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록도에 봉사를 갈 준비는 착착 진행되고 있었다. 자선음악회도 성황리에 끝나서 경비도 마련되었고, 물품들도 차근차근 마련되고 있었다. 문제는 봉사자와 차량이었다. 30명만 참석해도 될 것 같다는 생각에 봉사자를 모집했는데 반응이 별로 없다. 기도할 수밖에 없었고, 봉사 가는 날이 가까워오자 참석자가 늘어난다. 하루를 앞두고 갑자기 늘어난 봉사자는 65명이라는 대규모 봉사단이 모집되었다. 짐이 많아 용달을 빌려야 하는데 마땅치 않다. 결국 렌트를 하려고 마음에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출발 당일 주일 대예배 후 교회 식당에서 식사를 하다가 아주 자연스럽게 용달을 빌릴 수 있었다. 맥가이버한님이 동참을 함으로 인해 운전사도 추가로 섭외되고 자연스럽게 준비가 이루어진다. 사람은 고민하고 걱정을 하지만 주님이 함께 하시니 모든 것이 해결되어 버린다.
용달 두 대에 가득 짐을 싣고 오후에 먼저 출발하시는 맥가이버한님 일행. 이제 우리는 나머지 짐들을 각자의 차에 골고루 나눠 싣고 출발하면 된다. 1차 집결지는 화성에 있는 자오쉼터이기에 봉사자들이 집결을 한다. 10월 31일 밤 11시 30분에 기도를 한 후에 출발. 차량들이 비상등을 깜박이며 소록도를 향해 달려간다. 밤길을 7시간동안 달려서 가야하는 소록도 봉사는 도로에서 은혜를 다 받는다. 차량이 총 13대인데 모두 교대할 운전사가 없기에 중노동이 될 수도 있다. 그런데도 한 사람도 졸지 않고 피곤함도 잊어버리고 감사함으로 소록도를 향해 달려간다. 아침이 밝아올 무렵에 소록도가 눈앞에 보이는 녹동항에 도착을 한다. 눈에 보이는 작은 섬이 소록도라고 말해 주니 믿지 못하겠다는 표정들이다. 그러나 잠시 후 소록도에 도착하면 그들은 알 것이다. 이렇게 아름답고 멋진 곳을 아침 일찍부터 구경할 수 있음이 얼마나 감사한 것인가를...
이른 아침에 소록도를 바라보며 트럼펫 연주를 하게 했다. 이번 소록도 봉사 때 트럼펫 연주로 어르신들을 즐겁게 해 드리겠다며 엄마와 함께 온 초등학교 6학년생인 박한결 학생의 눈물나게 아름다운 트럼펫 연주를 들었다. 세상의 아침을 깨우는 소리다. 차와 사람을 싣고 소록도 선착장까지 들어갈 도양호는 아직 닷줄을 풀지 않고 있는데, 트럼펫 연주가 도양호를 깨운다. 이른 아침에 바다 건너에 있는 작은 사슴 닮은 섬 소록도를 바라보며 들려주는 트럼펫 연주는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연주가 끝나자 주변에 있던 봉사자들 모두가 박수와 환호성으로 화답을 해 준다. 오늘 봉사가 은혜롭게 끝날 것 같은 기분 좋은 느낌이다. 기분 좋은 느낌으로 하루를 시작할 수 있으니 얼마나 감사한가.
소록도에 도착하여 관리소에 인원보고와 차량보고 등 간단한 수속을 한다. 아름다운 경관을 보면서 동성교회에 도착을 한다. 트럭과 짐 실은 차만 교회로 오게 하고 나머지는 마을에 세워 놓도록 한다. 예배당에 모이게 하여 간단한 도착예배를 드린다. 정승훈 목사님의 인도로 최대진 장로님의 기도와 함께 감사함으로 예배를 드린다. 아침은 라면으로 간단하게 해결하고 본격적인 음식 준비를 한다. 아내는 출발 전에 집에서 미리 김치를 담궈 왔는데 도시락에 담을 김치를 미리 비닐봉지에 담도록 한다. 일거리가 없어 심심하다던 봉사자들이 본격적으로 작업에 들어가니 놀라기 시작한다. 도시락 720개를 싸는데 9가지 반찬에, 과일과 음료수 캔, 그리고 밥을 도시락에 담아 비닐 봉투에 담는 작업을 해야 하는데 쉽지 않는 작업이 시작된다. 소록도 봉사에 중독이 되어 버렸다는 세윤님, 처음 참석하지만 열심히 하겠다던 윤숙님, 공연을 해 드리기 위해 참석한 전민수, 박해숙, 김선희 찬양사역자들도 정말 열심히 수고를 해 주고 있다. 참석한 봉사자들 모두가 각자의 자리에서 열심히 수고를 해 주고 있었지만 이분들은 더 열심히 수고를 하고 있음이 눈에 보인다. 부지런히 전을 부치고, 나물도 만들고, 반찬들을 만들기 시작하는 여성 봉사자들, 그 반찬들을 포장 작업하는 남성 봉사자들, 생전 처음 해보는 작업이라며 좋아하시는 목사님들의 모습도 보기 좋다. 이번 봉사에는 목사님들도 9명이나 참석을 했다. 주방에서 예배당에서 각자의 자리에서 열심히 수고하는 봉사자들의 모습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잠시 시간을 내어 소록도 명물 중앙공원을 견학시켜 드린다.
