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4년 10월 25일, 미국 사우스 캐롤라이나에 사는 수전 스미스는 자신의 어린 두 아들이 납치되었다고 경찰에 신고합니다. 대대적인 수사가 시작되고 일주일쯤 지나 그녀는 방송에 나와서 보이지 않는 납치범에게 아이들을 돌려달라고 눈물을 흘리며 호소합니다. 하지만 나중에 결국 그녀는 용의자로 지목되게 됩니다.
용의자로 지목되기 전에 그녀는 기자들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 우리 아이들은 날 원했어요. 그 아이들에겐 내가 필요했어요. 그리고 지금 난 그 아이들을 도와줄 수가 없어요."
사건을 맡은 담당 수사관은 그녀가 아이들에 대해 말할 때 과거형 동사를 사용한 것에 주목합니다. 아이들이 죽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만이 과거형 단어를 사용할 것입니다.
결국 최초 납치신고가 접수된지 9일이 지나 그녀는 3살 마이클과 14개월 알렉스가 카시트에 묶여 있는 채로 차를 호수로 몰아서 아이들을 익사시켰다고 경찰에 자백합니다.
그녀의 범행동기는 이러했습니다. 그녀는 다른 남자와 바람을 피우고 있었고 그 남자는 수전의 아이들을 원하지 않았죠. 그녀는 그녀의 남편마저 속였습니다. 이 모든게 다 거짓말이었죠. 이 이야기는 국제적인 뉴스가 되고 그녀는 피플지의 표지에까지 실리게 됩니다.
우리는 수사관이 그녀의 말에 집중했다는 것을 주목해야 합니다. 그녀는 아이들에 대해 말할 때 과거형 동사를 썼죠. 오직 그녀만이 아이들이 죽은 걸 알았으니까요.
텍사스 크리스천 대학의 심리학자 찰스 본드는 63개국의 성인 2520명에게 물어봅니다.
"당신은 다른사람이 거짓말을 하는지 안하는지 어떻게 구분합니까?'
대부분은 거짓말쟁이들이 몸을 흔들어대고 어색해하고 말을 더듬고 무언가를 만지거나 긁고 평소보다 길게 이야기를 한다고 말합니다. 본드는 이런 거짓말쟁이의 전형적인 모습이 모든 문화에 존재한다고 말하죠. 하지만 그는 이런 전형을 뒷받침하는 증거는 없다고 주장합니다.
본드는 거짓말 전문가 동료인 벨라 드 폴로와 함께 속임 감지에 관한 100건 이상의 연구에 대한 메타분석(특정 분야에 대해 이뤄진 많은 연구들을 종합해서 전반적인 결론을 도출)을 실시한 결과 평균 48%의 연구 대상자들이 답을 정확히 맞힌다는 사실을 발견합니다. 한마디로 동전 던지기의 앞, 뒤 맞추기 수준에 지나지 않는 다는 거죠.
판사, 정신과 의사, 세관직원, 경찰 들은 직업적으로 거짓말을 하는 사람을 많이 만나게 됩니다. 하지만 본드와 드폴로의 메타분석에 따르면 거짓말쟁이를 가려내는데 있어 그들도 일반인들과 그리 다르지 않습니다. (Bond, C.F., and DePaulo, B. M. (2006), ‘Accuracy of deception judgments’,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Review 10, 214-34)
이 드라마 아시나요? 2009년 부터 3시즌동안 방영된 드라마 라이 투 미 입니다. 이 드라마는 상대방의 표정이나 반응을 보고 족집게처럼 거짓말을 밝혀 사건을 해결한다는 내용의 미드죠. 이 드라마 주인공인 칼 라이트먼 박사는 실제 인물인 폴 에크먼 박사를 모델로 했습니다.
에크먼과 그의 동료는 얼굴의 근육움직임을 부호화해서 CIA, FBI, 세관직원, 경찰, 군 장교들에게 미세한 표정을 알아내서 거짓말쟁이를 가려내는 법을 오랫동안 가르쳤습니다. 하지만 이 방법도 결국 거짓말 탐지기처럼 정확하지 않고 능숙한 거짓말쟁이는 표정을 꾸며내서 상대방을 속일 수 있는 것으로 드러났죠.
