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실과 학원 심야 모의고사반에 등록하고 다닌지 어느덧 2주가 지났다. 학원 모의고사반은 고등학교 때 논술 모의고사처럼 시험을 치르고 나서 다음날 채점 및 첨삭된 답안을 돌려받는 식이었다. 모의고사 진도에 따라서 민사소송법 일독을 마치고 이제 행정법에 들어섰는데...
주관식 모의고사를 치르는 것은 처음이라 부족함이 많을 것이라 예상하고 나름대로 마음의 준비를 갖추어 공부를 했다. 첫 과목은 후사법 중 어렵고 힘들기로 이름난 민사소송법이었는데, 역시 처음 며칠은 쉽지 않았다. 내게 중요한 것은 답안 작성 훈련과 시간 관리 및 내용의 습득이라 생각했기에 점수에는 별 관심이 없어서 점수가 낮다고 하여 신경이 쓰이지는 않았지만(생각보다 괜찮은 점수가 나와도 마찬가지), 막상 문제지를 받아들었을 때 도무지 뭘 묻는 문제인지 어떤 내용을 쓰라는 문제인지 논점을 추출할 수 없거나 막연하게 짐작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 나를 힘들게 했다.
그렇지만 기본서를 꼼꼼하게 읽고 더 이상 나중은 없다는 생각으로 두문자까지 만들어가며 암기에 신경을 쓰면서 상황은 조금씩 나아졌다. 적어도 문제의 내용과 의도는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게 되었고(문제가 특별히 쉬운 편이었다면 유구무언...), 또 답안에 쓸 내용이든 아니든 민사소송법에 관한 지식의 수준과 양이 제법 늘어나고 조금은 그 체계가 잡혔다는 것을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 다만 제한 시간을 늘 15분 정도 넉넉하게 넘기는 잘못만은 쉽게 교정되지 않았다. 필기에 소요되는 시간은 줄이기 어려움을 고려하면 문제 파악 및 개요 작성에 소요되는 시간을 줄이는 것이 급선무이고(본말이 전도된 것이라는 느낌이 들겠지만), 그러자면 교과서의 내용을 완벽히 체득하여 기계적으로 답안에 풀어내야 한다는 결론에 동조할 수밖에 없었다. 결국은 공부를 열심히 해야한다는 일반론으로 수렴...
어쨌든 민사소송법 공부를 하면서는 스스로의 집중력에 대한 믿음과 그에 기인한 자신감이 생겨 나름의 여유가 있었다. 같이 독서실에 다니는 친구가 나를 두고 그렇게 공부를 안 했고 이제 시간도 얼마 남지 않았는데 어찌 그리 느긋할 수가 있느냐며 도대체 제정신인지 의심스럽다고 평할 정도였다. 하지만 행정법 모의고사가 시작되는 날 동생이 외박을 나오면서 그 핑계로 주말에 대책없이 놀아버렸더니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진도가 밀려버렸고, 집중력과 자신감은 공허한 사상누각이 되었으며, 남은 것은 행정법에 대한 불평과 불만뿐이었다. 행정법 교과서를 많이 보지는 않았지만 대체로 교과서의 내용이 빈약하다는 둥, 다른 법들에 비해 정치한 맛이 떨어진다는 둥, 단일 법전조차 없고 이것저것 잡다한 관련법들이 많아 마치 누더기같다는 둥... 그렇지만, 그래도 행정법은 엄연히 2차 시험 과목 중 하나다. OTL
다시금 현재 스스로의 객관적인 위치를 확인함으로써 마음을 다잡을 필요가 있다. 기본 3법 실력은 동차생들보다 떨어지고 후사법 실력은 재시생들보다 떨어지는 사이비 고시생이라는 사실...
첫댓글 명재말로는 막판 넉달동안 죽어라 하면 된다는데...가끔 명재랑 통화도 하고 그래라~~^^ 화이팅이닷!!
공부량은 1/3, 성과는 1, 자신감은 3배. ㅋ
입시 2차 3일 보고 나서 느낀 것은, 닥치면 다 쓰게 되더라는 것입니다. 12면의 시험답안지를 두 시간 내에 다 쓸 수 있을지는 저도 몰랐습니다. 100점 75점을 전혀 기억이 안 나오는 상황에서도 창조적 작문능력으로 글을 만들어 내는 저를 보면서 놀랐답니다. 닥치면 합니다. 화이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