붕어빵의 근황 / 허자경
찬바람이 도시를 깨우는 길모퉁이에 그가 사글세로 산다
연못으로 돌아가려고 몇 날 며칠 화덕에서 몸을 구웠으나 한 방울의 물도 얻지 못했다
한겨울의 빨랫줄에 걸린 빨래처럼 우는 날도 있었으리라 지하방에 4월이 찾아와도 꽃이 피지 않던 날도 있었으리라
좀처럼 축 처진 어깨가 펴지지 않은 그런 나날들, 얼마나 더 영혼을 태워야 연못에 사는 금붕어가 될 수 있을까
햇살은 붕어빵보다 차가웠다 겨울 한기가 화살처럼 스칠 때마다 얼어버린 붕어의 아가미를 생각한다 마스크를 벗자 입술에 서리가 끼고 붕어빵은 겨울의 이름 중 하나가 된다
팥이 내리는 날씨가 있으면 좋겠다고 흰 눈을 맞는 우리는 생각한다 무료로 앙금을 공수한다면 붕어빵은 더 저렴할 것이라며 아까운 푼돈만큼 농을 던진다
붕어 없는 붕어빵을 용서하듯 눈사람이 태어나지 않은 겨울을 용서한다 강이 마른 자리에 물고기가 없다면 그것은 피해자 없는 다행인지 가난의 비극인지 정할 수 없다
바닥에 쏟은 붕어빵들을 비둘기들은 '너는 쓰레기가 아니야."라며 위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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ㅡ계간 《시마》 2024년 봄호
* 허자경 시인(본명 허경자) 2020년 《시현실》 등단. 시집 『엉겅퀴의 여자』. 2023년 <강원문학교육> 작가상 수상 현재 강릉여고 영양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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