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위에서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것은 슬랩(slab)과 페이스(face)다. 슬랩은 30˚∼75˚정도 경사를 이룬 넓고 편평한 바위를 말하며 이런 뜻을 가진 우리말로는 ‘비탈'과 같은 뜻의‘비알' 이 있는데, 예사로 많이 부르고 있는 산비탈과 같은 뜻인 비탈로 정했다.
페이스 ☞ 민탈
페이스는 슬랩보다 경사가 더 급한 곳으로 발보다는 손 힘으로 많이 매달려 오르는 낭떠러지를 말한다. 페이스를 나타내는 우리말에는 가파른 비탈을 뜻하는 ‘된비알'이나, 제주도 토박이말로 돌이 절벽처럼 쌓인 곳이라는 ‘벡케', 낭떠러지라는 뜻의 ‘민탈'이 있다. 슬랩의 ‘비탈'과 어미가 비슷한 민탈이 페이스를 나타내는 데 가장 알맞다.
크랙 ☞ 틈새
크랙(crack)이란 바위에서 갈라진 틈을 말하는 것으로, 이와 비슷한 우리말에는 사춤(담이나 벽의 갈라진 틈), 진집(물건에 가느다랗게 벌어진 틈), 틈새기(아주 좁은 틈 부분), 틈새(벌어져 생긴 틈 사이), 돌 짬(갈라진 돌 틈)들이 있는데 가장 알맞은 말로 틈새로 부르기로 정했다.
틈새는 크기에 따라 핑거 크랙(finger crack), 핸드 크랙(hand crack), 휘스트 크랙(fist crack), 오프 위드 크랙(off_width crack)으로 나누는데, 이것들을 손가락 틈새, 손 틈새, 주먹 틈새, 어깨 틈새로 하고, 틈새가 가는 것은 손가락을 기준으로 하여 반 마디 틈새와 한 마디 틈새로 부르기로 했다.
틈새는 또한 그 모양새에 따라 라이트 페이싱 코너(right facing corner)와 레프트 페이싱 코너(left facing corner), 스트레이트 인 코너(straight in corner)로 부르기도 하는데, 각각 왼 틈새, 오른 틈새, 곧은 틈새로 부르고, 끼우기가 어려운 가는 틈새는 실 틈새로, 꽉 막혀 있는 틈새는 벙어리 틈새로 바꿨다.
침니 ☞ 굴뚝
침니(chimney)는 원래 굴뚝을 뜻한다. 서양 굴뚝에는 산타클로스나 굴뚝 청소부가 드나들 수 있을 만큼 넓은 것이 있어서 사람들이 오르내리는 것을 보고 모양이 비슷하다 하여 그렇게 불렀지만, 그런 큰 굴뚝이 없는 우리에게는 서양식 말이 생소하게 들린다.
우리 식으로 하자면 굴뚝보다 ‘굴우물'(깊은 우물)이 더 가깝다. 수문출판사에서 펴낸 ☞ 청춘의 샘 ☞ 에서는 ‘곧추선 바위 틈새기'로 쓰고 있다. 광산에서는 굴이라는 뜻의 굿이나 쌤을 써서 ‘곧은 쌤(수직 굴)’, ‘선굿', ‘곧은 굿', ‘수갱'이라고 부른다. 하지만 그 모양을 가장 잘 이해할 수 있는 말은 굴뚝이다.
굴뚝은 넓이에 따라 좁은 굴뚝(squeeze chimney)과 중간 굴뚝(standard chimney), 넓은 굴뚝(bridge or foot_back chimney)으로 나눌 수 있다. 좁은 굴뚝을 오를 때는 한쪽 발을 벽에 나란히 놓고 다른 쪽 발을 직각으로 구부려 처음 발과 반대쪽 벽 사이에 끼워서 버티는 티_바(T_bar)는 발 굽혀 오르기로 부른다.
중간 굴뚝에서는 두 무릎과 등을 써서 양쪽 벽면을 밀면서 오르는 백 앤드 니(back and knee)방법으로 오르는데, 이것을 등 무릎 오르기로 부른다. 조금 넓은 굴뚝에서 발을 곧게 펴서 발과 등의 짝힘을 써서 오르는 백 앤드 풋(back and foot)은 등 발 오르기로 부른다. 넓은 굴뚝에서는 두 손과 두 발을 넓게 벌려서 두 바위면을 벌리면서 오르는데 이런 방법을 스테밍이라 하고 벌려 오르기로 부른다.