이런 감동 처음이었다. --- 2
처음 계획은 한 장소를 정해 놓고 음식을 차려서 어르신들을 모셔와 식사를 하게하고, 공연도 하기로 했는데 계획에 차질이 생겼다. 몸이 불편하셔서 잔치 장소에 나오기 힘든 어르신들이 200여분 정도 된다고 한다. 그래서 몸이 불편하여 이동을 할 수 없는 분들을 위해 도시락을 준비하기로 했는데, 이왕 준비하는 일이니 전체 주민들께 나누어 드리도록 하자는 의견을 참조하기로 했다. 물품을 준비할 때도 갑절 이상을 준비했었다. 열심히 수고하고 있는 봉사자들을 카메라에 담고 있는데 아내가 면담을 신청한다. 저녁 식사 시간에 맞출 수 있도록 하자는 아내의 의견이 옳다 생각되어 작업을 서두르게 한다. 하늘에서는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한다. 하루 종일 쉬지도 않고 서두른 덕분에 따뜻한 음식을 소록도 주민들께 대접할 수 있었다.
통일동산교회 황상도 목사님의 눈에 강대상 뒤에 걸려있는 휘장이 눈에 보였다. 세탁을 한지 오래되어 보기가 민망하다. 이런 저런 의견이 나오고 그랬는데... 그때 같은 교회 석순녀 집사님을 찾으신다. 알고 보니 집사님의 전직이 실내장식과 연관되어 있었다. 가서 휘장을 보시더니 "새로 제작할 필요는 없고 세탁하여 다시 설치하면 된다"고 하신다. 세탁기에 잘 빨아 오시더니 이곳저곳을 만지며 아름답게 작품을 만들어 가고 있다. 남편 집사님과 제부까지 부르더니 휘장을 설치하게 하신다. 그러고 보니 통일동산교회 목사님부터 사모님, 집사님들까지 알짜배기 일꾼들이었다. 올 여름 봉사때는 구경꾼처럼 보였는데 이번 봉사 때는 새로운 논밭을 구입한 농군처럼 기쁨으로 봉사하는 모습들이 얼마나 보기 좋던지... 고맙고 감사할 따름이다.
이제 내일 효도잔치를 위해 준비를 해야 한다. 그런데 빗줄기가 굵어지며 우리들의 마음도 불안해지기 시작한다. 일기예보에는 1일 오후부터 2일까지 비가 내리겠다고 했었다. 지인들께 전화하여 비구름을 다른 곳으로 돌리게 해 달라고 기도하자며 중보기도를 부탁했다. 더불어 봉사자들도 기도한다. 마을로 내려가 자치회(소록도 주민 스스로 만들어 소록도의 크고 작은 일들을 관리하는 곳) 어르신들과 상의를 했다. 만약 비가 내려서 마당에서 잔치를 할 수 없을 때는 중앙리에 있는 실내 공간에서 하기로 했다. 한꺼번에 200분 정도는 감당해 낼 수 있는 공간이란다. 이제 비가 내려도 감사하고, 비가 내리지 않아도 감사하다. 봉사자들도 저녁을 먹는다. 원래는 예배당 앞마당에서 삼겹살을 궈 먹기로 했는데 비가 많이 내려서 제육볶음으로 변해 버렸다. 그래도 맛있게 먹는 봉사자들이다. 식사를 마치고 몇가지 반찬을 더 만들어 놓고 일찍 잠자리에 들도록 했다. 평상시 봉사 때는 잠을 재우지 않고 철야기도회를 했는데 이번 일정에는 철야 기도회까지 한다면 모두 지쳐 버릴 것 같아서 개인시간을 주면서 알아서 하시라고 했다.
