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속풀이 글이니 싫으신 분 건너뛰시기 부탁드려요.)
미워하고 사랑했던 엄마를 보내드렸습니다.
긴 세월 쌓인 이야기도 많거니와 정말 이해하기 힘들고 속도 많이 썩었고 다툼도 많아서 외동이인데도 엄마와 사이가 안좋았어요.
저는 엄마가 '엄마'인데도 저보다 엄마 스스로를 더 사랑하고 더 중요한 사람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럼에도 투병중이신 엄마를 보면
올해를 넘길 수 있을까
더 안좋아지면 어떻게 해야하나
치매는 아니시라 요양병원에 가는건 정말 싫어하실텐데
너무나 밉고 원망스러울때 많은 엄마지만
나도 그러기는 싫은데 어떻게 해야하나 하는 고민들 숱하게 많았는데
다 의미 없고 부질 없이 떠나셨네요.
2월 2일 응급실에 들어가실때만해도
전보다 좀 더 안좋기는 했지만 이런 일 처음도 아니고 전처럼 입원 치료받고 몸 추스리면 집에 갈 수 있으시겠지 생각 했어요.
그래서 또 고민했지요.
더 이상 집에서 지내는건 무리 같은데
그렇다고 엄마와 한 집에서 살아갈 자신은 없는데 정말 어떻게 해야하나...
그런데 그런 고민이 무색해지게
점점 의식은 희미해지고 상태는 나빠지기만 했고
겨우 입원 5일만에 의사로부터
더 이상의 치료가 의미 없다며 전원하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슬프기도 했지만 정말 황당함이 컸습니다.
오래 사시지는 못할 것 같다 생각했지만 이렇게 갑자기 모든 치료가 의미 없다니...사실인가...
저렇게 의식없는 엄마를 나가라니...말이 되나...
엄마는 하루가 다르게 나빠졌고 저를 알아보지도 못한채 고통에 몸부림 치시거나 주무시기만 할뿐 27일 새벽에 떠나실때까지 거의 무의식이셨어요.
2월 8일 반혼수상태로 나눈 몇 마디가 엄마의 유언이 되었네요.
전원하라는 의사를 붙잡고 얼마나 견디시겠느냐 물었는데 명확히 답을 주지 않더군요.
그래도 몇 달은 버티실거라 생각했고
저는 이 상황이 비현실같다는 이상한 감정을 안고 호스피스를 알아보기 시작했습니다.
요즘 호스피스는 적어도 2주 이상 1달여를 대기해야 하고, 의식이 없는 환자는 안받아주기도 한다는 말에 불안한 마음을 가지고 3곳 진료를 보았는데,
마지막으로 간 곳 담당 의사가 저희를 의아하게 바라보며 그러더군요.
왜 이 곳으로 옮기려고 하느냐구요.
그 냉정한 말에 아...여기가 말로만 듣던 안받아주려는 곳인가 속으로 적잖이 상처가 되었어요.
그런데 그 의사가 덧붙이는 말은,
이 환자분이 여기까지 올 수 있을 지 모르겠다
이 상태에 옮기시는게 맞는지 모르겠다
입원장은 드리겠지만 잘 지켜보시라고
오래 버티지 못하실 것 같다고....
집으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창피한 것도 모르고 엉엉 울었습니다.
막연히 생각은 했지만 냉정했던 그 의사의 말을 듣는 것은 차원이 다른 무게였어요.
요즘말로 현타가 심하게 오고 멘탈이 바스라지는 것 같았고 모든게 후회가 되었습니다.
그렇게 미워했고
그렇게 원망했는데
그 응어리들 풀 시간도 주지 않고
정말 이렇게 떠나버리려는건가
그 의사의 냉정했던 말이 사실일까
아니야 아닐거야
이게 현실이 아닐거야
내가 많이 아프지도 않은 엄마를 호스피스로 보내려고 하니 그러는걸거야...
상태가 툭툭 떨어지며 안좋아지는 엄마를 지켜보는 것은 정말이지 너무 고통스러웠어요.
병동에 들어서면 멀리서부터 아파하는 엄마의 소리가 들렸습니다.
불과 며칠전까지 집에서 생활하셨는데
그렇게 아프다고 괴로워하지 않으셨었는데
이럴 수 있는건가 믿기가 힘들고
엄마에게 너무 못해서 벌 받고 있는 것 같았어요.
엄마가 미워서 떠나실때 눈물도 안나는거 아닐까 생각 했었는데, 그 많은 눈물이 어디에 숨었던건지
거리에서도 차안에서도 울며 다니게 되더군요.
심리 상담이 업이신 대모님(저는 카톨릭 입니다)이 저를 위로하며 조언 해주시기를,
엄마에게 쌓인 마음, 원망, 하고 싶었던 말들,
엄마가 너와 대화를 못하시더라도 다 털어놓아라,
못 그러고 보내드리면 다시는 풀지 못해 병 난다고, 간병하며 조곤조곤 다 이야기하라고
다 듣고 계실거라고 했습니다만
아무리 그래도 생명이 스러져가는 엄마에게 어떻게 그러나 무척 망설였습니다.
