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음골의 신비
-얼음골 사과
퇴직 동료들과 함께 밀양 얼음골을 찾았다. 대구-부산 고속도로를 달리다 밀양-IC에서 나와 얼음골로 향했다. 영남 알프스의 산들이 맥을 잇고 있으며, 그사이에 긴 계곡이 형성되어 있었다. 계곡 좌·우측에는 거의 사과밭이었다. 대구의 사과가 기후에 따라 문경이나 청송의 북쪽으로 올라갔는데 웬 사과밭이 남쪽 밀양에 있을까 싶었다.
사과는 일교차가 큰 지역에 잘 된다고 한다. 평지보다 산간 지역이 적지라 위도가 높은 북쪽으로 산지 이동이 일어나고 있다. 그런데 밀양의 사과 재배는 높은 산이 많으며 얼음골의 영향으로 밤과 낮의 일교차가 커서 풍작을 이룬다고 한다. 사과는 낮에 빛에 의해 에너지를 저장해서 기온이 낮은 밤에 당분을 흡수하며 생장한다고 한다.
얼음골에 이르렀으나 평일이라 한산했다. 매표소에서 티켓팅하여 케이블카를 타고 1,000고지에 올랐다. 전망대에서 바라본 조망은 정말 우리의 자연이 아름다움을 새삼 느꼈다, 멀리 가지산이 보이고 그 옆에 운문산이 이어졌다. 전망대에서 옆으로 천황산이 지척에 보였다. 그 너머에 재약산이 있으며 영남 알프스의 파노라마가 병풍을 둘러놓은 듯 펼쳐졌다. 젊은 시절에 두루 섭렵한 기억을 떠올리며 세월의 무상을 느꼈다.
다시 케이블카를 타고 내려와 얼음골의 냉기가 솟아나는 곳으로 향했다. 그 굴은 천왕산 밑 600여 고지에 위치하며 주차장에서 400여 미터를 올라갔다. 계곡을 따라 오르는데 선풍기를 켜놓은 듯한 시원한 바람이 이마에 흐르는 땀을 훔쳐 갔다. 가파른 길을 올라 냉기를 뿜어내는 굴에 닿았다. 동굴 기온이 1.9℃로 시원하다 못해 추위를 느낄 정도였다. 그 주변에는 크고 작은 돌이 군집한 돌산이었다.
그 돌들의 흔적이 얼음 굴을 증거하고 있다. 수만 년 전에 화산이 일어나 얼고 녹으면서 바위가 부서져 크고 작은 돌이 되었다. 그 돌들이 쌓이면서 작은 공간의 통로를 만들어 기온의 격차로 얼고 녹으면서 찬 바람을 일으켜 틈새를 통해 쏟아내고 있으니 자연의 신비였다. 냉기가 나오는 통로에 앉아 있으니 추워 견딜 수 없어 곧장 일어섰다. 신비의 체험과 함께 얼음골의 내력을 알게 되었으며 자연의 조화에 숙연한 마음이었다.
언젠가 밀양 얼음골 사과를 지인을 통해 사서 먹은 적이 있다. 그때는 무심코 먹었는데 얼음골 사과가 왜 맛이 있고 그곳에서 재배하는지 알게 되었다. 또한 얼음골의 시원한 바람이 어떻게 해서 나오는지 확실히 알게 되었으며, 그곳 산야가 ‘알프스’라고 하는지도 알았다. 아름다운 강산을 잘 보존하여 자연이 주는 혜택을 누리리라는 생각으로 그곳을 떠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