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정(結晶)
금새라도 뚝 떨어져 버릴 것 같구나 !
시방이라도 흘러내릴 듯 하구나 !
툭 터져 산산이 깨질 것 같구나 !
아슬아슬한 물의 엉김
신비한 빛의 영상
천계의 고운 빛살 무늬
금새라도 녹아 내릴 듯 하구나 !
손대면 톡하고 터질 것만 같구나 !
위태로운 빗면의 미묘한 엉김
신비한 생명의 복원력
장인의 놀라운 손이 빚어냈구나 !
색채의 마술로 치장하였구나 !
무수히 오가는 발걸음 멈추게 하고
보는 시선 이끌어 탄성을 짓게 하는
아, 밝고 영롱한 예술 혼의 빛남이여 !
천손만대 이어나갈 불후의 기상이여 !
일상의 늘 보는 사물 중에서
예사로 그냥 보아 넘기지 않고
심오하고 장중한 의미를 불어넣어
생동하는 생명을 태동케 하고
빛나는 채색으로 곱게 단장하여
유의미한 몸짓으로 노래하게 하는
장인의 손놀림은 신기하고 놀라워라
우물도 한 우물을 정성껏 파면
여러 사람 시원케 하는 샘물 솟아나듯이
빛나는 예술의 경지 숙달된 기술로
많은 사람 즐겁게 해주는 화필의 대가
단순한 색채로 영감을 불어넣어
각양 좋은 문양으로 되살려 내는
놀라운 창의와 개척의 정신
그 뜨거운 열정을 본받고 싶어라
빛과 그림자
만물의 근원을
물이라고 철학자
탈레스는 말했다
물이 없으면 존재할 수 없는
생명의 본질에 대해
궁구하고 탐색한 결과다
지구라는 거대한 생명체의
온실은 태양계의 아홉 개의 행성 중
유일하게 물이 있는 행성으로
현재까지 알려지고 있다
그 속에 뛰노는 온갖 생물들
하필 왜 지구만 그런 조건이
갖추어져 있을까?
모든 생명체의 기본 골격을
이루고 있는 물의 영향력
건강한 사람의 신체 성분 중
약 70 %가 물이라고 하지
보통 체중이 70 Kg 이라고
가정을 하면
70 × 0.7 = 49 Kg 이 물
그러니까 사람은 물동이지
물을 채우고 담고 있는
물 항아리 내지 가죽 부대
그밖에 땅을 이루고 있는
신체의 구성 요소들
모두 다 땅엣 것인 것들
그러면 영혼은 어디서 왔을까?
그게 우리의 수수께끼이다
그것이 빛과 그림자가 되어
온갖 상상력과 기구한 사연을
유추하고 확대 재생산하게 한다
온갖 종교들이 여기에 합세를 하여
저 깊고 넓고 광대무변한 우주의
모든 철리(哲理)를 넘나들며 반죽을 한다
초원에 살고 싶어
초록의 풍경은 언제나
우리들 마음을 싱그럽게 한다
세상살이 버겁게 느껴질 때
평화의 들판으로 살며시 나가
그 푸른 상징 위에 맘껏 뒹굴어라
퍼렇게 열이 나든 닫힌 가슴들도
어느새 활짝 열어 젖혀진 채로
시원한 바람이 스며드는 것을
속으로 느끼며 깨닫게 되리
초록의 푸름이 가져다주는 행복
그게 그리워 사람들은
주말이나 공휴일마다 온 산과 들로
그렇게 신나게 쏘다니고 싶은가 보다
푸른 자연이 주는 넉넉함이 좋아서
사람들은 그렇게 밖으로 나도는가 보다
“저 푸른 초원 위에 그림 같은 집을 짓고
사랑하는 우리 님과 한평생 살고 싶어“
남진의 노래 '님과 함께'가
어디선가 들려오는 듯도 하다
계절의 전령
계절이 오는 길목에는
언제나 그 계절의 색깔을
알리는 편지지들이 널려 있다
울긋불긋 산야를
붉게 혹은 노랗게 물들이는
단풍과 은행나무 잎들
누렇게 여물어 가는
들판의 벼이삭들
모두가 다 이 계절의 편지들이다
그 편지들의 갈피에 끼여
새근새근 잠자고 있는 사연들
깊어 가는 가을 들판의 오곡들처럼
속으로 안으로만 여물어가고 있다
매미가 심하게 울던 계절의 초두에
홀연히 불어닥친 산발한 여인네처럼
심하게 몸살을 앓고 부대낀 사실들
이제 파랗게 웃는 산 저 너머로
비시시 미소지으며 떠나고 없다
그래 그렇게 한 시절이 온 것이야 !
