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차 정기산행-봄비 내리는 대둔산

[해죽]

*산행일시:2003.4.20
*참가인원:13명
*산행코스:기동~매표소~동심바위~금강다리~삼선계단~마천대(877.7m)정상~석천암~수락폭포~선녀폭포~대둔산승전탑~주차장*산행소요시간:4시간20분(점심시간 포함)

(7:00) 제법 굵은 새벽비에 집을 나서는 발걸음이 그리 가볍지 않았다. 며칠째 계속되는 비가 그칠 기미도 보이지 않는데 배낭을 짊어지고 나서는 꼴(?)을 누가 보기라도 한다면, 미쳐도 단단히 미쳤다고 하겠지? 몸도 날씨도 다 피곤한데 어디 찜질방이라도 틀어박히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 가당치도 않은 유혹을 뿌리치고 경산으로 향한다. 그동안 얼마나 함께 하고 싶었던 정기산행인가!
우려한대로 소인원만이 참여한 가운데 버스는 경산을 출발했다.

(10:00) 기동. 버스가 정류소에 도착했다.

(10:10) 매표소를 지나 포장된 길을 몇 걸음 오르니 <동학농민혁명대둔산항쟁전적비>가 우리를 맞는다. 단체사진을 찍고 본격적으로 산행을 시작한다.
비는 멎고 이슬같은 빗방울들을 머금은 나무와 풀잎의 초록빛이 더없이 선명하고 싱그럽게 느껴진다. 비 온 뒤라 계곡의 물소리도 세찬 폭포음이 되어 시원스레 들려온다. 끊임없는 돌계단으로 이어진 오르막을 쳐 올리지만 그다지 힘이 들지 않는다. 몸속 어디에서 힘이 샘솟는 듯하다.

(11:00) 고개를 들어 위를 쳐다보니 거대한 바위 위에 또다른 큰 바위가 덩그러니 얹혀있다. 위태로울 듯하지만 불안감을 주지는 않는다. 뿌연 안개 속에서 간신히 그 형체를 드러낸 <동심바위>이다.

(11:10) 금강문을 지나 오르막 일방통행인 금강다리에 이르렀다. 여기는 케이블카를 이용한 관광객들이 함께 섞여 줄지어 다리를 건넌다. 구름다리에 들어서는 순간 드라이아이스를 뿜어내는 무대장치 속으로 들어가는 듯 신기하다. 아래를 내려다보니 그야말로 바닥을 가늠할 수 없는 심해와도 같다. 이 모든 것이 희뿌연 안개 속의 환상일지 모른다. 맑은 날 다시 찾아 감추어진 대둔산의 참모습을 보리라.

구름다리를 벗어나 돌계단을 오르다 잠시 휴식할 장소를 찾았다. 여기저기서 과일들이 쏟아진다. 매우 가족적인 분위기다.

(11:35) 삼선계단 앞 다소 정체가 있다. 한 사람이 겨우 통과할 좁은 철계단 난간을 붙잡고 줄지어 계단을 오른다. 이삿짐센터의 고가사다리를 방불케하는 급경사의 철계단에 누군가 고소공포증을 호소한다.
위를 올려보니 천국으로 가는 계단인듯 끝닿은 데가 아득해보인다. 계단 끝 왼쪽에 엄청나게 거대한 원기둥형 암석이 하늘문을 지키며 떡 버티고있다. 아! 감탄...

(11:55) 마천대와 낙조대의 갈림길이다.

(12:00) 마천대, 대둔산 정상이다.
비가 다시 뿌려대므로 오래 지체하지 않고 서둘러 내려선다.
정상을 내려서서 왼쪽에 수락계곡으로 향한 작은 등산로를 발견하고 그 길로 접어든다.

(12:20) 우리 일행이 식사하기에 딱 안성마춤인 장소가 있어 자리를 편다. 비를 맞으며 먹어도 무지 맛있고 즐겁다. 뜨끈한 라면국물에 커피까지 돌려먹고...

(13:00) 식사 후 출발.
수락계곡을 향한 등산로는 좁고 인적이 드문데다 양 옆으로 막 피어난 진달래꽃이 길게 이어져 운치를 더해주었다. 간간히 너른 바위가 나오고, 그 바위를 삶의 터전으로 삼은 구부러진 소나무가 그림같이 서 있다.
바윗길도 흙길도 다 미끄러워 조심조심 진행한다. 이희철부대장이 미끄러지자, 참기름냄새가 난다고 고소해하던 이영식대장도 곧바로 미끄러져 폭소가 터진다.

(13:40) 한참을 걷다보니 갑자기 계곡 물소리가 세차게 들린다. 계곡을 건너니 석천암이 나온다. 석천암을 지나면서부터 계곡을 넘나들며 계곡을 따라 길이 나 있다. 군데군데 철난간이 설치되어 있는 걸 빼면 그야말로 원시적인 냄새가 풍기는 곳이다.

(13:55) 군지골과 마주치는 삼거리에서 수락폭포를 만난다. [군지골0.32km, 정류소1km]라는 표시판이 있다. 빗물인지 원래 폭포수인지는 알 수 없지만 수량이 많아 시원스레 쏟아지는 폭포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다.

(14:10) 선녀폭포. 선녀폭포라 하면 으레 수량은 적어도 길고 빼어나 가녀린 느낌을 주는 폭포를 연상하게 된다. 하지만 이 곳 선녀폭포는 짜리몽땅한(?) 키에 거센 물줄기가 콸콸 쏟아져 <장군폭포>라 함이 어떨까 싶다. 해죽생각에...

대둔산 승전탑을 지나면서 잘 포장된 길이 정류소까지 이어진다. 길 옆으로 <반딧불이 서식지>라는 푯말이 붙어 있었다. 어린 시절에 시골 어디에서나 깜깜한 밤이 되면 볼 수 있던 곤충인데, 이제는 보호구역을 따로 정해야 할 만큼 환경오염이 심각하다니...

(14:30) 버스 도착.
궂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산행에 참가하신 회원님들 감사합니다. 다음달에 다시 뵐 때까지 건강 챙기세요.

[PK산장]

해죽님!후기잘읽고 갑니다.항상 즐산하시고 건강하십시요.

[백합]

해죽님 산행 후기 올려 주셨어 넘 고마워요 다음 산행 후기도 부탁 할게요 아마 이 날 해죽님은 "정선녀"라고 했는데...... 선녀폭포랑 해죽님은 닮았어요 ㅎㅎㅎㅎㅎ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