ㅁ 해설 삶과 인생, 그 서정적 자아 성찰 --곽종철 시집 『물음표 피는 꽃』 김 송 배 (시인. 한국현대시론연구회장) 1. 삶과 동행하는 인생론 현대시의 발상에서부터 주제의 투영까지는 그 시인의 삶에서 형성된 체험으로부터 생성하는 것이 대체적인 시법(詩法)이다. 그 시인이 어떤 삶을 살아오면서 인생을 어떻게 영위했느냐하는 문제가 한 편의 작품을 창작하는 데는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다. 이처럼 시는 한 시인의 정서적인 사유(思惟)가 과거의 회상(recollection)에서 재생된 사물이나 사건이 감정적으로 유사한 모습이나 환상(illusion)을 창조하기 때문에 체험적 사실을 적시(摘示)하게 된다. 시가 체험적인 사건으로 향수되기 위해서는 경험 그 자체가 감각적 구체성의 질서가 공감각적인 필연성을 지니게 된다. 보편적으로 시의 발상은 체험이 시간성에 따라서 다양하게 변화하는 경향을 띄고 있는데 이는 한 사람의 생애에서 과거와 현재를 연결시키고 미래에까지 복합적으로 상관하게 하는 언어의 기능을 중시하는 시법이 많은 시인들이 항용(恒用)하는 발상법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여기 곽종철 시인이 상재하는 두 번째 시집 『물음표 피는 꽃』은 이와 같이 그가 살아온 삶의 내면이 정감적으로 잔잔하게 발현되고 있어서 우리 주변에서 흔히 나타나는 공감의 체험을 느끼게 하는 특성을 읽을 수 있게 한다. 그가 천착(穿鑿)하는 삶의 표면에는 그가 체험에서 획득한 일련의 사건들이 여과(濾過)되고 성찰하면서 과연 삶의 의미와 진가(眞價)는 무엇인가라는 명제(命題)를 구명(究明)하거나 탐색하는 실체적인 인생론을 창조하고 있어서 우리들의 공감의 영역은 더욱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때로는 웃고 때로는 울었지 생각해 보면 울은 날이 더 많았다고. 너무 아프고 힘들어 때로는 자포자기해 모든 것을 내려놓고 싶었지만 담쟁이를 바라보며 변했다고. 손잡을 데 없는 높은 담벼락 어디라도 기어오르는 집념 보이기 싫은 곳은 감싸주고 쉴 곳도 내어 주는 그런 삶을 그대는 살더라고. 충만한 열매를 맺기 위해 숨 막히는 나날이라도 주저앉아 뒹굴기보다 쉼 없이 오르고 또 오르리라. 우선 이 작품 「내 삶을 물으면」전문에서 보는 바와 같이 자기를 반추(反芻)해 보거나 회상하면서 다양한 상념(想念)에서 시적 상황을 도입하고 전개하면서 그는 성찰과 현재의 지향점을 제시하고 있다. 곽종철 시인은 과거의 희로애락(喜怒哀樂)에서 추출하는 이미지가 현재의 다양한 그의 여망이나 기원 등의 실질적인 언어로 현현되고 있는데 이는 ‘울은 날이 더 많았다’거나 ‘때로는 자포자기해’야 하는 상황도 있었으나 어느날 ‘담쟁이를 바라보며 변했다’는 진솔한 언술이 정감을 더욱 확대하고 있다. 그는 다시 ‘숨 막히는 나날이라도 / 주저앉아 뒹굴기보다 / 쉼 없이 오르고 또 오르리라.’는 결론에서 자신의 삶을 화해시키고 있어서 그가 여망하고 지향하는 삶의 의미를 확인하고 있는 것이다. 