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대문 도깨비시장
김회기
끝이 보이지 않는 코로나 팬더믹
많던 사람들의 발길도 거의 끊긴 지 오랜
동대문 도깨비시장,
없는 것 빼고 다 있다
수북이 쌓아 놓은 옷무더기 옆으로
매트 위에 차곡차곡 개켜있는 이불,
널부러져 있는 털신, 장화, 운동화, 등산화,
옷걸이에 나란히 걸린 패딩 잠바 등이
마음 추운 상인들과
긴 겨울의 터널을 빠져나오고 있다
옷더미를 파헤치는
히잡을 쓴 여인 서너 명 손길이 분주하고
맞은 편 리어카에는
동남아계 남자 한 명
핸드폰 케이스를 고르고 있다
아버지랑 한약재를 팔던
오십 대 중반쯤의 딸은
삶이 버거워
지난겨울 장사를 접었단다
일요일이면 북적이던 사람들의 빈 자리를
무명 가수 트롯트 자락이 메우고 있다
'골라골라 두 장에 오천 원'
두고 온 어린 남매 눈에 밟혀 바쁜
옷 장사 여인의 절규를
늦겨울 청계천 칼바람이
휩쓸고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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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이야기
동대문 도깨비시장
김회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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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8.02 1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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