졸음의 힘이 너무 강하다. 눈꺼풀이 이렇게 무거웠었나 하는 생각도 든다. 예배당에서 목사님들과 정담을 나누다가 숙소에 들어가 자리에 누웠다. 부엌에는 아내와 미룡간사를 비롯해 여성 봉사자들이 내일 효도잔치 준비를 하고 있는 소리가 들린다. '맥가이버 한'이라는 닉네임을 가지고 있는 김승한 집사님이 이번 봉사의 히로인이었다. 전기 공사부터 주방에서 하는 모든 음식까지 여자분들이 놀랄 정도로 잘하신다. 만능이다. 출발할 때 짐을 가득 실은 트럭 두 대를 인솔하여 미리 가시더니 철수할 때까지 확실하게 정리를 하셨다. 부엌에서는 맥가이버 한님을 칭찬하는 소리가 들려온다. 귀한 동역자를 보내주신 하나님께 감사를 드린다. 이야기 소리를 들으며 잠이 들었다. 눈을 떴다. 시계를 보니 금방 자정을 넘긴 시계바늘이 보인다. 벌떡 일어나 창밖을 본다. 비가……. 비가 그쳤다. 밖으로 나갔다. 하늘을 보니 그 많이 내리던 비가 언제 내렸느냐는 듯이 하늘에는 달님이 방긋 웃고 있다. 우리의 처지를 아시고 우리의 기도를 들어 주신 하나님께 감사를 드렸다. 이제야 단잠을 잘 수 있겠다.
새벽 3시 20분, 아내와 미룡간사가 봉사자들을 깨우고 있다. 새벽예배에 참석해야 하기 때문이다. 소록도에는 새벽 4시에 예배가 시작된다. 어르신들은 새벽 2시부터 나와서 기도를 드리고 계신다. 소록도에서 드리는 새벽예배는 언제나 은혜였다. 10년 동안 1년에 4번씩 방문하여 봉사하며, 어르신들과 드리는 새벽예배는 감동의 물결이었다. 소록도 시무 장로인 강대시 장로님의 사회로 강릉에서 오신 김호진 집사님이 기도를 하시고, 서울에서 오신 김영곤 목사님이 말씀을 전하신다. 남자 봉사자들 모두가 앞에 나와 찬송가 241장으로 특송을 했다. 참으로 은혜다. 광고시간을 이용해 이번 소록도 봉사에 대하여 짧은 간증을 했다. 자선음악회를 통해 1천만 원의 선교비를 모아서 소록도에 700만원, 자오쉼터에 300만원을 배당하게 되었다고 말씀을 드린다. 난방비와 교회 수리비를 합하여 300만원을 전해 드린다. 주는 이도 감사하고 받는 이도 감사할 따름이다. 그 크신 하나님의 사랑을 어찌 다 말로 표현할 수 있겠는가……. 소록도 효도잔치를 준비하다보니 예상금액보다 100만원이 더 들었는데, 통일동산교회와 은행교회, 김영곤 목사님, 정승훈 목사님을 통하여 채워주신다. 고맙고 감사하다.
이런 감동 처음이었다. --- 3
아침을 먹고 효도잔치 준비를 한다. 뮤지컬 팀도 녹동에 도착하여 휴식을 취하고 있는데 9시까지 소록도에 들어오겠단다. 미룡간사와 김호진 집사와 문성훈 집사님은 녹동에 떡을 찾으러 나갔다. 아침 8시에 병원 심방을 갔다. 목사님들과 병원에 가서 투병 생활을 하고 있는 한센병자들께 위로를 드리고 싶은 분들을 인솔하여 다녀왔다. 오로지 감사, 감사만 나오는 병원 심방이었다. 심방을 마치고 일부는 행사장으로 물품들을 나르고, 나와 장영섭 목사님, 김선희 전도사님은 선착장으로 뮤지컬 공연 팀을 마중 나갔다. 그들과 반가운 만남을 가진 후 안내소에 다시 인원 보고와 입도 신청을 했다. 행사장에 공연 팀을 안내해 드리고 다시 동성교회로 온다. 일사분란하게 행사 준비를 하고 있는 봉사자들의 얼굴에는 모두가 환한 웃음이 피어나고 있었다. 서로의 얼굴만 바라봐도 은혜가 된다. 감사하다. 각자의 소지품을 각자 타고 갈 차량에 옮겨 놓도록 했다. 행사를 마치고 집으로 올라가는 시간을 절약하기 위함이다.