광종철 시인은 다시 작품 「안개 속을 거닐며」에서 ‘내일의 삶을 어떻게 살거나. / 밝은 세상 열리기를 기도하지.’라거나 작품「영원한 동반자 그대」중에서 ‘여유롭고 풍요로운 노후 삶을 위하여 / 그대를 믿고 의지할 수 있어 든든합니다.’ 또는 작품「고목」중에서도 ‘몸과 마음에 군더더기뿐인 / 내 삶, / 이제라도 너처럼 살고 싶다네.’라는 어조(語調)로 여망이나 기원이 담긴 삶을 정의하고 있다. 이러쿵저러쿵 말 많은 세상살이, 제 잘난 맛에 산다지만 남에게 욕 안 먹고 살아야지. 아무리 물 흐르듯 살고 바람 부는 데로 살라고 하지만 겉 다르고 속 다르게 살면 안 되지. 올라가지 못할 나무, 쳐다보지 말라지만 그렇다고, 꿈도 희망도 버리라는 건 아니잖아. 해도 달도 가슴에 품고 앞도 보고 옆도 보고 때로는 뒤돌아보면서 인생을 살찌우는 것이란다. --「세상살이」전문 여기에서는 자아 성찰의 이미지와 동반하는 인생론이 탐색되고 있다. 곽종철 시인의 심저(心底)에서 분사(噴射)하는 진정한 성찰의 언어이다. 그는 ‘이러쿵저러쿵 말 많은 세상살이, / 제 잘난 맛에 산다지만 / 남에게 욕 안 먹고 살아야지.’라는 ‘세상살이’ 이지만 ‘앞도 보고 옆도 보고 / 때로는 뒤돌아보면서 / 인생을 살찌우는 것이란다.’는 결론에서 알 수 있는 바와 같이 그의 인생론은 다양한 언어로 전개하고 있다. 그는 작품 「화(禍) 1」에서 ‘끝내 참고 사는 것이 / 후회 없는 인생살이란다.’라는 어조로 인생의 지향점을 메시지로 제시하는가 하면 작품「마음의 풍향계」에서는 ‘喜·怒·哀·樂 / 피할 수 없는 인생의 쌍곡선, / 하지만 황혼 길이 즐겁기만 하여라.’는 긍정의 인생론도 읽을 수가 있다. 그러나 ‘세상에 올 때는 울음으로 알리고 / 떠날 때는 말없이 잠이 든다네. // 때로는 기쁨과 즐거움으로 / 때로는 슬픔과 괴로움으로 / 살아 있음을 알아보더라. // 인생의 쓴맛도 단맛도 / 모두가 내 인생이니 / 인생무상(人生無常)이어라.(「덧없는 인생」 전문)’에서 처럼 ‘인생무상’이라는 단정으로 인생론을 정리하고 있다. 2. ‘세월의 의미’와 시간성 현대시에서 시제(時制)를 중요시하는 경우가 있다. 바로 시간성의 문제에서 유발하는 이미지나 주제의 투영이 상당한 시적 효과를 맛볼 수 있다는 점을 간과(看過)하지 못한다. 현대시학에서도 체험적 시간, 즉 의식내용을 의미관련으로 조직하여 예술화한 것이 문학이기 때문에 이 시간문제가 시인의 체험 곧 의식 내용과 근본적인 연관을 가지게 된다. 그래서 나타난 것이 시제이다. 우리 시에 자주 발현하는 시간성은 과거, 현재, 미래라는 광범위의 시간이 있으며 아침, 점심, 저녁이라는 하루가 있고 봄, 여름, 가을, 겨울의 사계절이 있다. 이를 통털어 시간이나 세월이라고 표현하게 되는데 우리 시인들이 자주 애용하는 소재이며 이미지를 창출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해가 뜨고 지니 달도 차고 기우네. 사계절이 오가니 세월은 흐르네. 아들이 태어나고 손자가 재롱부리니 그 세월 한 없이 머물게 하고 싶다네. 