뻐꾹새 우는 농장
최 경자
늦은 봄 수필 반 문우님 들이 율리 마을 산자락에 뻐꾸새 우는 농장이란 현수막을 걸었다. 찾아가는 그곳은 오르막 산길을 따라 차창 밖을 내려다 보니 벼랑 밑에 고요한 호수가 마음에 평온함으로 느껴온다. 앞을 향하여 바라 보이는 푸르른 산 능선은 이 마을을 품에 안고 있는 어머니 가슴처럼 느껴진다.멀리서는 고향 마을에서 듣던 뻐꾹이 우는 소리가 우리를 어서 오라고 환영 하는듯 메아리쳐 들려와 지나간 세월 속에 잊어진 그리움이 살며시 속삭여온다.
교수님의 감나무와 대추나무를 심은 농장이 있어서 수강생들 누구나 원하는 이는 자기 취향대로 농사를 지으란다.이미 농사에 필요한 도구들과 밭두둑에 씌을 검정 비닐과 비료도 많이 준비되어 있었다. 대추나무도 한 그루씩 명찰을 붙여서 가을에 대추도 각자 따가라고 하신다. 몇몇 문우님들이 몸만 가서 상추 들깻잎 가지 토마토 고추 호박 등 여러 가지 묘를 심었다.
야외 수업 하는 날 고슬 머리 상추 풋고추를 따서 삼겹살을 구워먹으니, 처음으로 서투른 농사에 참여하여 뿌듯함과 친정 부모님 채전 밭에 와 있는 성 싶게 느껴졌다.
고구마 순을 심는 날에는 15센티 정도 줄기 잎을 자갈 황토석인 굳은 땅에 검정 비닐을 씌운 다음 장정의 주먹 들어갈 정도의 구멍을 들어 상토 비료를 넣은 후 묘를 넣어 흙을 덮고 꼭꼭 누른 후 눈짐작으로 50센티 정도로 띄어 심으라고 농사일에 경험이 있는 분의 조언이다.
때가 늦은 시기에 뿌리도 없는 한 뼘 정도에 연약한 잎사귀가 폭염이 내려 쪼이는 햇볕에 말라버리면 어쩌나, 살아남을 수 있을까! 염려스러운 마음으로 심었다.
그 후 삼복 더위에 덥다는 이유로,교수님의 강의 내용에서 자연과 인간 생명을 깊이 인식시켜 주셨지만 연관 시키지 못한 무책임한 시간이 흘러갔다. 때마다 긍정적 성실함이 살아가는 씨앗이 되어 후회가 없으면 좋으련만. 봄에 씨앗을 뿌리지 않으면 가을에 걷을 열매가 없다는 진리를 되뇌어 본다.
가을 학기 개강이 몇 주 지나 야외 수업으로 30여 문우님들이 농장에 모였다. 대추나무는 우리 허리 정도 앙증맞은 높이인데도 굵은 대추가 연두 황갈색 무늬에 옷을 입은 듯, 허리 없는 둥근 몸매로 내 눈을 멈추게 한다. 풋대추를 따서 손으로 두어 번 만지작거린 후 입에 넣어 아삭 깨물어 먹는 달콤한 맛이 그 어디에 비길 수 있으랴!
그 순간 옆 고구마 밭에서는 일행들에 환호소리가 풍년을 기원하는 풍물패 소리로 들려 진다. 그 작은 줄기 하나 심은 것이 차려 자세로 머리를 맞대고 하늘을 향해 붉고 실하게 생긴 고구마가대 여섯이 우둑 솟아 있다. 호미와 삽을 동원 하여 행여 생채기를 줄세라, 조심스레 옆 흙을 파며 수확에 기쁨에 들떠 시끌벅적 축제에 한 마당이다.
계속해서 두둑에서 캐는 여러 무더기 고구마가 신기하게도 모양새 크기도 구별할 수 없을 정도로 비슷하다. 일행들의 기쁨에 웃음소리와 가을 들녘에 햇살도 함께 얼굴을 맞대고 웃는듯하다. 고구마덩이를 앞에 놓고 기념사진을 찍으며 즐거웠다.