하지만 평생 후회할 지 모르니 대답을 못들어도 몇마디만 해보자 마음을 다잡고
의식 없이 누워있는 엄마 손을 잡고 털어놓았어요.
엄마...나 엄마가 정말 이해가 안되고 속썩어서 엄마 많이 미워했어..미운때가 정말 많았어...
근데...그런게 너무 미안해...내가 많이 잘못했어...
그런데 아주 작은 소리로 힘겹게 하는 소리가 들렸어요.
"아니...."
깜짝 놀라서 잘못 들었는 줄 알고 옆에 있던 남편을 쳐다보니 남편도 깜짝 놀란 얼굴이더군요.
8일 이후 의식없고
어쩌다 깨어나도 하나밖에 없는 딸인 나조차 알아볼까 말까였는데,....
눈물이 왈칵 나오는 걸 꾹 눌러 참고 이어서
엄마...
나 키우느라 정말 애썼어..
엄마가 나 이렇게 잘 키워서 *서방 같은 좋은 사람 만났고 좋은 시댁 식구들 만났어...
나는 *서방이랑 열심히 잘 살테니까 내 걱정은 마세요..
나같이 못된 딸 키우느라 정말 고생 많았어...
그런데 다시
"아니..."라는 말씀을 하시더군요.
힘겨운 그 대답에 터져나오는 눈물을 참을 수 없어서 엄마 가슴팍에 얼굴을 묻고 울었더니
엄마가 으으응...하시는데
울지마! 라고 하시는 것 같았습니다.
아마도 엄마는 제가 말해주기를 기다리셨나봅니다.
그리고 신부님의 종부성사후 엄마는 깊은 잠에 빠져드시는 것 같았고
이틀 후 신새벽에 한쪽 손은 저와, 다른 한쪽 손은 사위와 잡고 기도속에 편안하게 임종하셨습니다.
저도 참 별스런 시람이라 한번도 엄마가 예쁘다고 생각한 적 없는데(실제로 미인은 아니세요)
떠나시는 마지막 모습이, 너무나 강해서 저를 너무 힘들고 피곤하게 했던 엄마의 자존심처럼,
정말 단정하고 고와서 너무 놀라웠습니다.
임종때 나타난다는 여러 증상들...그런거 별로 없이 떠나신 엄마 손은 오랫동안 따뜻해서 가신 것이 실감이 안나더군요.
냉정하다 느꼈던 그 의사의 말처럼 엄마는 호스피스로 옮기기도 전에 제 곁을 떠나셨네요.
아니...아니...
혼수상태인 엄마에게 들은 단 두마디로
돌덩이처럼 굳어있던 마음속 응어리가 녹아내리는 것 같았어요.
엄마가 미웠다는 말에 네 탓이 아니다
고맙다 고생하셨다는 말에 널 키워서 기뻤다는 대답을 들은 것 같고
너무나 곱게 떠나신 모습으로
장례내내 저는 정말 감사하고 행복했습니다.
그동안 잘못한 저의 불효만이 남았네요.
평생 다정한 말 한 번 제대로 해준 적 없었던 엄마였는데
20년을 넘도록 전화만 하면 어디어디 아프다는 소리에 솔직히 짜증스러운 때도 많았는데
8일에 반혼수 상태에서 마지막으로 했던 말씀,
그만 가....*서방 기다린다....
*서방....걱정하지마....
가서 쉬라고, 걱정하지 말라던 그 말씀이 유언이 되었습니다.
정신이 있으실때 그런 마음 좀 표현하시지...
정신을 놓으시니 속마음이 나오셨나봐요.
잊지 못할 일이 하나 있는데
세간의 말처럼 임종 며칠 전 엄마의 의식이 거짓말같이 약간 살아나셨어요.
간호사들도 오늘 상태가 많이 좋으시다 반가워했고
저를 알아보고 제 이름도 불러주고 눈도 맞춰주셨죠.
그리고는 가라고 하시더군요...가서 쉬라고...
남편에게 오늘 엄마 꼭 보는게 좋겠다고 불렀는데
남편도 알아보시고 인사를 받고 좋아하시는 것 같았어요.
그런데 그게 엄마와 눈을 맞춘 마지막 이었습니다.
병실 창 너머로 저를 애틋하게 바라보던 그 눈
평생 잊혀지지 않을 것 같아요.
엄마가 떠나신 것은 슬픔을 넘은 애통함이라던 멋진인생님 말씀이 생각나네요.
엄마를 위해 기도해야겠습니다.
엄마 편히 쉬세요.
엄마 하늘에서 외할머니 외할아버지 외삼촌 그리고 아빠 만나서
안아프고 행복하게 지내세요.
엄마 안녕...
마지막 좋은 선물 주시고 간듯하여 마음이 먹먹해지네요. 좋은 곳에 가셨길.. way님도 죄책감없이 편안하시길..