최고의 거짓말쟁이는 진실을 말하는 사람보다 일관되어 보이고 일이 일어난 순서대로 이야기할 확률이 높습니다. 똑똑하거든요. 이에 반해, 진실을 말하는 사람들은 오히려 사실을 뒤죽박죽으로 섞는 경우도 많죠. 누가 뭔가 기억안난다고 하면 우린 그 사람을 의심하지만, 실제로는 했던 말을 바꾸거나 기억나지 않는 부분이 있다고 하는 사람이 진실할 확률이 높습니다. 진정한 거짓말쟁이는 자연스러움을 가장하고자 실수조차 꾸며내겠지만요.
그럼 어떻게 거짓말쟁이를 알아낼까요?
영국 포츠머스 대학의 교수이자 거짓말과 속임수 알아내기<Detecting Lies and Deceit>의 저자 알데르트 프레이는 말합니다. 경찰은 수사에 비협조적인 사람이 거짓말을 한다고 생각하지만 오히려 그 반대일 수도 있다고요. 경찰의 심문메뉴얼은 용의자가 눈을 마주치는지, 초조해보이는지처럼 겉으로 드러나는 생리학적 신호에 집중하라고 합니다. 하지만 앞에서 살펴보았듯이 거짓된 정보일 확률도 높지요.
프레이는 말하는 사람이 거짓말을 지어낼 때는 정신적으로 부담이 크다는 것에 주목합니다. 거짓말쟁이는 일어날 법한 일을 즉석에서 만들어내야하고, 그 이야기에 모순이 없어야 합니다. 반복적인 질문에도 일관된 답변을 해야하고 자신이 거짓말한다는 사실을 안들키게 신체언어도 조절해야 하지요.
프레이는 말을 덜 하게 만드는 게 아니라 말을 더 많이 하게 해야 한다고 합니다. 그가 권하는 심문기술 중 하나는
"뒤에서부터 거꾸로 이야기해보라."
고 지시하는 것입니다.
2007년, 프레이와 그 동료들은 경찰의 전통적 방법 VS 그들의 방법 을 시험한 연구결과를 발표합니다. 이 연구에는 250명이상의 학생과 290명 이상의 경찰이 참여합니다. 거짓말을 잡아내는데 겉으로 드러나는 생리학적 신호에 집중한 이들은 말에 집중한 사람보다 더 형편 없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프레이의 예측대로 가장 믿을 만한 전략은 이야기를 뒤에서부터 거꾸로 서술하게 하는 것이었죠. 진실을 이야기하는 사람은 약간 헷갈리지만 거짓말쟁이에게는 굉장한 정신적 노력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서 모순되지 않게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것은 굉장히 어렵습니다. 실수가 나올 확률이 높지요.
테러리스트로 의심되는 사람에겐 그의 신념과 반대되는 사상에 대해서 설명해보도록 하는 방법이 많이 활용됩니다. 준비가 철저해도 자신이 진심으로 믿는 사상에 대해서 훨씬 자세하고 막힘없이 설명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방법으로 거짓말을 가려내는 확률이 80%에 달한다고 합니다. 하지만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누군가를 심문하듯 캐물을 수는 없잖아요.
하지만 우린 누군가가 쓴 글을 읽을 수 있어요. 그리고 때때로 말보다 글이 그 사람을 더 잘 드러내기도 합니다.
1990년대 뉴욕 주립대 스토니브룩의 연구진들은 트라우마에 대한 글쓰기 연구를 수행합니다. 트라우마 경험이 있는 참가자 70명을 모집한 후 A그룹 절반에게는 자신의 트라우마에 대한 글을 쓰게 하고 나머지 B그룹 절반에게는 A그룹이 쓴 글을 몇 줄 정도로 요약한 글을 읽고 자신이 경험했다고 상상한 뒤 자신이 겪은 것처럼 거짓으로 글을 써보라는 요청을 합니다.
참가자들의 절반은 진짜 트라우마에 대한 글이고 나머지 절반은 가짜 트라우마에 대한 글입니다. 그런데 연구진들은 놀랍게도 가짜 트라우마에 대한 글쓰기도 진짜 트라우마에 대한 글쓰기와 거의 비슷한 치료효과가 있다는 사실을 발견합니다. 글을 읽어보면 어떤게 가짜고 진짜인지 구분이 안될정도로 인상적인 글들이었죠.
