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을 그리다
신동신/달밭
보이는 건 망초꽃이요 개망초꽃이요
억세게 살아온 명아주 풀들과
굴러온 뚱딴지 식물 울창하게
세월이 농사를 짓고 있다
저기, 저 맹아지萌芽枝 옆에는
마을에서 가장 풍성한 참죽나무 살았고
저쪽 뒤켠으로 허리 굽은 대추나무
동네 아이들 놀이터였지
보이는 여기에는 싸리 삽짝문
옆으로 암퇘지 우리가 있고
건너편 돌담 옆으로는
덕석 말이 누렁이 외양간 자리했지
철석 믿음 주는 짐승들 이곳저곳 방 주고 보니
네가 태어난 부엌은 여기쯤일걸
음력 삼월 스무 아흐렛날 새벽 우리 엄마
밥 짓다 나를 낳으셨으니, 복도 지지리 많으셨어
제비 새끼 다섯 남매 키워낸 방이
여기쯤 되겠다
제비 둥지 턱받이라도 헐렁하게
우리 집에든 말 못 하는 짐승조차 귀해 하셨던
흑백 그림이 여기 있다
간조름 옷매무새 흰나비 한 쌍
날아오른다
첫댓글 들꽃과 잡초가 차지해버린 마당, 세월을 버틴 늙은 대추나무, 유년의 기억이 살고 있는 고향 집, 주어는 늘 어머니셨고 ,목적어는 변함없이 아들이셨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