수확한 고구마 자루를 들고 밭을 걸어 나오는 순간 고구마에게 미안함이 들었다, 심어 놓고 제대로 돌보아 주지 않고 이제와 열매를 들고 일어서 나가는 내 모습을 보게 된다. 가물어 목이 타도록 갈증에 시달렸을 작은 줄기에서 실한 뿌리로 기쁨과 배부름을 주며 생명의 고귀한 소임을 다하였노라고, 쌍둥이들 고구마에 외침에 소리가 들리는가!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란 말에서, 지금 만난 그 누군가에도 영혼에 목마름 외로워서 좌절하는 이에게 좋은 친구가 되어 줄 작은 사랑이라도 실천을 할 수 있으면 좋으련만. 느끼지 못하고 기회를 놓치며 온 내 자신 계면적어 진다.
살아오면서 비포장 길 걷던 일 까마득히 잊은 채, 검은 아스발트 길을 숨 가쁘게 달려온 “내 육신의 편안함 이기심 매몰찬 나의 근성이”고구마 줄기를 검정 비닐위에 심은일이 비교가되어"한낱 식물뿌리" 앞에 겸허한 마음을 느끼게 한다.
본래 인간의 소박한 정을 일구어가는 농민의 순수함이 유지되어 지길,자연에 오염을 생각하면서 내 영혼에 공해도 쓸어버리며 이 시대 절실한 글린 피(green peas) 홍보 요원으로 자원하여 살아봄직도 하리
라.
백일홍 나무 꽃이 (수정)
최 경자
저녁나절 핸드폰이 울린다! “어머니 작은 아들입니다” 날씨 몹시 더운데 어떻게 지내세요, 아 올해는 낮 태양 빛은 몹시 더워도 집안과 밤에는 그리 덥지 않구나! 중복도 지났는데, 이제 얼마나 더울라고. 그래 어린것들도 잘 지내지 일주일 동안 지난 안부전화였다. 어머니 며칠 후 저와 데이트 좀 하시지요. 미국 연수 가기 전 아버지 산소에 성묘 다녀오겠단다. 고마움과 대견스러워, 그래 그러자구나. 나는 대답을 해놓고도, 내심 아직 벌초도 안 하였는데 풀밭을 헤집고 갈 생각을 하니 장성한 아들이건만 안쓰러움에 마음이 편치만은 아니하였다.
성묘를 떠나는 날 해 돋을 즈음 베란다 창 넘어 저쪽 하늘 멀리 온통 잿빛으로 금방이라도 무너져 내릴 듯 하드니 드디어 굵은 빗줄기가 쏟아져 내린다. 걱정스러운 마음으로 창밖을 내다보고 있는데 어느새 아파트 앞에 도착했단다, 서들어 현관문을 나서 아들 차 뒤 좌석에 타니 옆자리에 아이스박스와 검정 비닐 주머니가 보인다. 며느리가 어머니 드실 것 장만 해 보내온 거란다.
아이스박스 덮개를 밀쳐 열어보니, 녹차, 생수, 복숭아 포도, 미니케이크 초콜릿 등, 오밀조밀 정성스레 준비하여 보낸, 마음이 깊은 정감이 든다.
지난날 아이들 소풍 보내던 일이 회상되어진다.
어느새 세월이 흐르는 동안 가을 들녘에 소담스런 열매를 행주치마 자락에 따서 담은듯하다. 반포지효(反哺之孝),라고 까마귀가 새끼를 키워 놓으면 어미에게 먹이를 물어 먹인다더니 며느리가 고맙다는 생각이 들었다.
순간 호남고속도로 유성을 갈라지는 이정표가 스쳐간다. 달리는 차창 유리에 빗방울이 흘러내린다. 어느 빗줄기는 꼬리를 길게 그으며 어느 빗방울은 동시 떨어져도 짧게 뭉기어져 자취가 보이지 않는다.