디에드르 ☞ 아귀벽
두 바위면이 책을 펼쳐서 세워놓은 것처럼 직각으로 만나는 것을 가리켜 디에드르(diedre)라 한다. 미국에서는 오픈 북(open book)이라고도 하는데, 이런 비슷한 뜻을 담고 있는 우리말에는 ‘아귀', ‘샅[추리]', ‘이면벽', ‘펼친 책' 들이 있다.
샅은 두 다리 사이나 성기라는 뜻이고, 펼친 책은 오픈북을 바로 번역한 말이어서 마땅치 않다. 아귀는 어떤 물건의 갈라진 곳을 말하지만, 정확하게 말하자면 손아귀에서 알 수 있듯이 그 안쪽을 뜻한다. 따라서 디에드르를 아귀벽으로 부르는 것이 좋겠다.
칸테 ☞ 모서리
디에드르와 반대로 생긴 말등 모양의 바위를 칸테(kante)라 한다. 영어로 코너(corner)라고 하는데, 모두 모서리라는 뜻이다. 칸테는 말을 타듯 두 발바닥과 손바닥 또는 허벅지의 마찰력으로 오르지만 단양 사인암처럼 경사가 급해지면 모서리의 각진 부분이나 두 면이 만나는 바위턱을 잡고 오르기도 한다.
오버행 ☞ 하늘벽
바위벽이나 얼음벽에서 수직을 넘는 곳을 가리켜 오버행(overhang)이라 하고 우리말로는 하늘벽이라 한다. 수학에서 본 뜻으로 말하자면 우각에 속하지만 우각벽이라고 불러서 그 뜻을 알아들을 사람은 거의 없을 것 같다.
루프 ☞ 천장
하늘벽이 경사가 더 심해져서 마치 집 천장처럼 하늘을 덮고 있는 바위 모양을 루프(roof)라 한다. ‘천장' 말고 ‘추녀', ‘보꾹', ‘처마'라는 의견도 있지만 그 전부터 쓰고 있던 천장이 그 모양새를 나타내는 데 가장 알맞다고 본다.
리지 ☞ 능선
리지(ridge)의 원 뜻은 지붕 용마루를 말한다. 그것이 산에서 능선을 나타내는 말로 바뀌었는데 우리 나라에서는 암릉 즉 암벽으로 이어진 능선을 가리키는 뜻으로만 쓰고 있다.
리지를 우리말로 바꿔서 ‘바위 등성이', ‘등마루', ‘너설등(바위가 뾰족뾰족한 등성이)', ‘칼날 능선', ‘톱날 능선' 같은 여러 의견이 나왔지만 특별히 바위만으로 이루어진 능선은 바위 능선으로 부르기로 정하고 리지는 원 뜻 그대로 능선으로 쓰기로 했다.
나이프 엣지 ☞ 칼날 능선
바위 능선이나 바위가 칼날같이 생긴 날카로운 바위 능선을 나이프 엣지(knife edge)라 한다. 또 겨울 산에서 볼 수 있는 날카로운 눈 능선도 나이프 엣지 또는 나이프 리지(knife ridge)로 부른다. 그러나 보통 엣지나 리지라 고 하는 것은 바위가 뾰족하게 각이 진 것을 일컫는다. 우리 나라에선 보통 나이프 엣지를 나이프 리지라 부르고 있는데, 이것은 일본 사람들이 만들어낸 일본식 영어로 잘못 쓰고 있는 말이다. 악으로는 칼날 능선으로 썼으면 한다.
립페, 스퍼 ☞ 가지 릉
스퍼(spur)란 경사가 급한 곳에 서 있는 튀어나온 곳이나 가지릉을 뜻한다. 주 능선 그 자체를 가리켜 일컬을 때는 리지 즉, 능선이라고 하는 것이 알맞다.
