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UB NIGHT FEVER! 새벽 2시, 전 세계 물 좋은 클럽
몸을 울리고 영혼을 사로잡는 비트, 그루브, 그리고 댄스! 클러빙에 중독된 일렉트로닉 댄스 뮤직 저널리스트와 클러버를 동경하는 엘르 에디터가 스페인, 영국, 일본, 홍콩, 서울의 클럽과 파티, 그 유쾌한 불면증에 대해 말한다.
![](https://img1.daumcdn.net/relay/cafe/original/?fname=http%3A%2F%2Fwww.elle.co.kr%2Fchannel_img%2Ftravelplacetogo_030602_01.jpg)
IBIZA IN SPAIN
일 주일에 두 번 이상 클러빙(clubbing)을 하지 않으면 몸이 근질근질한 나는 언제든 해외 여행의 기회가 오면 가장 먼저 클럽 정보를 알아본다. 그렇기 때문에 선택하는 나라들 역시 클럽으로 유명한 곳들이고, 파티 스케줄을 맞춰보려고 노력하지만 생각처럼 쉽지가 않다. 백수가 아닌 이상 한 곳에 몇 주씩 머무를 수도 없고 대부분 재미있는 파티는 주말에 열리는 경우가 많으니까. 하지만 매년 여름이면 전 세계의 클러버들을 유혹하는 천국이 있으니, 그곳이 바로 스페인의 동남쪽에 떨어져 있는 작은 섬 이비자(Ibiza)이다.
이비자는 유럽의 아름다운 휴양지로도 잘 알려져 있지만, 무엇보다 이곳을 돋보이게 하는 것은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클럽들이 한데 모여있다는 것이다. 매년 6월부터 9월까지 하루도 빠짐없이 일 주일 내내 파티를 하고, 이 곳을 찾아 드는 유럽의 젊은이들은 이비자에서 보낼 한 달을 위해 일 년 동안 열심히 아르바이트로 돈을 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비자의 클럽들은 보통 밤 12시경에 문을 열고 다음날 아침 늦게 닫기 때문에 초저녁부터 가서 헛걸음하는 일이 없도록 주의할 것. 대신 이비자 타운과 샌 안토니오와 같은 중심가의 프리 파티(pre party)를 즐길 수 있다. 낮에는 해변에 나가 수영과 선베이딩을 즐기고 저녁이 되면 샌 안토니오의 맘보(Mambo)와 같은 바에서 플레이하는 세계의 유명 디제이들 앞에서 칵테일을 즐기며, 때로는 불쇼를 구경하기도 하면서 밤을 기다린다. 맘보에 갔을 때 영국 BBC Radio1의 디제이 Pete Tong이 플레이 하고 모습을 보고 냉큼 달려가 그 멋진 목소리를 실제로 듣고 어찌나 기뻐했던지.
보통 이비자 클럽의 입장료는 30~60 유로 정도인데 그날의 디제이의 지명도에 따라 조금씩 달라진다. 조금 가격이 세긴 하지만 플라이어를 가지고 가면 할인을 받을 수도 있고 중심가에 있는 바에서 칵테일을 마시면 한 잔은 무료로 받고, 덤으로 10~20유로 정도 싼 할인 티켓도 구입할 수 있다. 할인 티켓을 산다 해도 매일 클러빙을 하면 비용이 만만치 않게 든다. 클럽 스케줄을 보니 하룻밤에 한 클럽으로만 만족하지 못할 것 같아서 '에라 모르겠다... 몇 시까지는 여기서 놀고 그 다음에는 저기로 옮겨야지'라고 생각했었는데, 헉! 입장료의 압박 때문에 얌전히 한 군데에서만 놀 수 밖에 없었다. 클럽 내에서의 음료 값은 보통 작은 물이 5~8유로, 맥주나 칵테일이 10~12 유로 정도(나처럼 음주 애호가에게는 치명타가 아닐 수 없다)로 비싸지만, 일반 바나 레스토랑의 물가는 국내와 비슷한 수준이거나 오히려 더 싼 곳도 있다.
![](https://img1.daumcdn.net/relay/cafe/original/?fname=http%3A%2F%2Fwww.elle.co.kr%2Fchannel_img%2Ftravelplacetogo_030602_02.jpg)
기네스북에 세계에서 가장 큰 클럽(만 명 수용)으로 기록되어 있는 프리빌리지(Privilege)는 마치 불시착한 UFO처럼 보이는 멋진 야외 수영장이 있어 춤을 추다 더우면 언제든지 뛰어들어 땀을 식힐 수 있다. 원래는 천장이 없는 곳이었지만 소음 문제로 천장을 막아버린 클럽 앰니지아(Amnesia)는 오 천명을 수용할 수 있는 대형 메인 룸과 테라스가 구분되어 각기 다른 디제이들이 공연을 한다. 2층에 있는 메인 룸의 디제이 덱이에는 대형 이퀼라이저(!!)가 달려있어 음악과 함께 움직이는 주파수를 볼 수 있는 쿨한 재미도 있다. 이 곳은 내가 가본 클럽 중 가장 인상 깊었던 장소이기도 한데, 테라스의 천장이 유리로 되어 있어 날이 밝으면 햇살이 유리창으로 들어와 환상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게다가 이곳의 댄서들은 왜 그리 멋있는지! 일 주일 내내 강행한 클러빙으로 체력이 땅에 떨어졌던 나는 새벽 무렵, 테라스에 앉아 잘생긴 남자 댄서들이 춤추는 모습을 멍하니 구경할 수밖에 없었다.
