈이 좀 이상하다고 얘기했더니, 무슨 시약을 넣고서는 30분 후에 현미경 같은 장비로 아주 자세하게 진료해 주더군요... 마치 자기 눈이 이상해서 진료하는 것처럼...
안과에 갈 때마다 안경을 새로 맞추는데, 안경 비용이 총 650불 이었지만 제가 낸 돈은 고작 150불 정도에 불과합니다... Kaiser Permanente에서 자체적으로 100불 할인해 주고, 제 직장에서 400불 지원 받다 보니 제 부담은 경미한 편이었죠... 미국에서 안경을 맞출 경우, 코 낮은 아시안에게 맞는 안경테를 찾기가 힘들고 또 제 얼굴과 어울리는 디자인을 구하기도 힘든 편이라 안경 맞출 때마다 고심하곤 합니다.
직장이 없는 미국인들은 대부분 높은 의료보험료 때문에 의료보험에 가입하지 못하고 있죠... 초기 이민자들이나 실직자, 노인들, 학교를 다니지 않는 청소년들은 의료보험료로 매월 350-900불을 낼 형편이 안되죠... 그래서 대부분이 아파도 참고, 병이 있어도 키우게 되고, 결국에는 안타깝게 사망에 이르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게 일어납니다... 2008년 경에는, 50대 한국인 불법 체류자가 치료를 받지 못해 안타깝게 사망한 사건이 있었는데, 그때 한인 사회가 떠들석하기도 했었죠.
작년 겨울에 오바마 대통령이 월 190-210달러의 의료보험제도를 강제로 시행한 이유가 바로, 의료혜택을 받지 못하고 사망하는 억울한 죽음을 조금이라도 줄여보자는 취지에서였죠... 오바마 덕분에 그마나 미국인들이 객사는 면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병원 치료비는 정말 억소리 납니다.
2006년 경, 비싼 의료보험료로 인해 의료보험에 가입하지 못한 30대 멕시칸 여성이 어금니가 너무 아파서 한밤에 급히 병원에 갔습니다... 어금니를 빼고 병원에서 하루를 묵었는데, 그 비용이 자그마치 현찰로 8,500불... 우리 돈으로 900만원이 넘죠.
이 여성이 누구냐 하면 저와 같이 영어를 배우던 학우 였었습니다... 결석을 안하던 친구였는데, 말도 없이 결석해서 그 다음날 선생이 물어보았더니, 이런 사실을 얘기해 주더군요... 이날 저를 포함한 모든 학우들이 뒤로 나자빠졌었죠.
크라운으로 이빨 덧씌우는 비용이 평균 900불 선인데, 의료보험이 있으면 보험회사에서 40% 커버해주고 60%는 개인이 부담하죠... 의료보험이 있어도 크라운 덧씌우는 비용으로 개인이 500불 정도를 부담해야 합니다... 우리 돈으로 55만원...
이렇게 의료보험료가 높고 치료비가 비싸면, 다른 어느 곳에서는 엄청난 이윤을 남기지 않을까요?... 노나는 곳은 바로 보험회사와 병원입니다.
제 지정병원이 Kaiser Permanente인데, 이 병원은 캘리포니아 최대의 의료재벌이죠... 병원이 캘리포니아 곳곳에 산재해 있고, 규모나 시설, 의료진 수준이 캘리포니아 최고입니다... 막대한 이윤을 남기다 보니 직원들 월급도 상상 이상이죠... 2,3년 차 간호사의 경우, 적게 받아도 월 5,000-6000불 입니다... 의사들의 경우는 뭐 월 15,000-20,000불 선이죠... 이렇게 고액을 받으면서도 노동 강도는 한국의 1/3, 1/4 수준 입니다.
미국 세법은 이윤이 있는 곳에 반드시 세금이 있습니다... 병원들이 막대한 이윤을 남기다 보니, 직원들 월급과 복지로 엄청나게 뿌려대고, 그 다음 지출하는 곳이 바로 연구소 활동이죠... 자회사로 각종 연구소를 설립해 놓고는 머리 좋은 석박사들 초빙해 놓고서 별별 연구를 다 합니다... 이런 연구소의 사무직 직원 연봉이 적은게 80,000불 입니다... 우리 돈으로 연봉 9,000만원... 이렇게 고액을 쓰면서 하는 짓이 사회보장제도의 단점과 폐해 등의 연구에 집중되어 있죠... 즉 병원 운영에 손해가 되는 오바마의 의료정책을 반대하기 위한 연구들인 것이죠.
한 마디로, 미국의 의료보험과 병원진료체계는 돈 없는 초기 이민자들과 실업자들, 노인들, 청소년들을 갈취해서 보험회사와 병원들 배불리는 합법적 수탈제도인 것입니다... 미국 기업 입장에서도 높은 의료보험료는 큰 골치덩이죠... 2000년대 초, Dell 등 많은 대기업들이 인도 등으로 진출한 이유가 인건비 측면도 강했지만, 높은 의료보험료 때문이라는 것은 주지의 사실입니다.