삼가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엄마는 편히 가셨을거 같아요
사랑하는 따님과 사위의 손을 잡으시고..
읽으면서 감정이입되서인지 눈물이 막 나네요 ㅜ
엄마와 딸은 그런 존재인가 봅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삼가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애쓰셨어요...어머님 잘보내드리고 오세요..토닥토닥
고생 많으셨어요..
어머님의 명복을 빕니다~~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무슨병이셨길래 며칠만에 나빠지셨나요?
며칠은 아니고 2년 정도 투병하셨어요.
그럭저럭 지내셨는데 갑자기 악화되신거죠.
토닥토닥
그동안 맘고생 너무 많이하시고
마지막에 평안한 모습으로 잘 보내드려서 다행입니다
천국에서
고통없이 이제 편하게 계실거예요
눈물이나네요 고인의 명복을빕니다
ㅠ ㅠ
엄마라는 단어만 들어도 울컥
하필이면 전철안이라서 마음놓고 눈물은 흘릴순 없지만
...
많은 생각이 되는 아침입니다
좋은곳으로 잘 가셨을거예요
머지않아 울집도 그렇겠죠
전하고 싶었던 진심을 서로 전할수 있는 대화시간이 있어서 어머님도 따님도 평안할수 있었네요
어머님 평안하실것 같습니다
생전 다 못하신 보살핌 멀리서 님 잘 보살펴주실거 같아요
아침부터 눈물 펑펑이네요 ㅜㅜ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눈물이 나네요
잘하셨어요
삼가고인의명복을빕니다
저도 팔십중반이신
친정엄마 마음 많이
아프게 했는데 잘해드려야
겠어요 ㅠㅠ
삼가 고인의 명복을빕니다
외동딸이랑 많이 싸우는 엄마라서 읽고 많이 울었습니다. 마지막을 잘 보내셔서 다행이에요.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이젠 아프시지 않은곳으로 가셨겠네요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ㅠㅠ
힘내세요
글 읽는 내내 울었어요
어머니 평안한곳 으로 가셨을거예요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 제일 늦게까지 귀는 열려있다하니 엄마께 전할말씀 충분히 전달되었을겁니다. 눈물나는 아침입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삼가고인의명복을빕니다
저도 3년전 제 곁을 떠나신 엄마 생각이 나서 눈물이 줄줄 흐르네요. 원망스러운 마음도 있었지만 그래도 지금은 너무 너무 보고싶네요..어머니 ~
글쓴님의 어머님도 고통을 버리고 영면에 드셨을거에요. 시간 지남 자주 어머님이 생각나실거에요.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24.03.03 14:29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삼가 고인의명복을 빕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저도 이 글 보고 아침에 엄청 울었습니다
ㅠㅠ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눈물나네요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ㅠㅠ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몸과 마음을 잘 추스리시길 바랍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곧 내 모습이지 않을까..하는 생각에 눈물이 많이 납니다.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삼가고인의명복을빕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삼가 고인의 영원한 안식을 빕니다..
좋은 곳으로 가셨을 것이니
따님도 힘내시고
어머니 위한 기도 많이 드리세요.
오늘 자다가 엄마랑 싸우는 꿈을 꾸고 너무 화가나서 잠결에 소리를 꽤~~~액 지르면서 잠에서 깼습니다. 저도 마음이 무거운 부분이 있었는데, 이 글을 읽으니 눈물이 주룩주룩 나네요. 삼가고인을 빕니다. 글쓴이님 행복하세요
way님 마음이 그대로 전해져서
또 곧 맞이하게 될 나의 현실이기도 하기에
눈물이 멈추지않네요
어머니 안아프고 평온한 곳에 가셨을거예요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울엄마 생각나요.ㅠ 저도 아직 1년이 안되서 너무 보고싶어요.너무 젊은날 떠나신 엄마 언제쯤 엄마 다시 볼수있을까요.
몇 년전 작고하신 저의
모친이 생각나네요.
내. 너희를 모두용서 한다.
참 그립습니다.
삼가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새벽에 일어나 글읽고
펑펑 울었네요
아빠 돌아가신지 사년이 지나도
저는 여전히 슬프고 힘겼습니다
매번 꿈에 나오셔서
괜찮다고 환하게 웃어주시는데
맘편히 못 보내드린거같아
깨어나면 또 죄송하고 보고싶습니다
어머님도 좋은데 가셨을겁니다
힘내시길바랍니다
이제서야 이 글을 보게 되었습니다. 님이 생각하시는 어머님의 모습과 관계가 저와 거의 완전히 일치하는 느낌입니다. 언젠가 한번쯤 만나뵙고, 각자의 엄마 얘기 나누고싶을 정도로요.
눈물과 함께 생각이 아주 많아지는 밤이네요. 생각날 때마다 다시 찾아와 읽어보고싶은데... 글 지우실 일은 안 일어나기를 기도해야겠네요.
어머님의 영원한 안식을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