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4년 8월 12일 화요일, 비.
늦잠을 잤다. 눈을 뜨니 오전 6시다. 헐레벌떡 일어나 짐을 쌌다. 체크아웃하고 밑에 식당에서 아침용으로 만두를 사서 가방에 넣었다. 비가 내린다. 주룩주룩 내린다. 비가 내려도 구채구를 구경하려는 관광객들은 몰려간다. 우산을 쓰고 가니 더욱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우비를 팔러 나온 사람도 많다. 우비에 장화까지 등장했다. 징화도 아닌 것이 발목에서 늘어지는 비닐이다. 전쟁을 치르는 기분이다. 우리도 서둘러 우산들을 피해가며 걸어간다. 7시가 조금 넘어 버스 정류장에 도착했다. 우리 차를 찾아서 올라타니 맘이 놓인다. 7시 20분에 차는 출발했다. 비가 내리는 바깥 풍경을 보니 기분이 좋다. 차는 낯익은 길을 달린다. 아침을 차에서 해결했다. 만두가 맛있다. 이어서 과자도 먹고, 사과도 먹고, 복숭아도 먹었다. 차는 두 시간마다 한 번씩 서는 것 같다. 휴게소에 들렀다. 내려서 바깥 공기를 마신다. 비를 피해 휴게소 건물 처마 아래 선다. 차는 또 달려간다. 이제는 계속 내려가는 길이다. 흑수 98km, 무현 28km라는 이정표가 보인다. 시계를 보니 12시 53분에 무현에 도착했다. 주변을 둘러보니 계곡에 흐르는 급류와 구름에 가려진 수직으로 솟은 산이다. 도로도 험하다. 돌이 많아 집도 돌집이다. 비도 이제 오락가락 한다. 세 번째 휴게소다. 척박한 산계, 무너져 내릴 것 같은 자갈들, 저항할 수 없는 대자연의 힘이 느껴진다. 구채구 갈 때 보았던 첩계해자는 지났다. 해발 2258m이다. 불안해 보이는 산새다. 다시 차를 탄다. 비 오는 와중에 중국 여행객들과 스페인 팀 7명은 음식을 먹는다고 아우성이다. 중국 배낭여행은 전쟁 같다. 차는 종일 달려도 끝이 없이 이어지는 협곡이다. 땅 덩어리가 정말 엄청 넓다. 네 번째 휴게소인 문천에 도착했다. 흐린 날씨에 원색의 모자들이 빛이 난다. 시계탑은 오후 2시 30분을 가리킨다. 복숭아가 많이 보인다. 도로변의 식당에는 주로 메기 그림이 크게 그려져 있다. 메기 매운탕이 유명한 것 같다. 문천은 강 족들이 사는 곳이다. 강 족은 중국의 56개 민족 중 가장 오래된 민족 중 하나로 돌로 만든 성채를 짓고 살아가는 소수민족이다. 특히 강 족의 집거촌인 나복채촌은 5,000년 전에 이곳에 터를 잡고 도읍을 세웠다고 한다. 강 족이란 이름은 한나라 때부터 계속 사용되어 왔으며 강(羌)자는 고대 중국의 갑골문자에서 유래한다. 양(羊)자에 사람 人, 즉 양을 기르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강족의 모든 집들은 지붕이 경사로와 이어져 집과 집이 서로 연결되어있다. 마치 미로 같다. 그리고 높은 민산 산맥의 고봉준령과 마을 입구에 흐르는 민강은 적의 침투를 막아주는 역할을 한다. 천혜의 자연 요새가 된다. 또한 외적의 침입을 살피던 강 족 석조 망루인 조루(방어를 겸한 망루)는 하늘을 향해 쭉 뻗어 올라간, 세계 건축 사상 유래를 찾아볼 수 없는 건축물이다. 그래서 중국 건축의 살아있는 화석으로 불린다. 강 족 마을 풍경이 인상적이다. 