기나긴 한강물도 떨어지는 빗방울이 모여 되듯이 그 세월 또한 검은 밤 하얀 밤이 모여 되겠지. --「세월의 의미」전문 곽종철 시인의 시간성을 어떠한가. 그는 ‘세월의 의미’에서 흘러가는 시간의 이미지가 적시되어 있다. 무정세월 약류파(無情歲月若流波)라는 말이 실감이 나게 하는 시적 전개이다. 사계절이 지나가는 것 뿐만 아니라, 아들과 손자가 태어나고 재롱하는 정경(情景)에서 세월을 절감하게 된다. 세월은 계절을 재촉하고 가을은 떠날 채비를 하니 어쩔 줄 모르는 단풍잎은 떨고 있네. 세월에 매달려 보고 싶은 내 마음같이 이제는 세월도 단풍잎에 기대어있네. --「단풍잎에 기댄 세월」중에서 여기에서는 세월과 계절이 교감하는 정경이다. 어쩌면 ‘세월에 매달려 보고 싶은 내 마음’이 가는 세월과 함께 아쉬움을 더하고 있다. 이러한 서정시에서 특징으로 보이는 현제 시제의 사용을 적절하게 구사함으로써 곽종철 시인이 자기의 정감을 투영해서 명징(明澄)하게 주제를 정리하고 있다. 꼬박꼬박 가는 시계 얄미워지네. 가는 세월 재촉이나 하는 듯이 너무나 많은 날을 삼켰을 것 같아 눈총까지 주고 싶다네. 언제나 한자리에 머물고 싶은 나, 머물고 있는 네가 부럽기도 하여라. 잠꼬대 같은 소리에 새벽닭이 운다. 거침없이 가는 게 세월인가 봐. --「머물고 있는 벽시계」중에서 이 작품에서도 ‘벽시계’의 시간과 세월이 복합적으로 응축(凝縮)되어서 시간이 우리 인간들에게 분사하는 절규(絶叫)로 나타나고 있다. 여기에서는 과거도 아니고 현재도 아닌 시계라는 사물에서 부정시제를 읽을 수 있는데 이는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까지도 완전히 일체(一體)가 된 시간감을 주고 있다. 그는 ‘언제나 한자리에 머물고 싶은 나,’라는 화자(話者)가 ‘거침없이 가는 게 세월’을 아쉬워하고 있어서 그가 교감하는 시간성은 바로 그의 삶이나 인생과 직접 연관함으로써 시적 진실을 더울 확고하게 정립하는 효과를 이해할 수 있다. 그는 다시 작품「국선도와 함께하는 인생길」에서 ‘세월은 흘러가고 비바람이 다가오니 / 몸도 마음도 허물어지게 마련이더라.’거나 작품「세월도 비켜가나, 도봉산아」에서도 ‘묻노니, 그대에게 / 거기는 별천지라 / 세월도 비켜가나.’라는 어조로 그의 시심(詩心)은 인생 탐구와 깊은 상응(相應)을 하고 있다. 3. 자연에서 피는 사랑의 행간 곽종철 시인은 친자연적인 서정시인이다. 계절과 동행하는 만유(萬有)의 자연을 그의 시혼에 동반(同伴)시키면서 미적감응을 유발하고 있다. 이러한 시인이 의식적으로 자아와 시세계를 동일성으로 추구하는 시법이 있는데 대체로 다음과 같은 두 가지 방법으로 많은 시인들이 응용하고 있다. 첫 째는 동화(同化-assimilation)인데 시인이 자연을 자신의 내부로 끌어들여서 그것을 내적 인격화한다. 실제로 자아와 갈등의 관계에 있는 세계를 자아의 욕구, 가치관, 감정에 적합한 것으로 만들어 동일성을 이루는 작용이다. 두 번 째는 투사(投射-projection)인데 이는 자신을 상상적으로 자연에 투사하는 것인데 이는 감정이입(感情移入)에 의해서 자아와 세계가 일체감을 이루도록 하는 것이다. 