남편에 물방울이 짧게 뭉기어간 인생에 비유 되어 나도 모르게 흐르는 눈물이 행여 아들에 마음 상하게 할까, 뒤 자리에서 숨을 죽여 얼굴을 매만지며 가슴을 쓰러 내린다. 서러워 울던 슬픔이 멀리 떠나갔나, 싶었으나. 내 마음에 더운 눈물이 비처럼 내린다.
드디어 두어 시간 달려와 산소 밑 갓 길에 차를 세웠다. 200여 미터 오르막길은 가슴까지 억새풀, 칙 넝쿨이 몸을 휘어 감는다. 비는 소강상태지만, 조금 전 내린 비로 앞서 가는 아들에 면바지는 완전히 물이 뚝뚝 떨어지도록 젖었다.
산소 옆 백일홍 나무 꽃은, 붉은 빛 영롱함이 빗줄기에 얼굴을 가리고 고개 숙여 어서 오라고 인사하는 듯하다. 몇 해 전 남편 생일이던 칠월 백중날
그리움에 산소를 찾아 갈 때, 백일홍 묘목을 애틋한 마음을 담아 심은 나무이다.
너만, 어찌 홀로 아름답게 피어 있느냐, 나도 모르게 백일홍 꽃을 보는 순간 눈물이 흐른다. 여보, 나왔소. 그동안 어떻게 지내시었소. 자주 찾아뵙지 못해 미안해요.
묘소 주변에는 무성하게 자란 잡초 들이 더욱 내 마음을 아프게 했다.
생전에 생일날에는 정다운 친구, 형제들과 음식상 차려 놓고 정담을 나누며 즐거웠던 일 회고하며 식수한 나무였다. 연 연 꽃이 피더니 금년에도 꽃은 만개하였고 가지가 벌어져 산새들이 깃들 만큼 빨리 자랐다.
우리 모자는 산소 앞에 나란히 다가서 침묵이 흐른다. 잠시 후 아들이 입을 연다,
아버지의 지극하신 사랑이 저희들 남매들은 우애하며 제구실 하고 살게 되어 감사를 드린단다. 그 순간 내 마음도 여보 그토록 병약한 나를 사랑과 아내에 예우가,
남 달리 가정을 이끌었기에 자식들에 효를 받음이 당신 덕이야! 라는 생각이 스쳐지나간다.
당신과 함께 누리면 좋았으련만 남편에게 속삭이듯, 젊은 날 추억이 황혼에 버틸 힘이 되어 살아 갈이다. 비가 당장이라도 또 내릴 기세이기에 아들을 재촉하여 산을 내려와 금강 물이 굽이쳐 흐르는 뚝 방 길을 10여분 달려 황산 교를 넘어 멀리 바라보이는 산은 적막하고 비구름은 산자락을 가리어져 아련히 멀어져간다.
메아리쳐 오듯이 여보 잘 가요, 오래도록 잘 지내다 오시오, 내 바램이야!
하는 듯하다. 소낙비는 마구잡이 쏟아져 차 앞이 보이지 않았다.
그리움이야 어찌 잊을 수 있으련 만은 백일홍 꽃을 바라보며 보람되이. 살고 지고 壽한이 되는 날, 후해 없이 떠나 가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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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열정이 대단하십니다. 좋은 글 많이쓰시고 추운날씨에 건강관리 잘하세요.
농장의 일들이 생각나며 성실하신 성생님 모습을 보고 갑니다.감사합니다.
선생님~ 농장에서 고구마 자루 들고 나오시는 멋진모습을 상상하고 갑니다. 건강하세요.
이름도 정겨운 '뻐꾹새 우는 농장'에서 고구마를 캐는 체험담을 맛깔스럽게 쓰신 좋은글 잘 읽고 갑니다 선생님의 모습처럼 생각도 아름다우십니다^^
우리들의 큰 언니 최경자 선생님 열정이 더워지심을 느낌니다. 언제나 건강하시고 좋은글 많이많이 쓰시고 지금처럼 행복하세요.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