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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궁 가루와 찻잎 우려 마시면 풍 제거하고 통증 멈추는 효능 대황을 황주로 볶은 다음 가루 내어 차로 마시면 머리 맑아져
[사건의내막=김혜연 기자] 예부터 머리는 ‘청양(淸陽)이 모이는 자리’라고 하여 인체 중에서 가장 시원하고 맑은 기운이 있어야 하는 곳이라 했다. 그러나 현대생활은 스트레스 요인들이 넘쳐나고 있어 머리를 맑고 시원하게 유지하기가 쉽지 않다.
현대인은 대부분 고질적인 두통을 일상적으로 겪고 있고 그때마다 간단한 진통제로 넘기곤 한다. 한의학에서는 두통을 기혈(氣血)의 순환이 정체되어 통증이 발생하는 실증(實證)의 두통과 기혈이 부족해서 생기는 허증(虛證)의 두통으로 나누어 치료원칙을 정한다. 허증 두통은 만성적인 스트레스로 혈관이 긴장되거나 기(氣)가 허약해져서 머리 쪽에 충분한 혈액공급이 되지 않아 생긴다고 본다. 주로 저혈압 환자의 두통이나 편두통이 여기에 해당한다는 것.
두통은 대부분 만성적이며 통증이 은은하고 무력감, 어지럼증, 소화 장애 등의 전신 증상을 나타내는 경우가 많다. 이런 환자는 십중팔구 기혈 부족 증세를 나타내므로, 단순한 진통제보다는 기혈을 보하고 순환을 촉진시키는 치료가 효과적이다. 실증 두통은 주로 극심한 스트레스로 인한 긴장성 두통의 경우가 많다. 두통이 심하고 어깨나 머리 쪽의 근육이 긴장되기도 한다.
주로 감기나 혈압이 높은 환자의 두통이 여기에 해당되며, 몸에 풍(風)과 열(熱)과 습(濕)의 기운이 과도하게 많다. 독성물질 등 외부적인 원인에 의해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 이때는 긴장을 완화시키거나 사기(邪氣-어혈·담 등의 나쁜 기운)를 제거하거나 감염원을 차단하는 치료를 하게 된다. 어쨌든 두통은 생명에 위협을 주는 두통부터 생명에 별 지장이 없는 두통에 이르기까지 다양해 원인을 명확히 밝히고 적절한 치료법을 선택해야 한다.
여기서는 외감풍열두통, 편정두통(偏正頭痛), 신허두통(腎虛頭痛)에 대한 차료방을 소개한다. 외감풍열두통에 늘 쓰는 대표적 차료방에는 천궁차(川芎茶), 장군차(將軍茶), 비방차조산(秘方茶調), 풍열두통천궁차(風熱頭痛川芎茶) 등이 있고, 편정두통에는 강잠총백차(?蠶蔥白茶), 편정두풍차(偏正頭風茶), 향부천궁차(香附川芎茶) 등이 있으며, 신허두통에는 유황오약차(硫黃烏藥茶) 등이 있다.
川芎茶 만드는 법 ▶ 재료 : 천궁 3그램, 찻잎 6그램 ▶ 복용법 : 천궁을 갈아서 가루를 내고 찻잎을 섞어 끓는 물에 5분간 불린다. 이것을 매일 한 첩씩 따뜻할 때 마신다. 천궁차에는 거풍지통(祛風止痛), 즉 풍을 제거하고 통증을 멈추는 효능이 있다. ▶ 해설 : 중국 송나라 사람 한기(韓琦)는 “어여쁜 무(蕪) 좋은 나무/뭇 향기 속에 줄지었는데/습을 막는 데는 으뜸가는 좋은 약이라네/보드라운 싹 뜯어 삶아서/차를 보태 넣으면/산뜻한 향기 구름발에서 풍겨나네”라고 노래했다.
여기서의 ‘무(蕪)’가 바로 천궁이다. ≪단계심법(丹溪心法)≫에서는 천궁을 무궁(蕪芎)이라고 했다. 한기의 시에서 천궁을 차와 함께 끓이면 산뜻한 향기가 그윽하며 약용으로 쓸 수 있다고 했다. 중의학에서는 천궁이 행기개울(行氣開鬱)하고 거풍조습하며 활혈지통하는 것으로 간주한다. 그러므로 여러 가지 두통병 치료에 널리 쓰인다. ≪약성부(藥性賦)≫에는 “두통에는 꼭 천궁을 써야 한다.”고 했다.
유명한 ≪화제국방(和劑局方)≫에 기재된 천궁차조산은 천궁을 주약으로 하고 박하·형개·향부·백지·방풍·강활·감초를 보태 함께 갈아 가루를 내고 청차(淸茶)에 타서 먹게 하여 풍사가 위로 치밀어 올라 머리가 어지럽고 평정두통이 일어나는 병증을 치료하는 처방이다. 현대적인 약리연구에서도 천궁이 주위 혈관을 확장하고 평활근경련을 방지하며 혈압을 내리는 작용이 있다는 것이 밝혀졌다. 이런 약리작용이 바로 각종 두통을 치료할 수 있는 기본 원리이다.
將軍茶 만드는 법 ▶ 재료 : 대황과 찻잎 적당량 ▶ 복용법 : 대황을 황주(黃酒)로 세 번 볶은 다음 갈아서 가루를 내고 사기 단지에 넣어 밀봉해 둔다. 이것을 매일 1~2회 마시는데, 찻잎 3그램을 끓는 물로 불렸다가 찻물이 따뜻해진 다음 찻물로 대황 가루 3~5그램을 먹는다. 이렇게 마시는 장군차는 청열평궐(淸熱平厥)하고 사화지통(瀉火止痛)한다. ▶ 해설 : 열궐두통은 열사가 심해서 양기가 속에 몰려 있으면서 겉으로 나가지 못하여 생긴다. 때문에 이 병을 치료하려면 청열평궐하고 사화지통하는 것이 원칙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대황이 가장 이상적인 약이다. 대황의 별명이 장군인 것은 그것이 지닌 공하(攻下)하는 힘이 용감하게 돌진하는 기세를 나타낸다 하여 얻은 이름이다.
대황의 효능은 열독을 제거하고 적체(積滯)를 흩어버리며 어혈을 운행시킨다. 그 힘은 매우 강하고 막힘이 없어서 의가들이 즐겨 사용했다. 열궐두통은 급성병으로 증세가 중하므로 대황이 아니고는 달리 약이 없다. 차탕(茶湯)으로 약을 먹는 것은 차탕이 강화하기(降火下氣)하며 어지러운 머리를 맑게 하는 효능이 있기 때문이다. 이 차는 병이 나으면 곧 그쳐야 하며 오래 복용하여 정기를 손상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