걸리 ☞ 고랑
걸리(gully)는 지질학상 빗물의 침식작용으로 생긴 골이라는 뜻이다. 이것과 대조되는 것으로 눈이 작용해서 생긴 꿀르와르(couloir)가 있다. 굴뚝보다 넓고 물이 흐르거나 눈, 얼음, 돌로 채워져 있기도 하다. 우리말로 ‘고랑',‘도랑',
‘우곡' 중에서 부르기 가장 좋은 고랑으로 정했다. ☞ 산의 환상 ☞ 에서는 꿀르와르를 ‘빙하 골창'으로 나타내고 있다.
새들 ☞ 고개
봉우리와 봉우리를 잇는 능선 위에 움푹 들어간 곳을 말하고 고개라고 부르고 있다. 불어에서는 콜(col)이라고 부르고 있으며, 영어로는 새들(saddle)로, 그리고 독일어로는자텔(sattel) 이라고 한다.
부쉬 ☞ 덤불숲
부쉬(bush)란 관목이나 덤불지대, 수풀을 뜻한다. 백패킹에서는 관목, 덤불숲을 헤치며 자연과 가까워진다는 뜻에서 그렇게 곤란한 것으로 여기지 않지만 바위를 오를 때는 부시를 장애물로 보아 힘이 빠지는, 그다지 반갑지 않은 것으로 여기고 있다. 덤불숲으로 쓴다.
밴드 ☞ 바위띠
바위를 가로지르고 있는 선반 모양으로 생긴 바위띠를 밴드(band)라고 한다. 보통 바위띠는 바위 모양이나 색깔이 다르고 대개 불룩 튀어나와 있어 바윗길을 만들어 주기도 한다. 옆으로 비스듬하게 경사져 있기도 하고 움푹 들어간 곳이 잇달아 이어져 있기도 하다. 이것을 따라서 옆으로 옮겨가는 것을 가리켜 밴드 트래버스라 하고, 바위띠 가로지르기로 고쳐 부를 수 있다.
플레이크 ☞ 덧바위
바위 한 부분이 물고기 비늘이나 기왓장 같이 얇게 덧붙어있는 바위를 플레이크(flake)라 하는데, 덧붙어 있는 바위라는 뜻으로 덧바위로 부른다. 생긴 모양에 따라 확보지점, 손잡이, 발디딤으로 쓸 수 있다. 그러나 풍화가 심한 곳은 바위가 부스러지거나 떨어져 나가니까 조심해야 한다.
보울더 ☞ 큰바위 덩어리
보울더(boulder)는 원래 빙하의 퇴석이나 강이 넘친 다음 남아있는 돌 덩어리를 가리키는 말인데, 따로 떨어져 있고 아주 크지 않은 3∼10m 높이의 바위를 말한다. 이런 큰바위 덩어리를 오르는 것을 보울더링(bouldering)이라 하며, 맨손 오르기라 한다.
스크리 ☞ 돌 무더기
바위가 풍화작용으로 무너져 산비탈이나 낭떠러지 아래에 쌓인 바위 부스러기, 즉 풍화퇴석이 바위벽 아래 쌓여 만들어진 돌 무더기를 스크리(scree)라 한다.
촉스톤 ☞ 쐐기돌
촉스톤(chockstone)이란 틈새나 굴뚝 사이에 끼어 있는 돌을 가리키는 말이며 돌로 된 쐐기, 즉 쐐기돌이라는 뜻이다. 쐐기란 물건들 틈새에 박아 사개가 물러나지 못하게 하거나 그 사이를 벌리는 데 쓰는 물건을 말한다. 쐐기돌은 사람이 일부러 만들어 놓은 것이 아니며 위에서 떨어진 돌이 틈바귀에 끼어서 생긴 것이 대부분이라서, 단단하게 박혀 있는 쐐기돌은 등반 중에 손잡이나 발디딤으로 쓰거나 연결줄을 걸어 자연확보물로 쓰기도 한다.
홀드 ☞ 바위턱
홀드(hold)란 바위를 오를 때 손으로 잡을 수 있는 곳이나, 발로 디딜 수 있는 바위턱을 말한다. 따라서 손으로 잡는 핸드 홀드(hand hold)는 손잡이로, 발로 딛는 풋 홀드(foof hold)는 발디딤으로 부르고, 손잡이로 썼던 바위턱을 발디딤으로 쓰기도 한다.