앰니지아는 매주 일요일 거품파티를 하는데, 수경을 쓰고 춤을 추는 사람들을 보는 것도 꽤 재미있고, 비누 거품에 젖어 놀다 물에 빠진 생쥐 꼴로 돌아가기 싫으면 미리 수건과 걸칠 옷을 준비해 가 맡겨놓으면 된다. 프리빌리지와 앰니지아는 섬의 중심가에서 떨어진 곳에 있어 교통이 조금 불편하므로, 무료로 운행하는 대형 셔틀 버스로 파티 전후 클러버들을 실어 나른다. 고백하자면, 앰니지아에서 오는 셔틀 버스 안에서 키애누 리브스 뺨치는 꽃미남을 발견하고는 취재를 빙자(?)해 사진 촬영 요청을 하려고 했는데, 같이 갔던 친구가 기어코 뜯어 말려 못 한 것이 아직도 한으로 남아있다. 그 외 교통수단으로 버스는 1유로 안팎, 택시비는 한국과 비슷한 수준이지만 미터를 켜지 않고 정액제로 받기 때문에 그다지 싸게 먹히지는 않는다. 대신 처음 갔을 때 어느 클럽 이름을 대도 택시 운전사들이 다 알아듣기 때문에 편리한 점은 있다.
![](https://img1.daumcdn.net/relay/cafe/original/?fname=http%3A%2F%2Fwww.elle.co.kr%2Fchannel_img%2Ftravelplacetogo_030602_03.jpg)
이비자 공항에서 가장 가까운 클럽 스페이스(Space)는 이 곳에서 가장 지명도가 높은 클럽으로 수 많은 탑 디제이들에 의해 사랑을 받고 있는 곳이다. 테라스에서 공연을 보면 머리 위로 지나다니는 비행기를 종종 구경할 수도 있다. 스페이스는 거의 매일 22시간 동안 파티를 지속한다. 아침 7시까지 놀다가, 문을 여는 8시까지 비는 한 시간 동안 바로 길 건너편에 있는 애프터 파티 장소 '보라 보라(Bora Bora)'에서 일출을 구경하고 들어와, 다시 오후 늦게까지 파티를 즐긴다. 게다가 클럽 안엔 누워서 마사지를 받을 수 있는 전동소파가 있어 잠시 눈을 붙이며 피로를 풀 수도 있으니, 쉬지 않고 노는 이 나라 사람들의 체력은 가히 존경스럽지 않은가. 넓은 공연장의 모든 벽면은 거울로 포장돼 있고, 그 앞에는 댄서들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예전에 누군가에게서 스페이스의 실내에 달린 거울에 아침 햇살이 반사되면 사람들이 주저 앉아 감격의 눈물을 흘린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는데, 웬걸, 너무 안쪽에 있어서 햇살이 들어올 구멍조차 없어 보였다. 역시 과장의 적나라한 실체는 직접 가봐야 확인이 되는 거다. 이곳은 실내에 온통 블랙라이트가 걸려 있어 하얀색 또는 형광색 의상을 입고 가면 조명발 최고의 클러버가 될 수 있다.
형광 의상 및 각종 클럽 의상은 이비자 타운과 샌 안토니오에 깔려있는 전문 샵에서 찾을 수 있다. 나는 블랙라이트 밑에서 환하게 빛나는 야광 줄이 있는 팬츠가 너무 예뻐 색깔 별로 두 벌이나 사버렸다. 음하하, 지금도 클럽에 입고 가면 다들 어디서 산 거냐고 부러워 할 때 자랑스럽게 이.비.자 라고 말해 돌을 맞기도 한다. 하긴 평소 눈길 돌리기조차 민망한 옷들을 이곳에서는 아무렇지도 않게 입고 다니고, 또 아무도 신경을 안 쓰니, 이때가 아니면 언제 이런걸 입어보리. '볼 테면 봐라' 하는 심정으로 비키니 톱만 입고 거리를 활보하니 속이 다 후련했다. 오히려 미쉐린 타이어 같은 삼겹 복부를 자랑하는 여자들도 가슴만 겨우 가리는 톱을 입고 잘만 놀더라. 다 생각하기 나름인 것 같다.
올해로 오픈 30주년을 맞는 파차(Pacha)는 전 세계에 각지에 분점을 가지고 있는 곳으로 이비자에서 가장 스타일리시한 클럽으로 꼽힌다. 파차의 곳곳에 자리잡은 작은 룸은 각기 다른 테마의 인테리어로 꾸며졌으며, 옥상에까지 디제이 덱이 마련되어 있어 시원한 밤바람을 맞으며 춤을 출 수도 있다. 이비자의 정취를 가장 잘 즐길 수 있는 곳으로는 샌 안토니오의 해변에 자리잡은 오리지널 칠아웃 까페인 까페 델 마(Cafe Del Mar)를 추천하고 싶다. 이 곳에서 보는 일몰은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이 될 것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매일 늦은 아침까지 클러빙을 하고 해가 똑 떨어진 저녁 무렵에야 눈을 떴던 나는 닷새 동안 일몰을 단 한 번도 못 보고 일출만 줄창 구경하고 왔다. 다음 번엔 반드시 까페 델 마에서 썬셋을 보리라!
![](https://img1.daumcdn.net/relay/cafe/original/?fname=http%3A%2F%2Fwww.elle.co.kr%2Fchannel_img%2Ftravelplacetogo_030602_04.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