하지만 두 종류의 글을 컴퓨터로 분석해보니 차이가 뚜렷하게 드러났습니다. 실제 경험에 쓴 글은 다음과 같은 특징이 있었어요
1) 실제로 겪은 트라우마에 대한 글은 시간, 장소, 움직임에 대한 세부사항이 담겨 있습니다. 실제로 겪었기 때문에 생각을 많이 하지 않고서도 자세히 묘사할 수 있습니다.
2) 친구의 죽음같은 트라우마를 직접 겪은 사람들은 친구의 죽음을 경험한 후 “그래서 나는 정말 슬펐다.”라고 말하지 않죠. 그런 감정은 경험에 이미 내포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친구의 죽음을 직접 경험하지 않은 사람들은 이렇게 생각합니다. “친구가 죽었다면 엄청 슬플 테니까 그걸 글에다 적어야겠다.” 그래서 글에다 ‘슬프다’라는 감정을 나타내는 단어를 사용합니다. 하지만 진짜 트라우마를 겪은 사람의 글에는 감정을 나타내는 단어가 더 적게 들어있습니다.
3) 진짜 트라우마를 겪은 사람의 입장에서 보면 그 사건은 대부분 끝난 일입니다. 하지만 가상의 트라우마에 대해 글을 쓴다면 글을 쓰는 동안 상상 속에서 트라우마를 경험 하게됩니다. 그래서 더 많은 동사를 사용하죠. 실제 트라우마에 대한 글은 이에 비해 동사가 더 적게 사용됩니다.
4) 나 라는 단어는 자신에게 주의를 더 기울인다는 신호입니다. 실제 경험에 대한 글에는 나라는 단어가 더 많이 언급됩니다.
연구진은 이런 특징을 가진 단어 범주들로 실제와 가상의 글을 74%의 확률로 구분해냅니다.
앞에서 이야기한 거꾸로 서술하기 외에도 프레이가 제안하는 또다른 방법은 그림그리기입니다. 자신이 봤다고 이야기하는 장면을 그리게 하는 거죠.
프레이는 참가자 31명에게 ‘비밀정보원’으로부터 노트북을 받아오라는 모의 임무를 맡겼습니다. 그 뒤에 노트북을 받는 장면을 그려달라고 요청했고 참가자의 반은 진실을 반은 거짓을 말하게 했지요. 거짓말을 하는 사람은 자신의 거짓을 입증하기 위해서 자신이 과거에 방문했던 장소(익숙하니까 그리기가 쉬워요)를 그릴 확률이 높습니다. 또한 프레이는 거짓말의 특징으로 여겨지는 요소들을 그림에 포함시킬 것이란 가설을 세웠습니다.
동시에 프레이는 거짓을 말하는 참가자들이 거짓을 꾸며내느라 정신이 팔려 그림속에서 ‘비밀정보원’의 존재는 까마득히 잊어버릴 것이라는 예측을 했습니다. 진실을 말하는 이들은 ‘비밀정보원’의 존재가 자신의 그림에서 핵심을 차지하기 때문에 정보원을 그릴 확률이 높지요. 결과는 그대로 드러났고, 이 요소 하나에만 근거해 90%의 확률로 누가 거짓말을 하는지 가려냈습니다.
참고자료 및 자료출처
타고난 거짓말쟁이들 - 이언 레슬리
당신이 인간인 이유 - 마티 조프슨
단어의 사생활 - 제임스 W. 페니베이커
텔링 라이즈 - 폴 에크먼
의도적 눈감기 - 마거릿 헤퍼넌
우리는 왜 자신을 속이도록 진화했을까? - 로버트 트리버스
감정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 이토록 뜻밖의 뇌과학 - 리사 펠드먼 배럿
사진출처
* The crime wire * Fox29
주위에 거짓말쟁이는 많으니 여러분도 조심하시구요. 그럼 이제 여기서 저의 거짓말을 밝히고자 합니다.
네. 맞습니다. 여러분께서 생각하는 그거 맞습니다. 제가 유투브개설을 한지 한달 쪼끔 넘었어요. ^_^;;;
거짓말쟁이를 잡아내는 위의 팁들 외에도 혹시나 이 사진이 궁금하신 분은 평안한 휴일 영화보듯 여유롭게 즐기시길 바래봅니다. 마지막엔 거짓말에 대한 생각이 조금 바뀔지도 모르겠네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https://www.clien.net/service/board/park/18718881