졸졸 흐르는 개울물이 부르고 봄바람이 어깨동무하잔다. 눈부신 햇살 힐끗 쳐다보고는 논둑길 밭둑 길 살피는 아낙네들, 새싹들 만나는 반가움에 내민 손인데 어느새 냉이는 덥석 소쿠리에 안기네. 머릿결 같은 달래는 곁눈질하고 묵은 풀에 얼굴 내민 쑥도 함께 가잔다. 아낙네 손길 따라 소쿠리로 모여든 파릇파릇한 봄나물들, 향긋한 봄 냄새로 자연을 안겨주니 주름진 얼굴에도 생기(生氣)가 돌아드네. --「봄맞이 아낙네」전문 곽종철 시인은 계절적인 시간성에서 다변화하는 현상들이 그의 의식에서 서정적 자아를 희구(希求)하는 시법이 다양하게 발현되고 있다. 이처럼 사계절의 이미지를 현실적인 정감에서 자신이 설정하거나 탐구하려는 자아의 세계를 안온한 사랑의 실체로 형상화하고 있다. 이처럼 봄의 이미지는 생명성을 동반하게 된다. 새싹과 더불어 새로운 생명이 탄생하는 희망과 활력이 넘치는 성스러운 이미지가 생기를 불어 넣는다. 그는 결론으로 적시한 마지막 행간에서 ‘향긋한 봄 냄새로 자연을 안겨주니 / 주름진 얼굴에도 생기(生氣)가 돌아드네.’라는 어조에서 이해할 수 있게 한다. 초목의 새잎이 푸른빛으로 갈아입고 소쩍새 소리마저 평화롭게 신록의 계절을 알리네. 힘찬 기운 받아 만물이 소생하고 가지마다 살이 오르는 희망의 계절이기도 하네. 화사하고 정열적인 장미로 사랑과 젊음이 다가오는 불타는 청춘의 계절이라오. 라일락 꽃향기는 그대 향한 부푼 마음 더욱 설레게 해 계절의 여왕으로 머물고 싶소만 나 또한 지나가는 과객(過客)이라오. --「싱그러운 오월」전문 또한 5월은 청춘의 이미지를 담고 있다. 그에게서는 ‘사랑과 젊음이 다가오는 / 불타는 청춘의 계절’이며 ‘가지마다 살이 오르는 / 희망의 계절이기도 하’다. 그리고 ‘라일락 꽃향기는 그대 향한 / 부푼 마음 더욱 설레게 해 / 계절의 여왕으로 머물고 싶’은 ‘싱그러운 오월’이다. 이처럼 자연 서정의 시법에는 언제나 계절의 시간별에 상관하는 자연 현상들이 동화나 투사의 방법으로 자아와 밀접한 메시지를 던져주고 있다. 곽종철 시인도 오월이라는 시간성에서 ‘사랑과 젊음’이 만끽(滿喫)하는 ‘계절의 여왕’을 알리는 전령사의 시법을 현현하고 있다. 계절의 바람은 쌀쌀하게 불고 가을 향기는 저만치 가고 있지만 허전한 몸과 마음을 보듬어 줄 넓고 포근한 그대의 품은 아직도 소중한 내 벗인 걸 어찌 잊으리오. --「가을향기」중에서 그런 시절 그런 추억이 내가 누린 호사(豪奢)이었던가. 사방이 고요해 발걸음 소리만큼이나 고독은 더 진하게 다가오더이다. 겨울이 입을 다문 탓일까 정을 잊고 살아가는 탓일까 눈 덮인 겨울 풍경화에 내 마음을 그려 넣어본다네. --「겨울 일기」중에서 이렇게 사계절의 향기가 넘치는 이미지들이 ‘살아가는 흔적을 새기’지만 ‘허전한 몸과 마음’이며 ‘고독은 더 진하게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가을향기’나 ‘겨울 일기’는 ‘아직도 소중한 내 벗’이며 ‘내 마음을 그려 넣어’ 보는 서정적인 자아에의 탐색이다. 