몇 주전 보건복지부에서 의료보험료를 재산비례에서 소득비례로 변경할 것이라고 발표했었죠... 이것은 미국식 의료 민영화를 염두해 둔 조치가 틀림없는데도, 박근혜 정부는 의료 민영화가 아니라고 발뼘을 하고 있으니 정말 기가 막히더군요.
우리나라에서 의료 민영화가 시행되면 가장 이득을 보는 집단이 삼성과 현대 등 의료법인을 둔 재벌들이죠... 그래서 삼성이 몇 년전 부터 중앙일보를 앞세워 영리병원 여론몰이를 하는 것입니다... 영리병원 허용되면 삼성은 제 2의 삼성을 만드는 것과 비슷한 효과를 보게 되죠... 캘리포니아의 의료재벌 Kaiser Permanente처럼, 삼성 의료원이 삼성 의료원 재벌이 되는 것은 시간문제일 뿐입니다.
매월 전 직장인이 납부하는 천문학적인 금액의 의료보험료가 차곡차곡 삼성화재와 삼성생명으로 입금될 것이고, 삼성 의료원이 그 규모를 몇 배로 키우는 것은 시간 문제일 뿐이고, 순이익 또한 상상을 초월할 것입니다... 아마 지금 삼성전자가 올리는 이익만큼이나 가만히 앉아서 떼 돈을 벌 겁니다... 그 나마 삼성전자는 휴대폰을 팔아야만 이익이 남지만, 삼성생명과 삼성 의료원은 가만히 앉아서 떼 돈을 버는 것이죠... 의료보험제와 영리병원제로 포장한 합법적 수탈제도가 매월 자동적으로 삼성에게 고액의 의료보험료와 치료비를 꼬박꼬박 바치기 때문이죠.
그 외의 부가적인 사업분야와 이익도 엄청나죠... 삼성자동차는 의약품이나 의료장비를 운송하는 특수차량을 제작할 수도 있고, 현대의 글로비스 처럼 이재용도 단돈 몇 십억 투자해서 의료물류회사 하나 차려 놓고는 일감 몰아주기로 수 조원의 이익을 가만히 앉아서 챙길 수도 있죠... 한 마디로 영리병원 허용은 "의료 선진화"란 미명아래 삼성 이건희 일가에게 떼 돈을 안기는 엄청난 이권사업 밖에 안되는 것입니다.
이건희가 아들 이재용에게 2조원의 재산을 상속하면서 단돈 50여 억원만 세금으로 납부했었죠... IMF 때는 삼성자동차 부도로 국민 혈세 2조원을 지원했었는데, 그 돈을 아직도 안 갚고 있습니다... 교보생명이 유산상속하면서 2,000억원 이상을 성실히 납부한 것에 비하면 정말 삼성은 악질 중의 상악질이죠... 여기에 동남아 산업연수생 제도를 막후에서 로비하고 정년을 42세로 규정하는 등 근로자 죽이기에만 앞장 서온 것을 감안하면 삼성은 정말 악덕 기업 중의 상악덕 기업입니다... 이런 악덕 기업이 대한민국 대표기업이라고 버티고 있으니, 대한민국 중산층이 몰락하고 서민층이 길거리 나 앉고, 노동자들이 산재로 죽어 나가고, 대한민국이 몰락해 가는 것이죠.
이런 상황인데도 삼성은 영리병원 허용에 목을 매고 있습니다... 이건희 일가에서 사회정의나 사회복지, 정도경영, 기부문화는 먼 나라 얘기인 것이죠... 이건희 일가가 내세에 다시 태어난다면 아마 발 여러개 달린 흉칙한 돈벌레로 환생할 겁니다.
우리나라에서 영리병원 허용되면 중산층과 서민들은 모두 나가 죽습니다... 돈 없는 실업자들과 노인들, 대학생들은 말할 것도 없구요.
의료보험료가 재산부과에서 소득부과로 바뀌다 보면, 중산층 입장에서는 의료보험료가 대폭 경감되는 듯한 착시에 빠지기도 하겠지만, 향후 높은 치료비를 감안하면 거기서 거깁니다... 의료 민영화 실행되면 중산층도 타격이 큰 것이죠.
중산층과 서민이 살려면 반드시 의료 민영화 제도를 막아야만 합니다!
첫댓글 아주 동감하는 글입니다. 요새 병원 자회사 설립을 터놓아 영리활동 가능하게 해놓겠다고 해서 의사협회 난리가 나 있다죠...
그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의 의료비 상승으로 이어 지고요..
철도 민영화와 더불어 의료 민영화 절대 반대입니다.~~
감사 ^^... 저도 철도 민영화 반대합니다... 의료 민영화는 결사반대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