아무리 매미가 울고 발광을 해도
어쩔 수 없는 더 큰 계절의 노래
온 산천에 울려 퍼지고 있는 것을 ...
어쩔 수 없는 몸짓으로 여기 와 있어
모든 눈에서 눈물과 한숨을 씻으러
다시 허리 추스르고 몸매 단장하라고
이 계절의 전령은 지금 벌써 와 있어
꿈꾸는 식물
발갛게 익어 가는
선홍빛 사랑의 세레나데
온 세상에 울려 퍼지는
고운 엉김의 향연
너는 내게로 다가와
사랑의 노래가 되고
꿈꾸는 꽃이 되었다
시도 때도 없이
울렁거리게 하는
그대는 나의 풀무
퍼렇게 벌겋게 속으로
아물고 익어갈 때
온 세상 퍼지는 향취
알딸딸한 그리움의 손짓
속에서 퍼지고 밖으로 넘쳐나는
그대 고운 넋으로 다가오는 이여
꿈꾸는 동산에서 꿈으로 살고 지고
해마다 돌아오는 계절의 언저리마다
도타운 향기 가득 머금고 날리는
온 세상에 가득한 식물이여
그 속에 너의 뜨거운 정열
함께 함초로이 녹아 있어
너의 이름을 부르는 사람들마다
함께 즐거워 녹아 내리나니
너만큼 사람들의 심금에
고운 선율로 탄주(彈奏)하는
별스런 종자들은 없나니
아, 눈에 가득 차 시리게 하고
아, 코에 스며들어 날리는 향기여
온 세상 더욱 아름다워라
세상에 나부끼는 화사한 식물들이여
시골 토담집 풍경
주렁주렁 박 넝쿨이 엉기던
시골 초가집의 담에는
빛 바랜 하오의 햇살이
고즈넉이 걸려 있고
그 담 아래로
꼬리를 축 늘어뜨린 채로
삽살개 한 마리
연신 코를 벌름거리며
낮은 포복을 하고 있었다
먼지가 풀풀 나는
한적한 시골길
저 만치 동구 밖으로
한가한 가을의 햇살 사이
멍석을 벌겋게 채색하는
고추들이 탱글탱글
맨 몸을 드러낸 채
한동안 익어가고
부지런한 산들바람은
온 산과 들을 쏘다니며
누렇게 들녘을 비추다가
토담집 아래 골목길에 이르러
잠시 가쁜 숨을 내려놓고
빙글거리며 웃고 있고
부지런한 촌노(村老)의 어깨에는
생활의 진한 노고가
덕지덕지 엉기고 달라붙어
삼베로 만든 고의 적삼과
어깨동무하며 길을 가는
옛날의 우리 동네
토담집이 있는 시골 풍경
윙크
살며시
웃음 웃는 너의 모습
오늘 따라
왜, 이리 곱고 고운지 ?
한 쪽 눈
지긋이 감아
은근슬쩍
드러내는 너의 마음
많은 말보다도
재치 있게 근육을 씰룩이어
온갖 사연 다 말하는
너의 위트와 유머 !
그 표정으로 인해
나, 이리도
두근거리고
콩닥콩닥 뛰는 가슴
무엇으로 달래어 볼까?
아무런 대책 없이
지금도 가빠오는 걸
그래 너의 그 뉘앙스
내가 왕창 침몰하여
깊은 수렁으로 빠진들
어떠하리 !
수줍은 가득 담은
볼우물에 피는 그림자
이름하여 보조개라 !
눈웃음과 볼웃음이
좌우 합작을 하니
모딜리아니의
묘한 그림이 되는 것을 ...
피카소의 역작인 것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