이처럼 우리의 일상적인 의식은 실제의 현실에서 자아와 세계는 엄연히 구분되어 있다. 그러나 자연과 나(자아)를 동일시하거나 내가 스스로 자연이 되는 비정적(非情的) 타자성(他者性)은 시학에서 감상적 오류(誤謬)라는 자연의 인격화가 잘 이루어 지고 있음을 이해하게 된다. 이 밖에도 작품 「4월이 오면」「봄이 피는 계절」「봄날은 간다」「유월이 오면」「가을비 오는 날」「겨울호수 스케치」「봄같은 겨울」「휘날리는 눈발속에서」등에서 ‘네 넓은 가슴에 품고 있는 생명’, ‘싸늘한 맨땅에 뿌려진 / 사랑의 씨앗’, ‘사랑에 목말라하는 / 장미밭에 와서는 / 꽃이 피게 하는구나.’라는 등의 어조와 같이 자연에서 피워 올리는 사랑의 행간은 청순(淸純)하게 넘쳐나고 있는 것이다. 4. 꽃과 자연 서정의 향취 곽종철 시인의 서정에는 다시 꽃의 정취에서도 맑게 빛나고 있다. 앞에서 자연과 시간성을 말했는데 여기서는 꽃과 자연 서정에 대한 담론이 필요하다. 만중홍록(萬重紅綠), 지천으로 피어있는 꽃의 이미지는 대체로 아름다움이며 청순한 웃음과 자태 등 다양하게 변환하고 있는데 그의 시에서는 어떻게 나타나고 있는가. - 할미꽃 : 전생에 무슨 업보로 / 젊어서도 늙어서도 / 허리 한 번 펴지 못하는 / 꼬부라 진 그대인가. - 목련화 : 벌 나비 찾아올 겨를도 없이 / 임과 만날 약속일도 되기 전에 / 피고 지는 삶을 무어라 부르리까. - 진달래 : 온 산이 불타오르는 듯 / 그대가 만발할 때면 / 내 마음도 붉게 타오릅니다. - 유채꽃 : 붉게 물든 구름 꽃이 피어오르면 / 노랗게 물던 그 마음도 전하고 싶어 / 포근 한 품에 안기운채 눈을 감는다. - 아카시아꽃 : 더 깊고 진하게 / 내 가슴 속으로 파고드는 / 싱그럽고 향긋한 그대 향기, / 그땐 왜 몰랐을까. - 산수유꽃 : 꽃향기에 굶주린 상춘객은 / 아지랑이처럼 피어나는 임 생각하리. - 민들레꽃 : 들을 노랗게 물들이고 / 봄놀이에 한창이지만 / 그 임은 보이질 않네. / 돌 틈새에 자리 잡은 그대는 / 누구랑 속삭일까. 그렇다. 곽종철 시인의 시각에는 꽃의 향기가 마치 온 누리에 번지면서 사람들의 머리를 순정적으로 맑게 해주는 것 같다. 이 꽃의 상징적인 의미는 꽃의 본질과 형태에서 나누어 생각해보게 되는데 본질적인 면에서는 일시성이며 아름다움이며 시간적으로는 봄이다. 또 다른 한 면은 그 형태에서 꽃은 중심의 이미지이며 영혼의 원형을 상징한다. 또한 꽃은 그 색깔에 따라서 그 의미가 새롭게 해명되기도 하며 오랜지색은 태양을, 붉은 색은 생명과 피의 격정을, 푸른색은 전설 속에서 불가능 등 다양한 형태로 나타난다. 가던 길을 멈추었네. 바람결에 일렁이는 그대 모습에 기다림에 지쳐 핀 꽃처럼 수줍은 몸짓으로 누구를 기다리는 듯 돌아 서네요. 다가가 가슴에 품어 보려도 가깝고도 먼 그대, 불타는 가슴에 바람은 멈춰다오. 야멸차게 떠나려도 오다가다 붙인 정 때문에 날개 접은 나비꼴이 되었네. --「언덕 위에 핀 꽃」전문 여기에서 꽃은 ‘기다림에 지쳐’ 있으며 ‘수줍은 몸짓으로 / 누구를 기다리는 듯 돌아 서’고 있다. 