행사장에 내려가 보니 무대에는 공연 팀이 세팅을 하느라 분주하고, 식사 봉사조들은 식탁을 차리고 공연석을 만들고, 음식을 접시에 담느라 분주하다. 그렇게 많아 보이던 봉사자들이 부족해 보인다. 하나 둘 어르신들이 행사장에 모이기 시작한다. 아침을 일찍 잡수기 때문에 점심도 일찍 잡수신다. 사회를 보실 정승훈 목사님께 행사를 시작하게 한다. 사회자의 시작 멘트에 이어서 황상도 목사님의 기도가 끝나자 식사가 시작된다. 총책임을 맡고 있는 사람이라 인사말도 드린다. 모든게 감사의 조건이다.
공연의 시작을 알리는 트럼펫 연주가 박한결 학생의 입술을 통하여 시작된다. 한 형제인 박세혁군의 마술이 이어진다. 어?어?하는 사이에 현란한 마술이 이어지고 박수가 터져 나온다. 아직 어리지만 소록도 어르신들을 위해 열심히 연습했다는 그들을 보며 앞으로 귀하게 쓰임 받을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전민수, 박해숙 찬양사역자의 아름답고 가슴 뭉클한 찬양이 끝나자 잠시 공백이 생긴다. 석순녀 집사님을 찾아 즉석 찬양을 부탁한다. 색소폰 연주자의 연주에 맞춰 찬양을 해 주는 집사님의 순종하는 모습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이어서 김선희 찬양사역자의 찬양과 뮤지컬 팀을 소개하며 이어지는 색소폰 연주와 아름다운 찬양이 시작된다. 관중석도 어르신들로 자리가 채워진다. 흥겨운 색소폰 연주에 흥에 겨워 어깨춤을 덩실덩실 추시는 어르신들, 손가락은 보이지 않는 손으로 박수를 치시는 어르신들, 그냥 좋아서 눈물만 흘리시는 어르신들... 이 모습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함께 눈물을 흘린다. 감사하다. 식탁에는 여전히 새로운 어르신들께 식사를 대접하고 있는 봉사자들의 수고가 감사하다.
뮤지컬이 시작된다. 30여분 이어지는 뮤지컬이지만 모두가 시선집중이다. 감동, 감동... 이런 감동 처음 경험했다. 뮤지컬 공연을 보다가 안양 교도소에 수감되어 있는 재소자들께 꼭 보여 주고 싶은 마음에 뮤지컬 총책임자인 조항곤 선교사님께 교도소 공연을 부탁한다. 흔쾌히 승락을 받으며 기쁜 마음으로 공연 모습을 카메라에 담는다. 농구선수 강동희를 닮은 분이 무대에 오른다. 안양시립합창단에서 테너로 열심을 내고 있는 집사님이다. 청중을 압도하는 가슴 깊은 곳에서 우러나오는 찬양은 숨을 멈추게 한다. 저렇게 잘하는 분도 있었나 하는 생각을 하게한다. 공연도 서서히 막을 내린다. 봉사자들 모두가 무대 앞으로 나와서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을 부르며 함께 축복을 해 드린다. 감동의 물결은 여전히 흐르고 있다. 사회를 보시는 정승훈 목사님의 마지막 멘트를 끝으로 무대는 정리되고, 봉사자들과 공연팀들도 식사를 한다. 서로가 서로를 격려하며 칭찬해 주는 모습들이 참 보기 좋다.
식사를 마치고 행사장 정리를 깔끔하게 한 다음, 다시 동성교회에 올라가서 마지막 정리를 하는 모습을 본다. 가장 힘든 자리에는 여전히 맥가이버 한님이 계신다. 소록도에서 철수를 하면서 소록도 일주를 하며 설명을 해 드렸다. 선착장에 먼저 나간 봉사자들이 전화를 해 주신다. 배가 도착했단다. 서둘러 선착장으로 이동을 한다. 선착장에 도착하니 배는 10미터 정도 바다위로 멀어지고 있었다. 다음 배를 타야한다. 잠시 시간의 여유가 생겼다. 차에서 내린 봉사자들의 밝은 얼굴들이 보기 좋다. 다시 배가 도착했다. "이제부터 각자 출발합시다. 정말 수고 많으셨습니다. 모두 화이팅!!!" 이렇게 하여 이번 소록도 봉사는 막을 내렸다. 이제 신정 때 내려와 떡국을 끓여 대접하며 1년을 설계하며 기도할 준비를 시작해야겠다. 하나님께 감사를 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