보루는 강 족 내부와 강 족과 기타 민족 사이에 발생했던 분쟁의 역사적 산물이다. 보루는 일반적으로 중요한 길목이나 산등성이 또는 마을 한 복판에 세워진다. 강 족 노인들은 보루는 외래 침략이나 무장분쟁을 방어하고 적정을 살피며 작전을 지휘하기 위한 목적으로 생겨난 것이라고 한다. 지극히 불규칙적인 잡 돌을 높이 쌓아 올리는 보루 공사는 석회 대신 진흙을 접착제로 사용한다. 시공난이도가 매우 높다. 그러나 강 족은 보루를 곧고 매끈하며 높이가 30여 m에 달하는 돌 벽을 쉽게 쌓아 올린다. 백여 년 세월의 풍파와 지진, 총탄의 세례에도 끄떡없다. 이는 소수민족 건축 예술의 기적이다. 성도에서 120km 떨어져 있다. 사천성 대지진의 진앙으로서, 2008년 5월 12일 오후 2시 28분, 리히터 규모 7.8의 강진이 일어나 인적 물적 수많은 피해를 당한 곳이다. 문천부터 고속도로가 이어진다. 그래도 협곡이다. 강폭도 넓어진다. 멋진 돌집이 보인다. 층계도 돌이다. 동상도 돌로 만들어져 있다. 산양 형상이 돌 건물 벽에 보인다. 차 안에 둔 페트병은 쪼그라들었다. 구채구를 갈때는 과자 봉지가 터질 것 같이 부풀었다. 문천 시내에 거대한 동상이 보인다. 대우(大禹), 우 임금이다. 모자를 쓰고 지푸라기 망토 초롱이를 어깨에 두르고 오른 손에 큰 2지창을 들었다. 치수 사업으로 도강원 댐을 만들고 민강의 홍수를 막았다. 중국인들의 4가지 소원이 있다. 1. 중국의 모든 요리를 먹어 보는 것. 2. 중국의 모든 명승지를 돌아보는 것. 3. 중국의 모든 글자를 모두 익히는 것. 4. 중국의 모든 역사를 배우는 것이라는 글이 생각난다. 대우는 곤의 아들로 치수에 공적이 많다. 순임금으로부터 천자의 자리를 물려받아 하 나라를 세웠으며 고대 중국의 하 왕조의 시조로 일컬어지는 인물이다. 사실 하 나라는 전설상의 왕조다. 중국 역사서에 의하면 중국에서 가장 오래된 왕조는 하, 상, 주나라다. 이중 최후에 속하는 주나라의 실체는 일찍이 밝혀졌다. 상나라도 1899년 안향현 소둔촌에서 은허유적지가 발굴됨으로서 상나라가 실제로 존재 했다는 것이 입증 되었다. 하지만 하나라는 아직까지도 수수께끼로 남아 있다. 9시간이 걸려 성도에 들어섰다. 차점자 버스 정류장을 지난다. 이곳에서 도강언으로 가는 버스가 있다. 이 버스정류장에서도 구채구를 가는 버스가 있다고 들었다. 우리는 신남문 버스터미널에서 내렸다. 숙소는 버스터미널 바로 옆에 있다. 제일 큰 호텔에 묵게 되었다. 여행자 비즈니스 호텔이다. 빅 베드는 189위안, 트윈은 213위안이다. 아침 식권 4장을 준다. 직원이 친절하다. 이제 여행의 끝점이다. 빨래를 하고 아내와 옆에 있는 재래시장에 가서 망고, 배, 호두를 샀다. 호두는 이제 갓 출하된 싱싱한 마르지 않은 것이다. 배가 출출하다. DACOS에 들어가 밥과 치킨을 주문해 먹었다. 주변을 걷다가 아내가 붉은 잡채 면이 먹고 싶다고 해서 식당 그림을 보고 한문으로 메뉴 이름을 적었다. 중국말로 어떻게 읽는지 모른다. 한문으로 적어 음식을 사 먹는 것도 먹는 만큼 재미있다. 현택이와 문자로 통화를 했다. 내일 춘시 역 12시, D출구에서 만나기로 했다. 아내가 깎아주는 망고로 밤을 채우고 배를 채웠다. 기분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