이는 정(情)이 넘치는 오묘한 순정의 언어가 공감을 유로(流路)하고 있어서 누구에게나 정감이 넘치지만 시각적인 이미지에 국한하여 후각(嗅覺)적인 향기가 없다는 점을 간과할 수 없다. 곽종철 시인은 앞에서 열거한 바와 같은 특정의 꽃이 아니라 야생화의 시각으로 응시한 꽃이지만 기다림의 ‘그대 모습’으로 형상화하고 있다. 유난히도 곱디곱네. 꽃보다 아름답구려. 산이 온통 붉게 물들어 과연 만산홍엽(滿山紅葉)이로구나. 눈앞에 펼쳐지는 오색향연에 노란 미소가 설익은 사랑인 걸 붉은 몸짓이 아픈 사랑인 걸 잠시 잊은 채 그대의 조화(調和)에 홀리는구려. 그대는 아픔을 환희의 꽃으로 피우기 위해 마지막 불타는 연출을 보여주려는데 그대를 찾아 온 이도 오늘 하루만이라도 모든 걸 접고 아픔을 씻어보고 싶은 날이란다. --「단풍놀이 가는 날」전문 이 작품에서는 ‘단풍’이라는 ‘만산홍엽(滿山紅葉)’에 심취해서 ‘그대’라는 의인법으로 사물을 노래하고 있다. 이 ‘오색향연’은 바로 ‘노란 미소가 설익은 사랑’이며 ‘붉은 몸짓이 아픈 사랑’이라는 상징적인 의미를 투영하고 있어서 아름다운 풍경화의 모습으로 현현되고 있다. 그는 다시 ‘그대의 조화(調和)’를 통해서 ‘아픔을 환희의 꽃으로 피우기 위해 / 마지막 불타는 연출을 보여’ 주려는 서정성은 순정미가 가득 흐르는 그의 시법을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이 밖에도 작품「낙화」에서 ‘꽃잎 진 그 자리에 / 새 생명이 잉태하니 / 기쁘기도 할 걸세.’라거나 작품「은행나뭇잎」에서는 ‘떨어지는 춤사위를 보노라면 / 모든 짐 다 내려놓고 / 베풀 것이 더 없나 싶어 / 뒤적이는 당신 같구나.’ 그리고 작품 「솔밭」에서도 ‘바람이 찾아와 / 숲의 생명력을 일깨운다. / 솔밭을 찾아드는 / 날짐승에게 싫은 내색 없이 / 베풀고 머물게 하니 / 따뜻한 솔밭의 온기가 느껴지네.’라는 정조(情調)의 시심이 그의 내면에서 흘러 넘치고 있다. 곽종철 시집『물음표 피는 꽃』에서 살펴본 그의 시적 행간에는 천성적으로 타고난 서정성을 배제하고는 시가 창작될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른다. 그는 이미 ‘작가의 말’에서 ‘삶이 흐르는 곳엔 언제나 고운 정 미운 정이 어우러져 꽃을 피운답니다. 좋으면 좋은 대로 슬프면 슬픈 대로 심금(心琴)을 울릴 수 있는 시 한 줄을 드리고 싶습니다.’라는 그의 진실을 분사한 바와 같이 그의 순정적 자아 인식은 우리 서정시의 큰 바탕으로 자리할 것을 기대하게 된다. 그러나 일찍이 영국의 시인 셸 리가 말한대로 시는 최상의 마음의 가장 훌륭하고 행복한 순간의 기록이 되어야 하고 그것이 영원한 진리로 표현된 인생의 의미가 되어야 함은 상당한 설득력을 제시해주고 있어서 이러한 인생의 의미, 가치관 등이 포괄하는 시적 진실이 작품의 중심으로 창조되어야 함을 항상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다. 시집 출간을 축하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