스탠스 ☞ 발판
바위를 오르다가 두 손을 떼고 설 수 있는 정도 크기의 발디딤 자리를 스탠스(stance)라고 한다. 보통 이것을 잘못 알고 풋 홀드를 스탠스라고 쓰는 사람들이 많이 있는데, 스탠스는 바위벽에서 안정하게 설 수 있는 큰 발디딤 자리를 뜻하고 풋 홀드는 발끝이나 발바닥 반 정도를 디딜 수 있는 작은 턱을 말한다. 또 스탠스는 등반 중에 확보지점으로 쓸 수 있을 정도로 넓고 편안한 곳이다. 이것을 우리말로 바꾸면 발판이라고 할 수 있는데, 발판이란 높은 곳에 올라가기 위해서 만들어 놓은 널 또는 어디로 나아가기 위하여 잠깐 쓰는 곳을 가리킨다.
렛지 ☞ 선반
렛지(ledge)는 발을 딛고 설 수 있는 바위턱으로 발판보다는 크고 너럭바위보다는 작은 것을 말하며 확보나 옆으로 가로지를 때 많이 쓴다. 알맞은 뜻으로 ‘선반', ‘살강(밥그릇 같은 것을 얹어 놓기 위해서 부엌 벽 가운데 매달아 놓은 선반)', ‘시렁(물건을 얹어 놓기 위하여 방이나 마루 벽에 건너 질러 놓은 두 개의 시렁가래)', ‘벼룻길(아래가 강이나 바다인 벼랑길)', ‘낭길(낭떠러지길)', 같은 여러 가지 말이 있는데 그 중에서 선반으로 정했다.
테라스 ☞ 너럭바위
테라스(terace)는 렛지보다 큰 바위턱으로 확보는 물론 잠을 잘 수도 있는 넓고 편평한 곳을 말한다. 이런 곳을 나타내는 우리말로는 ‘큰 바위턱'이나, 언덕의 턱이라는 ‘언 턱', 넓고 편평하다는 뜻 인 ‘너럭바위'가 있는데, 그 중 너럭바위가 가장 알맞다.
피너클 ☞ 뾰족 바위
피너클(pinnacle)이란 바위 능선이나 바위 위에 있는 봉우리라 부를 만한 돌기로, 원래는 교회의 첨탑이나 그와 같이 뾰족한 봉우리를 나타내는 말이다. 뾰족한 바위 봉우리나 침봉과 같이 따로 있는 봉우리에는 별로 쓰지 않고, 작은 피너클은 연결줄을 걸어 자연확보물로 쓰는 모난 바위를 가리켜 부르기도 한다. 따라서 암각을 뜻하는 모난 바위와 구분해서 피너클은 뾰족 바위로 부르기로 했다.
니들 ☞ 침봉
니들(needle)이란 바늘, 또는 침을 뜻하는데 산에서는 바늘처럼 뾰족한 봉우리, 이른바 침봉 또는 첨봉을 말한다. 우리 나라에서는 잘 볼 수 없지만 유럽 알프스에는 침봉이라 부르는 산 군이 많이 있으며, 몽블랑 산군의 샤모니 침봉군은 잘 알려져 있는 것들이다.
장다름 ☞ 전위봉
주봉 가까이 솟아 있고 주봉을 호위하듯이 옆에 서 있는 바위 봉우리를 말한다. 장다름(gendarme)은 프랑스 말로 호위병, 친위대원을 뜻하는 것으로 전위봉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장다름은 전위봉 중에서도 험하게 깎아지른 큰 바위 봉우리만을 가리키는 말이다.
버트레스 ☞ 버팀벽
원래는 건축용어 중에 하나로 담이나 건물 벽이 무너지지 않도록 블록 같은 것으로 받쳐주는 지지 벽을 뜻하며, 산에서는 산 전체를 버티고 있는 것처럼 산 정상이나 능선을 향해서 치닫고 있는 바위 능선을 산을 버티고 있는 벽으로 생각해서 버트레스(buttress)라고 부르고 있다. 우리말 중 가장 알맞은 것으로 버팀벽으로 정했다.
반트 ☞ 바위벽
반트는 벽을 가리키는 독일 말로 영어의 월(wall)과 같은 뜻이다. 반트(wand)는 버트레스로 이어진 암벽과 달리, 그랑드 죠라스 북벽 같이 울퉁불퉁한 곳이 거의 없는 바위벽을 말한다. 독일 말을 쓰는 나라에서는 보통 암벽도 반트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