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네이버 블로그에 올린 건데, 링크만 걸기 뭣하여 다시 올립니다.
(개인 블로그에 올린 글이라 존대어를 쓰지 않은 점 양해를 바랍니다.)
일요일이지만 일이 있어 회사에 잠깐 다녀왔다.
오늘 북경은 땡볕이다. 오는 길에 집 근처 노점 과일상에서 수박 반쪽을 사왔다.
크기에 따라 가격이 다르긴 하지만 대개 10~15위엔 선이다.
원래는 날씨가 더워 집에 오자마자 수박을 잘라 먹으려 했는데, 생각이 바뀌었다.
집은 선선했다. 게다가 에어컨까지 켜니 더위는 금새 잊었다. 늘 그렇듯 차 한 잔 우리고 싶었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1935A54B5027969631)
무량산 교목청병을 꺼냈다.
포장지 맨위에 운남무량산교목청병(雲南無量山喬木靑餠)이라고 씌어 있고,
왼쪽엔 정해년(丁亥年) 이른 봄(早春)이라고 적혀 있다.
중량은 400그램이고, 아래엔 차를 만든 곳 이름인데,
남간현봉황차업유한책임공사출품(南澗縣鳳凰茶業有限責任公司出品)이라고 적혀 있다.
한가운데에 초의다실(草衣茶室) 도장이 크게 찍혀 있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1142834B5027969F1F)
생산일은 2007년 3월 29일.
만든 지 벌써 5년이 넘었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1938DE4B502796A92C)
이미 갈색으로 많이 변해 있다.
보이차는 후발효차이기 때문에, 보관하면서 맛이 서서히 익어간다.
보이차를 많이 마셔본 분들에 의하면, 약 5년까지 맛이 많이 변하지만
5년이 지나면 급격한 변화가 없다고 한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1544504B502796B220)
잘 생겼다. 긴압(緊壓)이 잘 되어 있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1639EE4B502796BF2D)
내비(찻잎에 묻어둔 상표)가 묻혀 있다. 아마 초의다실이라 적혀 있을 것 같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14541D4B502796C708)
차칼이 따로 필요하지 않았다. 손으로 쉽게 뜯을 수 있었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1739434B502796D026)
녹니(綠泥)자사수평호에 찻잎을 대충 덜어 넣었다. 일부러 중량을 따로 재지 않았다.
녹니자사호는 어제 초의다실에서 모셔온 건데, 앞으로 보이생차 전용으로 사용할 생각이다.
지난번에 산 주니자사호는 무이암차 전용으로 쓰고 있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136C2B4C502796D908)
가볍게 세차(洗茶)를 하고,
생차를 진하게 마시는 편이 아니라 첫 탕은 약 10초만 우렸다.
출수(出水)가 참 시원시원하다. 자사호가 참 마음에 든다.
그런데 급한 마음에 거름망 사용하는 것을 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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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볍게 우렸더니 색이 맑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15680C4C502796EB0F)
첫 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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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정말 부드럽다!!!
목 넘김이 산뜻하다. 걸림이 없다.
보이차를 처음 접할 때 이런 차로 맛을 보았다면 보이차에 대한 나의 인식이 아주 크게 바뀌었을 것이다. 내가 처음 접한 보이차 생차는 대형차창에서 병배한(여러 찻잎을 섞어 만든) 대지차였다. 맛은 매우 강했고 쓰고 떫은 맛이 뚜렷했다. 어떤 차는 혀끝이 바싹 타들어간다는 느낌이 들었고, 순간 농약을 의심하였다. 제대로 만든 고수차나 생태차, 교목차를 맛보고 싶었지만 아직 기회가 없었다. 고수차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믿을 만한 대형 브랜드도 없고, 거리의 중국 차상은 믿을 수가 없었다. 지금부터라도 좋은 차를 하나씩 맛볼 수 있다는 건 참 큰 행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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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우렸다. 거름망을 사용해 공도배에 따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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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이 참 곱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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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량산 교목청병의 맛과 향을 한 마디로 표현하기는 어렵다.
또한 이 맛이 보이차 최고의 맛이라고 할 수도 없다.
맛은 어디까지나 상대적이고, 서로 다른 개성을 가진 수많은 보이차가 있기 때문이다.
무량산 교목청병은 부드러운 맛을 선호하는 다인(茶人)에게 딱 좋은 차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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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이 청병은 자경차를 원료로 만들었다.자경(紫莖)이란 붉은 빛 줄기라는 뜻이다. 엽저를 보니 붉은 빛 줄기의 찻잎이 꽤 있었다. 제다과정에서 산화했다면 찻잎 가장자리도 함께 붉게 변해야하는데, 유독 줄기만 붉은 빛이 도는 걸 보면, 자경차가 맞다.
오늘 맛본 무량산 교목청병의 부드러운 맛이 무량산 보이차의 특징인지 자경차 고유의 특징인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그게 무엇이든 무량산 교목청병은 내가 보이차에 대해 본격적으로 관심을 갖도록 만든 나의 첫 보이차라는 사실이다. 이제 천천히 보이차의 세계로 들어가볼까 한다.
첫댓글 간결하면서도 깔끔한 글속에서
무량산 자경차의 난향이 함께
피어나는 듯 합니다.
향이 높고 맑으며 시원하고 순후하며
단맛이 깊게 다가와 회감이 참 오래 가는
맛있는 차로 기억에 남습니다.
如一님의 시음후기를 대하면서 내일 다시 맛을 봐야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즐거운 차생활 이어지시기를...
저 역시 사진만 보아도 다시 침샘이 자극됩니다. 밤이라 참고 있습니다. 큰 부담 없는 무이암차 한 잔 우렸습니다 ^^
여일님 참 부지런하십니다.^^
여일님은 최근에 북경에서 인연이 되어 두번째 함께 차를 나누었습니다.
차에 대한 관심이 각별하고 차를 바라보는 시각이 바르고 또한 품평 감각도 좋은 분이라
함께 차를 나누며 탁마한다면 좋은 차벗이 될 것 같습니다.
품차후기 감사합니다. _()_
차는 친구와 같아서 새 친구를 맞이하니 절로 기분이 좋아집니다. 좋은 차 만나게 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시음기 잘 보았습니다~
무량산차 역시 부드러움과 회감이 선명한 것 같습니다~~~
제가 아직 아는 게 너무나 없지만, 살짝 단맛이 돌며 목넘김이 부드럽다는 것은 단번에 느낄 수 있었습니다^^
아~ 이 차는 저도 잘 마시고 있는 차네요^^ (여기에 초의다실 감야님..여일님..다 계시네요..ㅎㅎ)
서울님 반갑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